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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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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8
추천수 :
64
글자수 :
447,005

작성
17.07.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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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셋트업(Setup) - 1편-15

DUMMY

갑작스러운 나트의 등장에 거구 맹인 뱀파이어 남성-도드룸은 당혹감에 가까운 의문을 그녀에게 표하였다.


“이해할 수 없군. 그대는 어찌하여 동족이면서···”

“동족끼리는 싸우면 안 된다는 규칙같은 건 없는 걸로 아는데.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그런 규칙은···없다.”


쓰게 답변하며 도드룸은 그녀에게 질문하였다.


“적어도 동족을 만났으니 내 소개는 하도록 하지. 나는 퓨레드나 일족의 수장, 델리우 님을 섬기는 가신 타룸의 아들, 도드룸이다. 그대의 이름은?”

“거 자기소개 한번 길구먼···”


뱀파이어 세계의 규칙이나 예법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기 출신이라던가 등을 알려주면서 일종의 설득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 에우로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건 잘 몰라. 내 이름은 나트. 라니오스와 티니의 장녀 나트다.”


단순히 상대의 인사말을 흉내내는 수준인 듯한 형태의 자기소개를 하는 나트의 대답 와중에도, 도드룸은 마치 살피듯 빤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가···그렇습니까. 모르는 이름 뿐이군요.”


나트로부터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갑자기 상대의 말투가 존대어로 바뀌고 정중해졌다. 뱀파이어들의 사회구조나 위계 등은 전혀 모르는 에우로파였지만 적어도 나트가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제법 고위의 존재이며,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만드는 계기로는 충분했다.


“당신 정도의 순혈종을 모르다니···아무래도 우리가 잠들어 있던 사이에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듯 싶습니다만.”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너희 가문이나 네가 누군지 모르고 알 생각도 없어.”


상대의 배경이나 사정 따위는 관심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금 양 주먹을 쥐며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양 손으로부터 검붉은 기운이 형성되더니 이내 그것은 팔꿈치까지 뒤덮어갔다.


“요점만 말해. 싸울 거야 말 거야?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동족이라고 하니 굳이 서로 해를 입히고 싶지는 않아. 이대로 물러나 줬으면 하는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직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에.”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서로 원망은 하지 말자고.”

“그렇게 하기로 하지요.”


그렇게 두 사람이 막 싸움을 시작하려는 순간, 나시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전에 한가지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평온한 걸음걸이로 나트의 옆에 서는 나시를 향해 고개를 향한 도드룸은 방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음···이거 또 고귀하신 분이···”


그는 일시적으로 양 팔을 감고 있던 검은 기운을 풀며 나시를 향해 목례를 하였다.


“실례지만 먼저 질문드리겠습니다. 혹시 두 분은 무슨 관계이신지요?”

“···에?”


의문사를 뱉은 것은 에우로파였다. 저 둘이 무슨 사이냐니?


“무슨 의미로 그런 질문을 하신 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둘은 자매입니다. 제가 동생이지요. 답변이 되셨나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그런 것으로.”


도드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옆에서 듣고 있는 에우로파는 방금의 대화들에 대하여 연속적으로 갖가지 의문사항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끼어들어 질문을 할 타이밍은 아니었기에 그는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에서 그는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도, 방금 전의 대화에 대한 의문점에 대한 고민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쪽이 하실 질문은 무엇인지?”

“여기 있는 인간-에우로파 씨의 이야기대로라면 그대들은 이 도시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그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만약 저희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실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 도움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


갑자기 이야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급전개될 것 같다는 생각에 두 눈을 번쩍 뜬 것은 에우로파만이 아니었다. 이미 그녀들의 힘을 경험한, 베쿰을 비롯한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일거에 그녀들에게 집중되었다.


“이봐! 무슨 소리야!? 아까는 우리와 협력하기로 했잖아!”

