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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894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7.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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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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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셋트업(Setup) - 1편-6

DUMMY


“쳐라!”

“이야아압!”


그녀의 사방에서 기합소리와 함께 여러 명의 기사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모, 몸이···!”

“움직이지 않아!”


기사들이 마치 석화되기라도 한 듯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그녀는 양 손에 맺힌 붉은 기운을 손바닥 위에 띄우고 있었다. 그것은 손가락보다 조금 더 굵은 정도의 둥근 탄환 형태를 이루었고, 이윽고는 주문을 외우려 하던 마법사들을 향해 손바닥을 향하며 그것을 쏘아내었다.


“크억!”


뱀파이어가 허공에서 손을 흔들 듯 움직일 때마다 발사되는 붉은 탄환에 얻어맞은 다수의 마법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기사들, 뭣들 하고 있는거야! 마법사들을 당하게 놔둘 셈이냐!?”

“허, 허나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옭아죄고 있는 것처럼···”


에우로파가 앞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기사들을 향해 소리지르는 순간, 그에게도 몇 발인가 붉은 탄환이 날아왔다.


“아차···!”


흥분해서 소리지른답시고 방어 주문을 외울 타이밍을 놓쳤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점을 보며 헛바람을 들이키려는 순간 누군가가 재빠르게 그의 앞으로 나섰다.


-채앵


민첩하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베쿰은 능숙하게 검을 기울여 탄환을 막아내었다. ‘픽서’라고 이름붙인 그의 보드 소드는 은은한 푸른 빛을 표면에 두르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 급의 전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검기’라는 기술이었다.


“괜찮으쇼, 나리?”

“···신세졌군.”

“고용된 몸이니까 말요. 걱정 마쇼, 세상이 멸망해도 나리는 지켜 드릴테니까.”


자신 있게 말하며 베쿰은 그대로 뱀파이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각오해라, 뱀파이어!”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있던 다른 기사들도 전투에 가담하고 있었다. 거기에 회의실 문이 열리며 증원 병력도 도착하고 있었다.


“가까운 위치에 있던 기사들만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베쿰을 비롯하여, 테이블에서 거리를 두고 있던 이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기사들보다도 가까이 접근하였음에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우로파는 본격적인 전투 직전 뱀파이어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던 것을 상기하였다.


“그렇군, 그림자구나!”


뱀파이어의 발 밑의 그림자를 보니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갈라져 뻗어 있었으며, 그것이 움직이지 못하는 자들의 그림자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까지 확인한 에우로파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마법 주문을 영창하였다.


“광구!”


그의 손에서 성인의 머리만한 크기의 밝은 구체가 위로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광원의 출현에 일순 방 안의 모든 이들이 당황하여 움찔하였다. 곧이어 회의실 중앙에 떠오른 광구에 의해 일순간 뱀파이어를 중심으로 각 기사들에게 뻗어나갔던 그림자들이 지워지듯 사라졌다.


“으어어엇!”

-쿠당탕


에우로파의 해결책은 유효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석상처럼 굳어있던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행동의 자유를 얻은 기사들은 움직임을 채 가누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넘어지며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숙련된 그들은 곧바로 옆으로 구르는 등 회피 동작을 겸용하며 일어서며 다시금 전투 자세를 갖추었다.


“방법만 알면 생각보단 간단한 해결법이군. 마법사들은 방 곳곳에 광구를 생성해라! 놈의 그림자가 뻗어나오지 못하게 해!”


이로써 뱀파이어의 고유능력 중 하나를 상당 부분 봉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에우로파를 비롯한 회의실 내의 기사와 마법사들은 적을 상대하는데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


“칫.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인간.”


방금 전까지 굳어있던 기사들까지 합세하여 상황은 순식간에 수십 대 일이라는 상황으로 급전되었다. 기사들은 곧바로 뱀파이어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하압!”

“제법 기개가 있는 자로군. 좋다, 상대해주지.”


뱀파이어는 지금 막 자신을 향해 덤벼오는 베쿰이 지금 이곳에 모인 전사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때문에 그녀는 이 자가 자신에게 집중적으로 공격을 가해올 것이라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 노련한 용병의 경험은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좀 더 지혜를 발휘하게 하였다. 그는 우선 상대에 접근하는 순간 상대가 자신보다 강력한 전투 능력의 보유자라고 직감하였고, 이에 대해 자신의 상황을 이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압!”


