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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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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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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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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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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DUMMY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보다 평화롭지 못했다.

하레스 왕국을 떠난 상단의 상선은 상단 소속의 전함 두 척의 호위를 받으며 태백국으로 향했다. 그렇게 태백국까지 불과 하루 정도 남겨놓은 어느 날 밤. 상단을 호위하던 전함 중 한 척에서 커다란 불기둥이 치솟았고, 구조 요청을 끝으로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해적의 기습이었다.

남은 전함은 곧바로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전함에서 경보음이 울려 배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제외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던 고요한 바다를 다시 일깨웠다. 백마 상단 소속 전함은 어둠속을 향해 조명탄을 쏘고는 곧바로 포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2척의 배… 그리 큰 배는 아니었다. 전함이라 보기에도 엉성해 보이는 배. 그러나 실력의 차이라고 할까. 해적 중에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날아간 포탄들의 상당수는 배에 맞기도 전에 강한 돌풍에 맞아 궤도가 과도하게 꺾여나가 새하얀 물기둥을 세우며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그 대신 백마 상단 소속의 전함은 두 곳에서 날아오는 포탄의 비와 몰래 상륙한 해적들의 기습으로 인해 결국 전함은 나포되었다. 그 와중에 무역선은 어두운 바다를 곧장 질러 최고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전함이 두 척이나 당했다고 해도 해적들에게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 할 수 있었다.


“젠장, 이쪽의 배가 더 느릴 수밖엔 없는 건가.”


선장의 탄식은 무역선의 앞뒤를 포위하고 멈춰선 채 위협사격을 하는 두 척의 해적선을 향해있었다. 물론 해적선이 빠르기 때문인 건 사실이지만, 해적선에서 포탄을 막아냈던 바람을 이용해 배의 추진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준성이 타고 있는 백마 상단 소속 무역선의 앞뒤를 포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무역선은 항복의 백기를 들 수밖엔 없었다. 조명등으로 항복의 의사를 밝히고 배의 엔진을 꺼버렸다. 그러나 그 때, 준성은 갑판위에 올라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양 손에는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 덩어리가 뭉쳐져 있었다.


“이곳이라면… 물이 많은 곳이라면 내가 유리해. 싸워서 이길 순 없다 해도 도망은 칠 수 있을 거야.”


준성은 선장실 바로 위에까지 한달음에 올라갔다. 어둠뿐이 바다 위인지라 제대로 보이는 건 없지만, 승리를 확신한 해적선에서 내는 빛은 어두운 곳이라 더욱 밝게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준성은 재빨리 불레를 모아 끓어오르게 했다. 몸 전체가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 준성은 심호흡으로 끓고 있는 불레를 느꼈다. 그리고 재빨리 마법을 외쳤다.


물의 장막(Water Curtain)


마법이 발현되자 무역선 주위로 반원의 물의 장막이 펼쳐졌다. 물리적 공격에 대해서도 약하지만 분명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방어 마법… 단, 물의 장막 표면에 빠르게 흐르는 소용돌이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물리적 공격에 대한 방어력은 없는 마법이었다.

준성은 미간을 찡그리며 다시 주문을 외쳤다. 그러자 미약하게나마 흔들리기 시작하는 물의 장막의 표면… 그리고 그것은 해적선에서 쏜 포가 두어 발 정도 배 위와 근처에 떨어진 뒤에야 겨우 소용돌이가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고 포 공격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포 공격을 받았지만, 방어막이 완전하게 형성이 되자 우왕좌왕 하던 모든 걸 멈추고 선장의 명령에 따라 연기와 불을 뿜으며 무역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제까지고 해적선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것은 포탄을 한발씩 맞을 때마다 금방이라도 부셔질 듯 흔들리는 방어막과 준성의 몸 전체에 흐르는 식은땀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


이온은 새벽부터 일어나 발굴 터를 돌아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발굴 작업을 시작한 것도 겨우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밤늦도록 발굴된 유적들을 감정하고,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 발굴 터를 돌아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통에 피로가 쉽게 풀릴 날이 없었기에 이온의 얼굴은 푸석푸석함 그 자체였다.

아무렇게나 자라난 턱수염을 북북 긁으며 이온은 발굴 터를 빙 둘러본 뒤, 점점 밝아지는 주위가 착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막사로 돌아갔다.


“흑천호 씨에게서 온 소식이에요.”


오후에는 홍화린이 이온과 피리야를 불러놓고 자신의 덱샤를 꺼내 둘에게 보여주었다. 임무 때문에 어디론가 떠난다던 흑천호에게서 온 연락이 왔던 것이다. 그가 갔던 곳은 태백국… 그리고 그가 보내온 소식은 6번째 벨로드 에르테르프에 대한 기록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첨부파일에는 그것에 대한 맛보기 정보가 담겨져 있었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선 우리들 중 한명이 가야겠군요.”


회의의 시작이자 끝은 결국 이것이었다. 문제는 누가 가야 하냐는 것… 그것을 결정하는 데는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결국 지금 이 발굴 터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을 뽑고 나니 남은 결정은 쉬웠다.


“괜찮겠어?”


