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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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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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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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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0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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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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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DUMMY

이제 더 이상 유물 발굴은 그만둬야 할 실정이 되었다. 모든 인부가 지하에 모습을 드러낸 지하 동굴의 입구를 넓히고 파 들어가는데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3일 전 발굴된 지하 동굴은 홍화린의 불덩이를 내려 보낸 결과 그 깊이가 상당히 깊은 동굴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손을 덴 흔적이 역력한 동굴의 벽과 동굴 곳곳에 뚫려있는 또 다른 공간… 마치 거대한 개미가 파놓은 것 마냥 이리저리 복잡하게 이어진 것이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거대한 지하 공동(空洞)까지 뚫려있고, 건축물 같은 것도 보이는 것이 지하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제 기계를 내려 보내도록 하겠어요.”


홍화린의 말에 이온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즉시 조종선이 연결 된 탐사기계가 지하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불덩이를 내려 보냈을 때와는 달리 좀 더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여기저기 부딪히거나 걸리는 곳이 많아 미세한 조종은 힘들었다.


“여기까지네요.”


어찌나 깊은 지 더 이상 조종선의 길이가 닿지 않아 탐사기기가 더 들어가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하 공동(空洞)까지 확인하는 동안 어쩌면 기대했을지도 모르는 거대 개미 같은 이 굴의 주인은 없는 듯 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100년 넘게 땅 속에 묻혀있던 곳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 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니까. 문제는 누가 이걸 팠을까? 라는 것이다.

그것은 직접 탐사하면 될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일은 끝이 났다. 임금을 주고 일주일 뒤에 다시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인부들을 돌려보낸 뒤, 홍화린과 이온은 우주복 같은 탐사 복을 입었다. 폐쇄되어있던 동굴인 만큼 무언가 독소 같은 것이 지하 동굴을 채우고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산소가 있을 지 없을 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탐사 기계에 연결되어있던 보다 3배는 긴 줄입니다.”


비탈진 경사로로 형성되어 있는 동굴 입구 앞에 두 개의 도르레를 설치한 이온은 홍화린에게 도르레에 연결 된 줄을 건네주었다. 산소통까지 메자 몸이 무거운 듯 뒤뚱거리며 걸어온 홍화린은 그 줄을 받아 허리에 연결하였다. 이온이 엄지를 들어 동굴을 향해 휙휙 내젓더니 동굴 속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라 홍화린이 걸음을 옮겼다.


----------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해석된 부분은 고작 10여 쪽, 그것도 내용 자체를 암호처럼 비유와 은유를 들어놓은 것들이 많은 탓에 해석이라기 보단 해독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피리야는 슬슬 지칠 대로 지쳐갔지만, 그에 비해 흑천호는 뭐가 그리 바쁜 지, 해석하랴 외출하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자기 말로는 해석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정보라는 게 정확하게 뭔지 말해준 적은 없었다. 그저 간혹 ‘이 단어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식의 간단한 말만 건네줄 뿐이었다. 덕분에 ‘이런 걸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자신들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만 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이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어서 해석하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어둠은 미래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었지.”


피리야는 또 다시 튀어나온 어둠을 보며 미래로 해석해서 썼다.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가이아?” 라고 읽은 뒤 뭔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큰 이질감이 없는 해석이고, 무엇보다 더 생각해보려던 그 순간 떠오른 흑천호의 얼굴에 짜증이 생긴 피리야는 더 이상 고민할 것 없이 다음문장으로 넘어갔다.


“다음문장은… 피에 예속되어 부는 바람결에 하늘을 향한 붉은 찬가를 부르리라.”


피리야는 문장을 읽으며 단어를 하나하나 덱샤에 저장된 해석된 단어에 대입시켜 해설집에 옮겨 쓰기 시작했다.


“피는 운명… 운명에… 순응하는… 바람, 바람, 바람… 아, 여기 있다. …길? 운명에 순응하는 삶의 길? 아, 몰라. 맞겠지 뭐. 자, 다음. 하늘을 향한 붉은 찬가… 하늘, 하늘…”


이젠 혼잣말도 늘었다. 피리야의 관점으론 자만심에 똘똘 뭉쳐있는 흑천호와는 상대도 하기 싫었기 때문에 그와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정말 필요한 말을 제외하곤 딱히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문제는 그렇다고 혼잣말이라도 안하면 지루해 미쳐버릴 것 같다는 그저 짧은 생존욕구가 만들어낸 버릇이었다.


“해석된 게… 운명에 순응하는 삶의 길에 그 끝을 향한 걸음… 붉은 찬가가 걸음이 맞나?”


피리야는 다시 덱샤에 붉은 찬가를 검색했다. 그러나 걸음이라는 주석이 떴다. 분명 잘못 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문장에서 걸음이라는 건, 아주 틀린 해설은 아니지만, 조금 이상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뭔가 잘못된 해석이었다. 해석대로라면 [운명에 순응하는 삶의 길에 그 끝을 향한 걸음을 걷는다.] 식의 해석이 되겠지만, 하늘이 [끝]이라는 단어로 해석되는 것부터도 이상했고, 붉은 찬가가 [걷는다.] 라는 표현으로 해석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하아… 아, 모르겠다. 좀 쉬자.”


