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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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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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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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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상한 오해.

DUMMY




-탁.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이 손에 든 백돌을 바둑판에 놓는다.


그러면서 웅얼거리 듯 입을 열었다.


“흐음, 그 소식 들었나?”


그러자, 상대 쪽에 있던 긴 검은 수염을 지닌 노인이 흑돌을 거머쥐곤 흔들림 없는 손길로 바둑판에 내려놓았다.


-탁.


“무슨 소식 말인가?”


이에 흰 수염의 노인이 가만히 고개를 좌우로 까딱 거리면서 고민에 들어가더니, 곧 입을 열었다.


“이 친구, 아직 글렀구만. 아무리 청성이 봉문을 했기로서니, 바깥 소식에 이리 어두워서야. 그러고도 자네가 청성의 장로라고 할 수 있겠느냐?”


“흥, 장로는 얼어죽을. 네놈 때문에 계속 예서 바둑이나 두는게 아니냐. 청백, 너만 아니었으면 진즉 여길 박차고 떠나고도 남았다.”


이에 하얀 수염의 노인, 선백 진인이 피식 웃었다.


“갈데는 있고? 나 말고 청흑의 괴팍한 성정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흘흘흘.”


“누가 괴팍하다는 겐가! 선백 너도 나 말고 감당할 놈이 없지 않나.”


“그래도 자네는 나만큼 인사력(人士力)이 높지 않아, 나 말곤 친우라곤 없지 않나.”


청백진인은 백돌을 골라 들고는, 바둑판 위에 얹혔다.


“끄응······.”


청흑진인은 그걸 보며, 신음소리를 흘렀다.


“여튼 사천에서 크나큰 역병이 발생했다더군. 그래서, 장문사제에게 언질을 줬다네.”


“그럼 구휼미를 풀었나?”


청백 진인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만 보고 있던 양민들이 어려움에 처했는데, 청성에서 보고만 있으면, 안되지 않는가.”


“허어, 그럼 봉문도 깨지는 거 아닌가? 약조를 지키지 않으면, 저 사파들이 시끄럽게 떠들텐데?”


-쾅!


이 말에, 청백진인이 바둑판을 강하게 치며 말했다.


“고통받는 양민들 앞에서, 봉문이 대수인가! 우리는 청성일세, 우리가 양민들을 구하지 않으면, 누가 구원할 것인가!”


청흑 진인이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다고 바뀌는거 없네. 다 기억해놨으니, 얼른 돌들을 제자리로 맞춰두게.”


“···쳇······.”


청백 진인이 얼굴을 붉히더니, 조심스레, 흐트러진 돌들을 옮겼다.


그런 청백진인을 보며, 청흑 진인이 이름을 열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어떻게 들었나. 장문인에게서 별 다른 이야기는 없었는데······.”


“아침에 청성의 제자중 하나가 서찰하나를 건네주더군.”


청백진인은 돌을 다 옮기고 나서, 품속에서 서찰하나를 꺼내, 청흑진인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읽는다고 변하는 거 없네.”


“흥, 내가 그런 치졸한 짓을 할리 없지 않는가.”


청흑 진인은 화내는 청백 진인을 뒤로 한체, 서찰을 읽어보았다.


“흐음, 그러니까 당가타에 역병을 만드는 놈들이 있으니 엄벌에 처해 달라?”


“딱 보니 의도가 훤하게 보여서, 좀 기분이 나쁘지만, 바깥에서 오는 정보로는 쓸만하더군.”


“흠······.”


하지만 청흑진인의 표정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그저 서찰을 다 읽어 보았음에도, 몇 번을 더 반복해서 읽었을 뿐.


“···청흑?”


청백 진인이 의아하다는 듯, 청흑 진인을 가만히 부른다.


청흑 진인은 가만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80년전에 멸족한 당문을 기억하는 가?”


“당문? 아, 그 독과 암기로 똘똘 뭉친 이기심 높은 집단 말이지.”


“···말 조심하게. 그래도 함께 마교를 상대한 문파들 중 하나가 아닌가. 그들이 마교전력의 절반 가까이 쓸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중원은 마교놈들의 손아귀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네.”


이에 청백이 못마땅하다는 듯, 툴툴댔다.


