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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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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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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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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546,278

작성
09.01.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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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여신 가이아 - 걸어 가는 길

DUMMY

40여일을 입원한 뒤에야 통원치료가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이 되었고, 준성과 이온은 그 결과를 등에 업고 퇴원을 할 수 있었다. 퇴원하는 데는 꽤 적은 수의 취재진만 찾아왔을 뿐이었다. 어차피 찾아와봐야 취재를 거부당할 것이고, 시청률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을 만큼 크게 관심 있는 내용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결과에 준성과 이온은 안심하면서도 그나마도 적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와야 했다. 그리고 곧장 항구로 향해 근처 여관에서 3일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 출항허가가 떨어져 겨우 승선할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40여일을 놀아버린 선원들이 모두 배에 올라 출항 준비도 끝내놓은 상태였다.


“그럼, 열흘 뒤에 그곳에서 보죠.”

“그렇게 하지요.”


모자를 푹 눌러쓴 이온이 얼굴을 가리고 있는 준성과 악수를 하며 그를 배웅했다. 준성은 마음을 정한 것 같았다. 가지지 못한 자가 한 가지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면 열 가지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길을 선택하였다.


“이제 당분간은 볼 수 없겠구나.”

“건강해야해.”


준성과의 인사를 주고받은 이온은 이번엔 피리야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온 역시 지키고 싶은 걸 떠나보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무엇이 올바른 선택일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번에 홍화린을 대신해 태백국에 배정된 흑천호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믿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피리야를 잘 부탁하오.”

“걱정마시오.”


흑천호와도 인사를 했다. 진 제국에 당분간 체류하는 건 이온 퓨릭스 뿐이었다. 이렇게 작별의 인사는 끝났다. 태백국을 향해 배가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배는 방파제를 떠나자마자 엔진을 켜고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돛을 밀어주는 바람과 엔진의 추진력에 배는 더욱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에서 손을 흔들던 피리야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아마… 이게 마지막이겠지.”


이온은 떠나가 버린 배의 자취를 쫓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모든 일은 초보자치고는 빠르지만, 그래도 느리게 진행되었다. 실질적인 경제활동 모두를 지휘하고 있던 피리야였지만 한 상회를 이끄는 교육을 받는 건 많이 힘든 일인 듯 했다. 그러나 약속한 기한까지 준성은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한시도 쉴 시간이 없었다.

행수 교육뿐만 아니라 태백국에 이민자 신청까지 해야 했으며, 적웅 상단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에 제출하는 상회 건립 신청서에 주인이 바뀌었다는 내용을 새로 기재해 제출까지 끝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드디어 허가가 떨어졌다는 내용의 글을 받았다. 태백국인이라는 국적이 없는 자라면 사실상 상회를 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이민자 신청을 해야 했고, 그것을 토대로 적웅 상단과 나라에 다시 신청서를 보냈던 것이다.


“아, 힘들어요.”

“…후우… 어쩔 수 없죠. 좀 쉬도록 합시다.”


그 순간 “언니, 언니!” 하며 넬이 달려 들어와 피리야에게 안긴 뒤 피리야를 끌고 나갔다.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준성은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건지.’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하고 웃고는 책상위에 펼쳐놓았던 책을 덮었다. 어두워지는 창문 밖 풍경은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을 보자 약 20여일 전 자신과 이온이 했었던 약속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때도 노을을 바라보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었으니까.


----------


퇴원한 날 저녁. 준성과 이온은 간단하게 머리만 감고 나와 노을을 바라보며 어느새 한풀 누그러진 더위를 만끽하고 있었다. 가을이 되어가는 듯 했다. 예전처럼 그렇게 덥진 않았다.


“제법 시원하군요.”

“벌써 9월 초니까요.”


여름에 와서 가을이 되어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약 40여일을 지내며 쌓은 기억이라곤 병원에서 누워있었던 것뿐이라는 게 문제라 한다면 문제였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


준성은 대답이 없었다. 이온의 질문의 의미는 알 수 있었다. 다만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겠다는 게 그 이유라 한다면 이유였다. 피리야와 이야기를 끝낸 이온과는 달리 준성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스페리 남매를 위해 어떻게 해야 올바른 일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와 함께 있는 것보단 안전하겠지. 애초에 피의 군주인 우리들과는 상관도 없으니까.”

“그건! …제 아이들이란 말입니다.”


준성은 이온에게 “당신 때문에 말려든 일 아냐!” 라고 화를 내려다 속으로 삼켜버렸다. 왠지 지금 이 자리에서 화를 낸다면 스페리 남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이온의 눈동자는 준성의 마지막 말이 흥미롭다는 의사를 비쳤다. 준성은 이온의 눈빛에 자신이 말을 잘못 내뱉었다는 걸 깨닫고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제 자식처럼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훗, 알고 있네. 너무 그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일 필욘 없어.”


준성이 결혼이라도 했거나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 낳은 아이라면 분명 준성의 실체에 대해 소문이 퍼졌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준성이 어떻게 살아왔을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온 역시 알고 있었다. 지구라는 곳에서 넘어온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 탓에 여러 방면으로 그들의 삶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정말 안전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길 빌어야지.”


