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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896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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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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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셋트업(Setup) - 1편-21

DUMMY

“슬슬 시간이군.”


해가 완전히 저문 그 날은 유난히 달빛도, 별빛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난을 마쳐 고요한 정적이 머무는 가운데, 에우로파와 그의 조력자들이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제어탑 주변만이 다수의 가로등과 조명 마법의 빛이 남은 채 두런두런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그게 어제 말한 애미가 없다는 마장기야?”

“···에미넨트다!”


전날 나시의 감상마냥 에우로파가 장착하고 있는 ‘에미넨트’-정확히는 그것의 코어-는 마치 갑주과 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다만 전신의 중요 급소를 감싸는 보통의 갑옷과는 달리 몸체와 팔다리의 반 정도만을 부분부분 감싸고 있었으며 가슴과 양 어깨 부분에는 큼지막한 삼각형의 보석이 푸른 빛을 내며 반짝였다. 거기에 어깨와 허리 뒤편, 그리고 다리 옆부분에는 기묘한 반사광을 내는 커다란 은빛의 금속판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거 어린 나이에 그런 험한 말 쓰면 안 큰다?”

“자, 자꾸 가슴 얘기 할래!?”


놀리는 재미가 있단 말야. 그것은 단순히 말장난을 하려는 목적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나트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는지, 주변에 함께 대기하던 조력자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두려움 섞인 경계심과 우려에 대한 에우로파 나름의 대답이기도 했다.


‘베쿰 녀석, 정보 공유야 좋다지만 괜한 얘기까지···’


“하지만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딱히 이렇다 할 힘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철커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안 그래도 민첩하지 못한 움직임이 더욱 둔해진 에우로파에게 나시가 식상하다는 듯 눈빛을 흘겼다. 하지만 이에 에우로파는 한 손을 들어 검지를 까딱거리며 응수했다.


“흠흠. 그거야 그렇겠지. 아직 이 코어는 제대로 기동하지 않은 상태니까. 하지만 두고 보라고. 제대로 기동을 시작한 에미넨트의 힘을 보면 깜짝 놀랄 걸? 만약 본체가 있었다면 드래곤조차도 껌처럼 씹어버릴 정도의 막강한 사기급 마장기라고. 괜히 대륙최강이 아니란 말씀.”

“흐음. 드래곤조차···도 말이지요?”


나시의 눈썹이 일순 꿈틀하였다. 그녀는 에우로파의 방금 전 말이 거슬린다는 듯 어조가 평소보다 높아져 있었다.


“고작 인간 정도를 그만큼 강해지게 만들어주는 마장기라니. 참으로 대단하군요. 좋아요, 기대해보도록 하죠.”

“이봐. 혹시 내 말이 과장됐다고 생각하나본데, 영웅전쟁과 대륙전쟁 당시 이 에미넨트는 단신으로 수십이나 되는 드래곤과 맞서 싸웠다는 기록이 있다고. 실제로 불과 몇 년 전에는···”

-쿠앙


노골적으로 비꼬는 게 분명한 나시의 반응에 발끈한 에우로파가 이야기하려는 순간, 도시 외성으로부터 폭발이 일어났다. 뱀파이어들의 접근을 경고하기 위해 도시 곳곳에 설치한 마법 함정이 발동한 것이었다.


“왔군···!”


연속해서 폭발과 진동이 일어났고 그 거리는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더불어 일전에 느꼈던 강대한 위압감 역시 거칠어지는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평범한 상대였다면 모를까, 어차피 저런 함정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하기 기대하지는 않는 만큼 에우로파는 주변 인원들에게 전투준비를 갖출 것을 전달하였다.


“곧 적들이 여기까지 올 겁니다! 전투가 개시되면 각 팀은 어제 말씀드린대로 작전을 수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는데···그렇게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곧 벌어질 전투에 대해 구상하던 에우로파의 귓가에 한 용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후. 긴장되는군. 은퇴를 앞둔 내 마지막 전투가 이런 대 결전이라니 말야.”

“···!”


