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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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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1 12:1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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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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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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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DUMMY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연화의 의식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당소령이 투약한 마취제에 의해, 그녀의 의식은 하릴 없이, 심연속 저 건너편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지금 당장 연화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생각 뿐.


그녀의 의식이 침전(沈前)할 때마다, 그녀의 생각이 보다 더 깊어진다.


연화는 어릴 시절부터 배워왔던 불법과, 익히고 있던,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을 떠올렸다.


‘의원님께서 내 손목을 고치신다고 한다면, 나는 불법으로써 의원님을 도와드려야 겠다.’


그렇게 그녀는 무의식으로 가며, 자신이 익힌 불법과 무상금광신공을 끊임없이 되새겼다.


그것이 어떤 일로 펼쳐질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채.



-----



“이런 써글······.”


당진철은 메스를 뽑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스, 스승님!!”


“의원님!”


“다, 당의원님!”세 제자도 이 사태를 눈치 챘는지, 당진철을 부르짖는다.


그럼에도 당진철은 꽂은 메스를 뽑지 않았다.


‘지금 이 메스를 뽑는다면, 이 수술은 무조건 실패한다.’


가로 손목 인대의 놓인 염증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염증이 퍼져 힘줄과 신경들에게도 손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쩌면 더는 손목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릴지도 모르지.’


당진철은 이를 꽉 깨물었다.


저 내력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모르나, 반드시 버티리라는 마음으로 당진철은 눈을 꼭 감았다.


-사아아.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금빛 섬광과도 같은 내력이 손목을 훑고 지나간다.


‘어라?’


다행이도, 웅혼하게 흘러들어오던, 연화의 내력은 당진철에게도, 시술하고 있는 손목에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다만, 단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약해져 있던 신경터널이 굵어졌다?’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는 아주 자그마한 변화였지만, Z.O.R의 스캔은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이러면 시술하기 훨씬 편하지.’


금빛으로 빛나는, 신경관과 힘줄.


“의원님! 괘, 괜찮으세요?”


“당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스승님!”


세 제자도 연화의 상태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당진철을 바라본다.


“나는 괜찮다. 이대로 시술을 진행한다.”


“하, 하지만 의원님······.”


당소령이 말끝을 흐린다.


당진철은 그런 당소령을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령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아까 덮쳐왔던 내력은 나를 위협하기 위해 온게 아니었단다.”


“그, 그렇다면······.”


“아무래도 연화스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시려는 모양이다.”


“아······.”


당진철은 메스를 들었다.


어떻게 신경관을 끊어먹지 않고, 그 주변 세포를 확장시켜 신경관을 성장시킬까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이런 도움이라니.


‘이렇게 된다면 얘기가 다르지.’


당진철은 금빛으로 빛나는 손목을 바라보며, 염증을 모조리 제거했다.


그리고 손목 인대를 최대한 얇게 만든 후, 신경관과 그 주변 조직을 한번에 긁어냈다.


-우우웅.


다시금 따스하고도 강력한 기운이 손목을 감싼다.


그러자 긁어냈던 조직이 다시금 연결되어 보다 더, 끈끈하게 회복한다.


그와 동시에 신경관 또한 넓어진 공간만큼 더 두껍게 성장한다.


‘세상에 내력에 회복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근육과 신경을 동시에 회복시키다니······.’


당진철은 시술하면서도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


당진철이 익히고 있던 만독심공은 오로지 세균을 성장시키고, 흡수와 방출을 행하는데 그 중점을 둬서 잘 몰랐지만, 정상적인 내공심법은 사람의 잠재능력을 격발시켜, 기를 효율적으로 다루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특히 아미파의 내공심법은, 불문 특유의 색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심법이라, 근육의 회복과 끈끈함이 소림사의 그것에 견줄만 했다.


아마도 각기병이 성행했음에도, 이런 이유 때문에 그리 크게 유행으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이게 진정한 내공심법이라는 거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반쪽짜리 심공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최고의 내공심법.


당진철의 눈빛이 예사롭게 빛났다.


다른 제자들은 그런 당진철의 눈빛을 보지 못한채, 그의 수술 보조를 열심히 도와주고 있었다.




-----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지현대사와, 두 제자는 감격으로 인해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아미파는 축제 분위기로 한창이었다.


게다가 봉문을 공식적으로 끝난다고 장문인령으로 발표했기에, 수많은 향화객들이 아미파로 몰려나갔다.


“스님들 감사합니다.”


“아미파 스님들이 목숨걸고 저희를 구해주셨어요.”


“그러고보니 청성파도 이번에 봉문이 끝난다면서요?”


“네, 청성파 도사님들도 그때 저희들을 구해주기 위해, 엄청 도와주셨는데.”


“에이 그래도 아미파 스님들보다야··· 지현스님께서 직접 움직이셨다던데요?”


사람들의 입소문이 사천 전체로 퍼져나갔다.


호열랄 때문에 그리 널리 퍼지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사천의 양민들이 칭송하기에는 충분했다.


당진철의 이름도 나올법 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진철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당진철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현사태가 새삼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의외로군요. 명성이 생기면, 당의원께서도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사람 얼마나 잘 죽이가를 판단하는 명성 따윈 관심 없습니다. 저는 딱히 살인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니까요.”


