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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5 12:10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53,491
추천수 :
1,066
글자수 :
332,897

작성
24.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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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청성의 장로로 부터 날라온 비무첩.

DUMMY





마교와 싸웠던, 어린 청성의 두 도사.


사부와 사숙이 희생하고, 사형들이 큰 피해를 입고 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그들은 마교대전의 시대를 지내왔었다.


그 때문인지, 살아 남은 그들은, 그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은 실력과 더불어 마교대전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세대라 불리며,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한참이나 어린 아해가, 감히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사천의 영웅인 자신에게 함부로 말을 던진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마음의 수양을 많이 쌓는다 하더라도,


남자라면.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지만······.”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참지 못하는게 있었다.


“네놈은 정말이지 오만 방자하구나.”


무시당하는 것.


그것만큼만은 그 어떤 남성이라도, 설사 부처라 할지라도 참을 수 없을 것이라.


“네 실력이, 그 독한 입만큼이나 높은지 보자꾸나!”


청흑의 손가락이 날카로운 속도로 당진철의 마혈을 향해 날라간다.


죽이지는 않겠지만, 혈을 짚어 본때 정도는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청흑의 두 손가락이 당진철의 양팔을 짚었을 때,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


-따끔.


하얀 천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아릿한 고통.


“음······.”


참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짧게 스쳐지나가는 통증에 청흑의 손가락이 움츠려들었다.


그리고,


매섭게 노려보는 당진철의 두 눈을 본 순간, 청흑은 저도 모르게 보법을 밟아 뒤로 물러났다.


-훙.


바람처럼 뒤로 물러나는 청흑.


검은 수염 아래, 새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이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사조!”


뒤에 있던 청성의 제자들이 다급히 청흑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사조?”


“저자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제자들의 시선이 당진철로 향한다.


적의는 여전했지만, 어쩐지 그 속에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두려움 같은 것이 숨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당진철이 피식 웃었다.


“암습을 행한건, 그쪽인데, 어째서 내가 매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소.”


“뭣이?!”


청성의 제자들이 발끈하지만, 청흑이 그런 그들을 제지했다.


“당의원의 말이 맞으니, 무자배들은 경거망동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사, 사조!”


청흑은 흐트러진 의관을 바로 하곤, 당진철을 노려보았다.


“내뱉는 말이 하나같이 독설로 가득하니, 가히 당문의 후예 답구려.”


“칭찬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도 참으면, 강호동도들이 청성을 무력하다 비웃을것이오.”


청흑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리곤, 검을 당진철에게 겨누며 나직이 읊었다.


“당진철. 그대에게 비무를 신청하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경악했다.


“사, 사조님!”


“아, 안됩니다, 사조님. 여긴 보는 눈이 많아······.”


제자들이 한사코 청흑을 말렸지만, 청흑은 그런 그들에게 일언 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당진철의 두 눈을 직시하고만 있을 뿐.


하지만 경악스러운 것은 흑독문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 여리여리한 양반을 흑백쌍노가 직접 비무를 신청한다고 저러는거야?”


“세상에, 의원에게 청성파 장로씩이나 되는 이가 검을 들고 겁박하다니, 저게 정파야 아님, 사파야.”


“야, 우리가 아무리 양민을 등처먹어도 저렇게 까진 안해!”


“야, 우리는 그냥 칼로 슥삭하잖아.”


“아, 그랬지.”


흑독문도들이 이를 지켜보며, 속닥거린다.


당진철은 그런 그들의 모습으로 마음속으로 나직이 한숨 쉬었다.


‘지금 이곳에 다른 이들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군.’


그렇다면 분명 당진철을 뜯어말리거나, 저, 검은 수염 자란 노인네 앞에서서 말렸을게 뻔했다.


‘지금 나도 솔직히 한바탕 하고 싶었거든.’


당진철의 두 주먹이 까드득 소리를 내며, 강하게 쥐어진다.


당진철의 역린을 건드린 건, 다름 아닌, 저 노인네다.


