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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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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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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작성
09.01.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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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신 가이아 - 걸어 가는 길

DUMMY

3층이 끝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스페리 남매를 비롯한 20여명의 각기 다른 종족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저씨! 힉!”


준성과 이온이 방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넬 스페리가 가장 먼저 소릴 질렀다. 그러자 방으로 들어오는 준성과 이온을 향해있던 총구들 중 하나가 넬 스페리를 향해 겨눠졌다.


“이 총이 보이십니까? 당신들은 이제 그만 항복하는 게 좋을 겁니다.”

“…대단한 전달자로군.”


준성은 몸은 떨리면서도 동시에 무언가 다짐한 표정으로 발을 떼고 움직였다.


“넬, 테오도르. 다친 데는 없니?”

“예, 에…”


준성의 질문에 넬은 자신을 겨누고 있는 총구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돌아보며 개미소리 만큼이나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준성과 별반 다르지 않는 떨림을 내고 있었다.


“괜찮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안심해. 내가 왔잖니. 괜찮아. 안심하렴.”

“거기 서!”


준성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안심하라 했지만, 정작 준성 자신이 겁에 질려있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어버렸다.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렸다. 살인… 의대생으로서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사람이 죽는 것도 흔하다곤 할 수 없지만, 꽤 많이 경험해봤다. 그리고 이곳에 넘어와 지금까지 수도 없는 생명을 빼앗아봤다. 다수의 벌레였고, 외모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행한 행위, 그러나 그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내… 내 모든 것에 맹세하지. 그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준다면.” 준성은 스페리 남매를 쳐다보았다. “네 모든 걸, 내 손으로 부셔버리겠어.”


어금니를 꽉 깨문 준성의 입에서 신음소리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분기를 억누르고 있는 어투였다. 그리고 준성의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지금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던 이온의 몸이 갑자기 흔들렸다. 검은 기운이 이온의 몸을 감싸 안았다.


암중무도.


모든 시선이 준성에게 집중되었을 때, 이온이 가장 가까운 적부터 제압한다. 이것이 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준성과 이온의 작전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작전대로 20여명의 사람들 중 한명의 목이 먼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준성의 손가락 끝은 두 남매를 향해있었다. 살짝 튕겨지듯 올라간 손가락 끝에는 작고 투명한 물방울들이 산개하고 있었다.


물의 장막(Water Curtain)


이곳까지 올라오며 수증기 형태로 몸 주위에 모아놓았던 물을 물 덩어리로 바꾸어 그들의 몸 주위에 씌워버렸다. 그와 같이 준성의 몸에도 방어막이 씌워졌다.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그리 오랜 시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더더군다나 정신없이 싸우면서 방어막을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눈… 감아줄래?”


준성은 속삭이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마치 사방에서 날아드는 마법 총알들은 지금 만큼은 자신의 상황과 그리 상관없다는 듯 준성은 오로지 스페리 남매만 쳐다볼 뿐이었다. 물론 몸 주위에 두르고 있던 방어막을 전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총소리 때문에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넬은 준성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테오도르에 눈짓을 보내고 둘은 눈을 감았다.


“고맙다. 잠시만… 그대로 있어주렴.”


흑수돌진(黑水突進)


준성이 양 손에 쥐고 있던 칼에 불레를 불어넣었다. 검푸른 빛을 더욱 강렬히 내뿜기 시작하는 칼. 그리고 그와 함께 준성의 몸 주위에도 그것과 같은 강렬한 불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준성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방어막이 깨졌고,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온 총알들이 준성의 몸을 세차게 가격하기 시작했다. 두 팔을 교차해 들어 머리와 상체를 감싸 보호했다.


“내 거야. 그 아이들은 내거라고!”


준성은 이 세계에 넘어와 정말 오랜만에 한국어를 내뱉었다. 그 안에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 그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준성은 그렇게 외치며 이온이 쓰러뜨리고 남은 10여명의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크!”


이온은 적의 시체를 집어올리고 방패삼아 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이온의 상황은 준성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근거리에서 총이 빠를지 칼이 빠를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상황에 따라, 그 순간에 따라, 그리고 판단에 따라, 본능에 따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에 따라. 내려지는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는 것 뿐.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총이 훨씬 빠르다고 볼 수 있었다. 어깨에 총을 맞아 건곤지묵도도 겨우 들고 있었다. 지금은 총알을 피해 이리저리 겨우 숨어 다니고 있을 뿐, 싸움이라곤 할 수 없었다. 사냥 당하는 쪽과 사냥하는 쪽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으아악!”


그러나 그 모든 걸 바꾸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성과 이온을 향해 총을 쏘던 적들 중 한명이 비명과 함께 쓰러져버린 것이었다. 죽진 않았다. 그저 총과 총을 쥐고 있던 손이 깨끗하게 잘려나갔을 뿐이었다. 그런 준성의 몸 주위엔 검푸른 색의 기운이 충만했다. 그 기운이 다시 긴 꼬리를 만들어냈고, 준성은 그 꼬리의 가장 끝에서 적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순간동안이지만, 싸움의 상황이 달라진 것이었다.


암중무도.


이온 역시 시체를 집어던지고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방안은 정리되었다. 두 명의 피의 군주의 전력을 받아낼 수 있는 자들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 환영술사는?”


준성은 아이들을 묶고 있는 줄을 풀어주었음에도 피 범벅이 되어있는 준성과 이온의 행색, 그리고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시체와 팔이 잘려나간 부상자들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은 건지 서로 손을 꼭 붙잡은 채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아쉬운 감정만 느낀 준성은 아이들을 달래려다 이온의 큰 목소리에 덩달아 놀라 황급히 돌아봤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없다. 어디갔지?”