“그래, 나시. 이 인간들을 도와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


방금 전 나시의 발언은 그녀만의 독단이었는지, 나트마저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주변의 반응에 대해 나시는 옆에 있는 나트를 손짓으로 제지하고는, 고개를 돌려 에우로파를 향해 미묘한 미소를 지어보인 뒤 도드룸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 인간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의 목적이 이 도시를 파괴하는 것 그 자체는 아닙니다. 이 도시가 사라지는 것은 저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일 뿐.”

“그렇다면?”

“저희의 목적은 이 도시에 존재하고 있는 레레루르브 뿐입니다. 이렇게 저희가 이 도시의 제어탑을 부수는 것도 그것을 묶어두고 있는 봉인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그걸 필요로 하는 목적은?”

“그건···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리지요.”


나시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혹시, ‘황제 폐하를 위하여’라는 말을 하는, 이질적인 색의 금속으로 된 특이한 복장을 한 분들을 알고 계신가요?”

“···!”


일순 동요한 듯 도드룸의 공허한 눈두덩이 들썩였다. 그리 상세한 설명이 아니었음에도 저 정도로 반응한다는 것은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 나시는 그의 반응에서 확신을 얻으며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들은 저희와 상당한 연이 있는 분들이랍니다. 얼마 전에는 크게 신세를 졌지요. 혹시 그들과 당신들이 관계가 있다면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을런지요.”

“······”


나시의 이야기에 도드룸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들은 저희들의 협력자입니다. 아니, 의뢰인이라 할 수 있을지도···”

“그런가요···솔직한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온화하던 나시의 분위기가 돌변하였다. 칼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여전히 입가에 미소는 남아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무서워 보였다.


“당신들은 저희의 적이군요.”

“그게 무슨···설마!”


그제서야 그녀의 이야기가 유도심문이었음을 깨닳은 도드룸은 아차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눈치채셨나요? 저희는 그 자들을 쫓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자들과 협력관계라고 한다면 당신들 역시 저희 자매의 적입니다.”


도드룸과 반대로 나시는 살기 어린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뒤늦게서야 방금의 대화를 이해한 나트 역시 표정이 호전적으로 변하였다.


“그렇단 말이지. 네놈들도 그 이상한 복장 녀석들과 한패거리라 이거로군!”


나트의 온 몸에 검붉은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듯 거칠게 몰아치는 그 기운은 일전에 에우로파를 향했던 것보다도 강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동족이고 뭐고 필요없지. 도망치게 놔두지도 않을 거고. 네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 준 뒤 사로잡아서 그 녀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어!”


이야기의 진행상황을 파악하면서 에우로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중에 잠시 심장이 덜컥할 정도로 놀라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들은 최소한 이번 사태에 관해서는 자신들의 아군이 되어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뭔가 사연이 있는 여행중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사연이 자신의 예상보다 중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황제폐하 어쩌고 한다는 놈들···가족의 원수라도 되나?”


자세한 건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어쨌든 지금은 전투 중이다. 그녀들이 왔다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도와줄까?”

“필요없어. 이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해.”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말이지. 형식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은 에우로파는 어깨를 으쓱하며 베쿰을 비롯한 병력을 뒤로 물리기로 했다.


“그렇다고 하는군. 다들 안전거리를 확보할 만큼만 철수한 뒤, 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전개. 한 명 정도는 물러났던 용병들과 기사들에게 가서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참여하라고 전해라.”

“예!”

“추가로 한 가지 더. 저 놈의 패거리가 지원을 올 가능성이 높으니 그에 대한 경계감시도 잊지 말고. 만약 녀석의 패거리가 추가로 나타났을 때에는 가능한 직접교전은 피하고 나와 상급 모험가, 기사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선에서 대처하라.”

“알겠습니다!”


에우로파의 지시에 병사들과 기사, 그리고 용병들은 빠르게 주변으로 이동하였다. 무엇보다 적어도 당장은 저 무시무시한 괴물을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그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하였다.


“나시도 물러서 있어. 이런 녀석 쯤.”

