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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트업(Setup) - 수정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AAKHS
작품등록일 :
2017.07.07 03:11
최근연재일 :
2017.09.20 09: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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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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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수 :
44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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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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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셋트업(Setup) - 1편-에필로그-30

DUMMY

에우로파 일행이 두 여성과 만나고 있을 무렵, 세인스 시 외곽의 숲속에서는 한창 벌어지던 전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쪽은 정리되었군.”


루드가 양 손을 털며 중얼거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의 오른편 수풀 속에서 파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리. 완료. 주변, 수색. 잔적 1. 정정, 처치 완료.”

“이제서야 끝난 건가? 생각보다 느리군.”


의외라는 듯 소감을 말하고 잠시 뒤, 레르나와 페스크가 반대편에서 수풀을 헤치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히야. 생각보다 꽤 끈질기던걸? 이라기보단 일부러 시간끌기를 했다는 쪽이 맞겠지만 말야.”

“그렇다고 해도 네가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다니, 의외로군. 분명 이쪽보다 먼저 처리할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루드에게 레르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하긴, 생각보다 페스크가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을 못한 덕에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리긴 했지.”

“······”


어느 정도는 진심이 담긴 그녀의 핀잔을 들은 것에 수치를 느낀 듯,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페스크를 좀 더 놀려주려는 레르나를 제지하며 파루가 끼어들었다.


“잡담. 나중에.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 최우선.”

“···치잇. 정말 재미없는 도구 씨네. 알았어, 알았다고.”

“시급하다. 레르나, 길을 열어다오.”

“알았어, 알았다고요. 자아, 다들 조용!”


슬쩍 짜증을 내 보인 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레르나가 양 손을 앞으로 내밀며 두 눈을 감으려는 순간. 그녀들의 후방으로부터 위협적인 어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딜 도망치려는 게냐?”


어느 새 다가왔는지 두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들-아힌세르린과 티니는 레르나 일행을 향한 맹렬한 살의와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감히···참으로 괘씸한 짓을 해 주었구나.”


단순히 적대감이나 살기를 드러내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들이 언제라도 바로 치명적인 맹공을 감행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눈치챈 루드와 파루는 긴장하여 자세를 숙이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레르나. 너는 길을 여는 것에 집중해라. 저 둘은 우리 셋이 어떻게든 해 보겠다.”

“정말? 괜찮겠어?”


그녀들의 살의와 능력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모른척 하는 것인지. 여전히 태평한 듯한 모습의 레르나에게 루드가 나지막히 말하였다.


“아직 저들 중 제일 강한 자가 오지 않았다. 그자마저 도착하면 그땐 진짜 끝장이다.”

“···확실히 그건 그렇겠네. 알았어.”


뒤늦게야 긴장한 듯, 레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티니는 잔혹하게 웃으며 양 허리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설마 서방님께서 오시기 전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가소롭군요.”


전신에서 탁한 은회색의 기운이 진하게 흘러나오는 모습에 한층 더 긴장하면서도 루드는 씨익 웃어보였다.


“아쉽게도 우리에게 그것 외의 선택지는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흥, 그렇단 말이지. 본신 현현!”


아힌세르린의 전신이 에메랄드빛 섬광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이윽고 그녀의 등 뒤로 피막으로 덮인 4장의 날개가, 치마 아래쪽으로는 꼬리가 돋아났다. 이윽고 머리에도 크고작은 6개의 뿔이 솟아난 그녀는 등뒤에 메고 있던 검과 방패를 들어올리며 전투자세를 취하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 유일한 선택지조차 결과는 절망뿐임을 실감케 해주마!”

“더 이상 시간을 끌게 두지 않겠어요. 당신들에게 이용당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당신들을 처단하겠어요!”


지축을 박차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힌세르린은 루드의 바로 앞까지 육박하였다. 대지를 갈라버릴 기세로 검을 내려치는 그녀에 대응하여 루드 역시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며 방어자세를 취하였다.


“모든 것은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파루와 페스크도 뒤따라 자신들의 무기를 들며 전투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아힌세르린 쪽이 조금 더 빨랐다.


“제카롯. 세계를 위협하는 자들이여, 사라져라!”


그녀가 검을 내리치자 굉음과 함께 주변이 에메랄드빛 섬광으로 가득 물들어갔다.





유래가 없을 정도의 혼란이 지나간 뒤 이틀 후, 세인스 시는 피난소에서 다시 도시로 되돌아오는 영민들로 인해 다시 한 번 혼란을 맞이하고 있었다.


“영민 여러분, 기사와 위사들의 통제에 따라 주십시오!”

“아직 진입하고 있는 영민들이 있습니다. 가재도구 정리 등으로 도로를 막지 말아주십시오!”


소란스러운 정도로 치자면 영민들이 피난소로 이동할 때보다 훨씬 심하였다. 특히 전투로 인해 집이나 가게가 파손된 구역으로부터는 욕설이나 곡소리 등의 각종 고성까지 나고 있어 일대 혼잡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거···보상 방안이나 복구 우선순위 등도 따로 고려해야겠는걸.”


에우로파가 있는 곳은 아직 세인스 시 내부였다. 피난민들을 복귀시키기에 앞서 어제 하루종일 남아있던 마법 함정 등을 제거하느라 기진맥진한데다, 부목으로 고정해둔 왼팔이 아직도 낫지 않아 시큰거리는 와중에, 심지어 두통까지 생기는 것을 느끼며 에우로파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시를 위기에서 구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하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내성을 대신하여 임시 거처로 사용중인 호텔 내에는 에우로파와 영주 데라이를 비롯하여 델리우와 맞서 싸우기 위해 히아스의 요청을 받고 모였던 조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결전 전날 시체같은 안색을 하였던 것에 비교했을 때 여전히 지친 기색은 남아있었지만, 무엇보다 더 이상 도시가 위험하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에 의해서인지 많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조차 힘들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 사례하겠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이야기해 주시게나.”


