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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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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1 12:1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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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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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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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청성파의 등장

DUMMY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네. 혹시 혼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적 없나?”


적도형의 말에, 당진철은 침묵을 지켰다.


혼인.


저쪽 말로 한다면 결혼.


남, 녀가 만나 모든 희로애낙을 공유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같이 산다는 일종의 약속.


그것은 당진철의 기나긴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단어였다.


“···딱히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


“하긴, 독의에게 결혼이란 사치나 마찬가지였겠지. 중원을 떠돌아다녀야 하니까.”


“······.”


독의라는 입장 때문만은 아니긴 했지만, 이대로 오해해도 딱히 상관은 없어서,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


이런 당진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적도형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자고로 혼인이라 함은, 좋아하는 남녀가 서로 만나, 가족을 만들고, 땅에 뿌리를 내려, 평생을 같이 백년해로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뭐, 그런게 혼인이 맞다면, 맞긴 합니다.”


당진철이 떨떠름하게 말한다.


이런 낯선 반응에, 적도형은 고구마 백개는 먹은 듯한 얼굴로 당진철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의술을 배우는 것 보다, 이곳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려, 사천 의원으로서의 삶을 한번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라네.”


“정착이라······.”


당진철은 턱을 쓰다듬었다.


당소혜 때문에 사천지역에 남아 이런 저런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당진철은 단 한번도, 그 이후의 삶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만약 소혜가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면··· 나는 뭘 해야 하지?’


단 한번도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당진철의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찼다.


사랑하는 여동생이 죽는 다는 것은 슬프지만, 정황상, 당소혜는 당진철보다 일찍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가 되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작스레 고민으로 빠져든, 당진철을 보며, 적도형이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음···혹시, 자네 마음에 둔 처자라도 있는건가?”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레 물어보는 적도형의 말에 당진철이 고민에서 깨어났다.


“···딱히 그런건 없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로군.”


적도형이 씨익 웃는다.


당진철이 모호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적도형이 신났다는 듯, 말을 쉴새없이 뱉기 시작했다.


“사실은 말일세, 내 딸 있지 않은가. 우리 막내딸 화령이 말일세. 그래, 화령이. 화령이가 말이야, 날 닮아서 아주 똑똑하고, 영리해서 조금씩 상단의 업무를 배우고 있다네. 본래 수줍움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심장이 약해서 만들어진 거더군. 자네가 치료해준 뒤로 아주 열성적이야. 응? 아니, 외모가 날 닮았다는게 아니라. 그래, 외모는 내 아내를 닮았어. 아주 이쁘고 참하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아아, 정말이지 누가 데려갈지 생각하면, 그 놈은 정말 복받은 거야, 복받은거······.”

침을 튀기며, 쉴새 없이 뱉어내는 딸 자랑에, 당진철이 손바닥을 들어, 그를 제지 시켰다.


“자, 잠시만요, 적대인. 갑자기 적화령소저 이야기가 왜 나오는 겁니까?”


“음? 아직 끝나지 않았네만?”


자식 자랑을 갑자기 멈춘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적도형의 입술이 비죽이 튀어나온다.


당진철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어째서 제 앞에서 적화령 소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겁니까. 저도 적화령 소저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습니다.”


“뭣? 당의원 방금 화령이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한건가?”


적도형의 눈이 반짝 반짝하고 빛난다.


‘아니, 대체 왜 이야기가 거기로 새는거지?’


오늘 따라 적도형의 상태가 무척 이상해보인다.


평소에는 진중하면서도, 차분한 상인의 기질이 엿보였지만, 오늘만큼은 어딘가 광기어린 분위기가 들려 있었다.


당진철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간다.


그리고는 어떠한 결론에 도달했다.


‘···설마······.’


당진철이 생각한 것을 입에 담으려고 할 때, 교습소의 문이 벌컥열렸다.


-콰당!


“아버지! 그만하세요!!”


“화, 화령아?”


적화령이 부술 듯이 문을 열고 들어와, 앉아 있던 적도형을 끌어당겼다.


“아버지,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의원께서 놀라시잖아요!”


“아니, 여기엔 깊은 속사정이 있는데······.”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추태좀 그만 부리고, 빨리 일이나 가요.”


“하, 하지만 화령아, 당의원이 너에게······.”


“아버지!!”


적화령이 소리를 빼액 질러버린다.


교습소 전체를 흔들리게 만들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외침에, 당진철과 적도형이 저도 모르게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아버지. 그러니 더 이상 관심 가지도 말고, 절 좀 내버려두세요!”


“끄응······.”


무시무시한 그 눈빛에 적도형은 결국 굴복하고 꼬리를 말았다.