“아니. 나도 같이 싸우겠어. 그 자들과 연관된 이상 예의나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으니까.”


어느 새 에우로파와 베쿰, 그리고 용병들은 그녀들로부터 거리를 벌려 사태를 관망하려는 위치로 이동해 있었다. 애초에 같은 인간도 아닌데다가, 바로 전날에는 그녀들에게 쓴맛을 본 터라 도움을 줘야겠다는 등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였기에, 그 행동에는 지체나 망설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쭈어 봐도 괜찮겠습니까?”


이쯤 되면 시간을 끌기 위한 수단이겠지만 나트와 나시는 여전히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언이라도 할 생각인가?”

“그건 아닙니다만···어째서 메이드복을?”

“어···?”


그녀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입고 있는 옷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듯 입을 벌리며 서로가 입고 있는 옷을 쳐다보았다.


“아차···”

“그런 취향이었습니까?”

“아니야!”


굳이 그렇게까지 과대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었지만, 문득 낮에 에우로파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만 나트는 급속도로 얼굴이 붉어졌다.


“너, 너말야! 누누누, 눈도 없으면서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보이지 않지만 대략적인 형태는 인식할 수 있습니다. 헌데, 왜 그렇게 당황하시는지?”

“···알 거 없어!”


흥분에 얼굴이 발개진 나트는 이윽고 그것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이윽고 다시금 양 팔을 들어올리며 검붉은 기운을 형성하였다.


“더, 더 이상 쓸데 없는 소리는 그만 두고 덤비기나 하라고! 납작하게 만들어줄테니.”

“···어쩔 수 없군요.”


도드룸 역시 자신의 양 손을 들어올리며 자세를 취하였다.


“납작한 건 꼬마 아가씨의 가슴인 거 같은데···”

"······"


이 녀석, 생각보다 엄청난 녀석이다! 저들의 싸움과는 별개로, 이 상황에서도 딴죽을 걸고 있는 베쿰의 모습에 에우로파는 다소 경악하고 있었다.





“···조금은 더 영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멍청하네.”


차를 홀짝이며 중얼거리는 레르나의 목소리에 페스크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흡혈종들에게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는 페스크가 질문하였다. 현재 그들의 위치는 에우로파와 도드룸, 나트 등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에서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구역으로, 도시 중앙을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반대편 위치였기에 페스크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니, 뭐 별건 아냐.”


찻잔을 내려놓은 뒤 페스크의 질문에 대한 설명에 앞서 그녀는 자신이 걸치고 있는 클록의 한쪽 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질문했다.


“이 복장, 그렇게 눈에 띄나?”

“글쎄요···”

“···미안. 너에게 물어본 내가 잘못했다. 루드는 어떻게 생각해?”


레르나는 자신의 핀잔에 얼굴이 벌개진 페스크는 어찌되든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고, 그녀들과 거리를 둔 채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루드가 입안에 있던 연기를 뱉어낸 뒤 그녀의 질문에 답변했다.


“흠. 아무래도 재질이 재질이다보니 색이 좀 눈에 띈다는 느낌은 있었지. 하지만 이곳은 워낙 독특한 복식을 한 자들이 많아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저쪽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기라도 했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방금 전에 있었던 나시와 도드룸의 대화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레르나 한 명 뿐인 듯 하였다.


“그 꼬마들. 우리를 본 적이 있었나본데? 그 있잖아. 어제 그 건물 안에서 싸우던 여자애 두명 말야.”

“그런가?”

“응. 심지어 당당하게 선언하는걸. 우리가 자신들의 적이라고.”

“호오···”


입가 가장자리가 비틀린 미소를 짓는 레르나에 호응하듯이 루드 역시 호기롭다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활동한 지는 채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직접 마주할 기회는 없었을 텐데요?”


방금 전 레르나의 무시 섞인 핀잔에 만회를 하려는 듯 끼어드는 페스크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파루였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여전히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우리의 임무. 전체의 일부일 뿐으로 예상.”

