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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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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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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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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무

DUMMY





-호록.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곡차를 마시는 늙은 비구니.


“참으로 훌륭한 차군요. 저희 제자들도 반드시 배웠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초월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현사태를 보았다.


“···저기 진짜 아미파에요?”


이 어색한 분위기를 제일 먼저 깨트린건, 다름아닌 호기심 덩어리 당소령이었다.


이에 지현사태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예, 제가 바로 아미파의 늙은 노승이랍니다.”


“와, 진짜 아미파라니, 저 처음봐요.”


“그런가요? 그렇다면 지금 계속 보면 되겠네요.”


당소령과 지현사태의 대화로 어색했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 졌다.


“그런데, 아미파에서 이곳엔 무슨 볼일로 오신거죠?”


적화령이 날카롭게 질문한다.


“당연히 사천신의를 만나봬러 왔죠.”


쉽게 대답하는 지현사태.


하지만 적화령은 그런 그녀의 말에 쉬이 지나가지 않았다.


“분명 아미파는 봉문하지 않았던가요? 게다가 흑독문과의 관계 또한 좋지 않아서, 그의 세력권안에 있는 것 조차, 부담이 크실 것 같은데요?”


이에 지현사태의 인상이 눈에 띄게 흐려진다.


“이런, 이런. 아무래도 이 늙은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시주께선 무척 불편하신가 보군요.”


“사태께 무례하게 보인점 용서하세요. 다만, 소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오신 사태께서 어떠한 연유로 오신건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지현사태의 눈이 적화령을 지긋이 쳐다본다.


그러다가 당진철에게 시선을 옮겨 번갈아 보더니,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불안해 할 만 하시군요. 안심하세요, 시주. 저는 부처님과 함께할 몸인지라, 사천신의께는 털끝 만치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에 적화령의 얼굴이 화끈하게 타올랐다.


“무, 무, 무, 무슨소리세요! 그, 그런거 아니거든요!”


갑작스레 일어나, 소리를 꽤액 지르는 적화령.


그러다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자마자, 곧바로 자리에 털썩 하고 얌전히 앉았다.


당진철은 그 모습들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뭐하자는 건지.’


이래서야 굳이 여기까지 데려올 필요가 있겠나 싶다.


당진철은 가볍게 헛기침을 한후, 지현사태에게 물었다.


“일단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왜 절 찾아오셨습니까.”


지현사태는 잠시 곡차로 목을 축이고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사천의 동쪽에서 신의의 소문을 들었습니다.”


“제 소문이 사천의 서쪽에서도 알려졌나 보군요.


”예. 신의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와, 문둥병과 양매창을 고치고, 적화상단의 막내 딸의 심장을 고쳐주셨다지요?”


“···저 혼자서 한 일은 아닙니다.”


“겸손하시군요. 이곳 흑독문 세력내에 존재하는 호열랄도 그대로 인해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시주가 아니었다면, 많은 양민들이 죽게 되었을 터, 이 노승이 그대에게 사천의 양민들을 대신해, 감사를 드리오.”


“설마, 사태께서는 사천의 서쪽에 발발하고 있는 호열랄을 잡아달라 오신건가요?”


적화령의 냉정한 어투에, 지현사태의 입가에 쓴 웃음이 올라왔다.


“그 정도로 양심 없지 않소, 시주. 제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야 말로 지양해야할 일이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지현사태는 별안간 그에게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고 예를 취했다.


“나 아마파의 복호승 지현이 사천신의에게 이렇게 간청하오.”


“···예······?”


극진한 예에 당진철이 놀라, 지현사태를 말리려 일어나지만, 그보다 그녀의 말이 더 빨랐다.


“내 제자를 살려주시오.”


이에 눈을 감고 목석처럼 앉아만 있던, 두 여승의 두 눈에서 한 줄기 물줄기가 흘렀다.


당진철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들은 다른 정치적 이유가 아닌, 오직 자신의 명성만을 희망으로 찾아왔음을.


“우리 아미파가 봉문을 한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의원은 없소. 게다가 사방 팔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돌팔이 밖에 오지 않더구려.”


