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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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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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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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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534

작성
24.05.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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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당가타 교습소의 교사.

DUMMY






“그럼 이대로 계약을 진행되는 걸로 알고, 먼저 가보겠습니다.”


“······.”


“······.”


당진철이 만족한 얼굴로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곧 당진철이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자, 방안에서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 세상에 어떻게······.”


적화령은 쓰러진 적도형을 보지도 않고 연신 천장만 보며, ‘어떻게, 어떻게······.’라는 단어만 읊고 있었다.


당진철과의 협상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대체 어디서 배워왔는지, 그는 단순한 의원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상계에 대해 무척이나 해박했다.


특히 그가 올려치는 설득은 감탄만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교섭에는 사천 제일 상단주라 불리는 적도형이 감히 입을 열 수 없게, 무척 치밀했다.


적화령과 적도형이 어떻게든 이득을 얻어내고자 분투하였지만, 결국 얻어낸 것은 신약을 팔 때, 지분 3할을 받아 낼 수 있는 것.


전체적인 사항을 고려해 봤을 때, 아주 작은 이득에 지나지 않았다.


“대, 대체 당의원은 어떤 사람이란 말이냐······.”


쓰러진 적도형이 겨우 고개를 올리며 말했다.


새하얗게 질린 표정엔 놀람과 당혹, 그리고 두려움이 새겨져 있었다.


“···적어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어요.”


겨우 제정신 차린 적화령이 적도형의 물음에 답했다.


뛰어난 의술.


신기의 가까운 약을 제조하는 능력.


하지만 두 사람에게 각인된 건, 앞에 능력과는 아예 다른, 협상과 교섭 능력이었다.


마치 귀신처럼 말솜씨로만 이득을 슥슥 가져가는데, 적도형이 아무런 대비도 못해보고, 상대방이 이득을 챙기는 것을 두 눈 뜨고 바라봐야만 했다.


하지만 적도형과는 다르게, 적화령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 너무 상심치 마세요.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이득인 걸 하나 건졌잖아요.”


이에 적도형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사랑스런 딸을 쳐다보았다.


“화령아 그래도 괜찮겠느냐? 이 아비는 네가 못내 걱정되는구나.”


“괜찮아요. 저 할 수 있어요.”


적화령이 다소곳이 웃으며, 적도형의 손을 잡았다.


“지금까지 불효막심했던 제가 이제야 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어요.”


적도형의 눈에 아픔이 살짝 스쳐지나간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적도형은 그 말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킨후, 적화령을 안아주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까지 원한다면 해보려구나. 다만, 힘들다 싶으면 이 애비에게 언제든지 이야기 하렴.”


“네, 저 꼭 열심히 할게요.”


품에 안긴 적화령의 표정이 무언가 결심한 듯, 한 일자로 꾹 다물었다.


‘꼭 해내보일게요. 적화상단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눈을 살포시 감았다.


‘나를 위해서라도······.’




----------




그날 이후,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당가타는 다 쓰러져 가는 움막이나, 폐가만이 존재하는 문둥병의 마을이 아니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훌륭한 집들이 여러 군데 존재하는 당당한 사천의 한 마을로써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는 적화상단의 입김도 있었지만, 화월루를 포함한, 기루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소문이 당가타의 안좋은 소문들을 모조리 막아버린 것이었다.


“문둥병 마을이요? 그게 뭐죠? 나으리 저는 그런 무서운 소문 따윈 좋아하지 않사와요.”


“어머, 아직도 모르셨어요? 거기에 신의님이 살고 계시잖아요.”


“에이, 거긴 이미 문둥이들 따윈 없어요. 신의님과 신의님을 따르는 분들이 살고 계시다니깐요.”


이런식으로 소문들이 하나 둘씩 퍼지더니, 몇 달이 지난 뒤에는, 문둥병 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사이엔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전부 고쳐지진 않았지만, 그들은 바깥에 두문 불출하며, 항생제 제조에 힘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진철은 빠르게 발전하는 마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군.’