벌써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인지. 등 뒤에 매고 있던 금속제 도끼창을 고쳐 쥐며 곱씹는 그에게 호응하듯 다른 이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저도 어딜 가도 이름깨나 통하는 모험가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모인 분들은 그런 제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같이 대단한 분들 뿐이군요. 이렇게 함께 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마침 이 일이 끝나고 간만에 고향에 내려가게 됐는데, 딸에게 해줄 멋진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기겠군.”

“이 정도 호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만으로도, 분명 앞으로 수도 없이 회자될 전투가 될 걸세.”

“부디 모두 무사히 살아남아서 내일은 다함께 술이나 한 잔 합시다!”

“그거 좋군! 마침 남아있는 내 비장의 미주를 맛보여주도록 하지.”


그들에게 있어서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대화였을지 모르겠으나. 반대로 에우로파의 불안감은 가중되기 시작했다.


“이거···어째 어디서 많이 접해본 대사들인데···”


그런 와중에, 누군가가 그의 불안감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에 그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아가씨에게 청혼을 할 생각인데···근사한 드레스와 반지도 사 놓은 상태고 말야. 거기에 이런 큰 도시를 구한 영웅이라는 명성이 더해진다면 분명 그녀도 나를 다시보게 되겠···”

“안돼!! 하지마!”


난데없이 절규나 다름없을 정도의 고성을 지르며 끼어드는 에우로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폭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와중에도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에우로파는 헛기침을 하며 상황을 무마시켰다.


“아···흠흠. 저도 너무 긴장했나보군요. 자, 이제 곧 적이 눈앞입니다. 각자 무기를 들어 주십시오!”


부디 방금 전의 대화가 불길한 전조가 아니기를! 에우로파는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에미넨트를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에미넨트. 나의 부름에 응하라!”


에우로파의 외침에 그의 가슴과 양 어깨의 보석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적당히 매달려 있는마냥 위치하던 양 팔 다리의 보호구가 금속음을 내며 그의 몸에 정확히 맞도록 체결되기 시작했고 곳곳에 붙어있던 금속판들이 분리되어 머리 위로 떠올랐다.


『히아스, 나의 주인이여. 부름에 응합니다』


무감정한 중성적 기계음과 함께 금속판들은 서로 결합되어 마침내는 하나의 커다란 륜 형상을 띄었다. 그것의 지름은 거의 2미터에 달하였으며 결합된 순간부터 표면에 각종 마법 문자들이 떠올라 은은하게 빛을 발하였다.


『기초 기동 완료. 각 자원 사용 가능합니다』


이윽고 에우로파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륜은 에우로파를 중심으로 느리게 위아래로 왕복하기 시작했다. 나시는 에미넨트가 발하는 마법의 힘을 느낀 듯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감탄사를 내고 말았다.


“확실히···허언은 아닌 것 같군요.”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렬한 존재감과 그에 어울릴만함 힘의 기운을 발하는 모습에 다들 사기가 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때에 맞추어 델리우와 두 남녀가 그들의 앞에 도착하였다.


“과연. 그만한 마도병기가 있었기에 나와 대적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군.”


예상대로 그들은 방금 전 마법 함정들에 대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후드와 망토에 남은 그을린 흔적을 통해 그들이 정말로 함정들을 지나왔음을 증명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인원을 준비한 것은 오히려 실책이 될 것이다.”


델리우의 두 눈동자로부터 은색의 빛이 번쩍였다. 아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저건···안돼!! 녀석의 눈을 보지 마!”


상대의 의도를 인지한 듯 나트가 다급히 외쳤으나 아무래도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위험. 정신 공격 탐지. 방어합니다』


에미넨트로부터 경고 음성과 함께 그의 양 어깨의 보석이 빛을 발하였다. 에우로파도 그제서야 델리우가 어떠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아. 용맹한 그대들이여.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물리치도록 도와다오.”


에우로파와 나트-나시 자매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으나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다. 약 반수 정도의 인원들이 눈동자가 풀린 채 자신들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있었으며 나머지 인원들도 일순 자신들의 머릿속을 휘저어온 몽롱한 느낌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위, 위험하다. 저 자가 ‘매혹의 시선’을 사용한 듯 하오!”