데라이의 이 말에 에우로파와 나트, 아르나시아를 제외한 인물들은 대부분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막상 전투가 벌어졌을 때에는 델리우에 의해 정신지배를 당하여 오히려 방해가 되거나, 또는 정신지배에 걸린 그들을 막느라 막상 델리우나 그의 부하들에게는 제대로 손 한번 대지 못한 채 전투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들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들에게 있어 작지않은 상처가 되었다.


그나마 그 이후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 중 베쿰은 전신에 중상을 입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상태였고, 나머지 인물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에 설령 정신지배에 당하지 않았던 이들일지라도 차마 보상을 요구할 생각같은 것은 전혀 하지 못하고 헛기침만 하였다.


에우로파는 굳이 그러한 상세한 내용에 대하여 데라이에게 알리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걸 설명한다고 해도 에우로파 본인에게 득이 될 만한 것이 전혀 없는데다가, 그런 식으로 굳이 이곳에 모인 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것을 심리적인 빚으로 남겨두는 것이 에우로파에게는 차라리 이득이었다.


“가지고 계신 무구가 손상되거나 마법 아이템을 소모하신 분들도 계실 걸로 압니다. 말씀해 주시면 최대한 동일한 물품이나 그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말씀하시기엔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듯 하니 보수 건도 포함하여 이후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출장비’정도는 지불하겠다는 에우로파의 표현에 그나마 수긍한 듯 그제서야 조력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관들은 이 세인스 시의 은인이자 영웅이오. 이후로도 이곳을 지날 일이 있다면 본인에게 들러 주시게. 귀빈으로써 환영하겠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하는 데라이의 모습에 나트와 아르나시아를 제외한 이들은 당황하기까지 하였다. 더불어 에우로파의 경우는 다시한번 자신이 이 도시에 마도기를 설치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작은 죄책감까지 재차 상기하게 되었다.


“영주님. 슬슬 각료회의 시간입니다. 이만 이동하셔야···”

“아아. 벌써 그런 시간인가. 미안하지만 본인은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소. 사실 피로연이라도 열어주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못함은 이해하여주기 바라오. 그럼 이만.”


그렇게 데라이와 관료들이 자리를 비우자 실내에 있던 조력자들도 별 말 없이 방을 나섰다. 방에는 에우로파와 나트, 아르나시아 세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뭐···일단은 일단락된건가?”


불과 열흘 남짓이었을 뿐인데, 마치 십 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전에도 결코 작지 않은 여러 가지의 위기와 고비들을 넘어왔지만 이번은 그 중에서도 가히 한 손에 꼽을 만한 큰일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또 겪게 되겠지···”


혼잣말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쉰 에우로파는 고개를 돌려 나트와 아르나시아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너희 집안은 엄청난 내력과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슬쩍 운을 띄우며 두 소녀를 바라보았으나 막상 그녀들도 아는 게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너희도 잘 모르는 건가?”


혹시나싶어 재차 질문해 보았으나 돌아온 것은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그녀들의 모습이었다. 에우로파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웃고 말았다.


“뭐 어쩔 수 없지. 적어도 스승님은 뭔가 알고 계신 듯 하니 왕도에 도착하면 설명을 들을 수 있겠지. 너희나, 나나 말야.”


에우로파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나트와 아르나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언제 출발할 거야?”

“미안하지만 당장은 조금 힘들 것 같아. 도시 복구사업에 대해서 백작 각하와 의논도 해야하고, 에미넨트도 정비가 필요한데다···나부터 이 모양이니까.”


붕대와 천으로 감싸 고정시킨 왼팔을 슬쩍 가리키며 설명을 하는 에우로파의 모습에 아르나시아가 질문하였다.


“의논이라는 건 둘째치고, 나머지는 우선 그 왕도라는 곳에 도착한 뒤에 하면 안되나요?”


나쁘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에우로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 뱀파이어 우두머리가 말한 제···뭐라고 하는 녀석들도 신경쓰이고. 불안한 상태로 출발하고 싶지는 않아.”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너희도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미리 준비해둬. 난 방금 이야기한데로 에미넨트를 정비하러 가볼테니.”


그렇게 말하며 에우로파가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나트가 그를 불렀다.


“저, 저기. 에우로파!”

“음? 뭔가 필요한 것이라도 있나?”

“그게···그러니까 그게···”


무슨 이유인지 그녀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는가싶더니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간신히 쥐어짜내듯 더듬거렸다.


“그···그때···구해줘서 고마워···!”

“응? 뭐라고?”

“그러니까···건물에 그···했을때나, 마지막에 델리우가 그···했을때나···”

“···뭐라고 하는거야, 대체?”


워낙 작게 옹알거리듯 말하는 통에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에우로파가 질문하자 나트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냐! 신경쓰지 마!”

“···응?”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가서 볼 일 보라고!”

“불러세운게 누군데···아무튼 할 얘기가 없다면 됐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금 몸을 돌려 에우로파가 방을 나간 뒤, 그녀가 한 말을 알아들은 유일한 인물인 아르나시아만이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싼 채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를 놀라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1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꽤 긴 시간동안 나름 다듬고 다듬어보았지만,

실력부족은 어쩔 수 없군요.

좀 더 재미있게 써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2편은 왕도를 향해 이동하면서 생기는 일을 다루게 됩니다.

1편보다는 좀더 가볍고 유머적 요소도 가능한 더 집어넣으려 하는 중입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선작, 관심어린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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