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영합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900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7.09 15:00
조회
93
추천
1
글자
19쪽

셋트업(Setup) - 1편-8

DUMMY

“결국 또 여기인가.”


주점의 입구에 도착한 에우로파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스승의 도움을 감안해도 여전히 용병을 고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할 수 없지. 여기만큼 모험가나 용병 나부랭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도 없으니···”

“미안하군. 나부랭이라서.”

“아 미안.”


베쿰의 농담조 섞인 딴지에 형식적인 사과를 한 뒤 여전히 투덜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에우로파의 모습에 그의 제자들이 수근거렸다.


“그러고보니 스승님···작위를 받으신 다음부터 말투나 행동거지가 거만해지신 거 같지 않아?”

“응. 엄청.”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지만 주점의 내부에서는 술 냄새가 물씬 풍겨오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오늘따라 유난히 모험가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여어.”

“음? 미안하지만 아직은 마땅히 새로 들어온 정보가 없는데.”


카운터 근처에 서 있던 드워프가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물거리며 말하였다. 하지만 에우로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오늘은 다른 용무로 왔어. 용병을 고용할까 해서.”

“···용병? 자네처럼 용병을 싫어하는 작자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답변을 생략한 채, 에우로파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드워프의 앞에 몇 개의 금화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단, 여기 있는 전원에게 맥주 한 잔씩 돌리면서 이야기를 해 볼까.”


에우로파와 드워프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종업원들이 눈치 빠르게 맥주잔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공짜 맥주에 주점 내의 시선들이 일제히 에우로파에게로 집중되었다.


“시작해.”

“···예에.”


눈치는 그럭저럭인듯 하지만 아직 멀었어. 에우로파가 혀를 차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자는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자, 자아. 이곳에 모인 모험가, 그리고 용병들은 주목해 주시게. 지금 여, 여기 계신 이 분으로 이야기할 것 같으면···프로튼 왕국의 차석 마법사인 에, 에우로파 세류아 남작, 남작이시다!”


말은 했지만 주점에 모인 이들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다만 몇몇 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소란스러운 가운데 묻힐 뿐.


“세류아 남작? 들어본 적이 없는걸?”

“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돈은 좀 있어 보이는데 말야.”

“그건 그렇고 왕실의 차석 마법사? 너무 젊은데?”

“게다가 생긴 건 영 아닌 거 같고 말야. 크하하하.”


영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 대세인 와중 구석에서 누군가가 꽤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아, 나 저 양반 알아! 제오카 상회의 큰손이야.”

“제오카 상회? 요즘 대륙 전체에서 잘 나가는 큰 상회잖아?”

“이봐, 그렇게 잘나신 분이면 맥주 말고 좀 좋은 걸로 쏘고 이야기를 하는 게 어때?”


그 이야기로 그나마 에우로파에 대한 평가가 놀라움과 경외로 바뀌어가는 중 한 사내가 방금 에우로파가 돌린 맥주잔 중 하나를 들고 자리에 일어서면서 말했다. 그 이야기에 더욱 더 주점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래, 그래. 왕실 차석 마법사에 큰 상회도 가지고 있으시다면 돈도 많을 거 아냐?”

“좀 비싸게 써 보라고. 옷도 그렇게 비싸 보이는 걸 입고 다니면서 말야.”

“그런 대단한 분이 겨우 맥주 가지고 생색내는건 좀 아니지 않아?”


순식간에 주점의 모든 시선이 에우로파에게로 집중되었다. 에우로파는 잠시동안 그들의 웅성거림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맥주 한 잔도 아까운 싸구려들이 말은 많네.”

“···뭐?!”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비교적 앞자리에 있던 사내 중 한 명이 에우로파의 혼잣말에 인상을 구기며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보실까?!”


순식간에 주점 내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정적을 타고 에우로파는 쐐기를 박았다.


“네녀석들은 맥주 한 잔도 아까운 싸구려라고 했다.”

