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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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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1 12:1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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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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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손목 터널 증후군.

DUMMY




“차앗!”


먼저 손을 쓴 것은 견문호였다.


소매속에 박혀 있는 쇠구슬이 견문호의 손에 닿자마자, 빗살처럼 연정에게 날아갔다.


‘쇠구슬?’


암기가 날라올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거무튀튀한 쇠구슬이 날라오자, 연정의 표정이 의아함이 묻어나온다.


‘일단 배운 대로······.’


연정의 검이 날라들어오는 쇠구슬을 침착하게 쳐낸다.


-챙.


가볍게 튕겨나가는 쇠구슬.


하지만 견문호의 공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슉슉슈슈슉.


보법을 밟아가며, 난사하듯이 쏘아지는 쇠구슬의 향연.


연정 또한 금정신법(金頂身法)으로 밟아가며, 쇠구슬을 피한다.


그와 함께 난피풍검법을 펼쳤다.


-타다다당.


유려한 검의 움직임이 날아오는 쇠구슬을 강하게 때린다.


그와 동시에, 보법을 밟으며 움직이고 있는 견문호를 향해 그녀의 검이 내려찍었다.


견문호의 두 눈이 다가오는 검을 비추고,


그 순간


‘?!’


연정의 감각이 위험신호를 때린다.


그녀의 손목이 자연스레 구부러지며, 날라가던 칼의 궤도가 급작스럽게 빠뀐다.


마치, 허공에서 누가 손으로 잡아당긴것처럼 좌우로 비산하는 칼날.


그리고,


-챙, 챙!


어디서 날라왔는지도 모를, 쇠구슬 두 개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튕겨나왔다.


‘대체 언제······.’


난피풍검법의 묘리로 잘 막아내긴 했지만, 그녀의 두 눈엔 놀람으로 가득 차있었다.


분명 두 눈으로 견문호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어디서부터 쇠구슬을 날렸었는지, 도저히 보지 못했다.


놀란 것은 견문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떻게 막아낸거지?’


주의를 기울이면,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 때문에라도 들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함정을 깔아두고, 시간차로 날렸던 것인데······.


‘검이 저런식으로 부드럽게 꺾일 수도 있었구나.’


역시 뭐든 경험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놀라움이 스며든 가운데, 둘의 비무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대단하군요. 저런 심리를 뚫는 암기술이라니······.”


지현사태의 말에, 당진철이 그들의 비무에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대단한 것은 오히려 아미의 검입니다. 저걸 받아쳤다는 것은 그만큼 난피풍검법이 대단하다는 반증이겠지요.”


“과찬이십니다.”


당진철은 연정이 보여주는 난피풍검법을 하나 하나 살피면서 Z.O.R을 이용해 기록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손목에 많은 무리가 가도록 만든 검법이지만, 그만큼 보완이 잘되어 있군. 무게중심이 안정적인 것은 아미파 무공의 특징인건가?’


그녀가 펼치는 표홀히 움직이는 금정신법을 보니, 아미의 무공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지, 대강이나마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오랫동안 수련해왔다면, 손목 터널 증후군이 생겨날 수는 있겠군.’


하지만 찝찝한 이유도 좀 남아 있긴 했다.


무인이라면 평소 자기 수련과 단련이 필수다.


난피풍검법은 분명 오랫동안 아미파의 역사적인 무공으로서 오랫동안 전승해왔다.


이런 이들이, 손목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둘리가 없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답을 찾진 못한 것 같구려.”


“아직까진 확신할 수 없긴 합니만, 적어도 난피풍검법이 아예 연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점점 더 치열해 지는 비무.


견문호가 암기로 쇠구슬을 쓰기에, 여파가 군중에게까지 미칠 가능성이 높았으나, 두 사람 다 그런 것을 원하진 않았기에, 최대한 아래에서 위로 암기와 검을 날리는 형식으로 맞춰나갔다.


서로가 제 실력을 못내고 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꼭 그런것도 아닌 것같았다.


‘신나하기는······.’


암기를 던지는 만큼, 잔뜩 제한이 걸려있긴 했지만, 견문호의 표정은 어느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다.


다른 상대인, 연정스님 또한 지금 이 순간만 기다렸다는 듯, 끊임없이 검을 펼치며, 견문호와 비무해 나갔다.


결착이 아닌, 그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비무.


당진철은 이만 하면 됐다 싶어 구경하고 있는 홍진우를 불렀다.


