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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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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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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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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546,278

작성
08.12.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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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DUMMY

결국 피리야와 이온은 함께 올라가게 되었다. 그 대신 이온과 피리야는 오로지 길버트 케네스만을 상대할 수 있도록 이 건물 안에 있는 칼리고들은 모두 앤 볼타비아가 처리하기로 했다. 라드린느는 이온을 치료해 준 뒤, 곧바로 주인인 타루엘에게 돌아가 버렸다.


“그럼 충분히 쉰 것 같으니 어서 가자.”


앤 볼타비아는 이그니스를 이리저리 흔들어보더니 손을 멈추고 이온과 피리야를 돌아보았다. 총상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본 직후 울음을 터트리고 그 뒤로 한참을 더 울기만 하는 피리야의 울음소리가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둘의 관계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딱히 사귄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의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가 다친 거 안 보여요?”

“그러니까 돌아가자고 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것은 그것일 뿐, 그런 상처로 싸운다는 건 무리일 테니 오늘은 돌아가자는 충고에도 한사코 거절했던 이들이… 그것도 지금처럼 언제 다시 칼리고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징징 짜고만 있으니 짜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앤의 말에 피리야는 앤을 노려봤고, 그런 피리야를 이온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달랬다. 이온이 피리야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자 전신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이온은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소릴 흘렸다.


“미안, 가자.”


이온은 비틀거리면서도 한걸음 한걸음을 힘 있게 걸었다. 그리고 걱정하는 피리야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금씩 그 발걸음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무한한 정신력… 그것으로 지금의 고통을 잊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쓰러지는 건 야수의 왕 길버트 케네스를 죽인 뒤에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 그렇게 세뇌하며 벨로드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다음 층을, 그리고 그 다음 층을, 모두 앤 볼타비아와 피리야 플로렌스가 해결했다. 그 중 직접적으로 전방에 나가 칼을 휘둘러야 했던 앤 볼타비아는 그 만큼 크고 작은 상처가 늘어갔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층을 달리할수록 더욱 빨라지고 격렬해지고 있었다. 그 만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가 이미 넘어섰다고 봐야겠지만, 앤 볼타비아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마지막 30층만 남겨놓고 있었다.


“다음이 마지막이야.”


이온은 가슴팍에 불타오르는 이그니스가 박힌 채 숨을 거둔 마지막 남은 칼리고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숨을 헐떡이고 있는 엔 볼타비아를 돌아보았다. 이미 충분히 무리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혼자서 전 층을 모두 부수고 올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말은 아무리 앤이 이그니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칼리고의 영웅이었다 해도, 그리고 타루엘 베루카야의 부하인 호법자라 해도 인간이기에 체력적 한계에 이미 몇 번은 부딪히고도 남았을 것이란 소리였다.


“…더 싸우고 싶지만, 그랬다간 욕심쟁이란 소릴 듣겠지. 가보도록 해.”


결국 선택하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온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앤 볼타비아는 지쳐있는 미소를 지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앤의 얼굴은 피로가 가득 뭉쳐져 있었다. 이온은 그런 그녀가 앉기 쉽도록 도와주려 했지만, 그러는 순간 몸 전체를 엄습하는 고통에 얼굴만 찡그릴 뿐, 더 이상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했다.


“오빠는 저리 가 있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피리야가 질투심이라도 생긴 건지 화를 내며 다가와 앤을 부축하더니 29층에 있는 수 많은 방들 중, 그나마 싸움의 피해가 그리 크게 미치지 않은 방으로 안내해 의자에 앉히고 돌아섰다.


“수고했어요. 이제부턴 저와 오빠가 할게요.”


그 모습에 앤은 실소를 터트렸다.


“…수고해요.”


닫히는 문 너머로 앤은 그렇게 말했다.




마지막 층.

이온은 30층에 있는 유일한 한 개의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려 예의를 갖춘다는 명목으로 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피리야가 자신의 특기인 레샤르 메른으로 문을 날려버렸다. 굉음을 내며 갈라지고 부셔져 나간 문 너머엔 길버트 케네스와 칼리고들이 있었다.


“길버트!”


악을 질렀다. 어떻게 생각해도 용서할 수 없는 자. 겨우 잊으려 노력했더니 다시 시비를 걸어 수많은 희생을 내고도 태연하게 웃고만 있는 자.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것은 어떠한 의기심도 용기도 아니었다. 그저 살의일 뿐이었다. 그저 야수의 왕이라는 이름으로 칼리고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 길버트 케네스를 죽이고 싶을 뿐이었다.


“오랜만이군.”


길버트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손짓을 했다. 그러자 방 안 여기저기서 대기하고 있던 칼리고들이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며 자세를 잡았다. 칼부터 시작해서 총, 창, 지팡이, 철퇴, 등등… 많은 수의 칼리고에 걸맞은 많은 수의 무기들이 보였다.


“먼저 즐기라고. 1년 전과 같을 테니까.”


길버트의 잔인한 미소는 곧바로 고함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이십 여명의 칼리고들에게 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온은 검은색 기운을 미친 듯이 내뿜고 있는 건곤지묵도를 휘둘렀다.