간신히 제정신을 차린 이들 중 한 명이 외쳤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델리우의 시선 공격에 걸려든 이들이 자신 주변에 있는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야 임마, 이게 무슨 짓이야!?”

“이보게, 정신 차리게! 자넨 지금 조종당하고 있어!!”


진형을 갖추고 있던 에우로파의 조력자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델리우는 만족스럽지 못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 정도 상대에게조차 이런 결과인가. 역시···이 기술은 잘 되지 않는군. 이런 건 체르니, 그녀의 특기였는데···”


만약 전원을 조종할 수 있었다면 바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쉬운 기색과 함께 동료인 듯한 자의 이름을 되뇌며 델리우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온 몸에서 지금까지 이상의 위압적인 중압감과 함께 암청색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허나 이것으로 그대의 지원군은 더 이상 그대를 도울 수 없게 되었군.”


전투태세를 갖추며 다가오는 델리우와 그의 부하들에 대해 나트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고 나시 역시 허리에 차고 있던 완드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완드라기보다 홀에 가까울 정도로 호화스러운 외형을 하고 있었는데, 약 50센티미터 정도의 길이를 가진 몸체는 은은한 금빛이 도는 은색 금속이었으며 중간중간 다양한 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 끝에는 주먹 반 개만한 녹색 수정을 드래곤의 형상으로 조각된 금속 장식이 감싸고 있었다.


“나트여, 그리고 그 자매와 마도병기를 사용하는 인간이여. 이것으로 동수의 대결이다.”


델리우와 세라 역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둘의 검은 거의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약 70센티미터 정도의 길이의 검날치고는 손잡이의 길이가 40센티미터 정도로 긴 편이었다. 날의 너비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인 검은 검신 끝이 팔랑거릴만큼 두께가 얇았다.


“제길···! 아직 정신지배를 당하지 않은 분들은 1번 팀의 예정 전장으로 정신지배 당한 분들을 유도하십시오! 그곳에서 지배당한 분들을 무력화시킨 뒤 다시 합류해주시기 바랍니다!”


약 반수 정도가 정신지배를 당한 상황. 다만 그가 가지고 있던 정보와 경험에 근거하였을 때 저항에 성공한 이들이 조금은 더 강한 이들이었다. 게다가 정신지배의 영향인지 지배당한 상태의 인원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단조로워진 상태. 본래는 아군이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는 핸디캡을 감안해도 결국에는 아직 온전히 정신을 유지한 인원들 측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아. 그럼 시작해 보도록···하지!”


델리우의 몸이 쏘아지듯 육박해 들어왔다. 그는 곧장 나트를 향해 검을 내질렀고 나트는 검을 비스듬히 기울여 그것을 흘려내려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나트의 방어자세는 델리우의 원하는 바대로였다.


-카가각


쇠가 마찰되는 소리와 함께 델리우는 그대로 빗겨가듯이 나트를 지나쳤다. 나트는 아차싶은 생각에 몸을 돌려 델리우를 저지하려 하였으나 이윽고 그의 뒤에서 나타나는 세라와 도드룸의 의해 가로막혔다.


“주군을 방해할 수 없다!”


델리우의 것과 같은 형태의 검이 다시금 나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반쯤 몸을 돌리던 나트는 황급히 다시 정면을 향해 몸을 움직이며 세라의 검을 정면에서 받아내었다.


“크윽!”


역시 신체능력으로는 나트의 우세. 검을 통해 팔 전체로 전달되는 충격에 그녀는 일순 뒤로 물러났다.


“세라, 옆으로.”


이윽고 도드룸이 나트에게 쇄도했다. 측후면 비스듬한 각도에서 나타난 그는 검푸른 기운으로 덮인 주먹을 나트의 사각을 향해 내질렀다.


“으윽!”


억지로 몸을 비틀어 검을 든 쪽의 팔꿈치로 그의 주먹을 받아치며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물러섰다.


“나시!”


동생의 안위를 걱정하는 나트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델리우가 그녀의 바로 눈앞까지 육박하였다.


