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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874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7.16 14:00
조회
80
추천
1
글자
11쪽

셋트업(Setup) - 1편-19

DUMMY

“아니, 지나치지 않아. 꽤나 조심성이 많은 노인인걸?”


다소 늦은 시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나온 푸딩을 뜨던 중, 난데없이 중얼거리는 레르나의 발언에 페스크가 물었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음? 아아, 별 거 아냐. 잠시 엿듣고 있었거든.”


레르나의 대답에 한 손에는 커피가 든 찻잔을,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있던 루드가 질문하였다.


“그래서, 뭔가 정보가 될 만한 건 있었나?”

“유감스럽게도. 중간부터 듣는 바람에 별로 들은 것도 없어. 눈치챈 것 같지는 않지만 경계하고 있는지 통신 자체도 짧게 끊었고.”

“그런가. 아무래도 우리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생각보단 제법 되는가보군.”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오면 해 주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어찌되었든 계속 쫓아다닐 수밖에 없겠는데?”


어느새 반 이상 비운 푸딩 컵을 보며 레르나는 양 볼을 감싼 채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었다.


“흐음. 이 푸딩이라는 거,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걸? 돌아갈 때 하다못해 만드는 법은 배워가야 할까봐. 페스크, 혹시 만드는 법 알고 있어?”

“그, 글쎄요···”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미소에 넋을 놓고 바라보던 페스크는 갑자기 자신을 향한 그녀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언제나 하던 답변을 해 버렸다. 어찌보면 예상했던 답변이었기에, 레르나는 평소처럼 그를 놀려주기 위해 핀잔을 주려 하였다.


“정말이지 넌 글쎄요밖에···”

“푸딩이라면, 제조법 알고 있다.”


그 순간 대답한 것은 의외로 파루였다. 그는 여전 시선은 정면에 둔 채 무뚝뚝한 목소리로 레르나에게 답변하였다.


“흐음. 그래?”

“그렇다.”

“혹시 돌아갈 때까지 모르게 되면 물어볼게.”

“···알았다.”


평소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였지만 여전 냉랭한 분위기의 대화가 오가는 중, 가게주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저기···손님. 아시다시피 지금 도시 전체에 피난 명령이 내려와서, 저희도 내일까지만 영업하고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요?”


명랑한 표정으로 반응하는 레르나의 말투에 당황한 가게주인은 난처한 듯 더듬더듬 이야기하였다.


“저기, 그러니까. 우선 지금까지의 숙박비와···식사비를 먼저 정산해주실 수 없을까 해서 말이죠. 예.”


가게주인의 말에 레르나는 의외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과장된 표정으로 난색을 표하며-정확히는 표하는 척 하며 그에게 대답했다.


“예에? 무슨 이야기에요? 요금이라면 조금 전에 다 드렸잖아요?”

“무슨 소리에요? 언제 돈을 줬다고···”


설마 이 여행자들, 돈도 없는 녀석들 아닌가라는 생각에 가게주인의 인상이 나빠지려던 순간, 돌연 그의 표정이 급변하였다.


“아차. 그랬죠. 아하하, 제가 그만 깜빡했군요. 맞아요, 내일 분까지 돈을 다 주셨는데. 아이고, 죄송합니다.”


스스로 뒤통수를 탁 치며 가게 주인은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레르나는 가게 주인을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샐쭉 혀를 내밀어보이더니 더 이상은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두지 않았다.


“아아, 이렇게 되면 당분간 또 야영생활인가? 싫다아~”

-삐걱


푸딩 컵을 다 비운 레르나가 입맛을 다시다 기지개를 켜며 투정을 부리고 있을 무렵, 가게의 회전문이 돌며 누군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우리에게 용무가 있나본데?”


상대는 검은 머리를 하고 광대뼈가 나온 갸름한 얼굴형을 하고 있었지만 몸은 근육질에 키도 제법 큰 사내였다. 가슴 한쪽에는 프로튼 왕국을 상징하는 화염과 변개의 문양이 새겨진 흉갑을 입은 그는 레르나 일행을 발견하자 바로 그녀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야, 이런 식으로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반갑습니다. ‘제카롯’님들.”


천성이라서인지 말투는 다소 건들거리는 느낌이었지만, 그 외에 행동이나 인사말을 건네는 모습에는 오랫동안 몸에 밴 듯한 품위와 절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아, 그런 시선으로 보진 말아주십시오. 제 이름은 락플리라고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좋은 말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양 손을 내저으며 말하는 락플리를 지긋이 바라보던 레르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흐음···꽤 재미있게 해줄 거 같은 사람이네.”


그녀의 입가의 짖굳은 곡선이 짙어졌다. 그녀의 미소를 우호적인 제스쳐로 해석한 듯 락플리는 마주 웃음지어보였다.


“아무래도 초면에 갑자기 찾아와 이런 말을 하니 믿기 힘드시겠죠. 그래서 여러분을 위한 선물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4년 전에는 무려 수백 명의 목숨을 단 한 순간에 앗아간 무시무시한 물건이라고요.”


락플리는 뒷 허리춤에 매여있던 주머니를 들어보이며 그들에게 내밀었다. 아직 주머니에 들어있는 상태임에도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로부터 느껴지는 기운을 알아채었는지 레르나를 비롯한 네 명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이곳에 오신 목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마도기’라고 부르지만 여러분은 ‘조각’이라고 부르시더군요.”