건곤지묵도 섬(殲)


건곤지묵도에서 뿜어져나간 검기가 뒤에서 총으로 공격을 보조하려던 칼리고들에 충돌하며 폭발했다.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큰 폭발… 그 폭발 덕분에 건물의 바닥이 꺼져버렸고, 또한 피하지 못한 너덧 명의 칼리고들이 그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그 뒤를 이어 피리야가 오밀 렘을 들고 검이나 둔기 같은 무기를 쥐고 달려드는 칼리고들을 향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강화된 총알이었던 탓일까. 아니면 너무 얕잡아보였던 탓일까. 무기를 쥐고 달려들던 칼리고들 중 상당수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 이제 남은 수는 8명. 아직 길버트를 잡지 못했으니 끝난 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승산이 있었다. 이온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몸을 이끌고 그 여덟 명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들었고, 피리야도 그 뒤를 이어 이온의 보조를 맞춰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지막 남은 칼리고의 목을 베어 넘겼을 때, 비로소 길버트와 마주할 수 있었다.


“제법이군. 여기까지 쉽게 올라온 건 아닐 텐데.”


의외로 빨리 끝났다는 것에 대한 감탄이면서도 동시에 그리 놀랍지 않다는 표정의 길버트였다. 마치 애초에 이렇게 되리라는 걸 예상했다는 듯이… 길버트는 허공에 대고 무심한 손짓을 할 뿐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길버트의 주위가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검은 구멍 속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정체 불명의 물체들도 함께 튀어나왔다.

그것은…


“야생의 맹수?”

“아니, 내가 길들인 것들이니 맹수인 건 사실이지만, 야생은 아니지.”


길버트는 그렇게 말하곤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공간의 문을 통해 넘어와 으르렁대고 있던 십여 마리의 맹수들이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온은 칼을 회전시켜 거대한 맹수의 앞발을 막아냈다. 그 순간 피리야가 총을 쏘아 맹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러나 어쩌면 동료였을 맹수가 쓰러졌음에도 다른 맹수들은 공격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붙잡힌 뒤에도 끝까지 길버트의 위치를 말하지 않았던 칼리고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온은 결정을 내릴 수밖엔 없었다. 이온은 결정이 내려지자 맹수의 공격을 이리저리 힘겹게 피하며 길버트를 향해서 달려 나갔다. 덕분에 터져버린 상처에선 끝임 없이 피가 흘러내렸고, 급격한 혈류량 감소로 인해 눈앞까지 캄캄해졌다. 그러나 그 어두워지는 시야에서도 길버트의 웃는 얼굴만큼은 놓치지 않고 끝임 없이 뒤쫓았다.


“멸화!”


길버트의 코앞까지 달려왔을 때, 이온의 고함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그 순간 이온의 몸을 중심으로 검은색의 기운이 맹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이온의 등을 노리고 앞발을 내려찍으려던 맹수부터 그 폭발에 휘말려 몸 전체가 검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길버트 역시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 이상 웃지 못하고 두 팔을 앞으로 내밀어 멸화의 기운을 있는 막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서서히 줄어들어갈 때엔 이미 건물이라 부르기 힘들 만큼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이 모조리 뜯겨져 나가 겨우 그 형체만 유지하고 있었다.

건물 아래엔 부셔져 떨어진 파편들로 인해 온갖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건물 세 개 층을 모조리 날려버릴 만큼의 파괴력… 금방이라도 쓰러져버릴 것 같았던 이온이 쓰기엔 너무나 큰 힘이었고, 이온은 그 힘을 모조리 방출한 직후,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젠장…”


이온은 길버트를 향해 건곤지묵도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더 이상 싸울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을 만큼 이온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결국 이온의 손은 힘없이 떨어졌다. 길버트를 향해있던 건곤지묵도 역시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그것은 멸화를 직접 코앞에서 맞이해야 했던 길버트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길버트의 양 손은 멸화의 불길에 검게 타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쉽사리 꺼질 것 같지 않을 불… 길버트는 쓰러져버린 이온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입구 쪽에서 폭발의 여파에 휘말렸다 겨우 일어나는 피리야가 보였다.


“내가 맡은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


길버트는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너무나 뜨겁게 타들어가는 두 손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움직였다. 경계하고 있는 피리야에게 시선이 멈춰 섰다.


“내가 죽고 나면 이 건물의 지하실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그 곳에 6대 벨로드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을 테니까.”

“뭐라고요?”

“크악!”


길버트는 피리야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멸화의 불길은 양 어깨까지 도달해있었다.


“야수의 왕 길버트 케네스! 새로운 벨로드에게 미래를 선사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길버트의 외침이 밤하늘에 흩어져갔다. 멸화의 불길은 어느새 그의 목 아래까지 도달해있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오늘따라 소설 쓰기 정말 싫네요. 덕분에 밍그적대다가 시간상으로 하루 어기고 연재하고 갑니다. 월요일에 또 시험입니다. 어째 매주마다 시험이네요. 하아...


잡설 3.

본래는 이온과 길버트의 싸움을 좀 화려하게 쓰고 싶었는데... 역시 딸리는 실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결말이다. 하는 생각으로 쓰다보니 자꾸 마음만 급해지고... 흠... 이상한 버릇이 들어버렸습니다.


잡설 4.

시험, 숙제, 시험, 숙제, 시험, 숙제...

일상이 참... 화려하게 단조롭습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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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8.12.27 14:44
    No. 1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08.12.27 17:06
    No. 2

    저는 시험은 옛날옛적 끝나고 겨울방학을 어제 했다지요. 오호호호호!

    싸움씬은 확실히 어려워요. 컹.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2.28 11:47
    No. 3

    키리샤 님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2.28 11:48
    No. 4

    천재누피님 :

    부럽습니다!

    전 1월 초나 되야 방학이... ;ㅁ;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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