“흥, 정파 답지 못하게, 독과 암기로 싸우던게 뭐가 대수라고······.”


청흑은 그런 청백이 외곬수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밖에 내진 않았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니까.


“여튼 이 서찰에 나와있는 역병을 퍼트리는 흉수가 당진철이라는 의원이라 하더군.”


“당진철··· 설마 자네는 그 의원이 당문의 후손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분명 당문의 직계는 사천에 습격해온 마교도로 인해 모두 몰살당했을 텐데······?”


“···과거 당문을 구원해주려고 온, 오대 세가의 명숙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이 나섰다면, 살아남은 당가인이 한 명쯤을 있을지도 모르지.”


청백 진인은 그런 청흑진인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자네 이름과는 다르게 꽤나 순진한 면이 있었군. 구원? 아니겠지. 당문이 쌓아올린 역사를 빼앗기 위해 찾아갔던 게 아니겠나.”


“청백······.”


“당문의 독이나 암기 만드는 기술이나, 직계 하나만 납치해도 가문에 어마어마한 자산이 될 걸세. 우리가 도가 문파만 아니었다면, 당장 달려들었을지도 모르······.”


“갈(喝)!”


청흑 진의 고함에 청백진인의 말이 그대로 뭉개졌다.


“일단 그 이야기는 잠시 접어둠세. 지금 당장 꺼낼 일은 아니니.”


청흑진인은 손에 든 서찰을 청백에게 건네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이 서찰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단을 꾸려보는게 좋겠네.”


“명분은 그 얼토당토 안하는 서찰의 내용으로 할 것인가?”


“일단은 말이지. 다만 확인해 보고 싶은게 있네.”


청흑 진인의 시선이 사천의 저너머로 향했다.


사천의 동쪽.


옛 사천의 패자 사천당문이 있는 곳에.


“진짜로 당문의 후예가 복수를 위해 시작했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당씨성을 가지고 의원일을 하고 있는지.”


그의 손이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


“확인해보고 싶네.”


그런 그의 뒤로 청백진인이 눈치를 보며, 몰래 바둑판의 돌을 바꾸고 있었다.




-------




-땅땅땅.


“야, 거기 좀 더 올려 거기!”


“여기요?”


“아니, 평형이 맞지 않잖아. 좀더 왼쪽으로 옮겨봐.”


“이제 됐습니까?”


“그래, 이제 거기에 고정해.”


인부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일한다.


당진철은 그런 그들을 보며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 이래도 괜찮습니까?”


그 말을 받아 준 것은 다름 아닌, 적도형이었다.


“괜찮으니 받으시오. 아마 사천의 양민들도 이렇게 되길 원할 것이오.”


적도형이 크게 고개를 끄덕여 말하지만, 당진철은 그 말에 동의 할 수 없었다.


[당문의가(唐門醫家)]


마을 입구에 세워지는 커다란 현판.


멋들어진 글씨체와 고급스런 나무로 만들어진 현판은 그 자체로도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또 비싸보였다.


“차라리, 마을 안에 의원을 개원하면 거기에다가 하시면 되는데······.”


“허허, 당의원. 이건 안에 마을 내부의 당가 사람들하고도 전부 이야기가 되어 있는 거요. 만약 이걸 거부한다면, 나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먹칠하는 거라오.”


“으음······.”


결국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당진철은 세워지는 현판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저 당소령과, 당소령이 지키려했던 것을 지키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당진철을 그렇게 보지 않았다.


‘당씨 마을의 구원자.’


‘당씨가 낳은 최고의 의원.’


‘당씨를 이끌어갈 차세대 촌장.’


마을 사람들은 당진철이 어디론가 휙 떠날까 두려워, 아예 붙잡아 놓은 지경으로 적화령과 의논했고, 적화령은 당진철을 붙잡기 위해, 적도형과 손을 잡고, 아예 당씨 마을을 위시로 한 거대한 의약당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가타로 이주를 결정한 것은 마을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다.


“독의께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아, 루주님. 오셨습니까.”


이화영이 소매로 입술을 가리며 다가왔다.


당진철은 그녀의 차림새를 보며, 곤란한 듯, 입을 열었다.


“루주께서도 이곳에 오시기로 한것입니까?”