베쿰은 자신과 함께 전투를 함께 하여줄 기사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비스듬히 어깨 바깥쪽을 공격하며 겉돌듯 옆으로 빠져나갔다.


“기사나리들, 다음 부탁하겠수다!”


그의 외침보다도 먼저 세 명의 기사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연속하여 공격에 들어가고 있었다. 슬쩍 몸을 틀어 베쿰의 공격을 피하던 뱀파이어는 오히려 그 행동으로 인해 기사들의 동시 공격 범위에 들어간 것을 뒤늦게 인식하고 잠시 당황하였다.


“생각보다는 제법이군. 다시 봤다, 인간.”


그 말과 함께 뱀파이어의 형체가 무너지는가 싶더니, 수십의 박쥐로 그 모습이 변하였다. 박쥐들은 세 방향에서 공격해 들어오던 기사들의 사이를 빠져나가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마법사들, 요격해라!”

“전격 화살!”

“빙결창!”


지면에 있는 동안은 수십 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있느라 마땅히 공격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던 마법사들이 에우로파의 지시에 따라 날아오른 박쥐떼를 향해 마법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각각의 박쥐들은 어지럽게 공중을 휘저으며 이를 비웃듯이 마법들을 피하고 있었다.


“바보들아! 이런 걸 쓰란 말야, 칼날 돌풍!”


어느 새 꺼내든 카드로부터 전방을 향해 날카로운 회오리가 몰아쳤다. 제법 넓은 범위로 천장을 향해 휘몰아친 바람은 휩쓸어내듯 박쥐들을 구석까지 밀어내었다.


“바보는 너다, 마법사.”


하지만 그런 에우로파의 마법조차 비웃듯 박쥐들은 날개로 몸을 감싸며 순순히 밀려나는가 싶더니 다시금 원래의 인간형 모습으로 합쳐지며 천장 구석에 발을 딛었다. 이윽고는 그곳을 박차며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기사들을 향해 육박해왔다.


“하!”

“허윽!”


뱀파이어의 오른손이 붉게 빛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기사들 중 한 명의 옆구리를 가격하였다. 가볍게 잽을 날린 것처럼 보였으나 입고 있던 갑옷이 찌그러지며 기사의 자세가 무너졌다.


“이 괴물!”


곧바로 양 옆에서 다른 기사 두 명이 각각 공격을 가해왔으나, 당황해서인지 아까 전 포위했을 때와는 그리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뱀파이어는 왼손에도 마찬가지로 붉은 기운을 형성하더니 왼쪽에서 다가오던 기사의 검을 잡아내어 그대로 오른편으로 밀쳐내었다.


“으어엇!”


오른쪽에서 검을 내리치려던 기사는 황급히 검을 옆으로 틀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었다. 덕분에 검으로 아군을 내려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으나 그로 인해 자세가 무너지며 이윽고는 자신에게 밀쳐지는 기사에 의해 반대편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다.


“하압!”

“크억!”


그렇게 바깥쪽으로 밀려난 기사의 안면을 걷어차 날려버린 뱀파이어는 그 반동을 이용하여 반대편으로 몸을 회전시키더니 연이어 돌려차기 공격을 가하였다. 순식간에 두 명의 기사를 쓰러뜨린 뱀파이어는 곧바로 낮게 점프하며 다음 기사의 어깨를 양 손으로 내리치더니 연이어 발차기와 팔꿈치 공격으로 세 명의 기사를 추가로 쓰러뜨렸다.


“좀 많군. 일단 숫자를 줄여볼까.”


뱀파이어의 양 손에 있던 붉은 기운이 상반신 전체로 확대되었다. 무언가 큰 기술을 쓸 것이라고 예감한 기사들 중 몇명이 그녀를 저지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을 감행하였으나 맞추지는 못하였다.


“어디 한번 받아보아라!”

