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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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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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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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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6,278

작성
08.12.10 10:2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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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여신 가이아

DUMMY

“…이걸 두고 사람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는 건가?”


문을 열고 들어온 테페를 향해 이온은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런 이온을 향해 테페는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 웃음은 이온의 불쾌한 기분을 더욱 나쁘게 할 뿐이었다.


“웃지 말고 말을 해!”

“호호호, 미안해요. 너무 웃겨서 그만… 흠흠,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그저 당신에게 주인님께서 그렇게 한 이유는 일종의 시험이었어요.”

“시험?”


테페의 말에 이온은 되물었고, 테페는 방안으로 들어와 책상 옆, 침대 위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네, 시험이요. 피의 군주 벨로드… 당신도 알다시피 가이아 여신의 신전으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죠.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진짜 그의 환생이거나 한 건 아니잖아요?”


테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온을 쳐다보며 아무런 대꾸도 없는 이온을 아주 짧은 시간동안 감상하듯 쳐다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이유가 되었다고 봐야 해요. 당신이 얼마나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찾는 데 열성을 기울이는지 알고 싶으셨던 거죠.”

“…결국, 6개월 동안 난, 실험실의 쥐였다는 건가?”

“네? 호호호.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당신 말고도 또 다른 피의 군주가 지금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다급한지도요.”


이온은 테페의 말 중 특정 단어에 반응했다. 이온은 바로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 당겨 그 위에 털썩 걸터앉은 뒤, 테페 앞으로 의자를 끌고 가 눈을 마주쳤다.


“또 다른 피의 군주?”

“예, 또 다른 피의 군주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저 피의 군주의 이름을 이어받았다고 해도…”


이온은 하던 말을 멈추고 다시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자신도 환생이 아니다. 이름만 이어져 내려온 피의 군주가 얼마나 많이 생겨나든 그건 문제될 게 없는 일이라는 뜻이 된다.


“결국, 가이아 여신의 신전으로 향하는 탐지견이 필요했다는 말이로군.”

“어머, 그렇게 자신을 비하시키지 말아요.”

“시끄러! …그래, 좋아…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정확하게 뭐지?”

“흐음… 그건 일단, 식사를 하면서 대화하는 게 어떨까요? 이제 점심시간이기도 한데.”


테페는 책상 위에 놓인 반원형의 아무런 무늬나 그림조차 없는 밋밋한 모양의 탁상시계를 가리켰다. 테페의 말처럼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점심은 짧은 회의 끝에 “어서 준비하죠.” 라는 테페의 말을 끝으로 시내에 나가 사먹기로 했다. 아프레이카의 전통 음식을 사주고 싶다는 테페의 말과 그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피리야의 찬성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약 20여 퓨에(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상상 이상으로 좋아 보이는, 아니… 비싸 보이는 가게였다.


“자, 그럼 어서 말해봐.”


주문이 끝나고 다시 자기들만 남게 되자 이온은 테페에게 답을 요구했다. 그러자 테페는 이온을 향해 웃어 보이며 약간의 시간을 끌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선은 가이아 여신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겠네요.”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다.


----------


창세전쟁 말기.

전쟁으로 시끄러운 세상과는 달리 전쟁이 미치지 않는 중립국가 중 하나인 디그렌의 어느 저택에선 평화로움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테레사는 배 위에 느껴지는 아주 특별한 느낌에 잠이 깼다. 밝은 햇살이 하얀 커튼을 넘어 방안을 밝히고 있었다.


“흐음… 아, 여보.”


테레사는 고개만 살짝 들었다가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배게 위로 머리를 떨어뜨렸다. 배 위에는 테레사의 남편, 벨로드 에르테르프의 머리가 올라앉아있었는데, 단순히 올라가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듣기 위해 애쓰는 듯, 귀를 배에 파묻고 있었다. 그러다 테레사의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들고 테레사를 쳐다보며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미안. 깼어?”

“네… 어때요?”

“아무 소리도 안 들려.”

“당연하죠.”


벨로드의 실망이 섞여든 말투에 테레사는 빙그레 웃으며 벨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키스해줘요.”


벨로드는 테레사의 말에 몸을 일으켜 세워 테레사를 향해 고개를 뻗은 뒤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아주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 아침마다 연례행사라 할 수 있는 아침잠을 깨우는 입맞춤이었다.


“시녀들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도록 할 게.”

“고마워요.”


벨로드는 하늘거리는 잠옷을 펄럭이며 방을 나섰다.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된 그날 아침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뱃속 아이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던 벨로드가 아침을 준비하는… 변화라곤 눈곱만큼도 없지만, 언제나 행복했던 그 날의 끝을 알리는 시작의 종은 아침 식사가 끝나고, 점심을 막 먹으려던 때 벌어졌다.