“예? 그게 무슨···”


중얼거리는 듯한 파루의 설명에 레르나와 루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페스크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러니까 네가 아직 어리다고 하는 거다.”


들고 있던 담배를 다 피운 루드는 꽁추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페스크가 앉아있는 곳으로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가 아무리 대단하고 잘나신 분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들 내부의 서열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 그런 녀석들에게 이번 작전의 모든 전말을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나?”

“저, 저는 어리지 않습니다!”

“이봐 이봐, 지금 그게 화제의 중심이 아니잖아.”


고개를 좌우로 가로젓으며 루드는 다시 담배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그럼 나중에 막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크윽.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를 쓰러뜨리다니 제법이구나. 허나, 우리를 쓰러뜨린 것 정도로 자만하지 마라. 우리의 동료는 아직도 많이 있으니까. 얼마 안 있어 우리보다 더 강한 이들이 너희를 처치하러 올 것이다. 너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끄악.’ 이런 식으로?”


테이블 위에 상체를 엎드리며, 누가 봐도 장난치는 것이 명백한 과장된 어투로 연기해보이는 레르나의 행동에 루드와 페스크는 피식 웃어버렸다.


“하하하. 농담이 지나치군.”

“그 점은 저도 동감입니다.”


꺼내든 담배를 입게 물고 불을 붙인 루드는 다시금 레르나와 페스크로부터 거리를 두며 질문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좀 덜 눈에 띌만한 복장으로 바꿔 입을까?”

“글쎄. 굳이 다른 걸 입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걸 벗어서 따로 챙겨다니기도 번거롭고. 무엇보다 이곳의 옷은 착용감이나 재질이 마음에 안 들어.”


거기서 페스크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레르나에게 제안을 하였다.


“그렇다면 몸을 가릴 정도의 큰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건 어떨까요? 보아하니 이곳을 지나다니는 자들 중에는 그렇게 하고 다니는 자들도 제법 많으니 크게 눈에 띄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에엑~싫다 그거. 왠지 완전 수상한 악역들 같잖아?”


어린아이가 투정 부리는 마냥 콧소리를 내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레르나의 모습에 페스크는 시무룩해졌으나, 반면 루드는 그의 의견에 꽤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쁜 제안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

“그, 그렇죠? 파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페스크의 질문에도 파루는 여전히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한 채 별 감흥이 없는 억양으로 대답하였다.


“페스크의 제안에 동의. 번거롭지 않고 효율적인 방법이라 판단.”

“그렇죠? 그렇죠?”


어느새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페스크의 시선에 레르나는 한숨을 쉬며 손을 내저었다.


“하아. 그래, 원하는 대로 하세요.”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기쁜 듯 페스크가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루드는 ‘역시 아직 어리구만’이라고 중얼거리며 두 번째 담배를 껐다.


“그럼 나와 파루가 망토를 구해 오도록 하지. 부탁이니 어디 또 엉뚱한 곳으로 새지 말고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라고.”

“안 가. 안 간다고요. 안심하세요. 네.”


부루퉁해져서 양 볼을 부풀리는 레르나의 표정에 루드는 슬쩍 입가를 올리며 굳이 한마디 덧붙였다.


“좋아. 그래야 착한 아이다.”


이제는 아예 그를 무시하겠다는 시위라도 하려는 양 테이블에 엎드려 머리를 괴고 있는 레르나를 본 루드는 그녀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에게 이 임무의 모든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지만 말이지···”




작가의말

나트 자매, 특히 언니인 나트의 경우. 사실 꽤나 전형적인 히로인 유형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는 고의적으로 전형적인 스타일에 맞추려고 한 결과입니다.

보통 라노벨 스타일에서 여주인공은 일명 ‘금발 로리’나 ‘흑발 순진계’타입이 많죠 아마?


문득 생각해보면 신장을 너무 작게 잡은 게 아닌가싶기도 하지만, 뭐 상관없겠죠;


16화는 오후 4시에 올라갑니다.


어제부로 10만자를 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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