-투화악


폭발음이라기보다는 화약이 빠르게 타들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붉은 기운이 뱀파이어의 전방에 부채꼴 모양으로 비산하였다. 각각이 어린아이의 주먹 정도 되는 덩어리들이 기사들을 강타하였다.


“크어억!”


단 한번의 공격으로 반수에 가까운 기사들이 쓰러졌다. 연이어 같은 공격을 한 번 더 하고나니 남은 기사의 수는 처음의 수 분의 일 수준으로 급감하여 있었다.


“다음은 마법사들이로군.”


기사들의 대다수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뱀파이어는 쓰러진 기사들이 다시금 일어서기 전에 처음에 사용하였던 붉은 탄환을 날리는 공격으로 마법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에 마법사들은 마땅히 대응하지 못한 채 붉은 탄환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보, 보호막···크윽!”

-쩌엉


간발의 차로 방어 마법을 시전한 에우로파는 보호막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에 낮은 신음을 흘렸다. 작은 크기와 달리 마치 대포알을 받아낸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방금 전에 했던 말을 철회하지. 생각보다 약하구나, 후훗.”

“크어억!”

“크악!”


낮게 비웃으며 뱀파이어는 막 일어서려던 기사들을 자근자근 짖밟아나갔다. 팔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어깨를 내리치는 등의 공격을 가하여 기사들을 차례차례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금속 갑옷을 착용하고 있음에도 그런 것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듯 방어구 째로 신체가 손상되어져갔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중간중간 붉은 탄환을 날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어, 에우로파를 비롯한 마법사들은 이렇다할 공격을 하지 못한 채 방어마법에 집중할 뿐이었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우리 일족에 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 몸소 깨닳거라!”

“그 거만함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 괴물!”


기사들을 보호하듯 베쿰이 앞으로 나서며 그녀를 향해 횡베기를 가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붉은 기운이 둘러쳐진 손에 가로막힐 뿐이었다.


“아직 안 끝났다!”


하지만 베쿰은 그녀의 손에 검이 막히자마자 마치 튀어오르듯 검을 회수하며 다시금 공격을 시도하였다.


“이 정도 공격 따위는 소용없다는 걸 알았을텐데.”

“소용없는지는···”


베쿰의 검에 서린 검기가 짙어졌다. 그는 이것이 진짜라는 듯 양 손으로 검을 다잡으며 힘껏 그녀의 어깨죽지를 노리고 검을 내려쳤다.


“해 봐야 알겠지!”

-핏

“!!”


이번에도 손으로 검을 받아내던 뱀파이어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그녀는 완전히 검을 받아내지 못한 채 자세가 비틀리는 듯 싶더니 뒤로 몇 미터를 물러섰다.

그녀는 베쿰의 검을 받아내던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상처 하나 없던 그녀의 손바닥 한가운데에 일자로 얕은 상처와 함께 약간의 피가 배어나왔다.


“과연. 조금은 쓸만한 인간도 있었구나.”


할짝. 그녀는 자신의 손바닥을 핥으며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붉은 기운의 색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대비해 봐야 늦었다!”


쓰러진 기사들의 사이를 지나, 아직 상태가 온전한 기사들 몇 명도 함께 가담하였다. 게다가 뱀파이어의 원거리 공격이 멈춘 틈을 타 마법사들 역시 그녀를 향해 마법 공격을 재개하였다.


“전격 화살!”

“빙결창!”


베쿰과 기사들이 공격 거리에 접근하기에 앞선 마법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 본 뱀파이어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길이 약 30~40센티미터 정도의 길다란 물체였다.


“단검?”


아니, 아예 날이 없는 손잡이였다. 뱀파이어는 그것의 양 끝을 잡더니 이내 그것을 비틀었다.


-치잉


맑은 소리와 함께 손잡이에서 날이 뻗어나왔다. 길이는 약 70센티미터 정도에 그 끝이 팔랑거릴 정도로 얇은 검날이었다.


“하아!”


그녀의 검날에 붉은 기운이 서리는가 싶더니 곧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마법을 향하여 그것을 내질렀다. 그녀의 검에 서려있던 붉은 기운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마법들을 쳐 없애버렸다.


“저건 또 뭐야!”


