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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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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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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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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신 가이아 - 계승자 결말

DUMMY

이별의 준비는 길었지만, 이별의 인사는 짧은 법일까. 항상 뭐가 됬든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 결과를 도출하는 건 아주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어젯밤 그토록 울던 넬과 테오도르가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던 준성은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다. 피리야와 흑천호가 준성을 배웅하기 위해 뒤따라 나왔다.

아침이라 하나 이제 묘시(새벽 5시~오전 7시)의 중간 쯤 되는(약 6시) 시간이었기에 아직은 거리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나와 있지 않은 시간이었다. 가을로 들어가는 시기의 지금,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 듯 쌀쌀한 바람이 준성을 스치고 지나갔다. 갓에서부터 내려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이 얼굴에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왠지 모르게 춥다고 느껴졌다.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뇨, 그냥 잘 말해주세요.”


피리야의 걱정스런 표정을 본 준성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저 표정을 넬과 테오도르가 다시 짓게 된다면 자신은 아마 이곳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게 싫었다. 두려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럼, 전 이곳에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몸조심 하게.”

“감사합니다.”


흑천호와의 인사도 끝냈다. 준성은 그들을 돌려보내고 한참을 기다려 호래차(號來車 : 부르면 오는 차. 즉, 택시)를 잡아타고 국제 비행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면 이온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


국제 비행장의 출국장에선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보이고 신분을 확인시킬 수밖엔 없었다. 종족은 순수 인간 혈족인 샤렐 엘피네스 족의 박준성이었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다만 샤렐 엘피네스 족은 멸족했다고 봐야 올바른 표현이었다. 남아있다곤 하지만 거의 외부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샤렐 엘피네스 족이라 한다면 준성을 지구에서 이곳 카로마니아로 데리고 왔던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이 있었다. 그녀처럼 아주 극소수의 샤렐 엘피네스를 제외한 모든 태고적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들은 모두 지구에서 카로마니아로 넘어온 이민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덕분에 샤렐 엘피네스로서 기본적인 지식 문제에 대답해야 했지만,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샤렐 엘피네스 족의 역사 공부는 이미 해놨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이민자들 중에서 언어가 통하게 되고, 어떤 경로로든 샤렐 엘피네스 족에 대해 알게 된 직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주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서 샤렐 엘피네스를 보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아, 이곳으로 오시지요. 즐거운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준성은 심사대를 통과해 얼굴을 돌리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 억지로 웃고 있었지만, 그것도 꽤 힘든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웃지 않게 된 게 언제 적 일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스페리 남매를 만난 이후론 그래도 제법 웃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웃었던 나날보다 찡그리고 있었던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색했던 건, 어쩌면 자신의 얼굴이 너무 차갑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지도…”


출국장 창문 밖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비행정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였다. 그것을 지켜보는 꼬마아이들… 그리고 의자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부모 품에 안겨 졸고 있는 아이들… 개의 형상을 하고 있는 태백국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얼굴. 지금 집에서 잠들어 있는 남매의 얼굴이 이 아이들의 얼굴과 겹쳐졌다.

하지만, 이젠 다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어차피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


창문의 발을 걷어달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을 들으며 걷어 올린 발 뒤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창문 밖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진 제국에 도착한 것이었다. 제국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인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삭막해보이기까지 했다.


“수고 하셨소. 박준성 씨.”

“오랜만입니다. 이온 퓨릭스 씨.”


갓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빠져나온 출국장에선 이온 퓨릭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


순례자, 호법자, 인도자들 사이에 첩보가 빠르게 전달되고 있었다. 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내용은 다름 아닌 두 명의 벨로드 에르테르프가 직접 접촉해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면 제 호법자는 물론이거니와 레이지스의 인도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겠죠.”

“…….”


타루엘의 말에 염원의 순례자 샬롯 페데리카 엘더브런이 표정을 굳혔다. 그러나 새하얀 순백의 은빛 머리칼을 곱게 빗어 내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되는 어려보이는 얼굴의 뷰르 (변인족 鴘人族 : 매의 특징을 닮은 인간 종족) 족의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정말 포기할 생각입니까?”

“어둠의 순례자가 움직이고 있다더군요.”

“…그렇습니다.”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에 있었다. 사실상 초기 순례자의 원형을 가장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며, 동시에 현대 순례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어둠의 순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순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의 순례자들까지 움직인다면 자칫 순례자 내의 싸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순례자는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엔 없었다.

무엇보다 어둠의 순례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설사 같은 순례자라 해도 적으로 간주되면 죽여 버리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가 없었다.


“결국 정말 포기하겠다는 소리군요.”

“…부모를 물 순 없죠.”

“클 만큼 컸다면 부모의 품에서 나와야 하는 게 자식 된 도리 아닐까요.”

“일반론이죠. 품에서 나오는 것과 부모와 물어뜯고 싸우는 건 다른 일입니다.”

