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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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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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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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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546,278

작성
09.01.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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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여신 가이아 - 걸어 가는 길

DUMMY

“나와!”


이온은 실내가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갑자기 하얀 천장을 뚫고 벼락이 떨어졌다. 준성이 재빨리 칼을 문 쪽으로 집어던졌다. 그러자 준성과 이온을 향해 떨어지던 벼락이 칼날에 이끌려 방향이 꺾여나갔다. 벼락이 머리에 닿기 전에 벌어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젠장…”


이온은 문에 박힌 준성의 칼을 돌아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벼락이 떨어지는 순간, 마법이 발동되는 지점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이곳에 누가 있을 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것에 있었다. 적들만 가득하다면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스페리 남매가 같이 있다면 목숨까지 장담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이곳에 스페리 남매가 없다고 해도 분명 이곳을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감시자에게 스페리 남매가 떨어져 있다면 섣부른 반격은 그 아이들에게 죽음을 선사할 뿐이었다.


“환영이라는 건가. 보이지 않으니 공격도 할 수 없군.”


분명 마법이나 총을 쏘지는 않을 것이다. 몇 명이 이 방안에 있을지 모르지만, 쏘는 방향을 보여줄 수밖엔 없는 직선 계열은 분명 쏘지 않을 것이다. 방금 벼락이 떨어진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몇 명이 있든 이 방안에 있는 사람은 벼락 계열의 힘을 가진 자. 속도가 매우 빠른 벼락을 계속 피하거나 막아낸다는 건 무리였다. 인간이 빛의 속도를 따라갈 순 없다는 건 기본 상식이니까. 기적은 언제나 한번이면 끝이었다.


“항복이라도 해야 할까? 어때? 자네 아이들을 구할 방법이라곤 항복뿐인 것 같은데.”

“…그럼, 당신이 죽게 되겠지.”

“뭐, 자네도 그리 달라질 운명은 아닐 거야. 피의 군주가 되면 숙명적으로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찾게 된다고 하니까.”


이온이 죽게 될 테니 이 환영을 펼친 자들의 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식의 준성의 말에 이온은 피식하고 웃으며 대꾸했다. 이온의 마지막 말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서슴지 않고 내뱉은 말이었다. 진정한 어둠의 순례자들이라고 한다면 그냥 웃고 넘길 말일 테니까.


“…….”


준성은 고민에 빠진 듯 했다. 남은 건 준성의 선택뿐이었다. 준성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지금 이 상황이 최악이 될 지 최고가 될 지 아무도 모르게 될 거란 것 정도는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었다.


“…그럼, 미안하지만 당신을 죽일 수밖엔 없겠군.”


준성은 이온을 향해 달려들어 이온의 멱살을 잡은 뒤, 있는 힘껏 내던져버렸다. 그러자 갑작스런 공격에 반격하지 못한 이온이 벽을 향해 내동댕이쳐져 뒹굴었다. 그 순간, 이온은 자신이 떨어진 곳에서부터 빠르게 벗어나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온은 재빨리 그 인기척의 뒤를 쫓아 매우 작은 검은색의 기운을 쏘았다. 빠르게 날아간 검은색 기운은 이내 그 목표물에 닿았는지 일순 멈칫하다가 한참을 더 쫓아 이온에게서 거리를 두고서야 멈춰 섰다.

준성은 이온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온의 행동을 보고서야 눈치 챌 수 있었다. 지금 던졌던 것은 그저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았기 뿐이었다. 준성은 다시 재빨리 이온을 향해 덤벼들었다. 시간이 없었다. 이미 지금의 행동만으로도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눈치가 빠르다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준성은 다시 이온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위치 추적 마법이다. 이런 특수한 환경 속에서가 아니라면 육안으로 구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마법이지. 마법시전 방식은 아주 작은 마력만 떼어 내어 던져서 붙이기만 하면 되.”

“해보죠.”


복화술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이온의 말은 준성에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음색에 또한 빠르게 지나갔다. 준성이 대답하자 이온은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한번 던지고 나니 자신감이라도 붙은 건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이온은 그렇게 말하며 준성의 양 손을 잡고 손목을 비틀었다. 신음소리와 함께 멱살을 놓치고 만 준성을 이온은 반대로 잡아다 내던져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준성을 향해 검은색의 마법 환탄(奐彈 : 같은 말. 산탄)을 쏘기 시작했다. 준성은 쓰러졌다 일어나기도 전에 쏟아지는 환탄들을 가까스로 튕겨내며 몸을 굴려 그 지역에서 벗어났다. 사방으로 튕겨진 마법들은 이내 검은색의 작은 점을 남기고 사라져갔다. 바로 적이 있는 위치를 하나하나 표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


그 즈음, 피리야와 흑천호도 그리 좋은 상황은 못 되었다. 갑작스럽다고 하자면 갑작스럽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손님의 방문에 파괴되어버린 시가지와 그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지금은 자신들을 미친 듯이 쫓고 있는 치안부대로 인해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도 시가전을 벌였고, 지금도 또 한 번 시가전을 벌인 만큼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자 혈안이 되어 피리야와 흑천호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죽일 수도 없고.”


흑천호의 말 대로였다. 죽이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치안부대에 맞서 싸우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고가의 현상수배범이 될 테니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문제는 도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쫓아오는 치안부대의 대원들이 쏘는 총이었다.