그녀가 싱긋 웃는 얼굴로, 당진철을 돌아본다.


“당의원님?”


“예, 예?”


“모른척 해주실거죠?”


“···예?”


“모른척 해주실거죠?”


“아··· 예.”


가면처럼 웃는 얼굴이 고정된채, 서슬퍼런 그녀의 눈빛을 보니, 예라고 말하지 않으면, 큰일날 분위기다.


당진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적화령은 곧바로 적도형을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들어올 때 만큼, 박력있게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큰일 날 뻔 했군.”


오늘 따라 무척이나 이상한 날이다.


당진철은 딱히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나, 벌써 두 사람이 자신을 붙잡으려 애를 쓴다.


‘지금 당장 나가진 않을 것인데.’


소혜가 죽는다면, 그 뒤는 어떻게 될진 모르나, 지금 당장은 이곳을 떠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일단 나중으로 생각해 둬야 겠군.’


그렇게 당진철은 복잡한 감정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어간 후, 교습소는 여전히 평소처럼 운영되었다.


새빨갛게 물든 채, 고개 숙여 수업을 받는 적화령을 제외하고는, 늘 그렇듯이 교습소의 똑같은 모습이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여전히 질문하는 학생들과, 나름대로 필기를 하여 열심히 지식을 쌓아나가는 아이들.


특히 당소령 같은 경우는, 응급의학에 관심이 많은지, 위급할 때, 쓸 수 있는 의학들을 자주 질문했었다.


“사부님! 갑자기 사람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당소령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어느 순간부터, 당의원님이라는 존칭은 쏙 빼고, 사부님이라는 좀 더 친밀해진 존칭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아미파에서 지냈던 경험들이 그녀의 뇌리에 각인되었던 모양이었다.


당진철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척, 당소령의 말에 답변해주었다.


“보통 어떤상황인지부터 확인해야지, 돌부리에 찍혔는지, 아니면 누구와 부딪쳤는지, 숨은 제대로 쉬는지, 아니면 평소에도 통증이 있었는지.”


“아, 사례가 많군요.”


“그래도 예전에 네가 했던 것처럼, 보통은 심폐소생술을 많이 사용하면 된단다.”


“그렇군요. 그래도 저는 다른 사례들을 알고, 그에 맞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그래, 그렇다면 내가 다른 증례들도 가르쳐주마.”


열심히 배우려는 학생은 싫지 않다.


당진철은 그렇게 제자들을 가르쳐주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아미파와, 의녀들을 파견해, 사천 서쪽이 호열랄이 물러가게 만들고, 초 가을이 시작될 무렵.


당문의가에 불청객들이 찾아왔다.


흑청색 도사옷을 입은 일단의 무리들.


바로 청성파의 등장이었다.


“이곳이 당씨 의원이 만들었다는, 새로운 당문인가?”


“제자들이 거짓을 고하지 않았다면, 여기가 맞는 거겠지.”


맨 앞에 서서, 서로 질문을 해대던, 두 노인.


특이하게도 입은 도사복하며, 수염까지 서로가 대칭을 이루는 색깔, 흑색과 백색을 입고 있었기에, 그 두 사람이 주는 분위기는 무척이나 강렬했다.


그 뒤에 있는 청성의 제자들 또한 건장한 체격이라 눈길이 갈법한데도, 불구하고, 앞선 두 노인의 차림새가 무척이나 강해 뒤에 있는 제자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누구세요?”


마침 마을 입구를 지나가던, 한 어린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


“얘야, 혹시 여기에 당진철이라는 의원이 살고 있느냐?”


“어? 그럼 할아버지도 어디가 아프셔서 찾아오신거에요?”


순수하게 묻는 아이의 말에, 흑색 옷을 입은 노인이, 점잖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딱히 아파서 온게 아니다. 그저 당진철 의원을 찾으러 온 것 뿐이다.”


딱딱한 말투에, 순수하게 묻던 아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럼, 아픈 사람도 아닌데, 왜 당의원님을 찾아오셨어요?”


“너 같은 어린 놈이 알아서 무얼 하겠느냐. 그러니 얌전히 당의원인가, 진철인가 하는 아해가 어디 있는지 알려만 주거라.”


무척이나 강압적인 말투. 굳은 표정으로 흑노인을 바라보던, 아이의 입술이 댓발로 튀어나왔다.


“흥, 그럼 안 가르쳐줄래요.”


“뭣이?”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당의원님은 찾는 분은 아픈 사람과, 당의원님을 해꼬지 하려는 사람들밖에 없대요. 할아버지께서는 아픈데가 없다고 하셨으니, 분명 당의원님께 나쁜 짓을 저지르려는 분이겠죠? 그러니 안가르쳐줄래요.”