기묘한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에 에우로파의 입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생각같아서는 좀더 위력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실내 전투인데다, 몰려 있는 인원이 너무 많은 점이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되어버렸다. 하다못해 화염구처럼 폭발하는 마법이라도 썼다가는 오히려 붙어서 전투하는 기사들에게 최소 시야 차단, 자칫하면 오히려 그 위력에 휘말려드는 등의 악영향을 미치리라.


“이건 또 뭐야!”


당황하기는 베쿰도 마찬가지인듯 싶었다. 다만 그의 몸에 밴 숙련된 용병으로써의 습관 덕에, 머리로는 당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은 채 그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게 하였다.


“하!”

-투앙


뱀파이어의 기합소리와 함께 서로의 검이 맞부딪쳤다. 얼핏 보기에는 중량이나 검날의 두께에서조차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튕겨난 것은 오히려 베쿰이었다.


-팅


자세가 무너진 베쿰의 검 옆면을 한번 더 공격하자 그 충격으로 그는 검을 놓쳐버렸고, 더불어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그에게 뱀파이어는 안으로 파고들며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퍼억

“크욱!”


숨이 막힐 듯한 비명소리를 내며 베쿰이 몇 미터나 뒤로 날려갔다. 달려들던 기사 한 명까지 말려들게 하며 날려간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는지 곧바로 일어서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다.


“크억!”


아직 남아있는 기사가 몇 명 있었지만, 나름 전력의 핵심이었던 베쿰이 제압당한 상황에서 기사 몇 명 정도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 그들은 순식간에 제압당해 전투능력을 상실하였다. 그렇게 모든 전사계의 상대를 무력화시킨 그녀는 방금 전처럼 차례차례 그들을 확실하게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며 간간히 마법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저 교활한 녀석, 아니 교활한 년!”


자비심인지, 자만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들을 죽이지 않은 것이 에우로파를 비롯한 마법사들에게는 오히려 악재였다. 강력한 마법을 쓰려고 해도 아직 그녀의 발밑에서 나뒹굴고 있지만, 목숨은 부지하고 있는 기사들 때문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대가 이 자리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자인가보군.”

“어, 어느새! 충격···”


어느새 방 안에서 여전히 두 다리로 서 있는 인물은 에우로파 혼자뿐이었다.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다가온 그녀를 향해 에우로파는 황급히 주문을 외우려했지만 저지당했다.


“으큭! 방어···”


손에 불이 붙는 듯한 충격과 함께 다급히 꺼내든 카드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직접 주문을 시전하려 하였으나 그 역시 저지당했다.


-짜악


눈앞이 번쩍이든 듯한 느낌과 함께 어느새 에우로파의 상체가 앞으로 숙여졌다. 이윽고 그의 턱밑에서 방금 전 이상의 충격이 가해졌다.


“크헉!”


뱀파이어의 무릎치기에 턱을 직격당한 에우로파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쓰러졌다. 얼얼한 턱을 매만지며 다시금 몸을 일으키려는 에우로파의 눈앞에서 뱀파이어는 검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본보기는 필요하겠지. 현실과 작별할 준비를 하도록.”

“···!!”


큰일이다, 이대로는 죽는다! 머릿속으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입과 손발은 어떠한 방어행위를 하는 것조차 잊은 채 그저 망연히 검을 들어올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끄으···!”


아마도 인생의 마지막 단말마가 될 것 치고는 너무 약한 비명이려나. 그렇게 생각하고도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났을까, 에우로파는 아직도 자신이 멀쩡히 살아있음을 인지하고 위를 올려보았다.


“···주군?”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대는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기회다! 이번의 에우로파는 이 기회를 타 주문을 외우는 것에 성공하였다.


“냉기 화살!”


에우로파의 손끝에서 얼음 화살이 생성되어 눈앞의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고작 2미터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 이겼다. 에우로파는 그렇게 생각했다.


-턱


여전 상대의 시선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대의 팔은 본인의 의지와는 별도로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에우로파가 날린 얼음 화살을 잡아채었다.


-콰드득


얼음 화살에 담겨있던 마력이 화살을 잡아챈 상대의 오른손에 얼음덩이를 형성하였다. 그 한기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상대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금 에우로파에게 시선을 돌렸다.


