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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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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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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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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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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연화스님의 고민.

DUMMY




아미산의 밤길은 무척이나 어두웠으나, 환한 둥근 달빛이 비춰, 그리 앞을 못볼 정도는 아니었다.


-사박. 사박.


앞서 걸어나가는 연화 스님.


당진철은 그런 그녀의 등을 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왜 이 시간에 나를 불러낸 거지? 내일 있을 수술 때문에 그런건가? 아니면, 수술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건 아니겠지?’


저쪽 세계와는 다르게, 이곳에서 몸에 칼을 댄다고 하는 것은 죽음과 가까이 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처음 수술방법을 설명해 줬을 때도 지현사태와 제자들이 얼마나 놀라던가.


만약 당진철이 견문호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불신감에 당진철을 아미파에서 내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의원님.”


“아, 그 쫓아내지만 말아주시면······.”


앞서 나가던, 연화가 걸음을 멈추곤, 당진철을 돌아본다.


“쫓아내다니···그게 무슨 뜻이죠?”


순간 당진철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 아뇨. 그냥 헛소리였습니다. 신경쓰지 마시죠.”


연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진철을 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곤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의원님 도착했습니다.”


그 말에 당진철이 앞을 바라보니, 절경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광경이 드러났다.


“호오······.”


당진철이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넓디 넓은 호수.


밤 하늘의 달빛이 비춰서 그런지, 푸르게 빛나는 호수는 마치 별세계에 온 것처럼, 무척이나 경이로웠고, 또 아름다웠다.


“이곳은 제가 고민이나, 울적 할때마다 찾던 곳입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아미의 제자들이 이곳에 주저 앉아, 그날 하루 우울했던 마음을 달래곤 했지요.”


“확실히 무척 아름다운 곳입니다.”


당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화는 그런 당진철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취했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의원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 노마두의 제물로 죽임을 당했거나, 절 구하러 온 사부님을 희생시켰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진철은 그런 연화의 감사를 거절했다.


“감사 인사라면 마차안에서 받은 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연화스님께선, 굳이 다시금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여기까지 오신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에 연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어···그러니까······.”


연화는 우물쭈물 하다가, 끝내 힘들게 입을 열었다.


“···혹여 사부님께선 저의 대해 무언가 말을 하시진 않았습니까?”


“···예?”


뜬금없는 연화의 말에, 당진철에 머리위로 물음표가 하나 떴다.


연화는 이런 당진철의 반응이 답답했는지, 헛기침을 하곤, 다시금 말했다.


“그러니까 호, 혹시나 저에 대해 무슨 말씀이라도 나누지 않으셨나 해서 말입니다.”


“글쎄요. 사태께서 연화스님을 입에 올리시는 건, 손목에 관한 것 밖에 없습니다만······?”


당진철은 최근에 지현사태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별말은 없었다.


그저 수술에 대한 걱정과, 연화에 대한 걱정 뿐.


“···그런가요?”


연화는 호수 쪽을 바라보았다.


고요해진 호수만큼이나, 깊게 가라앉은 그녀의 눈동자가,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려 주고 있었다.


“당의원님, 저는 바보 멍청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연화의 시선이 무겁게 아래로 깔렸다.


“사부님께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조급함을 버리지 못하고 부정함의 유혹에 빠져버렸으니까요······.”


“······.”


당진철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연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제가 그런 조급함만 가지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들이 해를 입는 일은 없었을 거에요. 연정사매도, 연혜사매도, 사부님도, 그리고 다른 분들 전부가요.”


연화는 자신의 승복을 걷었다.


그러자 승복에 가려져 있던, 새하얀 팔과 손목이 달빛 아래에 드러났다.


“이 손목이 대체 뭐라고 다들 그리 고생시켰는지, 이 손목이 대체 뭐라고······.”


울먹이며 말하는 연화.


가만히 놔두다간 금방이라도 자신의 손목을 꺾어 버릴것만 같았다.


그래서 였을까?


당진철은 저도 모르게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그렇다고 손목을 비하시키면 안됩니다. 그 손목에는 아무런 잘못도 없으니까요.”


“예?”


