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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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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63,505
추천수 :
227
글자수 :
546,278

작성
08.12.09 10:20
조회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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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여신 가이아

DUMMY

태훈은 총소리가 멎고 다시 가까워지는 비거의 엔진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빠졌다.


“너 내가 당하는 거 봤지?”

“예.”


태훈은 다시 짧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기대조차 하지 않고 그냥 물어본 말이었기 때문에 없다고 하면 구석에 쳐박아 놓고 비거에 다시 덤벼들 생각이었지만, 순순히 있다고 대답한 탓에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기대는 해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준성과 대련조차 해본 적이 없지만, 적어도 사람을 죽여 본 경험은 없어보이던 준성이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반대로 자신도 죽는다는 걸 언제나 전제조건에 두고 하는 행동. 준성에겐 그런 각오가 보이지 않았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다.


“…좋아.”


그러나 지금의 준성은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모를 만큼 무서움에 떨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태훈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방금 내가 쓴 기술 봤지?”

“예.”

“그걸 다시 한 번 쓸 테니까. 숨어 있다가 바로 달려들어. 알겠어?”

“예.”


비거에서 나오는 불빛이 건물을 돌아 나오고 있었다. 태훈은 준성을 쳐다보며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고, 준성은 재빨리 건물 뒤로 돌아가 몸을 숨겼다. 태훈도 비거의 불빛이 자신을 발견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준성의 뒤를 따라 건물 뒤로 몸을 숨겼다. 그 순간, 다시 바닥엔 불꽃이 튀었다.


“백호의 수(狩)! 백인승척(白刃昇刺)!”


비거가 이번엔 건물 위로 날아 태훈의 뒤를 따라왔다. 그러나 건물 옆으로 돌아오던, 건물 위로 넘어오던 그다지 상관없었던 태훈은 비거가 2층 건물의 지붕 위로 모습을 보이자 재빨리 몸을 돌려 땅을 내려찍었다. 2층 높이의 건물에 가려진 기습이 시작된 것이다.


“이야앗!”


준성은 태훈이 기술을 쓰자마자 고함을 지르며 달려 나가 튀어 오르는 돌기둥을 밟고 비거를 향해 뛰어올랐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준성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은 비거를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뿐이었다. 심호흡을 하자 준성의 몸에는 순식간에 검푸른 색의 물 기운이 뒤덮였다. 돌기둥을 밟고 뛰어올랐지만, 비거에 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준성은 다시 지붕을 밟고 뛰어올랐다. 준성의 발에 밟힌 기왓장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워터 블레이드.’


몸을 덮었던 검푸른 색의 물 기운이 빠르게 칼날로 모여들었다. 준성은 어느새 바로 눈앞에서 비거의 불빛과 마주하고 있었다. 준성은 비거에서 언제든지 자신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며 그 불빛을 따라 비거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이야앗!”


그 뒤로 서너 번 칼질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칼끝이 금속성 물체에 닿는다는 것과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걸 비거의 엔진 음을 넘어서 느끼고 들을 수 있었다. 비거가 준성과 함께 건물의 지붕 위로 떨어졌다. 그 광경은 준성에게 아주 느린 장면처럼 느껴졌다. 준성은 비거를 격추시켰다는 사실에 기뻐하기 전에 이대로 떨어지면 비거와 함께 저승 구경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았다. 재빨리 물의 기운을 몸 전체에 단단하게 감싸고돌게 했다.


“야! 그대로 있어!”


그 순간, 준성의 귓가에 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훈 역시 준성의 뒤를 따라 지붕 위로 올라왔던 것이다. 태훈은 준성이 비거를 격추시키자 재빨리 준성을 향해 달려들었고, 태훈은 곧바로 준성을 안고 건물 밖으로 뛰어 내렸다.


“백호의 장(場)! 호적보(虎躍步)!”


지면에 닿은 것이 빨랐던 것인지, 아니면 비거가 건물에 처박힌 게 빨랐던 것인지는 누구도 알 길이 없었다. 다만, 지면에 닿자마자 태훈은 빠르게 질주했고, 건물은 굉음을 내며 폭발을 일으켰고, 잔해에선 큰 불길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후우… 괜찮냐?”


그러나 이미 반대쪽 건물 뒤로 숨어들어가 폭발의 영향에서 멀찍이 떨어져 목숨을 보존한 태훈은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했다는 점 때문에 밀려든 한숨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준성을 돌아보았다. 준성은 대답할 여력도 없는 듯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털어버렸다. 첫 살인이라면 분명 특정한 공포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 일인데, 준성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놀랐다는 것일 뿐, 살인에 대한 공포심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어설 수 있겠냐?”

“…예.”

“그럼 어서 일어나. 내 동료들한테 가봐야 해.”

“예.”


준성은 사람이 죽었다는 공포와 그것이 자신의 손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로 떨리는 몸을 붙잡고 일어났다. 태훈은 준성이 일어나자 곧바로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준성 역시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태훈의 뒤를 따라 달렸다. 어느덧 총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그친 정문까진 그리 멀지 않았다.


“무사 했구나?”

“하…”


태훈은 생포한 도적떼들을 포박하다 돌아보며 씩하고 웃는 세 남자를 향해 한숨도 아닌 그렇다고 감탄사도 아닌 탄성을 내지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감탄사였다.


“신참, 너도 무사했네.”

“…예.”


준성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이것들 호송은?”

“연락했으니까, 좀 있으면 상훈이 올 거야.”

“그래?”