“이 자식···귀족이라고 듣고만 있자하니, 말 다했냐!”

-덜컹


테이블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내에게 에우로파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손바닥을 향하며 담담하게 주문을 외웠다.


“충격파.”

“크억!”


에우로파의 손으로부터 공기를 왜곡시킬 정도의 충격파가 발사되었다. 돌풍을 동반한 충격파는 너무나 간단하게 사내를 주점 반대편 구석까지 날려버렸다.


-쿠당탕

“···!!”


일순간에 주점은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정작 에우로파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털며 고개를 돌렸다.


“거봐. 이거 한 방도 아깝다니까. 아니 그것보다 왕실 차석마법사라고 밝혔는데도 덤비는 멍청함은 대체 뭐야?”

“이 자식!”

“잘도 까불었겠다!”

“그만!”


일행인 듯한 사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지금껏 조용히 옆에 있던 베쿰이 노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행동일 뿐, 베쿰은 에우로파를 나무랐다.


“일단은 고용된 몸이니까. 하지만 말야···이번엔 댁이 잘못한 거요.”

“흥. 버러지 주제에 감히 나에게 덤비니까 이렇게 된 것 뿐이라고.”


서로 작은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던 중, 사내들 중 한 명이 그를 알아본 듯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소···소드마스터 베쿰!”

“베쿰이라고?”


무기를 들고 일어섰던 사내들이 일순 경직되었다. 이윽고는 그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


순식간에 조용해진 주점. 에우로파는 헛기침을 하며 거만한 시선으로 주점에 앉아있는 이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흠, 흠. 진작 이럴 것이지. 그럼 본론을 이야기하도록 하지.”


에우로파의 손짓에 따라 그의 제자들이 들고 있던 지도를 펼쳐 들어올렸다. 양 팔로 지도를 잡은 채 최대한 위로 번쩍 들고 있어야 끝이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커다란 크기였고, 무게 역시 그에 걸맞게 상당했다.


“근래 이 도시에 일어나고 있는 괴 사건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아는 자들도 있겠지만 이 도시는 ‘마도기’라는 특별한 수단을 통해 마력을 공급하고 있다.”


제발 그렇게 폼 잡지 말고 빨리 끝냅시다 스승님, 예!? 양 끝에서 지도를 들고 있는 제자들은 벌써부터 그것을 들고 있는 팔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에우로파는 혀를 차며 자신이 예정했던 머릿속 대본의 분량을 크게 줄였다.


“···본론만 말하지. 이 몸은 이 사건을 일으킨 괘씸한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다.”


용병들 세계에서 고용주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죽이든 살리든 따지지 않으니 아무튼 잡아서 끌고 오라’는 의미이다.


“물론, 보수는 섭섭지 않게 주겠다. 단, 실력 및 성과제다. 어이.”


에우로파가 손가락을 튕기자 옆에 서 있던 제자가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펼쳐 읽어내렸다.


“참가 시 보수는 기본 하루 5드롭. 단, 검투사 급 이상 검사 또는 1속성 7위계 이상 마법사는 2배. 검기사 급 또는 1속성 마스터 급인 경우는 3배. 그 이상 수준일 경우는 별도 상담. 보수는 3일 단위로 지급하겠다. 또한 범인을 죽인 경우는 한 놈당 2천 드롭, 우두머리는 5천 드롭. 산 채로 사로잡은 경우 여기에 1천 드롭 추가.”

“오오···!”


제법 파격적인 액수에 놀란 듯 주변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제서야 좀 자신을 우러러보는 듯한 주변의 시선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에우로파가 특유의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물론, 현금이다. 짤랑짤랑한 금화로.”

“오오!”

“당연히 보상은 즉석에서.”

“오오오!!”

“접수는 저쪽에서.”

“우오오오!!!”


