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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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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6,278

작성
08.12.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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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DUMMY

결국 4일째가 되어선 포로로 잡아놓았던 이들을 근처에 살고 있는 칼리고 사냥꾼인 루멘들에게 넘겨버렸다.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그들을 언제까지고 데리고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모두 테페가 알아서 처리했다. 이유는 이온과 피리야 때문이었다. 특히 이온의 경우엔 같은 루멘들에게까지 쫓기는 입장이라 제 발로 걸어 사자 굴로 들어갈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오늘은 새로운 정보가 있는 지 확인해야겠네요.”


아침 식사 시간엔 항상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그리고 식사를 끝내고 식기를 치우기 위해 테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부터 되짚기 시작했다. 칼리고의 습격이 있은 직후, 세 명은 항상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온의 강력한 주장에 따른 것으로, 덕택에 잠을 자는 것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낼 수밖엔 없었다.


“그럼, 차를 준비하겠소.”


이온은 식탁을 치우는 테페와 피리야를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시내에서 정보를 가지고 온 호법자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차가 필수라 할 수 있었다. 이온이 집밖으로 나가자 테페의 애완동물이자 무기인 아프레이카 회색 앵무새 부타렐이 푸다닥 하며 날아와 이온의 어깨에 앉았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온과 피리야가 눈에 익은 뒤로는 이온이나 피리야도 제법 잘 따르고 있었다.


“잘 잤냐?”

“…….”


고개만 갸우뚱하는 아프레이카 회색 앵무 부타렐. 이온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본적인 인사말을 제외하곤 아프레이카 말을 전혀 모르는 이온이나 아프레이카 국어를 제외한 그 어떤 나라의 언어도 이해하거나 알아듣지 못하는 부타렐. 이들의 대화가 이어질 수 없는 건 당연했다.


“gkstna? gkstnadms dks whgdk. gkstnadms skQk. glaso!(한숨? 한숨은 안 좋아. 한숨은 나빠. 힘내!)”


부타렐은 이온의 한숨소릴 듣고는 어깨위에서 푸다닥 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아프레이카의 언어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부타렐의 말들… 이온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자동차에 올라탔고, 부타렐은 그런 이온을 따라 차안으로 들어와 보조자 석 머리받침대에 올라앉아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이온은 그런 부타렐을 한번 노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운전대를 잡았다. 오늘은 왠지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았다.


----------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약속장소인 여관으로 향했다. 이름을 확인하고 들어간 방에는 모두에게 익숙한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은 나이가 든 할머니가 방안의 흔들의자에 앉아있었고, 그녀의 뒤에는 백호인족의 여인인 윤미호가 서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한 개의 탁자와 세 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들어간 세 사람 모두 방안의 사람들을 보고는 차례로 당황해하며 재빨리 방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주인님.”


엎드린 세 명 중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테페였다. 테페에게 있어서 주인… 그것은 오로지 타루엘 베루카야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 지금 흔들의자에 앉아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건 바로 타루엘 베루카야라는 소리였다. 타루엘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이유는 타루엘을 항상 따라다니는 백호인족의 미호 때문이었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타루엘만을 따라다니는 시녀가 이 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할머니가 타루엘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직접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구나. 테페 룽꿀라.”

“호법자께서 오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테페의 말은 예를 갖추지 못한 자신들을 용서하라는 뜻과 더불어 다른 이도 아닌 타루엘이 직접 이곳으로 온 이유 그 자체를 묻는 말이었다. 테페로선 생각치도 못한 방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순례란다.”


타루엘은 그렇게 말하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곤


“그만 일어나도록 하렴.”

“감사합니다.”


손짓과 함께 세 명에게 일어나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 그리곤 그 손을 그대로 들어 등 뒤의 미호를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미호는 재빨리 홍차와 더불어 튜르(케이크의 일종)를 탁자위에 펼쳐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테페와 이온, 그리고 피리야는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그럼, 미호야.”

“예, 주인님.”


미호가 주머니에서 덱샤를 꺼내 무언가 조작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이온과 피리야, 테페의 덱샤가 울리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음으로 무언가 도착했음을 알린 덱샤들이 조용해지기도 전에 이들 셋은 재빨리 덱샤를 확인했다. 내용은 이번에 새로 얻어낸 피의 군주에 대한 자료였다.


“4대 벨로드에 대한 자료란다.”

“4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덱샤를 녹여버릴 듯 무섭게 쳐다보는 등의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건 테페였다. 지금까지 초대 벨로드와 2대 벨로드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3대 부터는 시기상으로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전혀 다른 종족에서 전혀 다른 이유로 피의 역사를 쓴 그들이었기에 사실상 지금의 이온이나 준성과 별 차이가 없는 자들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피의 역사를 그리고 간 사람들 중에서 가장 그 행적에 큰 비밀이 담겨 있었던 것이 바로 4대 째의 피의 군주 벨로드 에르테르프였다. 당시는 전쟁 상태도 아니었고, 그의 주변을 조사한 그때 당시의 보고서로는 피의 군주가 될 만한 기록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피의 군주가 되어 나타난 사람.