“우선은 그대부터다.”

“어림도 없어요. 점멸!”


델리우의 짧은 올려베기를 전이 마법으로 회피한 나시는 몇 미터 정도 후방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델리우는 이미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림없다는 말을 하기엔 행동이 너무 단조롭군.”

“···이건!”


나시는 자신의 발밑에서 준동하는 위협적인 힘을 느끼고 다시금 전이 마법을 사용하려 하였지만 그녀의 발밑 주변에서 솟아난 검은 가시들은 한 수 더 빠르게 그녀를 노리고 뻗어나왔다.


“수호벽 전개.”

『승인. 대상을 보호합니다』


에우로파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커다란 륜의 일부가 분리되어 나시의 머리 위로 전이되어 나타났다. 이윽고 그것으로부터 마법 문자들이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나시의 주변 전체를 감싸는 방어벽을 생성하였고 델리우의 가시 공격은 방어벽에 가로막히며 튕겨나갔다.


“에우로파···!”

“며칠 전에 알려줬잖아, 거리를 두라니까!”


그는 나시와 델리우의 대각선 방향 후방의 공중에 떠 있었다. 델리우의 공격으로부터 나시를 보호한 그는 곧바로 반격을 개시하였다.


“추적 광탄!”

『승인. 목표를 향해 광탄 조사』


아직 에우로파의 주변에 머물고 있는 나머지 륜의 조각들도 처음 합쳐지기 전의 형태로 각각 분리되어 그의 주변의 허공에 떠 있었다. 남은 조각들에서도 문자들이 빛을 발하더니 이윽고 그것들로부터 십수 개의 광탄이 파괴적인 기운을 머금은 채 곡선의 궤적을 그리며 델리우를 향해 쇄도하였다.


“이 힘은···!”


무언가에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는 와중에도 델리우의 방어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검에 암청색의 기운이 맺히더니 이윽고 그는 기민하게 검끝을 움직여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광탄들을 쳐내며 옆으로 달려나갔다.


“단순한 마도병기가 아니군. 이 힘은 ‘관리자’들의···”


델리우가 검을 쥔 반대편 손을 뻗자 에우로파 주변의 허공에 다수의 검은 구체들이 생성되었다. 이윽고 그것들은 기괴한 형태로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다수 방향으로부터 공격 위험 감지. 자동 방어 기능 작동』


에미넨트에 의해 에우로파 주변에 반투명한 방어벽이 생성됨과 거의 동시에 일그러진 검은 구체로부터 다수의 가시가 뻗어나왔다. 검은 가시들은 방어벽을 뚫지는 못하였지만 공중에 떠 있던 에우로파를 이리저리 밀쳐내며 흔들어대었다.


“으어엇!”

『위협 대상에 대한 요격 개시』


에우로파 본인이 방어막으로 자신을 보호한 채 공중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와중에도, 에미넨트의 륜은 다시금 광탄을 생성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를 회복한 에우로파가 다시금 반격을 하기 위해 델리우가 있던 위치를 살폈을 때에는 어느 새인가 그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목표 상실. 요격 불가』

“그런···녀석은 어디에?”


델리우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는 에우로파의 등 뒤의 허공에 다시금 검은 구체가 생성되었다. 에우로파 역시 그것을 알아채고 몸을 돌렸을 때 그것은 이전처럼 가시를 생성시키지 않고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평범한 마도병기가 아닐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목표, 후방에 출현』

“!!”


검은 구체로부터 솟아오르듯 델리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검을 들어올리더니 곧바로 에우로파를 향해 내려쳤다.


-카앙

“크읏!”


에우로파는 에미넨트를 제어하여 델리우의 방향으로 륜의 조각들을 전개시켜 검을 막아냈다. 덕분에 그의 검에 상처를 입는 것은 면하였으나 그 충격 전부를 상쇄하지는 못하였는지 거의 지면에 닿을 높이까지 밀려났다. 에우로파를 공격한 뒤 지면에 착지한 델리우는 다시금 도약하여 에우로파를 향해 공격 기세를 이어갔다.