“대화가 안 되는 군요. 당신이 키운 피의 군주가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당신의 아이를 당신이 말하는 그 부모가 죽이려 한단 말입니다.”

“…….”


둘 다 올바른 말이다. 라고 한다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순례자와 순례자간의 입장 차이를 생각한다면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순례자와 순례자 사이에 박준성이라는 하나의 계기를 대입시키면 그것은 타루엘 베루카야의 말이 맞았다.

그러나 어느 쪽의 말도 맞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성을 단순하게 하나의 변수로 보는 엘더브런의 태도가 잘못 되었으며, 순례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타루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타루엘의 생각은 그저 가장 이상적인 논리일 뿐이었다. 그저 연민의 감정일 뿐이었다. 순례자들에게 있어서 준성은 존재해선 안 되는 존재.


“순례자들의 뜻은 언제나 이 세상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나마 최근까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게 순례자들도 준성을 내버려둔 이유였다. 그러나 어둠의 순례자의 전달자와 싸우고 이제는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어둠의 순례자들에게 직접 대립하겠다는 뜻이 되고 그것은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의 순례자들까지 적으로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준성을 보호하겠다!’ 다시 나서게 되면 순례자는 자동으로 붕괴될지도 모를 일. 그나마 운명의 세 여신의 힘으로 겨우 끝을 낼 수 있었던 사건을 다시 일으킬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있는 이온 퓨릭스라는 당신의 벨로드 에르테르프. 당신이 신경 쓸 사람은 그가 아닌가요?”

“…당신들의 생각은 잘 알았습니다. 그럼 준성도 우리가 거둬들여도 되겠습니까?”

“어둠의 순례자와 직접 대립하겠단 뜻이 됩니다.”

“어차피 내 부하들을 먼저 때린 게 그들입니다.”

“복수를 하겠단 말입니까?”

“지키겠단 것입니다.”


타루엘 베루카야와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의 눈빛이 서로의 눈동자를 향하고 있었다. 흔들림은 없었다. 서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고민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후회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타루엘은 일어나 미호를 앞세워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방 안의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을 돌아보았다.


“당신의 의견이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당신과 만날 일이 없을 것 같군요.”

“그렇게 되겠지요.”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의 순례자들의 의견을 따른다. 그것은 다시 말해 더 이상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찾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 되었다. 사실상 가이아 여신에 대한 모든 정보는 순례자들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엘더브런의 말에 타루엘은 아쉬운 작별을 나눌 수밖엔 없는 것이었다.


“당신과는 이야기가 되는 사이라 생각했었는데, 아쉽군요.”

“어차피 다른 세력. 이익조건이 달라지면 벌어지는 게 역사죠.”


타루엘은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피의 역사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걸 막고자 우리 순례자가 움직일 겁니다.”

“우린 적이 되겠죠.”

“그것도 역사입니다.”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모든 건 세상을 위해서… 라는 겁니까?”

“…미래에 태어날 생명을 위해서입니다.”


엘더브런의 염원이었다.


==========


<용어 설명>

호래차 :

부르면 오는 차라는 뜻으로 현대의 택시와 같다.


샤렐 엘피네스 :

창세전쟁 이전의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는 종족이다. 세계 에 단 1%만 존재하는 이들은 신의 모습을 닮은 천상의 종족이기도 하다.

세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아온 그들이기에 그들의 생활 습관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외모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약 70여 종족에 해당하는 지구상의 종족들의 외모는 바로 창세 전쟁으로 인해 오염된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살기 위해 동물의 특징과 인간을 접목시켜 만들어낸 키메라. 그것이 바로 현재 인류가 시작된 계기였다.

그러나 천계에 닿지 못한 신들이 그 변화를 거부하고 모여 만든 세계에서 창세 이전의 모습을 간직한 채 삶을 살았고, 그 삶 속에서 살아온 자들이 바로 샤렐 엘피네스이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오늘 연재분을 쓰다 문뜩 생각해보니 준성과 이온의 만남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차라리 순례자의 탑에서 만나게 할 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뭐, 이미 연재한 걸 다 뜯어 고칠 순 없으니 그냥 연재해야 하겠지만요.


잡설 3.

이번 글을 연재하면서... 홍보글을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올렸었었죠. 그 뒤로 한 번도 올리지 않았었습니다. 이유는 귀찮아서... 해봐야 선작수나 조회수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하니까. 뭐, 그런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안 올리니까. 왠지 편하네요. 아니, 진심으로...

홍보하고 나면 선작수 올라갔나? 조회수는? 이라는 쓸데없는 기대를 자꾸 가지게 되는 데, 그런 거 없이 글만 쓰니까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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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9.01.05 479 2 12쪽
92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9.01.04 300 2 11쪽
91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9.01.03 46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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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8 442 2 16쪽
87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7 305 2 11쪽
86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6 531 2 12쪽
85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24 32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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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0 471 2 17쪽
82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19 40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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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16 68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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