갑자기 턱! 하니 막혀버리자 더 이상 해석조차 하기 싫었다. 책을 덮어버리고 그대로 누웠다. 그러나 누워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오로지 해석… 지금까지 해석하면서 알게 된 6번째 벨로드 에르테르프의 버릇은 단어 하나당 하나의 속뜻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피의 찬가 같이 두 개의 단어가 붙어져 만들어진 문장의 경우엔 해석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즉, 피의 찬가가 [걸음] 이라는 한 단어로 해석될 순 없는 일…

지금의 해석은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밖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온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이온이 궁금해졌다. 이곳에 온 뒤로 연락한번 주고받지 않았었다. 그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그저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나마 숙달되고 웬만한 해석은 외우고 있는 덕분에 해석이 빠르게 진행되어 그렇지, 처음엔 해석하나 하는 데만 해도 피토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힘들었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야했고, 그 탓에 제대로 연락 한 번 주고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연락이나 한 번 해볼까?”


피리야는 누운 채로 주머니를 뒤적여 덱샤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2번에 저장된 이온의 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연락이 갈 리가 없었다. 이온은 지금 홍화린과 지하 동굴을 탐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리야가 전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온은 지하동굴에서 이리저리 넘어지며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요.

-그러게요.


서로 말이 안 들리는 건 아니지만, 우주복 같이 절반이 투명한 유리구로 되어있는 철모 안에 송신기와 수신기가 설치되어 있는 탓에 소리가 동굴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리까지 이중으로 울리며 귓가에 서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구는 무너지면서 좁았지만, 내부는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져 이제는 서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크기였다.


-그래도 홍화린씨의 이 불꽃 덕분에 시야가 밝아서 좋네요.


너무나 당연한 문제일까. 동굴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애초에 동굴 안에 전선과 전등 같은 게 연결되어 있을 리도 없으니 당연히 빛이 있을 리 없었다. 태양빛이 들어올 수도 없으니 더더욱 당연했다. 그 탓에 더더욱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이 홍화린이 허공에 띄워놓은 불꽃들이었다. 다행히 산소통을 메고 온 탓에 불꽃이 산소를 모두 태워 버린다 해도 살 순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아, 잠시만요.


홍화린이 이온을 부르고 이온이 멈춰서는 순간, 홍화린은 이들의 눈앞에 떠가던 불꽃 서너 개를 날렸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불꽃들은 이내 아래에서 누군가 끌어당기는 듯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내려오기 전 확인했던 거대한 지하 공동… 즉, 지하 도시가 있는 거대한 공간이 드러난 것이리라.

이온과 홍화린은 불꽃들이 아래로 곤두박질치자 좁고 울퉁불퉁한 지형 때문에 비틀거리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흔들림 없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


준성은 무장 호위선 관측 실에 앉아 이제는 익숙한 기분까지 드는 하레스 왕국의 해안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레스 왕국까지 오면 항해는 끝. 다시 태백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리고 다시 하레스 왕국행 무역선에 오르기 전까진 항해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목적지는 아프레이카. 그곳까지 가는 도중 두세 곳의 항구를 거친다고는 했지만, 그곳 중 적어도 하레스 왕국은 없었다.


“좀 발전한 느낌이네.”


게임할 때 레벨 업을 한 기분이랄까. 그래서 다음 시나리오를 위해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는 기분이랄까. 막연했다. 이렇다 할 감정이라 말하기 힘든 기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준성은 창밖으로 보이는 하레스 왕국의 해안가 풍경에서 눈을 돌리고 전파 탐지기를 쳐다보았다.


“이상 없음.”


그리고 회사에서 나눠준 사원용 덱샤에 전파 탐지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기록을 남겼다. 한 시간마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귀찮은 것도 있지만, 사실 그것도 하지 않는다면 지겨울 일이기에 준성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버렸다. 기록이 끝나자 준성은 사원용 덱샤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곤 다른 주머니에 들은 덱샤를 꺼내들었다. 그냥 오랜만에 자신의 덱샤를 만져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와서 접한 이곳의 물건.”


모든 것이 새로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중 특히 이 덱샤는 정말 특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삶의 전부가 되어준다고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넘어올 때 가져온 음악들은 모두 현재 덱샤에서 실행 가능한 확장자로 바꿔 저장까지 시켜놓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듣지 않았지만, 지금은 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너무 오랫동안 쓰질 않았네.”


의미를 담은 말은 아니었다. 그냥 솔직한 느낌. 준성은 다시 한 번 관측기를 쳐다보았다. 주변에 떠다니는 다른 국적의 배들이 보였지만, 모두 식별확인 절차가 끝난 배들이었기에 위험도는 없었다. 상단 간, 아니면 국가 간의 전쟁이라도 치룰 생각이 아니라면 타국의 상선을 멋대로 공격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준성은 가져온 가방을 뒤적거려 이어폰을 꺼내들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동굴 탐사는 본래는 없던 장면이었는데... 그냥 넣었습니다. 이유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뭐, 사실 본래 쓰던 7화 분량의 벨로드의 외전에선 동굴에서 전투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새로 만들어 연재되면서 삭제되었던 것을 넣어보는 거랍니다.

없었던 내용인 만큼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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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8 442 2 16쪽
87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7 305 2 11쪽
86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6 531 2 12쪽
85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24 321 3 10쪽
84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3 3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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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벨로드 에르테르프 - 여신 가이아 +4 08.12.09 4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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