“…아, 아까… 저 뒷문으로…”


마치 자신들이 잘못한 것 마냥 테오도르는 이제 넬의 옷에 주름이 지도록 세게 움켜쥐었고, 넬은 그런 테오도르를 품에 꼭 안았다. 겁먹은 두 눈동자가 준성과 이온을 향해있었다. 준성은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도, 그리고 이런 꼴로 구할 수밖엔 없는 것도… 그 모든 것들이 겹쳐지는 자기 자신이 미워졌다.


“후우… 일단, 살았으니 다행이네.”


이온은 더 이상 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해진 탓에 건곤지묵도와 흑주의를 다시 돌려보내고 준성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준성 역시 재빨리 두 자루의 칼을 갈무리했다. 이온처럼 소환하는 게 아니라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갈무리 했다고 해도 결국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칼을 완전히 감춘다는 건 불가능했고, 고작 한 것이라곤 허리춤에 매다는 것 정도였다.

덕분에 칼날에 닿은 바지가 금방 축축해지며 찐득하게 되어버렸다.


“늦어서 미안하구나. 어디 다친 곳은 없지?”


넬과 테오도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먼저 나갈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이온은 준성을 쳐다보며 다시 눈짓을 했고, 이온의 뒤를 따라 준성이 걸음을 옮겨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제야 스페리 남매도 건물을 빠져나왔다.


----------


집에까지 돌아오는 동안 어쩔 수 없이 걷고 또 걸을 수밖엔 없었다. 차가 운전까지 못할 정도로 부셔진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총격전에 휘말렸었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차를 몰고 시내를 나갈 순 없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어린 스페리 남매에겐 강행군이었고, 그 덕분에 자꾸만 뒤쳐진 둘을 위해서 쉬는 시간도 꽤 많아 결국 집에 도착했을 땐, 해가 떨어진 뒤였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들은 소리는…


“끝났으면 연락을 했어야지! 더 늦었으면 찾아가려 했다고!”


이었다. 피리야의 외침에 그렇지 않아도 겁먹고 있던 스페리 남매는 마치 용수철처럼 펄떡하고 뛰었다. 아니, 활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피리야의 말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연락을 했었다면 굳이 힘들게 걸어올 필요도 없었을 뿐더러 전신에 피 칠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피해 숨어서 올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아, 그래 미안… 미안한데, 저 아이들 좀 씻겨줘. 난 좀 쉬고 싶어.”


이온과 준성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터덜터덜 욕실로 들어갔다. 전신이 다 쑤셨다. 아니 총알이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마법으로 인해 생긴 총상이 생각 외로 깊어 더 이상 걷는 것도 심지어 숨 쉬는 것조차 귀찮았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냥 씻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루 종일 피를 전신에 칠하고 걸어 다닌 탓에 미칠 지경이었던 것이었다.


“자, 잠깐. 그 상태로 씻을 생각이오?”

“무슨 문제라도 있소?”


준성은 말리는 흑천호를 돌아보았다. 그냥 봐도 말라붙어 있는 피 말고도 흐르는 핏물이 있었다. 지금도 이미 출혈은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아마 이온이나 준성 자신이 지혈 마법을 쓴 것 같지만 이미 오래전에 그 힘을 잃고 서서히 깨지고 있는 듯 했다.

이대로 몸을 씻는다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이상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였다. 그리고 이번엔 몸으로 말리기 위해 흑천호가 다가가는 순간.


“아…”


이온과 준성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 즉시, 신고를 받은 치안대가 병원에 도착했다. 총상으로 인한 상처는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의무 때문이었다. 초기엔 마레크 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만 행해지던 것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강력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탓에 총상이나 마법으로 인한 상처라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률 중 하나였다.

출동한 치안대 요원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구출한 스페리 남매가 증인이 되어 청취가 끝나기 무섭게 응급실 안은 취재진들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도착하자마자 준성과 스페리 남매부터 찾고 있는 것이 치안대의 조사 기록이 중간에 흘려졌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것들이 진짜.”


병실 밖에 있는 취재진들 때문에 언성을 높이지 못하는 피리야가 화상기를 향해 인상을 쓰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5일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가장 먼저 일어난 건 이온이었다. 곧바로 취재진이 들이닥쳤고, 피리야와 흑천호는 필사적으로 방문을 걸어 잠갔다. 그 탓일까.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방송에선 그리 썩 좋은 내용이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준성과 덤으로 따라간 이온을 영웅이라 말하는 한 편, 취재진의 취재를 너무 강력하게 거부하는 이상한 과민행동을 보인다는 식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참아, 저 사람들도 나름대로 원하는 성과가 없으니 그런 걸 거야.”


그렇게 말하는 이온도 그리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온이 이렇게까지 모습을 감춰야 하는 건, 귀찮기 때문도 있지만,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은 진 제국. 만에 하나 1년 전, 이곳 진 제국에서 있었던 발굴현장 폭발사건의 중심에 자리한 자신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게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랬다간 쥬신 제국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붙잡혀 치안대에 끌려갈 텐데, 그럴 순 없기 때문이었다. 방송은 어느새 끝나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 있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조금은 극적으로 쓰고 싶은 데 그것도 안 되고... 조금은 현실적으로 쓰고 싶은 데 그것도 안 되고... ㅡ_-)a 뭐, 더욱 노력해야겠죠.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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