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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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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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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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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초월의 선택.

DUMMY





견문기의 육신은 빠른 속도로 전달이 이루어졌다.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그냥 이곳 화월루에서 치료를 하지요.”


“그래도 편한 자택에서 치료를 받는 게 더 좋지 않나?”


“그곳엔 설비도 그렇고, 제가 원하는 도구들이나, 공간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저기 눈을 부라리고 있는 분들도 계셔서 어쩌면 약을 잘못 주사하여 비명횡사 당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네요. 뭐, 아드님을 치료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그냥 전부 포기하시는 편도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쪽으로 데려오겠네.”


“과연 흑독문주님 다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힘과 명분을 모두 패배한 자의 말로다.


견마적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표정을 관리하기 힘들었지만, 당진철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흑독문주는 돌아가고, 남은 건 화월루의 기녀들과, 매독에 걸려 신음하는 견문기.


당진철은 견문호를 시켜, 견문기를 수술실에 데려가게 만든다음, 초월이를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초월 소저께서 할 일은 단 하나뿐입니다. 항생제를 주사기에 넣어서, 환자의 동맥에 찔러 넣는 것. 한 며칠동안은 계속 찔러야 하니, 실습에도 좋을 겁니다.”


“정말 그걸로 되나요?”


“뭐,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당진철의 말에 초월이 불안감을 느꼈다.


“독의님께서는 환자를 볼 때, 아주 세심하고, 친절하게 보아 오셨습니다. 저도 그런 의원이 되고 싶어 독의님께 와서 의술을 배우고 있었구요. 헌데, 어째서······.”


“초월 소저께선 분하지 않으십니까?”


당진철의 말에, 초월이 입을 다물었다.


“비록 제가 사람을 구하는 의원의 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본질은 사람입니다. 행복한 일을 겪으면, 웃고, 부당한 일을 겪으면 분노를 하죠.”


“그건 그렇지만······.”


당진철은 조용히 초월의 손에 주사기를 올려놓았다.


“저는 제 제자가 부당한 일을 겪었는데, 괜한 직업적 윤리의식으로 인해 참고 견뎌야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나서서 응징한다해도, 초월 소저의 마음에는 응어리가 고여 있겠죠.”


“허면······.”


당진철이 씨익 웃었다.


“초월소저께서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를 용서할 것인지, 아니면 분풀이를 하실 건지. 저는 제자님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




수술실.


적화령의 시술을 위해 임시로 만든 방이긴 하지만, 이화영의 지시로 정리하지 않고, 아직까지 남겨둔 장소였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쓸일이 있을까 싶어 일부러 남겨뒀는데, 이런식으로 쓰이게 될 줄은 이화영도 생각지 못했을게 분명했다.


‘그것도 하필 독문광색(毒門狂色) 견문기가 말이지.’


사천에 존재하는 모든 여자들의 적.


그것은 기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견문기가 흑독문의 이공자가 아니었다면, 그는 분명 사천의 모든 여성들에게 맞아죽었으리라.


‘그런 놈의 생사가 내 손에 있다라······.’


초월은 조용히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무기질적이며, 서늘한 방안.


오직 가구라고는 방 한가운데 놓여져 있는 침대 뿐.


그곳에는 견문기가 파리한 안색으로 누워 있었다.


얼굴에는 매화를 닮은, 붉은 반점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있었다.


‘독의께서 말씀하시길 이건 양매창의 두 번째 단계라고 말씀하셨지.’


당장이라도 항생제를 넣지 않으면, 안되는 위험한 상황.


초월은 자신의 손에 들려진 주사기를 쳐다보았다.


만약 이 주사를 놈에게 놓는다면, 아마 견문기는 목숨이 붙을 것이다.


하지만 이 주사를 놓지 않는다면, 견문기는 곧바로 죽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후우······.”


초월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살아온 햇수로 약 이십사년.


초월의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로였다.


그때 였다.


“···으으으······.”


견문기가 정신을 차렸는지, 신음을 흘린다.


“···깨어났나요?”


“···누, 누구? 누구지?”


힘들게 눈을 뜨는 견문기.