방패라도 있다면 쉽게 막아내며 도망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걸 만들고 있을 여유도 없다는 게 쏟아지는 총알의 비를 운에 맞기고 도망칠 수밖엔 없는 이유였다.


“꺄악!”

“피리야 씨!”


피리야는 어깨를 감싸며 건물 옥상에 쓰러졌다. 붉은 피가 금세 어깨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흑천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용의자가 맞았다는 소리와 함께 미친 듯이 쫓아오는 치안부대가 보였다. 이온은 다시 피리야를 쳐다보았다.


“젠장.”


흑천호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적어도 흔적만 남기지 않으면 상관없었다. 쫓아오지 못하게만 하면 도망칠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었다.


“천검(天劍)의 계(系).”


흑천호의 손에는 약간은 붉은 듯한, 은빛을 내는 한 자루의 칼이 쥐어졌다.


----------


준성과 이온은 잠시 떨어져 숨을 몰아쉬었다. 흰색이었던 주위는 어느새 검은색과 파란색의 점으로 빼곡히 찍혀있었다. 마치 단색으로만 멋을 내놓은 것 같은 그림처럼, 아니면 물감을 묻혀놓은 판화의 판처럼 되어버린 실내의 풍경은 징그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숨을 쉴 때마다 그림 같이 생긴 그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징그러울 정도였다.


“슬슬 결말을 지어야겠군.”


이온은 그렇게 말하며 준성을 쳐다보았다. 준성 역시 이온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곧바로 준성과 이온의 손끝에는 두 가지 속성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그 기운은 이내 돌풍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파파팍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꽤 많은 수가 그 돌풍에 휘말린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순수한 바람이 아닌 그저 어둠의 기운과 물의 기운을 끌어 올려 강하게 내뿜기만 하는 것이기에 실제로 걸리는 건 물체가 아닌 상대방들이 지니고 있는 기운이라 해야 올바른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물리적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상대가 가지고 있는 기력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깎아버리는 기술. 사실상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기술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을 쓴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만에 하나 함께 있을지도 모르는 스페리 남매를 구하면서 동시에 적을 무혈로 무력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뭐… 뭐야 이건?”


준성과 이온의 기운에 휘말리던 적들의 기운이 모두 잠잠해져가자 준성과 이온은 기의 방출을 멈췄다. 숨을 고르며 눈을 뜬 준성과 이온은 달라진 실내의 풍경이 기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보다 놀라운 사실은…


“네가 넬과 테오도르를 납치해간 놈이냐!”


중간 중간 세워져 있는 반쯤 부셔져있는 기둥들을 제외하곤…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다양한 종류들의 물건들을 제외하곤… 생명체라 구별할 수 있는 물체는 제법 말짱한 모습의 남자가 투명한 은빛의 방어막 뒤에서 이온과 준성을 비웃고 있을 뿐이었다.

다수로 보이던 적은 없었다. 결국 그조차도 허상이라는 결론… 인기척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그것이 실제 존재한다고 믿게 한 힘. 오감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 상대인 만큼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 할 수 있었다.


“피의 군주라는 것도 별 것 아닌가보군. 고작 이딴 허상에서 허우적대다니.”

“어둠의 순례자인가?”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달려들려는 준성을 이온이 말리며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준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온 역시 그리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준성과 동일한 적이 아닌가. 어떤 이유에서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찾지 말라고 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문제로 인해 자신의 목숨이 한층 더 위험해졌다는 것과 더불어 두 남매의 목숨도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어둠의 순례자? 아니, 난 그저 전달자일 뿐이야. 말해주지.' 박준성 씨. 당신에겐 실망이 아주 커. 이렇게 되길 바라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군. 아이들을 만나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이상이 전달할 내용이다.”

“닥쳐!”


준성은 오밀 렘을 들어 올려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그러나 남자의 미간을 노렸을 총알은 그저 남자를 관통할 뿐이었다. 미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그 남자는 웃고 있었다. 역시 허상이었다.


“그 성격으로 퓨릭스 씨도 처리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아아악!”


준성의 비명 같은 울부짖음에 남자는 더욱 큰 소리로 웃었다. 준성의 반응이 불안해진 이온은 재빨리 주변의 기운을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라는 확신만 들게 하는 결론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오감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는 자.

완벽한 감각제어. 환영이라는 것은 결국 오감 중 어느 하나에선 문제점이 발견되기 마련인데, 이것은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 정도의 실력자를 쉽게 이길 수 있을 린 없었다.


“준성 씨!”

“이거 놔! 이거 놓으란… 컥!”


이온이 어깨를 붙잡자 준성은 강하게 거부의 몸짓을 보이며 그 남자를 향해 다시 총을 쏘려했다. 그러자 준성은 이 방에 처음 들렸을 때처럼 또 다시 이온의 주먹질에 배를 움켜쥐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고 있는 남자.

이온은 그 남자를 돌아보았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준성과 이온의 몸싸움은... 그냥 이리저리 머리 굴리다가 눈치 못 채게 위치추적을 붙힐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쓴 장면입니다. 그냥 마법을 난사했다간 스페리 남매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인데요...

...그냥 그런 이유입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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