지현사태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떨어졌다.


“이 노승의 부탁을 부디 저버리지 말아주시오. 사천신의 당신만이 이 늙은이의 희망이라오.”


당진철은 난감하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죄송하지만 사태, 더는 들어주기 힘들어,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지현사태의 표정이 한층 어두워 지며, 고개를 떨구었다.


당진철은 그런 지현사태를 보며, 살포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사천신의라는 별호는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그냥 당의원이나 독의라고 불러주십시오. 아까부터 계속 듣는데, 귀가 간지러워서 그만······.”


지현사태와 두 여승이 놀란 토끼 눈으로 당진철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제가 살려드리겠습니다.”


지현사태와 여승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 세상에서 제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으니까요.”




---------




“일단은 병의 원인부터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살려달라라고 말씀하시면, 저로서는 감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 이 노인네가 그것을 깜빡했군요.”


지현사태는 눈을 감고,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에게는 총 세명의 제자가 있었다.


미래의 복호승, 그러니까 아미파의 최고의 검수에게만 주어지는 호칭을 위해, 제자들을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쳤다.


제자들은 열심히 그녀의 가르침을 따라, 검을 익혔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대제자 연화였다.


연화의 실력은 무척이나 출중했다.


아미파에서 내려오는 검법 난피풍검법(亂披風劍法)을 극성으로 익히고, 같은 항렬내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을 정도로, 그녀는 무척이나 뛰어났다.


지현사태 또한 그런 그녀를 무척이나 아꼈고, 아래의 두 제자도 그런 그녀를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연화가 갑자기 손목에 통증이 있다고 하더군요.”


난피풍검법은 화려하나, 부드러움으로서 적을 제압하는 무척이나 어려운 무공.


덕분에 손목을 일찌감치 단련하지 않으면, 난피풍검법의 입문조차 들지 못했다.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대 복호승은 손목의 통증이 있었으나, 그것을 극복함으로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연화는 그러지 못했다.


손목의 통증은 날로 심각해 지더니,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지경에 이르르게 된것이었다.


손가락에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니, 그녀의 실력 또한 퇴보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녀는 좌절로 인해 하루종일 방에 틀어박혀 버린 신세가 되었던 것이었다.


당진철은 그런 연화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심했다.


‘손목을 많이 쓴다라······. 혹시 손목 터널 증후군인가?’


손목 터널 증후군.


일명 수관증 증후군이라 불리며, 손목을 많이 쓰는 직업에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그렇다면, 난피풍검법에 문제가 있나?’


만약 손목을 무리하게 움직여, 무공을 쓰게 된다면, 그 검법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당진철은 곧바로 지현사태에게 요청했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난피풍검법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감히! 아미파의 본신 무공을 엿보려 드는 겁니까!”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던, 여승이 돌연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정아 그만 자리에 앉아. 사부님도 계신데 무슨 추태냐!”


“사, 사고······.”


하지만, 그 옆에 말리고 있던 여승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런 실수했군.’


가문이나, 문파의 비기는 보여달라고 하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었다.


만약 함부로 빠져나갔다가, 어떤 악적이 그 검법을 써버리거나, 심하면 검법에 대한 파훼법이 생기면, 그 문파의 무인들이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떠올렸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큰 실수를 범할 뻔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의원이라고는 하나, 무인에게 무척 실례되는 말이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의원이시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지요. 다만, 어디가서 함부로 그리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지현사태는 겉으론 따스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녀가 하는 말에는 뼈가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난피풍검법을 보고싶으시다는 것은, 혹 그 아이의 손목이 좋지 않은 것은, 난피풍검법이 원인이 되었다고 들어도 되겠습니까.”


마치 칼끝을 겨누고 있는 듯한, 지현사태의 말.


당진철은 호흡을 정리하며 그녀에게서 오는 압박감을 자연스레 넘겼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확신할 수 없다?”


“병이라는 건,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이윽고 병이라는 개체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으음······.”


지현사태는 잠시 고심하다가, 당진철에게 한 마디 던졌다.


“난피풍검법을 전부 보여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주름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비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녀의 시선이 연정이라는 여승에게 돌아간다.