“죄송합니다. 잠시 읽어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타루엘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테페는 타루엘의 허락이 떨어지자 본격적으로 4대 벨로드에 대한 기록을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함께 그 내용으로 파고들려던 이온과 피리야는 타루엘의 말동무가 되어야 했다.


“마침 차를 즐겨야 할 시간이기도 하니, 자네들은 어서 먹게.”

“예, 예.”


이온이 먼저 눈치를 살피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붉은색의 홍차가 흰 잔 안에서 가볍게 물결치고 있었다.


“아프레이카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아주 좋습니다. 테페씨 덕분에 불편함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대답은 피리야가 했다. 테페는 글을 읽느라, 그리고 이온은 찻잔을 입에 막 댄 순간이라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피리야의 대답에 타루엘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곤 자신도 찻잔을 들어 홍차를 입 안으로 흘려보냈다. 그 씁쓸한 홍차의 맛을 음미하며 타루엘은 테페를 쳐다보았다.


“어쩌면 4번째 벨로드가…”

“발견했을 수도 있겠지.”


테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타루엘을 쳐다보았다. 타루엘이 가져온 자료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은 4번째 벨로드와 연관이 깊으면서 동시에 가이아 신전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였다. 4번째 벨로드의 직업은 고고학자. 그리고 그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것은 가이아 여신의 신전의 실체. 그것이 신화가 아닌 실제라는 걸 밝히고 싶었던 그는 어느 날, 피의 군주가 되는 순간부터 역사를 쫓는 학자의 모습이 아닌 살인귀의 모습으로 약 1년여의 삶을 살았다.

1년여의 아주 짧은 삶 동안 피를 뿌렸던 그의 과거는…

타루엘은 이온을 쳐다보았다.


“…….”


이온은 그녀의 눈빛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4번째 벨로드에 대한 기록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온은 할 말을 잊은 듯, 덱샤만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와 닮아있네. 단지 진짜 자네가 아니라는 것일 뿐…”


이온의 과거와 너무나 닮아있었던 것이다. 마치 같은 사람의 이야기라 해도 믿을 만큼… 이온은 살짝 고개를 들어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타루엘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덱샤를 쳐다보았다. 같이 발굴 작업을 했던 동료들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그 죽음 뒤로 그에게 남겨졌던 살인죄. 굳이 100년 전 함재하라는 이름으로 살던 자신의 과거까지 돌이켜 볼 필요도 없이 불과 1년 전, 피리야가 납치되고 클라드가 숨진 채 발견되었던 그때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이 사람이…”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피리야 역시 덱샤를 쳐다보고 있었다. 4대 벨로드가 피의 군주가 되기 전, 그가 발굴 작업을 하고 있던 곳이 지금의 진 제국이 있는 곳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가이아 여신의 신전이 진 제국 어딘가에 묻혀있을 수 있다는 것과, 꼭 가이아 여신의 신전이 아니라 해도 가이아 여신의 신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만한 자료가 있을 거란 가능성은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었다.


“자, 그럼 내가 전해줘야 할 모든 건 전해준 거겠지?”


타루엘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테페를 시작으로 이온과 피리야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호가 타루엘을 부축하며 그녀에게 지팡이를 쥐어주었다. 미호와 지팡이에 의존해 몸을 일으킨 타루엘은 방 한가운데에서 공간의 문을 열게 했다.


“그럼, 수고들 하게나.”

“예, 주인님.”


타루엘은 세 명의 배웅을 받으며 공간의 문 너머로 사라졌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왜 대화만 시작하면 길어질까요. 여하튼, 이제부턴 4번째 벨로드의 발자취를 따라갈 예정입니다. 과거 이야기는 안 나올 겁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과거로 빠지는 거라서요. 그나마 초대 벨로드에 대한 이야기도 결국 필요해서 넣었을 뿐, 만일 다른 이유였다면 과감하게 버렸을 겁니다.

뭐, 안 쓰는 이유는 그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4번째 벨로드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잡설 3.

준성은 당분간 안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온네를 어디다 심어놓고 시간 좀 흘려보낸 뒤에 등장시킬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솔직히 상인에 대한 건 잘 모르고... 상회나 상단 같은 것도 잘 모르기 때문에... 뭔가 자세히 쓸 자신이 없다고 할까요.

죄송합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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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8 442 2 16쪽
87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7 305 2 11쪽
86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6 531 2 12쪽
85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24 320 3 10쪽
84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3 395 2 13쪽
83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0 471 2 17쪽
»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19 402 2 11쪽
81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18 246 2 16쪽
80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16 682 2 14쪽
79 벨로드 에르테르프 - 여신 가이아(완) +4 08.12.13 540 2 13쪽
78 벨로드 에르테르프 - 여신 가이아 +4 08.12.10 450 2 9쪽
77 벨로드 에르테르프 - 여신 가이아 +4 08.12.09 4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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