호숫가를 바라보던 연화의 시선이 당진철에게 꽂힌다.


그녀의 당혹감 서린 시선에 당진철은 또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 실수했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당진철은 아예 뻔뻔하게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연화스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실진 몰라도, 그 손목은 오롯이 당신을 위해 힘을 내왔을 겁니다. 아마 다른 분들, 그러니까 지현사태께서도 당신의 손목이 그리 힘을 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백방으로 노력 하셨던 것일테지요.”


“사···부님께서 제 손목을 위해······?”


연화가 자신의 하얀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약지와 중지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의 손.


“연화스님께서도 손목을 더는 포기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 행동하셨던 것 아닙니까. 비록 방법은 잘못 되었더라도, 그 마음만은 손목에게 잘 전달되었을 겁니다.”


“······.”


그녀의 시선이 멍하니 자신의 손목에게 옮겨갔다.


“하, 하지만 저는 이 손목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겼어요. 사부님께 실망하셨을 거에요. 저는, 저는······.”


“그래서 손목은 고치지 않을 생각입니까?”


당진철의 말에 연화의 말이 덧없이 잘려나갔다.


연화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당진철을 바라보았다.


“이러쿵 저러쿵 후회하고 곱씹어 보았자 바뀌는게 없다면, 그냥 해야 할 일을 받아들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해야 할 일이요?”


“그렇습니다. 연화스님께서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이라면, 당연히 그 손목을 먼저 고치는 일이지요. 그 뒤에 후회든 뭐든 하십시오. 어쩌면 모르지요. 사태와, 부처님께 용서를 구할 용기가 생길지는.”


“용기······.”


연화의 시선이 다시금 호숫가를 바라보았다.


바람 한점 흐르지 않는 호수의 물을 무척이나 고요했다.


마치 깨끗하게 잘 닦은 동경(銅鏡)을 보는 것만 같았다.


연화는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사부님의 얼굴을 뵐 용기가 없었구나.’


사건 직후, 지현사태는 바쁘게 장문인전과 당진철, 그리고 아미의 제자들을 다독이며 돌아다녔다.


어쩌면 현재 아미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지현사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연화는 알 고 있었다.


밤마다 지현사태가 찾아와, 자신의 잠든 얼굴을 잠시 지켜보고 갔다는 것을.


‘사부님······.’


연화의 하얀 손이, 가슴을 내리 눌렀다.


“당의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그것참 다행이군요. 환자의 마음이 후련해 졌다는 건, 치료를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니까요.”


“아······.”


당진철의 말에 연화는 살포시 미소지었다.


달빛을 닮은 무척이나 고요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연화스님, 그거 아십니까?”


“뭘 말입니까?”


당진철은 그런 연화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지만, 계속 기회가 없어서 말을 못했습니다만······.”


“하셔도 괜찮습니다.”


“세속에서의 감사는 맨입으로 하는게 아닙니다.”


고요한 호수에 잔 물결이 일어났다.





----------





“준비 다됐어요, 의원님.”


“초옥 안에는 주정도 뿌렸고, 창들도 전부 막았습니다.”


“그래, 알겠다. 문호야 연화스님을 모시고 오너라.”


“예, 스승님.”


견문호가 당진철의 명령에 따라, 연화를 조심히 안고 들어왔다.


어느사이엔가 약에 취했는지, 연화는 견문호의 품안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깨어나면 안되길래, 잠시 수혈을 짚었습니다. 아마 앞으로 두시진 이내로는 깨지 않으 실겁니다.”


“잘했다. 그럼 소령이는 앵속을 준비해주고, 적소저께서는 미리준비해 놓은 천을 덮어주십시오.”


“예.”


적화령이 미리 준비해 놓은 천을 연화에게 잘 덮었다.


그리곤 가위를 이용해 오른팔을 덮은 천을 잘라내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천이 잘리는 소리와 함께, 연화의 하얀 팔이 드러났다.


“문호야 천장에 박아놓은 야명주를 좀 더 아래로 옮겨 다오.”


“알겠습니다, 스승님.”


야명주를 옮기자, 손목 부근에 당진철이 표시해 놓은 부위가 드러났다.