당진철이 제일 먼저 적도형에게 내건 조건은 문둥병 마을에 대한 소문이었다.


비록 축건당을 이 마을에 들이기 위해, 몇가지 거짓(?)말을 섞어서 들여보냈던, 적화상단.


그 모습은 당진철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당당하게 들어와 집을 짓고, 아이들과 사이 좋게 놀아주던, 축건당 인부들의 모습.


‘만약 그렇게라면, 사천 전체에 문둥병에 대한 소문을 뿌리채 뽑을 수 있을 터.’


적도형은 이런 조건을 화월루의 이화영과 함께하는 것으로 무사히 충족시킬 수 있었다.


‘루주의 힘이 생각보다 대단했구나.’


당진철은 이화영을 다르게 보았다.


하오문의 힘이 작용되기는 했으나, 하오문을 몰랐던, 당진철은 그것이 오롯이 이화영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당진철은 적도형에게 마을 중앙에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습소를 만들어 달라 요청했고, 글을 쓸 수 있는 빈 서적을 몇 가지를 요청했다.


그리고는, 추영에게 달려가, 의학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물건들을 만들어달라 요청했다.


“또 이상한 것을 부탁하시는 군요.”


뜨거운 용암로 옆에서 추영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볼멘 소리로 묻는다.


“언제나 힘든 부탁을 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추 노인이 아니면 안되는 지라······.”


이에 추영이 씨익 하고 웃음을 지었다.


“죄송할 필요는 없습니다. 안 그래도 여기 이놈들에게 어떻게 금속을 다루게 만들어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당의원께서 주문하시는 물건이 이 녀석들을 가르치는데 딱 맞는군요.”


추영의 등 뒤에는 젊은 사내들 몇 명이 망치질과 풀무질을 열심히 해대고 있었다.


“요즘 흑독문 놈들이 활개를 치지 않으니, 대장간이 날로 번성하고 있습니다. 제자 놈들도 몇 놈 들였구요. 이게 전부 당의원 덕분입니다.”


추영이 읍을 하며 예를 취한다.


당진철은 그 모습이 부담스러웠지만, 추영의 마음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예를 받았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염려마십시오. 주문하신대로 그대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당진철은 소혜의 집에 머무르며, 삼일 밤낯을 집필에 몰두했다.


‘의학을 가르치려면, 적어도 교재만큼은 제대로 된 것이어야 한다.’


어려운 단어를 넣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아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가르쳐야 했기에, 당진철은 고심에 고심을 더하여, 세권의 교재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마침 그 즈음에 교습소가 완공 되었기에, 당진철은 서둘러 인원을 모집했다.


“저도 의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저희 아들 놈도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의원님! 의원님 의술 배우면, 저도 의원님처럼 신의가 될 수 있나요?”


모집하자마자, 교습소 앞에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마을 내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사천 사람들 또한 몰려든 것이었다.


이는 소문에 의한 부작용이었다.


문둥병 마을을 숨기기 위해선, 다른 대체제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신의의 존재였다.


신기의 가까운 의술로 사람들을 치료하는 한 사내.


게다가 교육 비용이 전부 무료(사실은 적화상단의 투자)였기에, 그것을 보고 온 가난한 민중들도 많았다.


‘너무 많은데?’


하지만 교사라고는 당진철 하나 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전부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진철은 결국 차선책을 선택해야 했다.


당진철은 사람들에게 몇가지 조건을 제시해, 그 해당사항이 안되는 사람들은 모조리 탈락시켜버렸다.


글은 반드시 쓰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에, 절반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최소한의 약초지식을 원하자, 그 절반이 돌아갔으며.


혈도에 대해 설명하기를 원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만을 터트리며 돌아갔다.


‘아쉽지만, 지금 당장은 어중이 떠중이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을 시도한 것은 아니니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적도형에게 보여줄 결과였다.


어중이 떠중이 같은 의원을 키워봤자, 적도형이 꿈꾸는 사업에 일 할도 못 미칠게 뻔했다.