“후···운이 좋구나, 인간.”

-파칭


가볍게 손을 털자 손 전체를 감싸고 있던 얼음이 산산히 부서졌다. 상당한 냉기였을텐데, 상대의 손은 아무렇지 않은듯한 모습이었다.


“급한 용무가 생겼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스르륵


상대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바닥 위로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상대의 몸은 그림자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경고했다. 이곳에 계속 있어봐야 너희에게 남는 것은 의미 없는 죽음 뿐이다.”

-스륵


그 말을 끝으로 상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일렁거리던 바닥은 좀전까지의 일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젠장···터무니없는 녀석이 싸움을 걸어오는군···”


분명 예상은 했다. 보통 녀석은 아닐 것이라고. 그 보기 힘들다던 뱀파이어라는 것도 놀랄 마당에, 실력도 예상을 한참 넘어서는 터무니없는 녀석이었다.


“저런 녀석들이 최소 세 명이라는건가? 서둘러야겠군.”


빨리 제대로 된 방비를 갖춰야···상대가 저런 괴물들이어서야 평범한 병사들은 아무리 많아봐야 방해밖에 안된다고 에우로파는 생각하였다.


“어이, 베쿰. 일어나.”


아직도 벽에 기댄 채 주저앉은 자세로 기절해있는 베쿰을 깨웠다. 완전히 혼절했던 것은 아닌지 그는 곧 눈을 떴다.


“음···?”

“일어나 임마. 죽다 살아났다고.”

“그놈···아니 그년, 가버렸나?”


베쿰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을테니···살아있다는건 우리를 봐 주고 그냥 가버렸다는 것이겠지.


“이봐, 남작 나리.”

“왜?”

“당신···이전에도 분명 제정신 박힌 놈들과 싸우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요. 이번에는 완전 제대로 고른 것 같수다.”

“시끄러. 나도 내뺄 수 있으면 냉큼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니까.”


에우로파는 아직도 균형감각이 덜 돌아온 듯 비틀거리는 베쿰을 재촉하듯 그를 일으켜세웠다.


“세상이 멸망해도 지켜주겠다더니만, 먼저 뻗어버리기나 하고···”

“바, 방심했다고! 어쨌든 살았잖아!”


말은 잘해요···

에우로파는 엉망진창이 되어, 수십 명이나 되는 기사와 마법사들이 부상당한 채 신음을 내며 쓰러져 있는 회의실을 둘러보며 쓰라리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지금 상태로는 무리야. 지원이 필요해···!”




작가의말

아무리 해도 전투묘사는 어렵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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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7.08.14 12:03
    No. 1

    베쿰은 어린 여자에게 이어서 연속 망신이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AKHS
    작성일
    17.08.14 12:38
    No. 2

    상대적으로 베쿰은 활약하는 쪽이라기보다
    전투력 측정기+딴지거는 개그꾼
    역할에 배정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단, 1편의 후반부에 모든 걸 만회할 활약을 하게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season4
    작성일
    17.08.21 00:43
    No. 3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제 정주행을 시작 해보도록하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AKHS
    작성일
    17.08.21 05:43
    No. 4

    잊지 않고 다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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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셋트업(Setup) - 1편-16 +2 17.07.13 78 1 13쪽
16 셋트업(Setup) - 1편-15 +2 17.07.13 125 1 17쪽
15 셋트업(Setup) - 1편-14 +2 17.07.12 103 1 12쪽
14 셋트업(Setup) - 1편-13 +2 17.07.12 100 1 13쪽
13 셋트업(Setup) - 1편-12 +2 17.07.11 94 1 19쪽
12 셋트업(Setup) - 1편-11 +2 17.07.11 157 1 14쪽
11 셋트업(Setup) - 1편-10 +2 17.07.10 103 1 12쪽
10 셋트업(Setup) - 1편-9 +3 17.07.10 88 1 11쪽
9 셋트업(Setup) - 1편-8 +2 17.07.09 93 1 19쪽
8 셋트업(Setup) - 1편-7 +4 17.07.09 68 1 19쪽
» 셋트업(Setup) - 1편-6 +4 17.07.08 139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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