“설마 ‘관리자’들의 유산일 줄이야.”

“···관리자?”


델리우가 말하는 내용은 에우로파 본인도 모르는 것이었다. 만약 그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자신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에미넨트라는 마장기가 단순히 ‘초대 히아스가 만들어낸 마장기’가 아니라, 무언가 자신이 알고 있던 이상의 더 큰 배경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정도의 예상은 가능했다.


『아군 설정 대상으로부터 피해 위협 감지』


델리우의 공격에 밀리고 있던 에우로파에게 경고음성이 들려왔다. 상황을 확인해보니 나시가 마법 주문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물러나요, 에우로파. 강뇌!”


나시의 외침과 그녀가 들고 있던 로드의 보석에서 강한 녹색 빛이 번쩍였다. 이욱고 하늘로부터 수 가닥의 굵은 번개가 에우로파와 델리우를 향해 내리꽂혔다. 그녀가 들고 있는 로드의 힘에 의한 것인 듯, 이전 도드룸에게 사용할 때보다도 더욱 강력한 기세의 번개였다.


“저, 점멸!!”


반사적으로 에우로파는 전이 마법을 사용하여 공격 범위로부터 뒤로 물러났다. 그가 전이 마법을 사용하는 순간 빈틈을 노출하였으나 델리우 역시 자신의 검에 검은 장막을 생성하여 번개를 방어하는 도중인 덕에 공격당하는 위험은 면하였다.


“이게 무슨 짓이야! 팀킬이라도 할 생각이었어?”


에미넨트가 먼저 경고를 해 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번개에 직격당했을 것이다. 나시의 옆에 전이한 에우로파는 목숨을 위협받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따졌지만 오히려 나시는 태연하게 답변했다.


“팀킬이 무슨 의미인지···무튼 그래서 경고했잖아요? 물러나라고.”

“경고만 하고 장땡이 아니잖아!”

“게다가 그 마장기는 ‘드래곤도 씹어먹을 정도의’ 막강한 마장기라면서요? 겨우 이 정도에 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도대체 뭐가 불만···!”


뭔가 심하게 가시가 돋혀있는 나시의 반문에 에우로파는 황당해서 일순 말문이 막혔다. 대체 뭐가 그렇게 거슬렸던 건지 영문을 모를 에우로파가 따지려는 순간 그의 후방으로 누군가가 접근해왔다.


“크윽!”


다행히 적은 아니었다. 도드룸과 세라의 협공에 나트는 에우로파와 나시의 바로 뒤까지 밀려나고 있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세라와 도드룸을 번갈아보았다.


“저 남자같이 생긴 여자는 둘째치고. 저 덩치 큰 녀석, 요전에 싸울 때는 이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작가의말

에우로파 입장에서, 에미넨트가 사기템이긴 하지만.

적도 사기급이죠...

당연하지만 ‘본체’의 경우 이미 몇 차례 언급된 만큼, 차후에는 그 본체 역시 등장할 계획입니다.


최종전 시작되었습니다.

나름 개그요소를 넣어본다고 전투 개시 직전에 조금 넣어봤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전형적이라 아재개그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관심어린 덧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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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0 파란펜촉
    작성일
    17.09.05 14:16
    No. 1

    에미넨트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델리우가 어마무시한 건 아니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AAKHS
    작성일
    17.09.05 15:46
    No. 2

    1화부터 지나치게 블록버스터한 놈들이 나오면 나중에 전투력 밸런스 유지하기 힘들어지죠.

    게다가 앞선 내용에서 계속 묘사한 점도 있지만, 델리우는 이미 저주 때문에 상당히 쇠약해진 상태라 본인 입장에선 페널티 매치라는 상황도 있겠구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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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셋트업(Setup) - 1편-9 +3 17.07.10 88 1 11쪽
9 셋트업(Setup) - 1편-8 +2 17.07.09 93 1 19쪽
8 셋트업(Setup) - 1편-7 +4 17.07.09 68 1 19쪽
7 셋트업(Setup) - 1편-6 +4 17.07.08 139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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