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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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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5 12:10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53,52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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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2,897

작성
24.07.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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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내 집에서 당장 꺼져.

DUMMY






당문의가.


현판이 놓여져 있는 당문의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그곳에는 수십이 되는 흑독문의 무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그들의 모습.


다만, 그런 그들도 마을 안까지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흑독문도들이 시커멓게 왔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한 남자.


견문호가 입구에 서서 그들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그땐 어찌될지 나도 모른다.”


흑독문 전체를 향한 경고.


흑독문도들이 일제히 견문호를 보고 있긴 했지만, 그들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명령이라도 받았다는 듯이.


그 일례로 견문호의 앞엔, 이미 누군가가 서 있었다.


현재 흑독문도들을 대표하는 자이자, 그들을 이끄는 자.


“형님. 저희 흑독문이 형님의 고상한 협박이나 받자고 이곳에 온게 아닙니다.”


그는 바로 견문호의 동생이자, 현 흑독문의 후계자 자리를 자처하는 견문기였다.


“이곳에 불온 분자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 뿐이니, 형님께서는 그만 물러나시지요.”


“불온 분자? 네놈들이 무슨 포쾌라도 되느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견문호가 마치 호랑이처럼 일갈한다.


하지만 견문기는 그런 견문호의 일갈을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것만으로 흘려냈다.


“에헤이. 여기가 신의가 기거하는 곳, 당문의가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면, 썩 물러가라! 그 흙발로 이곳의 문턱을 넘어서기 전에 내가 너희들을 짓이겨버릴테니.”


잔뜩 경계하는 성난 고양이와도 같은 모습.


견문기는 이런 형님을 이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형님. 설마, 제가 당문의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저도 당의원에게 은혜를 받은 몸. 딱히 당문의가에 해를 끼치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무인들을 이끌고 이곳에 나타난거지?”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견문기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이곳에 청성파와 아미파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청성과 아미?”


견문호의 눈썹이 꿈틀댄다.


견문기는 그런 형님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어나갔다.


“오래전 사천의 서쪽은, 청성과 아미가 맡고, 이곳 동쪽은 흑독문이 맡기로 약조를 했었는데, 감히 그 뜻을 어기고, 이쪽에 침범하다니, 흑독문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으음······.”


견문호는 침음을 흘렸다.


견문호는 알고 있었다.


이미 당문의가에는 청성과 아미가 같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견문호가 생각하기로는, 청성을 어떨지 몰라도, 아미는 아니었다.


‘아미는 오로지 서쪽의 환자들을 위해, 이곳에서 치료법을 배워 온 이들일 뿐이다.’


그녀들은 순수하게, 사람들을 도우러 당문의가를 방문했을 뿐, 세력확장이라느니, 침범이라느니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은 비무를 통해서도 확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미의 제자들과의 순수한 비무.


서로의 무를 경험하고, 오로지 순수하게 서로의 실력을 같이 쌓아기만을 원하는 아미파의 제자들.


그렇기에 견문호는, 그런 견문기의 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곳은 당문의가다. 아무리 청성과 아미가 이곳에 있다고는 하나, 그들이 당문의가에 손님인 이상, 나는 이곳을 비켜줄 수가 없다.”


“그렇게까지 이 동생의 체면을 깎아야 겠소?”


견문기가 그리 소리를 쳤건만, 견문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쇠구슬이 잔뜩 끼어져 있었다.


“쳇, 망할 형님 같으니······.”


견문기는 견문호를 상대하기 싫었으나, 이는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더 우물쭈물하다가는,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게 될게 뻔하다.’


아직 견문기는 아버지, 견마적이 너무나도 무섭고, 어려웠다.


게다가 저번에는 소금을 빼돌린 전적도 있으니, 이번에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상황.


견문기는 이를 악물고, 손을 올렸다.


그때 였다.


“멈춰라!”


당문의가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당진철이었다.


“스승님, 오셨습니까.”


견문호가 다들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예를 차리며, 당진철을 맞이했다.


“무슨 일이지?”


“예, 흑독문도들이 당문의가를 침범하려 했기에, 제가 이들을 막고 있었습니다.”


당진철의 시선이 흑독문도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견문기에게 향했다.


“오랜만이오, 견공자. 몸은 어떠하신지?”