갑작스러운 ‘선물’에 오히려 경계심이 강해진 것을 느꼈는지. 락플리는 그것을 그들 앞의 탁자 위에 내려놓은 뒤 슬쩍 뒤로 물러나며 두 손을 들어올려보였다.


“그대의 목적은 무엇이오? 어째서 이것을 우리들에게?”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락플리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페스크가 질문하였다. 그의 말투는 평상시 레르나를 포함한 동료들과 이야기할때와는 달리, 형식적으로는 격식을 차린-하지만 매우 딱딱한 말투였다.


“물론,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락플리가 테이블 바로 옆의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질문하자 루드와 파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대해 락플리는 고개를 끄덕여 예를 표하고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저희는 이러한 마도기, 아니 조각을 더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계약금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그렇게 이야기함은?”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와 손을 잡지 않으시겠습니까?”


사실은 긴장하고 있는 듯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지만 락플리는 슬쩍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척 하며 요령껏 그것을 감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알아챈 레르나였지만 그녀는 모른척하며 파루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정 외의 일을 싫어하는 도구 씨. 어떻게 할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질문하는 그녀의 모습에도 파루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무감정한 억양으로 그녀의 질문에 대한 의견만을 피력하였다.


“···내용. 그리고 조건 파악이 필요.”

“헤에. 그거 퍽이나···”


같은 편 끼리 감정이 좋지 않은 사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루드는 비꼬는 말투로 대답하려는 레르나를 제지하며 끼어들었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루드. 이쪽은 레르나와 페스크. 저쪽은 파루라고 한다.”


자신의 말하려던 것을 자르며 끼어든 루드에게 레르나는 뭔가 한마디 하고싶었지만 그에 앞서 루드가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고는 꿍한 표정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그녀를 조용하게 만든 루드는 속으로만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더니, 이윽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이며 락플리에게 이야기를 권하였다.


“그럼 일단 그 조건이라는 것부터 들어보도록 할까.”





“크으으윽! 크허억!”


세인스 시 외곽의 오래된 성채의 지하. 델리우는 또다시 격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크윽···이제···조금만 더···!!”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도드룸과 세라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음을 한탄하였다.


“주군···부디 조금만 더 참아주시옵소서. 저희가 반드시 레레루르브를···”


그러던 중 돌연 도드룸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녀를 불렀다.


“세라. 잠시···”

“도드룸···무슨?”


도드룸은 그들이 있는 홀의 입구 방향을 향해 턱짓을 하였고, 그의 의도를 안 세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그를 따라나섰다.


“세라···이제서야 하는 생각이지만, 나는 그때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는지 걱정이 된다.”

“도드룸···”


그러나 세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 역시 완전히 도드룸의 의견을 부정하지는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네 말이 맞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해. 그들 중 단 한 명 만으로 우리 둘을 압도한 실력부터, 우리들로써는 어찌하지도 못하던 주군의 봉인을 깨뜨린 능력까지.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따르지 않았다면 무사하지 못한 것은 우리 둘 뿐만이 아니었을 거야.”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세라는 일순 몸을 떨었다. 그녀가 살면서 그렇게까지 공포와 무력감을 느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였고 이는 도드룸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주군께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마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그것도 어쩔 수 없어. 아마 그들은 지금도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걸. 그리고 우리가 주군께 전말을 이야기하는 순간 우리 모두를 제거하려 하겠지. 무엇보다 이제 와서 주군께 설명드릴 수가···”

“······”


말끝을 흐리는 세라의 대답에 도드룸은 반문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눈빛을 다잡으며 도드룸에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레레루르브를 손에 넣는 것 뿐. 그것의 힘으로 주군을 옭아매는 저주를 지우고, 이후엔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살면 되는거야. 주군의···그리고 우리의 바램대로.”

“만약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때는···그들에게 우리의 마지막 분노를 보여줄 뿐!”


유독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슬프게 와닿았지만 도드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긍정했다.


“그렇군. 괜한 이야기를 했군. 이렇게 된 이상 남은 건 우리의 전력을 다 하는 것 뿐이겠지.”


어느덧 델리우의 고통스러워 하는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도드룸은 종종걸음으로 델리우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하는 세라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세라. 그것이 주군을. 그리고 그대를 위한 것이라면, 나는···”




작가의말

전 화에 이어 이번 화도 밑밥 뿌리기입니다...


1편의 최종전 직전이라 사전설명이 많이 길어지는군요.


사실 도드룸과 세라에 관련된 이야기를 좀더 하려고 했으나, 주인공급 인물도 아니고,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것 같아 전부 잘라버렸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추천과 선작, (우호적인) 댓글은 글쓴이에게 더없이 큰 힘이 되어줍니다.

(멘탈이 약합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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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7.08.31 15:43
    No. 1

    도드룸아... 일찍 포기하는 게 낫다 ㅜ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AKHS
    작성일
    17.08.31 16:42
    No. 2

    아마 글쓴이 코멘트 중에 남겨놧던거 같긴 한데,
    사실 델리우 일행에 대한 에피소드도 다뤄보고 싶었으나...
    본편에는 불필요+너무 뻔한 내용이 될거 같아 빠졌습니다.
    다룬다 해도 차후 기회가 될 지 모르겠군요.
    오늘도 덧글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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