이온도 준성의 질문에 이렇다 할 명확한 대답을 내려줄 순 없었다. 이온과 준성을 노리던 어둠의 순례자라는 자들이 한번 납치사건을 벌이고 또 납치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다만, 이제 또 다른 피의 군주 벨로드 에르테르프인 준성의 존재도 알고 있는 이상, 언제든 준성의 상회가 다시 공격 받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걸 피할 방법. 그리고 스페리 남매를 지킬 방법으로 이온이 제시한 것이 바로 자신과 함께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두 명의 벨로드가 함께 다니는 이상 굳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짧은 기대감 같은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스페리 남매와 피리야가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언제 다시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하게 될지 모르는 자신들의 곁에 언제까지고 둘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 요소였다.


“…어쩔 수 없군요.”

“…현명한 선택일 뿐이야.”


준성과 이온은 붉은 빛도 많이 누그러져 이젠 검은색으로 바뀌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


이젠 완전히 가을이었다. 방송에서 본 가을 단풍 소식이 아니더라도 상회 주변에 심어놓은 단풍나무들이 붉게 물들어 가는 것에서 가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쌀쌀해지겠구나.’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월동준비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 최소한 넬과 테오도르를 위한 겨울옷을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봐라.”

“예, 행수 어르신.”


행수 비서가 문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항상 궁금한 것이 부르면 즉각 나타나는 그의 모습이었다. 평소엔 잘 보이지도 않다가 부르는 순간 마치 땅에서 쑥 하고 튀어나오듯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명령을 기다리는 그의 행동은 마냥 신기할 따름이었다.


“잠시 나갈 테니 채비를 해주게.”

“예, 행수 어르신.”


행수 비서가 즉각 모습을 감췄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자객처럼 모습을 감춰버렸다.


“…신기하단 말이야.”


행수 비서가 할 일은 행수 못지않게 많았다. 아니, 오히려 어떤 입장에선 더 많다고도 할 수 있었다. 행수의 손발이 되고 입이 되고 눈이 되는 게 행수 비서이기 때문에 행수 비서는 하루 종일 상회 안을 헤집고 다니며 이것저것 명령하고, 확인하고, 또한 그 모든 걸 문서화하여 행수인 준성에게 보고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바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걸 총괄해서 관리하는 게 준성인 만큼 준성 역시 진 제국에서 40여일 가까이 체류하는 동안 상회가 돌아간 상태에 대해 정리되어 보고된 문건들의 정리와 승인은 물론이거니와 상단회의의 참가와 상회에 찾아온 손님맞이, 등등 준성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다 덤으로 피리야의 행수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으니 하루를 쪼개고 또 쪼개 남들보다 3배는 더 살고 싶은 기분까지 들었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아닌 그저 시간이 없기에 떠오른 생각일 뿐이었다.


“아이에게 입힐 겨울 옷을 찾고 있소.”

“아, 어서 오십시오. 자제분의 나이가…”


견인족의 젊은 남자가 좋은 인상이라기 보단 비굴한 인상의 미소를 지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준성을 반겼다.


“19살, 여자아이와 9살 사내아이오.”

“19살… 어이쿠, 곧 있어 시집 보내 달라 아우성이겠군요.”


점원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준성에게 연분홍빛이 감도는 겨울용 헤폭(태백국의 전통 옷)을 들어올려 보였다.


“이건 어떠십니까?”


준성은 남자의 웃는 얼굴을 무시하고 옷을 바라보았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글 분위기상 눈치 채셨겠지만, 조만간 끝납니다. 외전인 이 글이 끝나고 나면 넬이 주인공이 되어 7개 서론 중 하나인 귀향록(가제)을 시작하게 됩니다. 뭐, 그런다는 겁니다. 넬이 여자인 만큼 귀향록은 여자가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뭐, 적어도 계승자가 끝날때까진 주인공이 이온과 준성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잡설 3.

글자수 46만자... 원고지 매수 3천장... 지금까지 계승자를 쓴 량입니다. 이번화를 제외하고 헤아린 수인 만큼 조금은 더 늘었겠지만, 거의 차이가 없겠죠. 설마 이번화 연재를 통해 글자수가 50만자가 되었거나 원고지 수가 4천장이 넘어버렸다는 식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권수로 따지자면 약 3권 정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드는 생각은 차라리 이온과 준성을 따로 쓸 걸... 이라는 생각입니다. 권수를 최소화 하기 위해 내린 특단이 두 주인공을 합쳐서 쓴다였는데... 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건 좋았지만, 준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확 줄어버렸다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이라서 말입니다.

뭐, 그런다는 한담입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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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09.01.27 19:31
    No. 1

    준성의 이야기가 확실히 좀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아쉽네요. 이온이랑 같이 나온 것도 좋지만, 둘이 따로 쓰셨어도 비교해가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을 듯...ㅎ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오오오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9.01.27 21:55
    No. 2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9.01.29 13:24
    No. 3

    천재누피님 :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생각이 짧은 글쟁이가 잘못이죠. <-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9.01.29 13:25
    No. 4

    키리샤 님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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