“덕분에 잘 치료받고 나았소. 약이 굉장히 잘들어서 그런지, 엉덩이가 너무 쑤시더군.”


이에 당진철이 고소를 머금었다.


“그거 미안하게 됐소. 초월 소저가 아직 미숙한지라······. 헌데 이곳엔 어쩐 일이오. 또 어디 아픈데라도 있소?”


“딱히 아픈데는 없소만······.”


견문기는 말 끝을 흐렸다.


‘청성과 아미는 분명, 당문의가의 손님이라 했다.’


견문호의 손님이라 했던 한마디가, 견문기의 가슴에 남아있다.


그의 시선이 당진철 뒤를 향한다.


흑백의 두 노인과, 그 뒤를 따라오는 도사복을 입은 제자들.


‘설마, 청성의 흑백쌍노(黑白雙老)? 어째서 청성파의 장로가 여기에 있는거지?’


무려 청성의 일행에는 그 유명한 청성의 장로가 존재하고 있었다.


견문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사천에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청성의 두 노괴, 흑백쌍노.


이름만 들어도 사파들이 벌벌떤다는 두 장로의 모습에 견문기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만한 인원을 끌고 온 것 또한, 청성에서 일대급 제자들을 구성했다는 생각으로 데려온건데, 무려 흑백쌍노가 나타나다니······.


견문기는 자신이 데려온 무인들이 너무나 부족해 보였다.


당진철은 그런 견문기의 기색을 금방 눈치챘다.


‘역시 청성의 장로는 이름만으로도 위세가 장난이 아니군.’


봉문을 풀고, 흑독문을 밀어버리기 위해, 파견된 청성의 두 장로.


청성에서는 지금 행하고 있는 작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흥, 왠놈이냐!”


“왠놈이긴, 보면 모르냐? 저놈들 흑독문 쪼가리 들이잖나.”


“또 시비조로 터네. 저놈들 대신에 너부터 작살내어 줄까?”


“오랜만에 비무? 좋지. 하지만 뒷통수는 처맞기 싫으니, 저놈들부터 우선 조지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그래, 그럼 저놈들을 누가 더 많이 때려잡는 지부터 내기 걸어볼까? 지는 사람은 여기서 청성까지 물구나무서서 경공을 펼치기.”


“오호라, 좋다. 그럼 그렇게 하자.”


마치 사파의 악당과도 같은 대사.


하지만 당진철은 알고 있었다.


저 두 노인이 하는 말은 상대방의 기를 죽이고, 위압감을 드러내는 일종의 기선제압이라는 것을.


‘괜히 나이를 먹은게 아니군.’


당진철은 스스럼 없이, 견문기에게 다가섰다.


청성의 도사들에게 잔뜩 경계하고 있던 견문기가. 갑자기 당진철이 들어오자, 화들짝 놀라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뭐, 뭡니까.”


“뭐긴 뭐요. 당문의가를 찾아온 환자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오만?”


“환···자?”


갑작스런 당진철의 친절에 견문기도 당혹스러운 듯 묻는다.


“아니, 지금 저는 딱히 어디 아프지도 않습니다만······.”


“어허, 지병이나 불치병이라 명명되어 진 것은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에도 힘을 써야 하는 법이오. 나중에라도 다시 재발하면 큰일이 나니 말이오.”


“재, 재발이요?”


이에 견문기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당진철은 진지하게 견문기의 손을 맞잡고, 입을 열었다.


“물론 걱정하지 마시오. 내 치료는 워낙 완벽해서, 재발할 위험은 전혀 없소이다. 다만 확인차, 다시금 검사를 시행하려 하니, 그점은 염려마시오.”


“아, 예······.”


“그럼 이리로 오시오, 내 친히 담당의원인 초월 소저께 안내하겠소.”


당진철이 견문기를 데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 멍청하게 서있던 흑독문도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황해 하고 있었다.


당진철은 그 사람들도 놓치지 않았다.


“뒤에 계신 흑독문도들께서도 들어오시지요. 단, 어느 누구도 마을안에서 과한 행동을 할 시에는 곧바로 쫓아보내겠소.”


“그, 그래. 일단 들어와라. 내 검사가 끝날 때까지, 당의원님의 말을 들으면 된다.”