어느새인지 테이블 하나와 필기구까지 갖춘 채 제자 두 명이 간이 접수처를 만들었다. 주점 내에 있던 용병들은 너도나도 달려들어 참가 의사를 밝혔다.


“나, 난 말이요. 검투사 급은 아니지만 나름 잔뼈가 굵다고 생각하는데···경력으로 어떻게 보수 좀 안되겠소···?”

“그런 건 나중에 스승님께 물어보시고 우선 이름부터 알려주시게.”

“난 3속성 5위계 마법사인데···”

“그런 건 나중에 스승님께 물어보시고 이름부터 알려주시게.”

“혹시 이 검 알고 계시오? 소드마스터 베쿰만큼이야 안되겠지만 말씀드리자면···”

“그런 건 나중에 스승님께 물어보시고 이름부터 알려주시게.”

“우린 8명이 한 팀인데 단체로 참여하면 혹시 추가 보수라도···”

“그런 건 나중에 스승님께 물어보시고 이름부터···”


역시나 대부분 어중이 떠중이로군···그나마 커트라인에 적은 차이로 못 미치는 이들이(스스로는 그래도 수준 좀 된다고 생각하나본데, 그래봐야 잔챙이 맞구만) 어떻게든 한 푼의 보수라도 더 받아보려고 실랑이를 하는 모습에 에우로파는 한숨을 쉬었다.


“여튼. 용병이라는 녀석들이란···”


그러던 도중, 이 와중에서도 전혀 관심없다는 듯 무심경하게 앉아있는 두 소녀의 모습이 에우로파의 눈에 들어왔다.


“저 소녀는···”


그 때 그 소녀다! 자신이 이곳 세인스 시에 오던 날, 무너진 제어탑 근처에 서 있던 냉랭한 눈빛의 금발 소녀. 그리고 그녀와 일행인 것으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머리를 한 소녀.


“어헛! 오늘도 와 있었나?”


요전의 일이 아무래도 분했는지 베쿰 역시 소녀를 알아보고 검을 빼들었다. 대뜸 싸움을 걸려는지 공격적인 걸음걸이로 그녀들에게 다가가려는데


“이봐. 왜 너희는 계속 가만히 있는 거지?”


에우로파가 조금 더 빨랐다. 둔해터진 체력미달 마법사가 이럴 때는 비상하군. 어느 새 거기까지 간 거지?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상당히 좋은 조건인데말야. 너희들도 용병이나 모험자니까 이곳에 있는 거 아닌가?”


주절주절 에우로파가 떠들든 말든. 소녀들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들고 있던 잔을 비우고 있었다. 잔에 담겨있는 하얀 액체는 아무래도 우유인가보다.

아직 어린애들인 건 맞나보군. 에우로파의 말투가 조금 사근사근해졌다.


“그건 그렇고, 여긴 주인은 영 되먹지 못했지만 술은 그럭저럭 맛있는 곳이라고. 우유만 마시고 있기엔 아까울 정도로. 뭐, 나라면 훨씬 더 좋은 술을 대접할 수도 있지.”


어찌되든 결국 용병이겠지. 소녀에 대한 에우로파의 생각은 아직까지는 비교적 단순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용병이라는 이들이 베쿰처럼 무조건 술 이야기에 혹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래도 오류였지만 그런 것까지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에우로파였다.

애당초 술에 관심이라도 있었으면 우유나 마시고 있었겠는가.


“요전 번에 베쿰을 상대할 때 보니 상당한 수준의 마법검사 같은데. 어때, 보수는 넉넉히 줄 테니 잠시 내 일을 도와줄 생각은 없나?”


좀 뭐라고 대답 좀 해봐라 이 계집애야. 속으로만 삼키며 에우로파는 말을 이어나갔다.


“게다가 이건 큰 일이라고. 아직 어린만큼 앞날이 창창하잖아? 앞으로의 모험가 생활에 있어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지. 선량한 주민의 생명과 터전을 위협하는 잔학무도하고 흉측한 뱀파이어 괴물 놈들로부터 위기의 세인스 시를 구해낸 영웅···크억!”