“이, 이놈이!”


흑노인의 얼굴이 시뻫겋게 변한다.


이에 잠자코 지켜보던 백노인이 너털 웃음을 지으며, 흑노인을 제지했다.


“청흑, 이렇게 어린 아해를 그렇게 겁박하고 싶은게냐? 아이가 무서워서 겁먹고 있지 않느냐.”


“누가 겁박을 줬다는 거냐, 청백. 나는 그저 내 할말만 했을 뿐이다.”


“그걸 겁박이라고 하는거다. 너 같이 인상 드러운 놈이 함부로 얼굴 들이미는데, 겁먹지 않을 아해가 어디에 있느냐.”


“그럼 어디 네가 해봐라.”


청흑이라 불리는 흑노인이, 뒤로 한걸음 물러난다.


청백이라 불렸던, 백노인이 아이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얘야, 우린 나쁜 사람들이 아니란다. 우린 청성산에서 내려온 도사들이지. 청성파 알지? 정파에 있는 가장 공명정대한 문파.”


그러자 아이의 고개가 도리질 친다.


“모르는데요?”


이에 백노인의 표정이 굳었다.


“···청성파를 몰라?”


“거기가 뭐하는 곳인데요?”


순간 망치로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으로 멍해지는 백노인.


아이의 대답에 당황한 것은 뒤에 서 있던 제자들이었다.


제자들은 다급히 아이에게 다가오더니, 품에서 경단 하나를 꺼내 아이 손에 쥐어주었다.


“얘야, 당의원께서 어디계신지만 알려줄 수 있겠니? 딱히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잠시 그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찾아왔단다.”


그제야 아이의 얼굴이 펴진다.


“아, 진작에 말씀하셨어야죠.”


아이는 경단을 입에 넣으면서 손가락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되니?”


헌데, 제자의 물음에 아이가 고개를 도리질 친다.


“그럼 저쪽으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아이의 고개가 더욱더 세차게 도리질 친다.


아무래도 입에 경단이 한껏 물려져 있어서 그런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두 명의 제자가 충격먹은 백노인과 흑노인을 달래는 동안, 나머지 제자들은 끈기 있게, 아이의 입에서 경단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일다경이 지났을까?


아이의 입안에 경단이 다 녹아 없어지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거기 말고요.”


“그럼?”


아이의 손가락이 다시금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저기로 가셔서요. 그 다음 첫 번째 골목을 도시면, 세갈래 길이 나오는데, 그 중에 첫 번째 길을 선택해서 가면, 위로 가는 길이랑, 아래로 가는 길이 있어요. 그럼 위로 가게 되면······.”


청성파 제자들의 표정이 싹 굳었다.


하지만 이는 아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을은 아직도 증축 공사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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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화살 받이 NEW +2 18시간 전 164 8 13쪽
» 청성파의 등장 +3 24.06.28 294 12 12쪽
55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법. +3 24.06.27 325 8 13쪽
54 음모. +3 24.06.26 329 11 13쪽
53 마교의 수상한 그림자. +3 24.06.25 381 13 12쪽
52 무상금광신공(無想金光神功) +2 24.06.24 433 9 11쪽
51 연화스님의 고민. +2 24.06.21 455 14 12쪽
50 그는 제가 치료해야 할 병마였을 뿐입니다. +3 24.06.20 468 10 12쪽
49 서, 설마 사천···당문······? +2 24.06.19 507 12 12쪽
48 피비린내나는 전투. +2 24.06.18 477 11 12쪽
47 그들의 위기. +2 24.06.17 480 12 12쪽
46 청성파의 제자와 격돌. +2 24.06.16 512 13 11쪽
45 우리는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2 24.06.15 506 12 13쪽
44 아미파에 만연해 있던 병. +2 24.06.14 496 13 12쪽
43 손목 터널 증후군. +2 24.06.13 497 13 13쪽
42 비무 +2 24.06.12 520 14 12쪽
41 네놈이 의원이더냐! +2 24.06.11 503 15 12쪽
40 수상한 오해. +3 24.06.10 546 16 12쪽
39 음모의 싹 +3 24.06.09 555 16 12쪽
38 소금은 확보해놨소 형님. +2 24.06.08 551 13 12쪽
37 영웅이 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 24.06.07 562 15 12쪽
36 나도 사람을 살릴 수 있구나 +2 24.06.06 588 18 13쪽
35 호열랄(虎列剌:콜레라) +2 24.06.05 589 17 12쪽
34 사천의 의약당. +4 24.06.04 637 17 14쪽
33 초월의 선택. +3 24.06.03 652 15 12쪽
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04 14 12쪽
31 천변만화공의 위력. +3 24.06.01 69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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