그제야 흑독문도들이 오합지졸처럼 어슬렁거리며 당문의가의 문턱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보게 당의원, 자네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허연수염의 청백이 불쾌한 듯, 당진철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다.


“보시다시피, 환자를 데리고 들어가고 있습니다만?”


당진철이 짐짓 무엇이 문제인지, 아무것도 모른 다는 듯, 청백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청백의 표정이 고구마 백개라도 먹은 듯, 답답해졌다.


“아니, 이 사람아. 그 사람들은 흑독문도가 아닌가. 자네 흑독문도랑 척지는 사이가 아닌가?”


당진철이 잠시 고민한다.


“확실히 견마적 문주께 미움을 받고 있긴 합니다.”


“허, 그렇다면 어째서······.”


그러자 당진철이 마치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청백을 위시로한 청성의 도사들에게 소리쳤다.


“아니, 이들이 전부 견마적 문주는 아니지 않습니까. 딱히 저를 미워하는 사람도 없는데, 굳이 내칠 필요가 있을까 합니다. 그리고······.”


당진철이 청백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댄다.


그 기묘한 위압감에, 청백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저는 의원입니다. 의원이 환자를 고쳐야지, 그럼 뭘 해야 합니까.”


“으음······.”


너무나도 이치에 맞는 정론(正論).


확실히 당진철은 지금까지 의원으로서 행동해왔다.


그런 그에게 무림의 생리나, 약조를 들먹여 봤자, 돌아오는 건 핀잔 뿐이었다.


청백이 낭패를 봤다는 표정으로 그런 당진철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본다.


이에 보다 못한 청흑이 나섰다.


“이보게 당의원. 잠깐만, 잠깐만 나랑 얘기 좀 하세.”


당진철이 고개를 돌린다.


시릴듯한 무감정한 눈동자가 청흑을 응시한다.


“뭡니까.”


“자네가 이렇게 나오면 안되지. 당문을 이어받아야 할게 아닌가. 그런데 그 당문을 억지로 차지한, 흑독문을 이렇게 아무런 조건도 없이 치료를 한다면, 자네가 죽고나서 만나는 가문 어른들에게 뭐라 할텐가.”


“···가문 어른?”


당진철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지금의 당진철을 만들어 버린게 과연 누구 때문일까.


복수심 하나만 믿고, 행복하게 살아야할 현생을 포기하고, 온갖 노력과 끈기, 복수심만으로, 여기까지 오게 한게 누구 때문인데, 저런 헛소리를 실실 들어야 하는 거지?


숨겨두었던, 당진철의 복수심이 깊숙한 곳에서 마그마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당진철이 천천히 청흑에게 다가갔다.


-촤르르르르륵.


-촤르륵.


그의 의지에 따라 Z.O.R이 뱀의 비늘처럼 들끓으며, 끊임없이 요동친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당문을 생각해 본 적 없소.”


“···뭐?”


청흑이 눈매가 매서워진다.


하지만 그 눈동자안에 숨어 있는 것은, 당혹감이었다.


“가문어른? 하, 웃기는 소리. 그 놈들이 뭐 했다고 그 짐을 나에게 씌우려는 지 모르겠지만······.”


당진철은 천천히 다가와, 청흑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입 좀 닥쳐. 늙은이.”


“······.”


당진철의 어마어마한 살기에, 배분도 명성도 무척이나 높은, 청흑이 바들바들 떨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당문을 멸문시키려, 왔을 뿐이지. 구하거나, 이어받는 다거나 그런건 하지 않아. 그러니······.”


당진철이 낮게 속삭였다.


“이제 내 집에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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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검기의 폭풍속으로. +2 24.07.05 207 10 11쪽
60 삼초의 실수. +3 24.07.04 267 13 12쪽
59 청성의 장로로 부터 날라온 비무첩. +2 24.07.03 290 12 11쪽
» 내 집에서 당장 꺼져. +2 24.07.02 342 13 12쪽
57 화살 받이 +2 24.07.01 357 10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427 13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440 10 13쪽
54 음모. +3 24.06.26 442 13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494 15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550 11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563 16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575 12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611 14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567 12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568 14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98 15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98 14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587 15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586 15 13쪽
42 비무 +2 24.06.12 608 16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93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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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641 14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653 16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680 19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3 24.06.05 68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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