국왕의 사자가 저택 앞에 도착하였고, 벨로드는 그 사자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국왕폐하의 명령입니다.”

“신, 벨로드 에르테르프. 국왕폐하의 명을 받습니다.”


명령은… 전쟁 선포. 전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 미친 싸움에 대한 참전이었다. 그리고 그 선발대를 이끌 장군으로 선출된 것이 바로 벨로드 에르테르프였다.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두되던 이 시기에 참전 결정을 내린 국왕의 저의가 궁금했지만, 디그렌 왕국의 장군으로서 그저 그 명령을 따를 수밖엔 없었다.

3일 뒤, 벨로드는 끝까지 눈물을 참으며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배웅해주는 테레사를 뒤로 하고 전쟁터에 나서게 되었다.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듯, 매우 치열하게 벌어졌다. 전쟁 초, 신무기였던 무기들은 이제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을 만큼 새로운 무기들이 전쟁터를 누비며 서로를 죽여대고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벨로드가 임신한 테레사를 두고 전쟁터에 나와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 벌써 석 달이 지나간 어느 날.


“…결국 그 수밖엔 없겠군요.”


디그렌 왕국의 왕성. 그 안에 자리한 국왕의 특별 회의실… 방안을 밝게 비추는 햇살과는 다르게 심각한 표정의 국왕을 비롯한 이 나라의 대표적 권력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들 속에는 벨로드의 부모와 테레사의 부모도 함께 있었다. 벨로드의 부모는 서로의 손을 잡고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었으며, 테레사의 어머니는 이미 거의 실신한 상태였고, 테레사의 아버지는 어느 정도 각오했다는 표정으로 그 회의에 참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기왕이면 죽어주면 좋겠지만…”


후작이 벨로드 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벨로드의 부모는 그 말에도 딱히 이렇다 할 반응 없이 묵묵히 회의의 진행만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은 신탁에서 시작된 것. 가이아의 탄생만이 우리와 그리고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잊어선 안 될 것이네.”

“예, 폐하.”


말끝을 흐렸던 후작이 국왕의 말에 고개를 조아렸다. 국왕은 얼굴을 덮고 있는 검은색 수염을 매만지며 회의를 계속 진행시켰다.


“신탁에 따라 가이아 여신의 탄생에 필요한 모든 걸 준비한 지 몇 년… 신전은 완성되었고, 가이아 여신에게서 그를 떼어놓는 것까지 모든 건 순조로운 진행이네. 이제 남은 건, 3일 뒤… 그녀를 가이아 여신으로 만드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유의 전부. 페트리어트 후작.”

“예, 폐하.”


테레사의 아버지인 페트리어트 후작이 일어나 국왕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 아이를 준비시키게.”

“예, 폐하.”


페트리어트 후작이 간결하게 대답하자 테레사의 어머니인 페트리어트 후작부인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 울음은 꽉 다문 입에서 더 이상 빠져나가질 못하고 끅끅거릴 뿐이었다.

그녀의 눈물을 시작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그리고 그날 저녁. 페트리어트 후작은 시종을 앞세워 자신의 딸 테레사 에르테르프가 살고 있는 봄의 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짧아서 죄송합니다;;;

핑계라면... 만년 솔로가 애정놀음 쓰려니 힘에 부쳐서 결국 녹다운 되어버렸다는 게... 핑계입니다.


잡설 3.

초대 벨로드 에르테르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이아 여신의 탄생 비화에 대해 쓸 예정이지만, 다음화에서 끝납니다. 뭐, 그리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새로운 벨로드들의 새로운 역사를 그리는 게 주 목적인 게 이 소설인 만큼... 솔로에게 찬바람의 상처를 주는 사랑 놀음이야. 뭐... 개밥의 도토리만도 못... 하... 하... 하...;;; 뭐, 그런 겁니다.

올해는 꼭 여우목도리를 차고 싶습니다!


잡설 4.

올해도 감기냥과 열애중입니다. 쿨럭... 감기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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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8.12.10 13:26
    No. 1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08.12.11 15:32
    No. 2

    저도 솔로....뭐, 전 젊으니까.......자유로운 영혼이라............ㅠ

    잘 읽었습니다!

    음; 초대 벨로드의 행복한 모습에서 또 절망할 것을 생각하니....벨로드들; 너무 불쌍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2.13 17:42
    No. 3

    키리샤 님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2.13 17:43
    No. 4

    천재누피님 :
    ㅎㅎ... 전 이제 솔로 예찬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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