저 노인네의 낮짝에 주먹 한 대라도 갈기지 않으면, 쉬이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이 말에 더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주변에 넌지시 구경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었다.


“아, 아니, 당의원님!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비무승낙이라니요!”


“사, 상대는 청성의 장로님이신대······.”


“아니되오! 빨리 무르십시오!”


마을 사람들이 기겁해, 말리려고 했으나, 당진철의 의지는 확고했다.


“괜찮습니다. 고작 비무이지 않습니까. 설마, 청성의 장로께서 저를 죽이시기라도 할까봐요.”


“하, 하지만······.”


마을사람들의 걱정은 당연했다.


그들은 의원 당진철의 모습만 보았을 뿐, 단 한번도 그가 무공에 대해 보여주거나, 드잡이 질 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파락호가 시비걸어도 죄다 뜯어말릴 판에, 청성의 이름있는 도사가 비무첩을 던지고, 그것을 무덤덤하게 받다니······.


이것은 누가 봐도 싸움이 되지 않아보였다.


“의원 주제에 기개는 좋군. 그래, 내가 배분이 높은 관계상, 비무할 시간과 장소를 자네가 선택하도록 해주지, 게다가······.”


청흑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한 무진을 흘깃 쳐다보았다.


“독을 쓰는 것 또한 용의해 주겠네.”


“사, 사조님!”


무진과 나머지 제자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 외쳤지만, 청흑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본디 당문은 독을 즐겨 쓰는 가문이었다. 가문의 절기를 쓰지 않고 어찌 비무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


이에 당진철이 피식 웃었다.


애초에 독이라곤, 단 한번도 쓰지 않았다.


독을 쓸 줄도 모르거니와, 당진철의 입장에서는 독 보다 더 강력한 생화학 무기, 즉 세균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 딱히 노인장과의 비무에 독을 쓸 생각이 없습니다만?”


당진철은 이 비무에 세균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째서인가?”


“노인장께서는 그저 고집과 아집만 덕지덕지 붙은 인간일 뿐이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병균아니니까요.”


청성은 정파다.


단 한번도 양민을 칼로 겁박해온 적도 없고, 힘없는 자들을 단죄하려 무공을 수련하지도 않았다.


비록 흑독문을 밀어내고, 세력 확장을 위해, 당진철을 이용하려는 괘씸죄가 성립되려 했으나, 그것이 죽이려는 마음까지는 가지 않았다.


청흑이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껄껄껄 하고 웃었다.


“호오, 그렇다면 자네의 독을 쓸수만 있으면 나 따위는 한줌의 핏물로 만들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렷다?!”


“굳이 그걸 써서, 비무의 온전한 마음가짐을 해하려 들고 싶지는 않았을 뿐이오.”


당진철은 견문호와 정연의 비무가 떠올렸다.


살초 하나 없이, 그저 무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던 그들.


비무란 본디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누군가를 이기려 드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게서 배울점을 찾아, 배우고 자신이 가진 무를 점검하는 것.


그들을 보며, 당진철은 비무의 목적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청흑은 그런 그를 보며, 다시금 껄껄껄 웃어댔다.


“그렇군. 그럼 자네는 나를 뭘로 상대할 건가?”


“내가 가진게, 오직 독 뿐이라 생각하오?”


그 말에 청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 딱히 내 알바가 아니긴 하지.”


청흑은 칼집에 칼을 넣었다.


“그렇다면 시간과 장소를 정해라. 이는 내가 먼 후배에게 주는, 배려다.”


“여기를 벗어나면,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괜찮은 공터가 하나 있소. 시간은 이 시간이오.”


“좋다. 그럼 그때 보는 것으로 하지.”


청흑이, 청백과 제자들을 이끌고 뒤를 돌았다.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걸세.”


청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 검은 보기보다 날카로우니.”


그렇게 청성의 도사들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일촉측발같은 상황이 지나가자마자, 누군가가 토해내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의원님. 어쩌자고 이런 허무맹랑한 비무를 맡으셨습니까요.”


“의원님, 대체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상대는 청성입니다, 청성. 청성에서 내려오신 도사님들은 일검으로 산을 가른다던데······.”