“어르신, 이제 끝내셔도 될 것같습니다.”


“결착은 내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소?”


이에 입을 연 것은 다름아닌, 지현사태였다.


“딱히 결착을 하고자, 만든 자리가 아니니, 선배께선 이만 비무를 끝내시지요.”


지현 사태의 말에 홍진우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홍진우는 숨을 크게 들이 쉬더니, 곧 내공을 가득담은 사자후를 터트렸다.


“비무는 여기까지오! 이제 둘다 거기서 무기를 거두고 물러서길 바리오.”


이 말에 접전을 펼치던, 둘의 움직임이 멈췄다.


“허억, 허억, 허억.”


“하악, 하악, 하악.”


얼마나 치열한 접전을 치뤘는지, 둘의 의복은 엉망이었다.


땀에 절은 건 둘째치고라도, 쇠구슬로 인해, 찢겨진 의복과, 검에 잘려나간 옷가지가 둘의 상태를 짐작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둘의 표정은 어느 누구보다 후련했다.


견문호가 먼저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역시 아미파의 검은 명불허전이었소. 연정스님 덕에 이 견모의 눈이 개안하였소이다.”


“그건 제가 할말이에요, 견 공자님. 암기라, 비열하고 우습게 본 제가 다 부끄러워지네요. 아까 그건 정말 멋진 한 수였어요.”


“과찬이외다.”


구경하고 있던, 하얀 옷을 입은 기녀, 아니 의녀들이 견문호와 연정에게 다가와 다친 상처나, 둘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의 눈은 아직도 서로를 향해 있었다.


호승심이 가득한 눈빛.


그 모습을 보며 지현사태는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헛걸음을 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래도 연정에게는 아니었겠구나.’


아미파 내에서도 비무는 존재했지만, 워낙 같은 무공 때문에 정체되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덕분에 연정은 한층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발돋움을 할 수 있게 되리라.


당진철은 그런 지현사태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비무는 만족하셨는지요.”


“그건 제가 해야할 말 같습니다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지현사태에게, 당진철이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현사태께서도 은근 바라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제자의 성장을 위해 그런 의견을 내신 걸로 압니다만······.”


“이런, 눈치가 빼 빠른 분이셨군요, 당의원께서는. 하지만 당의원또한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뭐,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크게 할 말이 없긴 합니다.”


당진철의 말에 지현사태가 쓰게 웃었다.


“그래서, 난피풍검법이 원인이 맞나요?”


“예, 확실히 손목 근육이 무리해서 병에 걸린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지현사태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피풍검법이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예? 그게 무슨······.”


“제가 난피풍검법을 보고 싶다고 한 것은, 손목 어느 부위에 손상이 갔고, 어떤 치료를 해야할지 알아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진철은 가만히 머릿속으로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해서 떠올렸다.


아직 기본적인 단계로 부목등등으로 고정시켜 재활치료를 하거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만약 증상이 무거울 경우 수술까지 들어가야만 했다.


‘수술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굳이 칼을 대고 싶진 않는데······.’


환자는 검수다.


그것도 아미파의 복호승을 한다는 최고의 검수.


만약 수술을 해서 성공할지라도, 손 끝에 미묘한 감각이 남아버리게 된다면, 그녀 앞에 놓여있는 창창한 검수의 미래를 없애 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당진철이 이런 설명을 곁들이니, 지현사태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 졌다.


“그렇다면, 난피풍검법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제 의원으로서의 소견으로는 그렇습니다.”


지현사태는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일단은 제가 사태와 같이 가서, 확인하는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이에 지현사태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두 여승 또한 사부가 허리를 숙이니, 다급히 자신들도 허리를 숙였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당의원.”




--------





적화령의 소개로 마차 한 대가 준비되었다.


아무리 같은 사천 지방이라고는 하나, 아미산으로 가기까지 꽤 거리가 있었기에, 당진철을 생각한 그녀의 배려였다.


“아니 그렇게 먼거리라면, 세 분께서는 여기까지 어떻게 오신겁니까?”


“당연히 경공을 펼쳐서 왔지요. 무인에게 그만한 거리는 딱히 의미가 없답니다.”


“아······.”


지현사태의 웃으면서 하는 말에, 당진철에게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


‘나도 무공을 익혔는데······.’


하지만 만독심공은 오로지 독을 성장시키고, 인간의 살상만을 강력하게 성장시킨 심공.