당진철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한가지 사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분명 아미파는 봉문하지 않았던가요?


적화령의 말.


그제야 당진철은 지현사태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하, 여기서 한번 실제 비무를 경험시켜보시겠다.’


아미파는 꽤 오랫동안 봉문을 했던 문파.


영악하게도 이 노승은 난피풍검법을 보여준다는 명분 아래, 제자들에게 실전연습을 시켜주려는 것이었다.


당진철의 눈빛이 빛났다.


‘실전을 경험시켜주려는 것은 사태뿐만이 아니라오.’


당진철의 시선이 견문호에게 닿는다.


“사실 저도 한번 아미파의 검을 견식하고 싶었습니다, 스승님.”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견문호.


“그렇다는군요.”


노승이 살짝 놀란 눈으로, 당진철과 견문호를 번갈아 보더니,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의원인 줄 알았더니, 의원이 아닌 모양이시군요.”


“의원은 맞습니다. 다만, 이 친구와는 다른 인연으로 엮여있는지라··· 이유는 묻지 말아주십시오.”


당진철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자, 지현사태가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홀홀홀 괜찮습니다. 의원님께서 의원님이라 하시면, 의원이 맞는 거겠죠. 그렇다면 비무 장소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이에 입을 연건 다름 아닌, 당소령이었다.


“마을에 아이들이 노는 커다란 공터가 있어요. 거기서 하시면 되요.”



---------



갑작스런 비무.


당진철의 제자 견문호와, 아미파의 여고수가 비무한다는 소식에, 당가타에 모여살던 사람들이 들썩였다.


“우와, 우리 마을에서 고수들이 비무를? 진짜냐?”


“세상에 오래살고 볼일이야. 고작 문둥병 마을이었는데, 이곳에 비무가 생기다니······.”


“얼른 가세! 늦으면 못본다고!”


오랜시간동안 외지인을 보지 못했던 마을 사람들은, 이런 흉한 마을에 고수들 마저 찾아와 비무를 치룬다고 하자, 크게 기뻐했다.


그것은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기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와아 고수들의 비무라니······.”


“언제 또 이런걸 보겠어.”


“향아 우리도 보러가자!”


“나, 나도 같이가!”


마치 구름처럼 모여드는 사람들.


아미파 사람들은 이런 군중들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사, 사부님 저희 어떡하죠?”


“사람들이 많아요.”


“경거망동 할 것없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고 가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지현사태또한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기분은 정말이지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에 봉문을 깨고 나온, 첫 걸음.


늙었다 생각한, 가슴이 오랜만에 설례는 것을 느꼈다.


심판은 당소령에게 구함을 받았던, 홍진우가 맡았다.


“오랜만네. 지현사태.”


“아, 오랜만입니다. 거악개(拒 惡匃) 선배님.”


“아미가 봉문을 풀었다니, 무림의 홍복이로군. 이제야 구대문파가 제대로 설 수 있겠어.”


“과찬이십니다. 헌데, 선배님께서는 어째서 이곳에······.”


“은인이 곤경에 처했다는데 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발바닥에 땀나도록 달려왔지······.”


“세상에, 그렇다면 선배께서도······?”


“그래, 나도 이 마을의 구원을 받았다네.”


그렇게 두 사람이 해후를 한 후, 곧 견문호와 연정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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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화살 받이 NEW +2 18시간 전 164 8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293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24 8 13쪽
54 음모. +3 24.06.26 328 11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380 13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33 9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454 14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468 10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06 12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476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479 12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11 13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05 12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495 13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497 13 13쪽
» 비무 +2 24.06.12 520 14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03 15 12쪽
40 수상한 오해. +3 24.06.10 546 16 12쪽
39 음모의 싹 +3 24.06.09 555 16 12쪽
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550 13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562 15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588 18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2 24.06.05 588 17 12쪽
34 사천의 의약당. +4 24.06.04 636 17 14쪽
33 초월의 선택. +3 24.06.03 651 15 12쪽
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03 14 12쪽
31 천변만화공의 위력. +3 24.06.01 69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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