“나, 나는 장강을 쪼갠다고 들었소.”


“허이구. 어쩜 좋아. 우리 의원님 어쩜좋아.”


마을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당진철은 그런 그들을 보며, 왠지 모를 고마움과 따스함을 느꼈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당씨성을 가진 마을 사람들.


그것은 전생에서 당가사람들에게 무시와 멸시, 조롱등등을 당해왔던, 당진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었다.


“괜찮습니다, 여러분. 저도 나름 익히고 있는게 있으니,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이구, 당의원님.”


사람들의 걱정스런 얼굴이 더더욱 깊어져만 간다.


그때 마침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흥, 다들 걱정이 많으시군. 그리 걱정할 필요도 없을텐데.”


“뭐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견문기였다.


“이 당의원 바로 옆엔, 항상 든든한 호위가 뒤따라 다니고 있지 않나?”


그 말에, 마을 사람들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한 남자가 존재했다.


얼마 전, 아미파의 제자와 붙어서 백중세를 이뤘던, 오직 당진철을 향해 충심을 보여왔던 한 남자.


“혹시, 견 제자를 말씀하시는 거요?”


“그래. 그 사람이라면, 청성파의 장로라도 백중세는 할 것이다.”


“하, 하지만 비무는 당의원님이 하시는 거 아니겠소?”


이에 견문기가 피식 웃었다.


“대리 비무라면 가능하지. 당의원이 피치못할 상황으로 인해, 비무를 하지 못할 경우, 대리인을 통해 비무를 지속할 수 있다.”


“아, 그런 방법이······.”


견문기는 그런 마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자신있게 말했다.


“견문호가 나서준다면,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당의원이 다치거나,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지.”


그제야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 안도감이 서렸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견문호와 청성파 장로가 어느쪽에 승리할지 토론하며, 자연스레 흩어졌다.


“도와주셔서 감사하오.”


“도움은 무슨, 나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오.”


견문기가 불편하다는 듯이 말한다.


당진철은 그런 견문기의 대답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었다.


“겁도 없는 의원같으니, 청성파가 뉘집 개이름인 줄 아시오? 아무리 화가나더라도, 그냥 지날 것이지 뭘 그리 나선단 말이오. 나서기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었소.”


“비무에 나가서 먼지나도록 두들겨 맞는 일 말이오? 아니면, 창피의 끝을 보는 것 말이오?”


당진철은 그런 퉁명스런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딱히 숨길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여기서 당진철의 역할은 실력이 출중한 의원이니까.


“일단 진찰부터 합시다. 혹시나 남아있는 균이 없는지, 확인할 터이니 견 공자께서는 이리로 오시구려.”


“답은 듣지 못했소만······.”


“자자, 그건 나중에 듣기로 하고······.”


그렇게 당진철과 견문기는 교습소로 걸음을 옳겼다.


흑독문도들은 그런 그들을 마치 홀린 것처럼 느끼며,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도대체 여기 왜 온거냐?”


“글쎄······.”


흑독문도들이 어이없어하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들, 아니 정확하게는 당진철을 바라보며, 한 흑독문도가 날카롭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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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검기의 폭풍속으로. +2 24.07.05 207 10 11쪽
60 삼초의 실수. +3 24.07.04 266 13 12쪽
» 청성의 장로로 부터 날라온 비무첩. +2 24.07.03 289 12 11쪽
58 내 집에서 당장 꺼져. +2 24.07.02 340 13 12쪽
57 화살 받이 +2 24.07.01 357 10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427 13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440 10 13쪽
54 음모. +3 24.06.26 442 13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494 15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550 11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562 16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575 12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611 14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567 12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568 14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98 15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98 14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587 15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585 15 13쪽
42 비무 +2 24.06.12 608 16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93 17 12쪽
40 수상한 오해. +4 24.06.10 634 17 12쪽
39 음모의 싹 +3 24.06.09 645 17 12쪽
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640 14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652 16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679 19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3 24.06.05 68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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