눈동자가 제멋대로 굴러가다, 곧 초월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너, 넌 넌······.”


“그래요. 저 초월이옵니다. 공자님.”


“···넌 죽지 않았나? 분명 내가 준 독으로, 죽었다고 들었는데?”


이에 초월의 표정이 굳었다.


얼마전 자신에 몸속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독.


이화영과 당진철이 초월에게만은 비밀로 했지만, 초월은 은연중에 그 독이 견문기가 보낸 독이라는 것을 눈치채곤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말을 들으니, 가슴이 옥죄여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초월은 한 손을 배에 얹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역시 공자님이셨군요.”


“···그래, 내가 그랬다. 내가 그랬지.”


“뭣 때문에 그러셨어요? 혹시 제가 아기와 함께, 공자님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되서 그리 행동하셨나요?”


“···당연한거 아니냐. 나는 흑독문의 이공자다. 고작 너 따위 기생에게 마음 줄 것 같으냐?”


냉혹하고, 잔인한 견문기의 말.


어차피 사랑이나 정따윈 기대조차 안했기에, 초월은 그런 그의 차가운 말에 상처 따윈 받지 않았다.


그저 그랬었구나, 라고 납득했을 뿐.


“···그럼 저만 없어진다면, 공자님께서는 행복하시겠네요.”


초월은 주사기를 든 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가 없는 편이 좋다면, 영원히 내가 없는 세상으로 보내주마.


하지만 견문기의 대답은 초월의 예상을 벗어났다.


“···행복?”


견문기의 표정이 사라졌다.


초월은 조금 음울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말했다.


“···제 뱃속에 있는 아이가, 발목을 잡을 거라면서요. 그렇다면 저만 없어지면 공자님께선 행복하지 않으시겠어요?”


견문기는 말이 없었다.


그저 그의 입술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계속해서 곱씹고 있을 뿐.


그러다 결국 짧게 한 숨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나는 이미 죽은 것 같으니까, 말하는 것이지만, 나는 단 한번도 행복을 느껴본적이 없다.”


“···어째서요? 흑독문의 이공자이시 잖아요.”


그 말에 견문기가 쓰게 미소지었다.


“이공자··· 그놈의 이공자. 이공자라고 우대받으면 뭐하나, 나는 한 줄기의 실에 매달린 꼭두각시 인형일 뿐인데······.”


“꼭두각시 인형?”


“···그래, 나는 아버지께서 말하면 그대로 이행 해야하는 꼭두각시 인형이지.”


견문기는 눈을 감고, 잠시 과거를 돌아보았다.


오로지 매섭기만 한 아버지의 등.


그가 외치는 호통은 언제나 그렇듯, 견문기의 팔 다리를 짧은 줄로 묶어버린다.


결국 아버지의 화를 돋우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의 명령대로 행동해야만 했다.


줄에 묶이기 싫다면 말이다.


견문기의 헛소리를 들은 초월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사천의 여인들을 그리 희롱하며 다니셨나요?”


“···그게 그나마 나에게 허락된 즐거운 자유였으니까.”


아버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행동해도 된다.


초월은 깨달을 수 있었다.


견문기의 삐뚫어진 악행이 어디서 기인 된 것인지.


초월의 목소리가 절로 차가워졌다.


“못났네요. 아버지께 받은 멸시를 그보다 더 약한 여성들에게 풀었다는게.”


“···네 말이 옳다. 그런 짓을 한다고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도 없는데, 참으로 한심했지. 아마 여길 벗어난다면 나는 분명 지옥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질게 뻔하겠군 후후······.”


마치 무언가 훌훌털어버린 듯 던진 그 말에, 초월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곧 어이없음은 가슴속 분노로 타올랐다.


‘네가 감히 어디서 모든 것을 다 던지듯 말을 하는 것이냐! 너는 너에게 어울리는 죗값을 받아야 해!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초월은 자신의 가슴속에 품었던 한을 토해내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견문기의 말에 초월은 욕지꺼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네 옆에 있을 때만큼은 행복했다.”


“···뭐라고?”


그 순간, 견문기의 손이, 초월의 손을 붙잡는다.


“어, 어······.”