경공이라던가, 그런 부분은 애초에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당진철은 새삼 처음 느껴보는 열등감을 아미파에게 느끼며, 마차에 올랐다.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서 일부러 큰 마차를 준비했어요. 말도 쉽게 지치지 않는 짐마로, 사두로 정했구요.”


“고생많았소, 적소저.”


“아니에요. 당의원님께서 타시는데, 최대한 편하고, 안정감 있게 가셔야 하잖아요.”


적화령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당진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올라오시구려, 갈길이 머니.”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차에는 총 일곱의 사람이 탔다.


지현사태를 위시로 한, 그녀의 제자가 우선적으로 탔고, 당진철을 위시로한, 당소령과 적화령이 반대편 좌석을 메웠다.


마부 또한 따로 배정되었지만, 견문호가 마차를 몰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견문호가 마부석을 채웠다.


“헌데, 연정스님께서 왜 여길······.”


“견 공자님과, 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요, 안되나요?”


“안되긴요. 저야말로 바라는 바입니다.”


그렇게 연정이 견문호의 옆자리에 탔다.


“초월 소저. 저 없는 동안 마을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마세요, 독의. 제가 잘 보고 있을게요.”


당진철의 제자 중, 초월만이 당가타에 남기로 결정되었다.


이는 초월의 임신 때문이었다.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초월의 배.


이제 안정기를 지나가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차를 탈 정도는 아니었다.


‘이 시대의 마차라면, 완충장치따윈 존재하지 않겠지.’


적화령이 준비해뒀던, 마차를 잠깐 살펴보니, 아무리 고급이라지만, 완충장치같은 안정성은 존재 하지 않았다.


억지로 데려갔다가, 마차의 진동으로 유산이라도 했다간, 큰일이다.


그런 이유에서 초월은 빠지게 되었다.


“맛난거 사올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보조해 드릴테니까요.”


“···문기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초월은 그런 동기들에 말에, 말없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마차는 떠났다.


사천의 서쪽, 아미산을 향해.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어차피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아니었기에, 그나마 잘 닦인 도보를 통해 마차를 몬다.


다만, 어느정도 길을 지나가며, 서쪽의 영역을 지나가는 순간, 일행들의 표정이 자연스레 굳었다.


“세상에······.”


“이럴수가······.”


여기저기서 내 뿜는 시커먼 연기, 사람들의 곡소리가 집집마다 들려왔다.


“사천의 동쪽에는 당의원께서 계셔서 호열랄을 잡았지만, 이곳 서쪽에는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현사태의 제자중 하나였던, 연혜스님이 지금 보고 있는 광경에 대해 말해주었다.


“···여긴 아직도 호열랄이 유행중인가요?”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의원들도 모두 도망가버려서, 길거리에 쓰러져 죽은 분들도 계셨죠.”


“아······.”


마차 안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당진철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집의 대문마다 붙어 있는 흰 종이.


붉은 안료를 쓴 듯, 붉게 물든 문자가 쓰여 있어, 어쩐지 으스스하게 보였다.


“저것은 저도 모르겠네요. 어떤 주술적인 의미가 있어보이는데······.”


연혜스님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적화령과 당소혜도 신기하다는 듯, 지나가는 부적들을 향해 호기심을 보였다.


“뭐, 병을 쫓아내려는 미신중 하나일 것입니다. 알 수 없는 것일수록 미신을 믿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마부석에 앉아 있던, 연정이 퉁명스레 말했다.


“···그렇군요.”


만약 당진철이 사천의 동쪽에 오지 않았다면, 그곳 또한 이곳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것이었다.


당소령이 그런 상상을 하다,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 쳤다.


그렇게 일행들은 한껏 엉망이된 마을을 지나쳐, 아미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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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화살 받이 NEW +2 18시간 전 164 8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294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25 8 13쪽
54 음모. +3 24.06.26 329 11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381 13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33 9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455 14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468 10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07 12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477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480 12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12 13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06 12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496 13 12쪽
»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498 13 13쪽
42 비무 +2 24.06.12 520 14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03 15 12쪽
40 수상한 오해. +3 24.06.10 546 16 12쪽
39 음모의 싹 +3 24.06.09 555 16 12쪽
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551 13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562 15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589 18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2 24.06.05 589 17 12쪽
34 사천의 의약당. +4 24.06.04 637 17 14쪽
33 초월의 선택. +3 24.06.03 652 15 12쪽
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04 14 12쪽
31 천변만화공의 위력. +3 24.06.01 69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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