오늘 본, 이화영의 복장은, 화려한 붉은 색의 궁장이 아닌, 새하얀 경장이었다.


마치 호열랄이 발발했던 그날, 기녀들처럼.


이화영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뇨. 전 화월루의 루주잖아요. 제 집을 함부로 버릴 순 없죠.”


“그럼······.”


“···그냥 한 번 와보고 싶었어요.”


이화영이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현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 아이들이 이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봤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때는 감사했습니다.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진철이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이니, 이화영이 손사레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과한 예는 받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제멋대로 나서서 도와주러 간 것이니, 감사는 그 아이들에게 해주세요.”


“그래도 루주님께서 허락해주신 덕분에, 사천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화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진철의 말은 맞았다.


호열랄을 벗어나는데, 어찌 당진철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있었겠는가.


사천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알음알음 도움을 줬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으며, 화월루에서 기녀들을 보내주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저희가 독의께 받은 은을 비교하면 아직 갚은 것 조차 되지 못합니다. 이 아이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선뜻 나선것이죠. 그러니 독의······.”


이화영이 공손히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인다.


“이 아이들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당진철은 곤란한 듯, 이화영의 뒤에 시립(侍立)해 있는 하얀 경장을 입은 기녀들을 보며 볼을 긁적거렸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으니, 독의께서 괜찮으시다면 받아주시지요.”


결국 당진철은 그녀들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마을 사람들은 대 환영이었다.


호열랄 사태때, 알게 모르게 쌓여 왔던 정이 그녀들을 쉬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기녀라던지, 문둥병 환자라던지, 그러한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저 함께 배우고 어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소외받아온 그들에게는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의녀님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독의, 아니 스승님.”


그 모습을 보던 이화영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렇게 행복해하던 그때 였다.


“감히 이게 무슨짓이오! 사천 의약당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개원이라니!”


저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온다.


얼굴이 시뻘겋게 한, 의약당주가 척척척하고 오더니, 적도형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적 대인.”


“자네는···사천 의약당의 당주가 아닌가. 왜, 이곳으로 왔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감히 사천 의약당을 거치지 않고, 의방을 차리려 하다니! 이런 얼토당토 않는 일이 생겼길래 이 무도한 자를 쫓아내려 왔습니다.”


의약당주가 당진철을 향해, 삿대질 하며 소리쳤다.


뒤에 있는 의원들도 같은 마음인지 고개를 끄덕이거나, ‘옳소!’같은 말을 내뱉기도 했다.


적도형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그렇다면 자네는 당의원을 사천에서 쫓아내려고 왔는가?”


“예!”


“무슨 자격으로?”


“···예?”


의약당주의 얼굴이 의뭉스러움으로 바뀌자, 적도형이 고함을 내질렀다.


“감히 환자를 내버려두고, 도망간 무뢰배 놈들이 사천을 대표하는 의원이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그것은······.”


그러자 의원들이 아무 말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적도형을 보았다.


“시끄럽다! 호열랄에 전염될까 두려워 일찌감치 도망친 그대들은 의원자격이 없다! 당장 돌아가라!”


하지만 의약당주는 그런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적대인께서 아무리 사천 제일 상단의 주인이시라지만, 저희를 이렇게 함부로 홀대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게다가 저 자에게 큰 비밀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비밀? 당의원에게 무슨 비밀이 있다고 하느냐!”


적도형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의약당주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바로 저자가 호열랄을 사천에 뿌린 범인이라는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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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화살 받이 NEW +2 18시간 전 164 8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293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24 8 13쪽
54 음모. +3 24.06.26 328 11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380 13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32 9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454 14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467 10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06 12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476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479 12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11 13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05 12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495 13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497 13 13쪽
42 비무 +2 24.06.12 519 14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03 15 12쪽
» 수상한 오해. +3 24.06.10 546 16 12쪽
39 음모의 싹 +3 24.06.09 554 16 12쪽
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550 13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561 15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588 18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2 24.06.05 588 17 12쪽
34 사천의 의약당. +4 24.06.04 636 17 14쪽
33 초월의 선택. +3 24.06.03 651 15 12쪽
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03 14 12쪽
31 천변만화공의 위력. +3 24.06.01 69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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