-빠악


준비된 작업용 멘트마냥 막힘없이 이야기하던 에우로파는 순간 눈앞에 번개가 번쩍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에우로파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는 빈 우유잔은(언제 비웠을까) 상당히 세게 때렸는지 모서리가 찌그러져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무례하기도 정도가 있지!”

“무례한 것은 네 놈이다!”

“뭐···?”


도도한 목소리는 격분한 듯 억양이 고조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췌 영문을 모르는 에우로파는 시큰거리는 코를 부여잡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네 놈이 대체 뭘 안다고 그렇게 마음대로 떠드는게냐? 비천한 인간 벌레놈들이라고 하면 네놈은 기분이 좋겠느냐?!”


소녀를 노려보는 에우로파 이상으로 그녀의 눈빛은 사나웠다. 원래부터 다소 치켜떠져있던 눈매에 힘이 들어가자 마치 날이 서 있다고 생각될 정도의 기세가 느껴졌다.


“언니. 그만둬···!”

“이거 놔! 정말이지 보자보자 하니까···!”

“언니이···”

“다시 말해봐라. 잔학무도하고 흉측한 뭐라고?”


동생인 듯 보이는 에메랄드 머리칼의 소녀가 그녀를 만류했다. 하지만 금빛 머리 소녀는 쉽게 흥분을 가라앉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감히 날 때리다니···!”


흥분한 것은 에우로파도 마찬가지였다. 좀 전의 용병처럼 마법으로 소녀를 손봐주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문을 외웠다.


“충격파!”


주문의 영창과 함께 에우로파의 손으로부터 작은 파장이 생겨났다. 그 파장은 이내 커다란 마력의 파도가 되어 소녀를 날려버렸어야 했는데


“···음??”


그 이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문이 잘못되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거기까지 해주세요.”


아무래도 금발 소녀 뒤에 있던 에메랄드 머리칼 소녀가 에우로파의 마법을 저지한 듯 싶었다.


‘주문 방해? 하지만 어느 새에···?’


설마 내 주문 영창보다 더 빨랐다는 건가?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사전에 눈치를 챘었다는 것일 터.


‘게다가 주문 영창도 들리지 않았어···’


이거, 꽤나 터무니없을지도. 상대의 수준에 에우로파는 일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언니도 그만 해.”

“하지만···!”

“언니!”

“······”


아무래도 저 쪽이 동생이 맞는 듯 하다. 아니,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당장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화가 가라앉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기세가 누그러지자 에우로파는 되려 기세등등해지기 시작했다.


“잠깐. 지금 귀족을 폭행하고는 이제와서 모른 척 하겠다는 건가?”

“······”

“이봐! 설마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


아주 일순간. 에우로파를 흘겨보는 에메랄드빛 머리 소녀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하지만 워낙 짧은 순간이라 그런지 흥분하여 눈치를 상실한 에우로파는 물론, 그녀의 언니인 금발 소녀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봐. 일단 코피부터 어떻게 좀 하지 그러쇼?”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베쿰이 에우로파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끼어들었다. ‘내 참. 원래 싸움을 걸려는 건 나였는데···’라고 속으로 혀를 차면서.


“음? 어라? 아아···아니!!”


그제서야 이성을 되찾은 듯 에우로파는 한 순간에 수 단계의 반응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베쿰의 개입에 당황하는가 싶더니 뒤늦게야 자신이 코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리고는 반사적으로 코를 막으려 손수건을 꺼내다 한 박자 늦게 경악하였다.


“코, 코피이!!”

“···바보냐?”


어이없다는 듯한 베쿰의 반응은 일단 제끼고. 에우로파는 급히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히겅앙진 계힏을···조케조케 얭이하여 행능에···!”