“그럼 시작한다.”


“예!”


힘찬 제자들의 대답을 들으며, 당진철은 이 세계에 온후, 두 번째 시술을 시작했다.




-------



손목 터널 증후군의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수술 부위를 작은 구멍으로 뚫는다.


그리고 가로손목인대를 절단해주면 치료는 완성된다.


어차피 실시간으로 연화의 손목이 스캔되고 있기에, 가로 손목 인대의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단순히 절개만 한다면, 치료가 다 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연화는 뛰어난 검수다.


그것도 아미파의 최고 검수라 불리는 복호승을 노리고 있는 검수.


그런 검수에게 가로 손목 인대를 함부로 절단했다간, 어떤 후유증이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난피풍검법이 손목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단 말이지······.’


그렇기에 당진철은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가로 손목 인대를 남기면서 시술해야해.’


그의 세심한 손길이 바쁘게 연화의 손목을 오간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손목 하나를 제대로 고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전기 메스, 최대한 가늘게 만들어.”


Z.O.R이 당진철의 의지에 따라, 메스를 만든다.


너무나 가늘어서 마치 얇고 길다란 침처럼 보인다.


너무 얇아 자칫 잘못하면 부러질 것만 같은 장침의 모습.


그 마법과도 같은 형태에, 제자들이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그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당진철의 시선이 가늘어진다 싶더니, 가늘어진 침을 그대로 손목에 박아넣었다.


-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저 얇은 침이 깊게 들어가는 것만 육안으로 확인 될 뿐.


당진철의 시선이 스캔위로 바쁘게 오갔다.


‘이쪽이 부풀어 올랐군. 염증인가?’


가로 손목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아래의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당진철의 시선이 보다 더 가늘어진다.


당진철은 메스를 하나 더 만들어내, 하나 더 꽂아 넣었다.


-


알맞게 들어가는 두 개의 메스가 가로 손목 안대에 무사히 안착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좋아, 이제 이 염증을 치료······. 응?’


그 순간 당진철은 볼 수 있었다.


가로 손목 인대 말고도, 손목터널증후군의 원인이 하나 더 있었다는 것을.


‘힘줄이 엄청 비대해졌잖아?!’


가로 손목 인대를 압박할 만큼, 크고 두꺼운 힘줄과 손목.


아무래도 난피풍검법을 훈련하느라, 힘줄들이 크고 두꺼워진 모양이었다.


‘이런 이래서 고통을 느꼈었군.’


보통은 힘줄과 신경을 가로 손목 인대가 압박을 해,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만, 이 경우는 정 반대였다.


두꺼워진 힘줄에 의해, 가로손목인대에 염증이 생겼고, 힘줄과 염증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아, 신경이 끊임없이 압박을 받는 모양세였다.


‘각기병 때문에, 저 성장한 신경줄기 탓도 있지.’


지금 당장 어쩌지 못하면, 신경세포가 끊어질 판이었다.


‘어쩐다······.’


당진철의 고민과는 다르게, 그의 메스는 끊임없이 염증을 치료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앞으로도 손목을 제대로 쓸 수 있게 하려면, 힘줄과 신경의 균형을 제대로 맞춰야 한다.


염증만 치료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였다.


-두근.


맥박 뛰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연화의 단전쪽에서 웅혼한 기운이 몰아치는 것이 아닌가.


“자, 잠깐!”


당진철이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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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화살 받이 NEW +2 18시간 전 164 8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293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24 8 13쪽
54 음모. +3 24.06.26 328 11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380 13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33 9 11쪽
»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455 14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468 10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06 12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476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479 12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11 13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06 12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495 13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497 13 13쪽
42 비무 +2 24.06.12 520 14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03 15 12쪽
40 수상한 오해. +3 24.06.10 546 16 12쪽
39 음모의 싹 +3 24.06.09 555 16 12쪽
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550 13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562 15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588 18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2 24.06.05 589 17 12쪽
34 사천의 의약당. +4 24.06.04 636 17 14쪽
33 초월의 선택. +3 24.06.03 651 15 12쪽
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03 14 12쪽
31 천변만화공의 위력. +3 24.06.01 69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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