태훈은 방어벽을 넘어 자신의 동료들에게 다가가 아주 기나긴 밤 시간을 즐겁게 해준 도적떼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였고, 옆에 있던 광원이 대답했다. 그리고 광원의 대답대로 약 1반(약 15분)이 지나자 포졸들이 탄 방탄차처럼 생긴 넉 대의 차가 달려와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아이고, 어사님들. 수고 하셨어.”

“어사?”


차에서 내리는 안경 쓴 통통한 체구의 남자의 말에 준성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네 명의 남자들을 쳐다보았고, 그 중 찬혁이 툴툴거리며 그 남자의 말에 대꾸했다.


“어사 이상훈. 왜 이렇게 늦게 와? 이렇게 늦어서야 범인 잡겠어?”


그러나 그 말은 어디까지나 안부 인사 정도인 것 같았다. 다섯 명 모두 웃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준성의 귓가에선 어사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포졸들이 잡아놓은 도적들을 차에 싣기 시작했다.


“당신들 어사… 라고 했나요?”

“응? 쟨 뭐냐?”


준성의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으로 질문을 던진 건 상훈이었다. 그에 찬혁이 고개를 돌려 준성을 쳐다보았다.


“인사가 늦었군. 태백국 어사감찰부 소속 특수감찰관 어사 박찬혁이라고 한다. 그리고 광원과 태훈은 알거고, 천신우와 저쪽에 있는 게 같은 어사감찰부 소속의 이상훈, 모두 암행어사들이지.”


찬혁은 그렇게 말하며 얼이 빠진 준성을 향해 웃어보였다.


---------


이온과 피리야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테페 룽꿀라와 회색 앵무새 부타렐의 응원가에 미간을 찡그리며 지금까지 열심히 치고받은 눈앞에 서 있는 두 남자를 노려보았다.


“젠장. 길버트 그 놈 생각 이상으로 소심한 놈이었군.”


이온은 이를 갈았다.


“이온!”

“알고 있어!”


이온은 건곤지묵도를 들어 달려드는 두 남자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건 부타렐과 비슷하다고 할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피부까지 회색을 가지고 있는 종족 불분명의 두 남자는 부타렐에게서 말이라는 걸 뺏은 것 같이 과묵한 차이점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몇몇 공격을 제외한 웬만한 공격에 대해선 강력하다 할 만큼 대단한 무화(無化)능력을 자랑한다는 점이었다.

날아간 검기는 두 남자 중 왼쪽 남자의 손에 맞아 방향이 꺾여 근처 건물에 처박혔고, 그 안에 사람이 있었던 듯,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쳇!”


무화시킬 수 없는 기술은 지금처럼 피해버리거나 막아 튕겨 내버리기까지 했다. 일이 이렇게 된 건, 고작 주말을 맞아 외식하자는 달콤한 유혹이 그 시작이었다.


----------


사건 발생 4홀빈 전.

요 며칠 동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가이아 여신은 봉인되기 전 임신한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운명의 세 여신. 이것까지는 신화를 통해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그것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신화의 진실과 거짓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가이아 여신은 실제로 임신한 상태였고, 봉인된 직후 그 안에서 세 여자아이를 낳았던 것이다. 그 세 여자아이가 바로 운명의 세 여신이었다. 그 뒤로 가이아 여신이 낳은 아이는 없었다. 다시 말해, 운명의 세 여신을 제외하고 가이아 여신이 낳았다고 알려져 있는 신들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이었다.


“하아…”


이온은 머리를 앞머리를 북북 긁었다. 지금까지 한 고생이 모두 헛고생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테페 룽꿀라가 모아놓은 자료들은 이미 이온이 조사하던 자료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가이아 여신이 봉인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일조를 한 것이 바로 그녀의 부모였다는 것과 타루엘 베루카야는 전쟁 중 전사한 것이 아닌 가이아 여신의 부모의 손에 살해당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장소가 바로…


“결국 가이아 신전으로 향하는 길을 아는 사람은 신들 뿐이겠군.”


이온은 초대 타루엘 베루카야가 숨을 거둔 장소는 기존에 알려져 있는 전쟁터가 아닌 가이아 여신의 신전이었을 거라는 테페의 보고서를 책상위로 던져버리며 투덜거렸다. 결국 타루엘이 숨을 거둔 시기가 언제가 되든지 간에 가이아 여신의 신전으로 향하는 실마리를 남겨놓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확실시 되고 있는 것이었다.


“어때요?”

“…이걸 두고 사람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는 건가?”


문을 열고 들어온 테페를 향해 이온은 무섭게 노려보았다.


==========


<용어 설명>


백인승척 :

높은 곳에 있는 물체를 마치 호랑이가 사냥하듯 뛰어올라 양 손으로 적을 올려 찌르는 공격 기술.


호적보 :

호랑이가 달리는 모습을 묘사한 기술로 빠른 질주가 가능한 기술.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예전엔 설정도 꼬박꼬박 올렸는데 말이죠... 어쩌다 잘 안쓰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귀찮아서 안 올리는 게 아니라 잊어먹고 안 올리는 겁니다.

조만간 설정집 정리해서 통째로 올리던가 해야겠습니다.


잡설 3.

슬슬 연결점이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그 연결점의 종착역은 결국 가이아 여신의 신전이 되겠지만요.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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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8.12.09 14:22
    No. 1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08.12.09 19:07
    No. 2

    호오오.

    잘 읽었습니다~. 준성이는 결국 죽였고, 이온도 결국 이용당한거고....

    역시 작가님은 s로 시작하는 무언가였군요.

    건필하세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2.10 10:23
    No. 3

    키리샤 님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소설 올려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2.10 10:24
    No. 4

    천재누피님 :
    ... S라니... 전 모르는 겁니다~

    전 오로지 S라인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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