초월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어째선지 도저히 빼낼 수 없었다.


견문기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나에게 보여준 행동, 말투, 그 모든 것이 나를 구원해주었다고 한다면 너는 믿겠느냐?”


“그, 그건······.”


그것은 초월이 진짜로 견문기를 좋아해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본디 기녀는 손님에게 최고의 봉사를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게다가 초월은 견문기를 유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흑독문의 씨를 받아내고, 안주인으로 자리잡아 정보를 빼내는 것.


그것이 견문기에게 접근하는 유일한 이유이자 목표였다.


헌데, 그것을 견문기는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그 어떤 여인도 나에게 그런 행복감을 맛보게 해주지 못했다. 당연하지 강제로 범하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있나. 큭큭큭. 하지만, 너는 달랐다. 너만은 나를··· 나를······.”


견문기의 말이 점차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변해갔다.


초월은 그것이 양매창의 두 번째 단계에서 오는 환각증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항생제를 주사하지 않으면 견문기는 이성을 잃고 며칠내로 죽을 것이다.


“···네가 다른 목적이 있다해도 좋아. 내 행복이···여기에···아아.···아버지···아버지···그러지 마세요. 화내지 마세요.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죽여버리면 돼. 죽이면 해결될거야······.”


견문기의 헛소리가 수술방을 조곤조곤 울린다.


초월은 그런 견문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불쌍한······.’


어쩐지 연민이 느껴졌다.


아무리 지금까지 악업을 쌓아 왔다만, 고작 자신이 만들어낸, 기녀에 대한 환상과, 유혹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견문기.


‘나는 과연 그에게 정당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초월은 자기도 모르게, 다시금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아직 날짜가 지나지 않아, 그렇게 부풀어 오진 않았지만, 어쩐지 고동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이 아이가 태어난다면, 나는 이 아이앞에서 정당했다고 말 할 자격이 있을까?’


그제야 깨달았다.


당진철이 어째서 자신에게 이 주사기를 줬는지.


어째서 견문기의 생사여탈권을 쥐어줬는지.


‘나 참 바보같다.’


자신은 앞으로 의술을 배워, 의술을 행해야 할 사람이었다.


눈 앞에 있는 견문기가 어떤 사람이던간에 일단은 먼저 살리는 것이 우선인 것이었다.


‘적어도 독의께서는 그리 행동하셨지.’


어떤 경우에서든, 당진철은 환자를 고치는 것을 최 우선으로 여겼다.


비록 그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초월은 주사기를 들어, 견문기에게 다가갔다.


“견문기.”


“어, 으어···초, 초월아······.”


“네가 짊어질 죗값이 너무도 커서 지옥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뭐, 뭐···뭐?”


“그러니 그 죗값을 살아서 갚아라. 그것이 네가 다시 살아 나는 이유일 테니까.”


초월은 당진철에게 배웠던 대로, 견문기의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는 허벅지 안쪽에 존재하는 큰 동맥을 향해 주사기를 힘껏 찔렀다.


“끄으으으윽!”


견문기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초월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가 한마디 했다.


“아, 잘못 꽂았다.”


“끄, 끄으?”


-푹.


“끄아아아악!”


“여기가 맞는데··· 아닌가?”


-푹.


“끄어어어어······.”


“아, 바로 옆이었는데, 실수했네.”


-푹.


“끅.”


-푹.


“꺽.”


-푹.


-푹.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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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화살 받이 NEW +2 18시간 전 164 8 13쪽
56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293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25 8 13쪽
54 음모. +3 24.06.26 329 11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381 13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33 9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455 14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468 10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07 12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477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480 12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11 13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06 12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496 13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497 13 13쪽
42 비무 +2 24.06.12 520 14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03 15 12쪽
40 수상한 오해. +3 24.06.10 546 16 12쪽
39 음모의 싹 +3 24.06.09 555 16 12쪽
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551 13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562 15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588 18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2 24.06.05 589 17 12쪽
34 사천의 의약당. +4 24.06.04 637 17 14쪽
» 초월의 선택. +3 24.06.03 652 15 12쪽
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04 14 12쪽
31 천변만화공의 위력. +3 24.06.01 69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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