피리야가 여행용 가방을 손에 쥐고 이온과 홍화린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로 피리야를 혼자 보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듯, 이온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피리야를 쳐다보았지만, 피리야는 아무 걱정 없다는 듯이 웃어보일 뿐이었다.

통역을 하기 위해선 홍화린이 무슨 일이 있어도 남아야 했다. 그리고 발굴된 문화재들을 감정하기 위해선 이온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 있어야 했다. 정작 피리야만이 이 발굴 터에서 크게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결정되어 피리야가 태백국으로 떠나게 된 것이었다.


“내가 어린 앤가. 괜찮아.”


피리야는 차에 올라타 이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하고 웃었다.


“그럼, 저도…”


홍화린까지 피리야의 뒤를 이어 차에 올라탔다. 태백국까지 연결된 중앙(中央)기차역까진 홍화린이 데려다주기로 한 것이다. 홍화린까지 올라타고 나자 차는 바로 출발했다. 그렇게 다시 몇 시간뿐이겠지만, 이온은 혼자가 되어 막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피리야를 떠나 어디론가 떠났던 적은 많지만, 피리야가 자신을 떠나 어디론가 가버린 적은 처음이라는 이질감을 좀 더 느끼기도 전에 쌓여가는 유물들 속에 파묻혀야 했다.


----------


배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 겨우 노산(路山)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죽다 살아난 게 이런 것이라고 할까. 준성은 해적선이 포기하고 물러나고도 그 뒤로 노산(路山)항에 도착할 때까지 마법을 풀지 않고 있다가 노산(路山)항에 도착한 뒤에야 마법을 해지하고 선장실 천장에서 실려 내려왔다. 탈진한 것이었다.

배의 몰골은 처참했다. 두 번 다시 항해하지 못할 정도라고 할까. 배에 달려 있던 세 개의 엔진 중 하나는 완전히 파손되어 역류하는 불길을 막기 위해 격벽이 내려와 완전히 봉인되어버렸고, 선채 여기저기엔 포탄으로 인해 생긴 파손으로 검게 타들어간 흔적이 새벽에 벌어진 해적선과의 추격전이 어땠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와! 와!”


준성이 사상자들과 함께 실려 나갈 때, 배에서 내린 선장은 환호성을 받았다. 해적선에 당하고도 추격을 따돌리고, 게다가 끝까지 짐을 지키며 노산(路山))항까지 온 선장을 위한 환호성이었다. 그러나 그 함성 속엔 준성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준성은 부상자들과 함께 섞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외의 다른 이유라 한다면 준성이 상단 장의 아들의 권한으로 꽂아 넣은 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야 할지도 모를 준성은 그럴 수 없었다. 밤사이 쉬지 않고 마법을 써야 했던 준성은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다 할 만큼 탈진해 기절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만 하루 뒤, 준성은 병원 침대에서 눈을 떴다.


“괜찮나?”

“…예.”


준성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찬혁이 일어나려는 준성을 말렸다. 준성은 눈을 힘겹게 껌뻑이며 찬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지럽고 졸음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애써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강제로 끓게 하여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너무 오랫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 탓일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좀 자둬.”

“…예.”


힘겹게 떠 있던 준성의 두 눈이 다시 감겼다.


----------


퇴원한 건, 4일 뒤의 일이었다.

찬혁의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준성은 떠나기 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집안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은 그냥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 한숨을 내쉴 수밖엔 없게 한 것이었다. 준성은 곧바로 청소를 시작하였다.

말이 청소지, 그냥 누워 잘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한 정리일 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저물어갔다.

다음날 아침. 준성은 어제 헤어지며 찬혁이 남긴 내일 아침엔 상단 장실에 먼저 들리라던 말을 잊지 않고 상단 장실에 먼저 들렸다. 남자 비서의 안내로 상단 장실의 문이 열리고 들어가자. 서너 명의 사람들이 어떤 도안을 펼쳐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익숙한 남자의 모습도 보였다. 설전엔 참가하고 있지 않지만, 어사 제복을 입고 앉아서 그 설전을 구경하고 있던 찬혁이었다.


“아, 어서 와.”


그리 크지 않은 찬혁의 음성이었지만, 설전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었던 듯, 설전은 그대로 끝나버렸다. 그러나 외부인이라 할 수 있는 준성이 봐도 그리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펼쳐 놓았던 도안은 그대로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쪽이 제가 말한 그 청년입니다.”

“보면 안다.”


50대 중반쯤 되었을까. 머리가 심하게 벗겨진 남자가 준성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 처음부터 주눅 들게 하는 음성이었다.


“…자네, 배 조종은 할 줄 아는가?”

“예? 아, 아뇨, 할 줄 모릅니다.”


대뜸 튀어나온 질문. 준성은 당황하면서도 어서 대답하라는 찬혁의 표정을 읽고 재빨리 대답했다. 찬혁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고, 찬혁의 얼굴은 낙심하는 분위기를 띠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속도가 너무 빠르진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잡설 3.

1월 1일(어제)에 수업했습니다. 12월 25일엔 시험보더니...

이거 두 개 모두 기념일 맞죠?? 아닌 것 같네요.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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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6 5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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