잠시 지나서 코피가 멎자 에우로파는 코피를 막던 손수건을 거칠게 집어던지며 기세 좋게 말했다.


“건방진 계집들. 사람이 좋게 말로 하니까···음?”


없다?

에우로파가 코를 부여잡고 천장을 보고 있던 것이 대략 10여 초 동안이었다. 그동안 소녀들은 아직도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느라 정신없는 다른 용병들 틈새를 비집고 주점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저것들이···야!!”


급기야 에우로파의 이성이 그를 떠나 머나먼 여행을 가버렸다. 그는 다짜고자 삿대질을 하며 거친 욕설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 시건방진 꼬맹이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를 !@#!@%!한 !@#$!$!놈의 자식들 같으니. #%$!를 @#%!!해서 !@$#!%!한 @!#%!%!로 !@$~!~~~해버릴테다. 도대체가 어디서 굴러먹던 잡쓰레기의 자식인지 도대체가 예의도 없고 제멋대로 막나가겠···!!”


듣고 있던 베쿰조차 당황할 정도로 온갖 험악한 욕설을 쏟아내며 정신없이 입을 놀리던 중 에우로파는 돌연 느껴지는 한기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하는 욕을 들었는지 소녀가 몸을 돌려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 뭐야. 그렇게 야리면, 뭐뭐, 어쩔 건데?”


급격히 위축되어 도저히 귀족답지 않은 말투가 나왔지만 그래도 방금 전 기세가 있어서인지 완전히 위축되지는 않았나보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이었다.


“나시. 저런 소리까지 하는데, 그냥 갈 수는 없겠지?”

“으음···할 수 없네. 어머니께서도 무례한 사람은 바로 그 자리에서 버릇을 고쳐 주어야 한다고 하셨고···”

“무엇보다 저 녀석, 감히 부모님을 ‘잡쓰레기’라고 했다고.”


소녀가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그녀의 등뒤로 어두운 오오라가 풍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하면 안 돼. 여긴 우리 집이 아니니까.”

“알고 있어.”


아니, 기분 탓이 아니다. 정말로 그녀로부터 검은 오오라가 뿜어지고 있었다. 그녀의 몸으로부터 스산한 검은 기운이.


“이봐, 남작 나리. 계속 쫄아 있다간 목이 달아나겠수다?”

-채잉


어느 새인가 베쿰이 검을 빼어들고 있었다. 날카로운 금속음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에우로파가 반사적으로 허리춤에서 카드 몇 장을 꺼내들었다.


“뭐야, 싸움인가?”

“이봐, 그러고보니 저 계집. 전에도 베쿰과 싸웠던 그 꼬마 아냐?”

“이번엔 2대 2인가? 게다가 그 왕실마법사 나리로군.”


한참 정신없이 등록중이던 모험가들이 갑자기 들려온 금속음에 또다시 볼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비켰다. 순식간에 주점 중앙에 는 에우로파와 베쿰. 그리고 금발 소녀와 녹빛머리 소녀만이 위치하고 있었다.


“걱정 마. 죽이지는 않을 테니. 그 버릇없는 혀를 뽑아버리는 정도로 봐 주지.”

“···!?”


소녀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어들었다. 폭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레이피어 치고는 상당히 긴 편인 대략 1미터 정도의 검신이었다. 손잡이까지 합치면 거의 1.2~1.3미터에 이르는, 소녀의 신장을 고려해볼 때 과연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싶을만큼 긴 검이었다.


“베쿰···이상하지 않아?”

“음? 뭐가?”

“저 계집. 어째 처음 보는 것 같지도 않고···무엇보다 이 으스스한 느낌, 아주 최근에 겪었던 것 같은데말야. 그냥 기분 탓은 아닌 것 같아.”

“그러슈···? 난 잘 모르겠는데.”


에우로파는 이 낯설으면서도 경험해본 적 있는 듯한 이 느낌에 방금 전까지의 여유나 흥분이 일거에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위험하다. 진짜로 상대하지 않으면 죽을 지도 몰라.