애초에 당진철은 ‘살인’따위를 하기 위해 이 세계로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썩은 부위인 ‘사천당문’을 도려내버리기 위해, 귀환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천당문이 오래전에 멸문한 지금은


‘소혜에게 부끄러운 오라비가 되고 싶지 않다.’


사천당문의 독인으로서 살아온 당소혜라곤 하지만, 그 아이 앞에서 마지막까지 살인마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다.


오로지 좋은 오라버니.


사람을 고쳐주고 존경받는 오라버니.


위대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의원님 덕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정도는 들을 수 있는 그런 오라버니가 되고 싶었다.


“정말이지 뼛속까지 의원인 분이시군요. 본승은 탄복했습니다.”


지현사태가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딱히 그리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헌데, 사태께서는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연화스님께선 재활 훈련 때문에 나가셨습니다만?”


지현사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장문인께서 부르십니다.”



-------------



당진철은 지현사태를 따라 장문전으로 향했다.


세 제자들은 당진철이 내준 숙제를 했어야 했기에, 장문전으로 가는 사람은 당진철과 인도해주는 지현사태 둘 뿐이었다.


“저 왔습니다, 장문인.”


“아, 들어오세요, 사숙.”


들어가니, 이미 장문인이 차를 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미리 내어 놓으셨습니까?”


“요즘 제가 다도를 배우고 있지 않습니까. 이리 향이 좋은 차가 구해졌기에, 사숙께 드리려고 제가 미리 준비해놓았습니다.”


“제가 감히 장문인께서 손수 준비해주신 차를 어찌 들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사숙이 거절하지 못하게, 미리 준비해놓았죠.”


“장문인······.”


지현사태가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다, 이내 한숨을 쉬곤 자리에 앉았다.


“아미파 장문인을 뵈옵니다.”


당진철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이자, 장문인이 따스한 미소를 합장을 했다.


“어서오세요, 당의원. 혹시나 당의원께선 불편한 점이 없으신지요?”


“덕분에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 장문인.”


“그것 참 다행입니다. 거기 자리에 앉아보시겠습니까?”


당진철이 자리에 앉자, 장문인이 무겁게 입을 떼었다.


“제가 당의원님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오라,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감사요?”


당진철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문인은 난처함을 옅은 미소로 숨기며, 합장했다.


“당의원님께서 저희 아미파 제자의 손목을 고치신 것도 모자라, 기이한 병이 퍼지는 것을 치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예?”


당진철의 시선이 지현사태로 향한다.


“아미파에 만연한 식습관을 개선하려면, 장문인께 반드시 건의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딱히 숨길법한 이야기도 아니니, 당진철은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다.


장문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안그래도 과거 오래된 노마두였던 시산혈마의 목숨을 취해, 아미의 제자들을 구해 주셨는데, 이런 병까지 치료할 방법을 찾게 해주시다니······.”


그녀가 일어서더니, 예를 다 갖춰, 정중하게 당진철에게 허리를 숙였다.


“아미는 신의께 말로는 다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습니다. 혹시나 원하는 게 있으시거나, 무슨 일이 생기신다면 저의 아미가 전력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장문인은 품속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녹옥빛 판이었다.


앉아 있던 지현사태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건 장문령패가 아닙니까······.”


놀라는 지현사태를 향해, 장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진철만 몰라 어리둥절하자, 장문인이 몇 마디를 덧붙였다.


“이것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아미에게 그 어떤 명령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대대로 장문대리에게 내려오는 패이지요.”


당진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런 귀중한 것을, 고작 문외인인 저에게 주셔도 됩니까?”


“후후, 그리 부담스러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미의 제자가 아닌 다른 외부인이 이 패를 지니고 있다면, 단 한번만 쓸 수 있는 패이니까요.”


“단 한번만······.”


당진철이 장문인의 말을 곱씹었다.


‘그 어떤 권한도 단 한번만 쓸 수 있는 패라.’


당진철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고작 단 한번이라지만, 그 어떤것도 요구할 수 있는 패라면 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 할 것이다.


‘그래도 선이라는 것이 있겠지.’


아미는 사천당문 만큼이나 오래된 뿌리깊은 명문정파다.


이 패를 당진철에게 준 이유는 당연했다.


당진철이 절대 이 패를 사사로이 쓰지 않을것이라는 강력한 믿음.


지금까지 당진철이 아미에게 알게 모르게 했던, 행동들이 그 마음에 신뢰를 심어둔 것이었다.


‘설마 이런 것을 준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것은 당진철에게 있어서 일생 일대의 기회나 다름 없었다.


당진철은 조심히 장문령패을 받아들었다.


“장문인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잘 받겠습니다.”


마치 줬던 것을, 되돌려 받는 듯한 자연스러운 태도.


이런 당진철의 태도에 지현사태의 표정이 의뭉스럽게 변한다.


“···당의원?”


분명 자신이 봐온 당진철의 성정이라면 이 장문령패를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문인 기묘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조금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당진철을 본다.


당진철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럼······.’


당진철은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며, 장문령패를 장문인에게 다시금 내밀었다.


“그럼 지금 당장 부탁하나만 하겠습니다.”


“···예?”


“···지금 무슨······.”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진철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부탁을 했다.


“아미가 가진 내공 심법들을 전부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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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음모. +3 24.06.26 328 11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380 13 12쪽
»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33 9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454 14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468 10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06 12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476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479 12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11 13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05 12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495 13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497 13 13쪽
42 비무 +2 24.06.12 519 14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0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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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0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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