‘이 마을을 키우기 위해서는 최대한 머리가 돌아가는 놈들을 키우는 수 밖에 없어.’


그렇게 남은 사람은 총 넷이었다.


“저 꼭 당의원님께 의술을 배우고 싶어요.”


이곳에 와서 제일 처음 만난 환자이자, 적화령의 수술에 힘이 되어 주었던 당소령.


“독의께서 주신 이 생명.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고통받는 기녀들을 위해서라도 꼭 의술을 배우고 싶어요.”


고의는 아니었지만, 만독심공을 가르치게 될 사람이자, 적화령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진 기녀 초월.


여기까지는 당진철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날 수술에 임했던 그녀들은 누가 봐도 재능과 열정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문제는 저 두 사람인가?’


당진철이 시선을 주자, 한 사람이 나와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저는 적화상단의 적화령입니다. 당의원님께서 제 오랜 지병을 치료해 주신것에 감격하여, 의술을 배우고자 왔습니다.”


WPW증후군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진철의 수술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적화령.


그리고, 적도형이 내건 조건 중 하나 이기도 했다.


‘내 딸, 적화령에게 자네의 의술을 가르쳐 주게. 어릴 때부터 똘똘한 아이이니, 잘만 가르쳐주면 자기 앞가림은 충분히 할걸세.’


적화령의 생긋 웃는 표정을 보며, 당진철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아무래도 무언가 노림수가 있어서 온 것 같은데, 휘말리지 않게 조심해야겠군.’


만약 성적이 좋지 않다거나, 수업태도가 불량하다면, 곧바로 쫓아내 버릴 생각을 하며, 당진철은 나머지 한 사람을 보았다.


솔직히 마지막 한 사람이야 말로, 당진철에게 있어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었다.


“스승님의 제일 첫 번째 제자 견문호가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포권을 취하는 견문호.


당진철은 어이가 없어서 물어보았다.


“왜 왔냐?”


“당연히 스승님의 첫 번째 제자인 제가 이곳에 와야하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진철은 머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문호야. 너는 내가 하려는 수업이 어떤것인지 알고 신청했느냐?”


“예! 스승님께서는 의술을 가르치시기 위해, 사람들을 모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왜 여기에 네가 있냐고.’


당진철이 견문호에게 가르치는 것은 분명 당문 전통의 암기술일 것이었다.


그것도 평소 짬이 날때마다, 견문호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충실히(?) 가르쳐 줬을텐데.


‘왜 여기서 이 지랄떨고 있냐고.’


“제가 알고 있는 스승님은, 그 어떤 사람보다 위대한 분이십니다. 그런 스승님의 모든 것을 첫 번째 제자인 제가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당진철의 말문이 턱 막혔다.


감동스러워서?


아니다.


너무 황당하서 말 문이 턱 막혀버린것이었다.


“···그렇다면 너 진짜로 의술을 배우려고 왔단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이는 스승님의 가장 첫 번째 제자인 제가 무조건 적으로 해야할 일입니다.”


‘아니 그놈의 첫 번째 제자, 첫 번째 제자좀 그만 하라고!’


하지만 여기서 견문호를 내쫓을 명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당진철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네 맘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스승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저 녀석도 적화령과 마찬가지로 수업태도가 불량하다 싶으면 쫓아내버리기로 당진철은 마음먹었다.


‘벌써부터 찾아온 학생들을 쫓아내 버릴 생각을 하다니······.’


당진철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르고 맑은 하늘이 당진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여름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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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내 집에서 당장 꺼져. +2 24.07.02 253 11 12쪽
57 화살 받이 +2 24.07.01 290 8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367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84 9 13쪽
54 음모. +3 24.06.26 384 12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433 14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89 10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501 15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517 11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56 13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517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519 13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49 14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48 13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535 14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538 14 13쪽
42 비무 +2 24.06.12 559 15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44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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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3 24.06.05 634 17 12쪽
34 사천의 의약당. +4 24.06.04 682 17 14쪽
33 초월의 선택. +3 24.06.03 69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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