“제길. 요즘 왜 이렇게 터무니 없는 일들이 내 주변에 꼬여드는 거야?”


그러니까 그 거만하고 막나가는 성격 좀 어떻게 해 보란 말입니다. 도와줘야 할 지 그냥 보고 있어도 좋을 지 고민하는 제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이제 얼추 1편의 3분의 1쯤 왔군요


사실 화폐개념은 여간해서 잘 언급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번 화에서는 별 수가 없었습니다. ‘한 장’이라던가, ‘이만큼’이란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가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뭔가 애매하더라구요.

때문에 여기서 언급한 금액에 대해서는 ‘저 정도면 전설급 무기 하나 마련할 수 있는 돈인가?’라는 생각대신 ‘그냥 많은 액수인가보다’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금화 하나가 현실화폐로 이만큼 정도에 수렴한다’는 식으로 쉽게 설정하겠다면야 쉽게 할 수도 있지만, 세계관을 고려한 물가개념이나 화폐유통 같은걸 그럴싸하게 넣으려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포기했습니다.

애초에 제 글에서 그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셋트업(Setup) - 수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셋트업(Setup) - 2편-35 17.07.29 136 0 15쪽
35 셋트업(Setup) - 2편-34 17.07.28 102 1 17쪽
34 셋트업(Setup) - 2편-33 17.07.27 98 1 17쪽
33 셋트업(Setup) - 2편-프롤로그(하)-32 17.07.26 99 0 18쪽
32 셋트업(Setup) - 2편-프롤로그(상)-31 17.07.26 71 0 18쪽
31 셋트업(Setup) - 1편-에필로그-30 17.07.25 60 0 12쪽
30 셋트업(Setup) - 1편-29 17.07.25 98 0 12쪽
29 셋트업(Setup) - 1편-28 17.07.24 77 0 11쪽
28 셋트업(Setup) - 1편-27 17.07.24 45 0 12쪽
27 셋트업(Setup) - 1편-26 17.07.23 90 1 13쪽
26 셋트업(Setup) - 1편-25 +2 17.07.22 110 1 16쪽
25 셋트업(Setup) - 1편-24 17.07.21 73 0 15쪽
24 셋트업(Setup) - 1편-23 +2 17.07.20 110 1 17쪽
23 셋트업(Setup) - 1편-22 17.07.19 74 0 16쪽
22 셋트업(Setup) - 1편-21 +2 17.07.18 98 1 18쪽
21 셋트업(Setup) - 1편-20 +4 17.07.17 90 2 15쪽
20 셋트업(Setup) - 1편-19 +2 17.07.16 81 1 11쪽
19 셋트업(Setup) - 1편-18 +2 17.07.15 88 1 21쪽
18 셋트업(Setup) - 1편-17 +2 17.07.14 126 1 13쪽
17 셋트업(Setup) - 1편-16 +2 17.07.13 78 1 13쪽
16 셋트업(Setup) - 1편-15 +2 17.07.13 125 1 17쪽
15 셋트업(Setup) - 1편-14 +2 17.07.12 103 1 12쪽
14 셋트업(Setup) - 1편-13 +2 17.07.12 100 1 13쪽
13 셋트업(Setup) - 1편-12 +2 17.07.11 94 1 19쪽
12 셋트업(Setup) - 1편-11 +2 17.07.11 157 1 14쪽
11 셋트업(Setup) - 1편-10 +2 17.07.10 103 1 12쪽
10 셋트업(Setup) - 1편-9 +3 17.07.10 88 1 11쪽
» 셋트업(Setup) - 1편-8 +2 17.07.09 94 1 19쪽
8 셋트업(Setup) - 1편-7 +4 17.07.09 68 1 19쪽
7 셋트업(Setup) - 1편-6 +4 17.07.08 139 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