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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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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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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6,278

작성
09.01.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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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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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여신 가이아 - 마지막과 시작

DUMMY

갈매기가 우는 소리가 창문과 창문에 쳐놓은 발을 뚫고 방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준성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는 걸 깨달으며 슬며시 눈을 떴다. 갈매기의 우는 소리 이외에도 떠오르기 시작한 햇살이 발을 뚫고 들어오려는 듯 창가에 연신 기웃거리고 있었다.


“하아… 벌써 아침인가.”


준성은 침대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곁엔 아직 종료되지 못한 덱샤와 정리되지 못한 수많은 자료들이 널브러져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이 비단 침대 위의 상황만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 듯, 몸을 일으켜 세우는 준성의 머리도 밤사이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후우…”


준성은 짧게 한숨을 쉬며 뒷머리를 북북 긁었다. 그런다고 정신없는 이 상황이 정리될 리는 없었다. 그 사실은 지난 일 년여 동안 준성의 곁을 맴돌았던 급격한 삶의 변화에 대한 기억이 준성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준성은 침실 바로 옆에 있는 욕실로 달려가 씻은 뒤, 밤사이 자라난 수염까지 정리했다. 해폭(태백국의 전통한복)을 걸쳐 입었다. 1년 전이면 생각도 못할 꽤 비싼 가격의 옷이었다. 그리고 침실을 나섰다. 그의 발이 도착한 곳은 안방. 방문 쪽으로 발이 쳐져있고, 발이 쳐져있는 뒤엔 앉은뱅이책상과 더불어

한국해운 행수 박준성.

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명패가 올려져있었다. 그랬다. 지금 이 사무실은 준성이 연지 얼마 되지 않는 해운회사였다. 소속은 백마상단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적웅상단. 처음 백마상단에서 나와 상회를 열겠다고 했을 때, 찬혁과 싸우게 된 것이 백마상단이 아닌 적웅상단으로 옮겨가게 된 이유였다.

아프레이카에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성은 자신이 태백국에서 자리를 마련할 때, 처음 입사했던 흑암상단이 비리와 뇌물수수, 그리고 밀매관련법 위반으로 이뤄졌던 조사가 끝나고 경매에 나온 걸 준성이 구입하면서 지금 준성의 회사인 한국해운이 있게 한 시작점이었다.


“오늘 손님은 누가 있지?”


준성은 오늘 일정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덱샤를 켰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준성과 찬혁은 끝임 없이 대립할 수밖엔 없었다. 찬혁의 입장에선 준성이 거둬준 예를 무시하고 멋대로 떠난다는 것이 예의를 모르는 몰상식한 인간으로 보일 수밖엔 없었고, 준성은 언제까지고 찬혁에게 붙들려 있을 순 없다는 게 이유였다.

찬혁은 결국 협박과 회유에도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준성에게 보복차원으로 스페리 남매를 학교에서 퇴학시키고, 준성이 상회를 세우려 하자 여러 방면에서 압박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그에 준성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백마상단을 대적할 수 있는 적웅상단에 가입을 신청하게 되었고, 백마상단에서 꽤 쓸 만했던 인재였다는 걸 알고 있는 적웅상단 측에서 기꺼이 허락한 것이 지금 이렇게 상회의 문을 열고 있을 수 있게 된 이유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광고 효과 때문이었다. 백마상단보다 인재 등용에 더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뿐이었다. 동시에 백마상단을 깎아내리기도 충분하고…


“오늘은…진 제국까지 짐을 운송할 사람들인가.”


며칠 전, 걸려온 덱샤에서 자신들은 고고학자들이라고 했다. 태백국에서 진 제국까지 옮겨 갈 물건이 있으니 맡아주겠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주로 적웅상단 내의 물건들을 옮겨주는 일을 하던 중에 거의 10번째로 들어온 외부의 일이었다.


“우선은… 여봐라!”


방문 앞에 누군가 멈춰서는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가 허리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예, 행수 어르신.”


행수 집사(상단 내의 단원들의 우두머리이며 동시에 행수의 비서)였다.


“손님 맞을 준비는 다 끝났느냐?”

“예, 다 끝났습니다.”


준성은 행수 집사(상단 내의 단원들의 우두머리이며 동시에 행수의 비서)의 말을 듣고 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시(오전 11시 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들리겠다고 했다. 준비가 끝났다니 걱정할 건 없었고, 시간도 충분하니 오기만을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알았다. 물러가도록 해라.”

“예, 행수 어르신.”


처음엔 그저 생소한 호칭들이었다. 낯간지럽기도 했던 말들이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누구든 자신을 행수라 부르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게 되었을 정도였다. 의사가 목적이었던 자신이었지만, 고작 2~3년여의 짧지만, 긴 시간이 의사에서 상인으로 모든 길을 바꿔버렸다.

이 길이 올바른 것인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살아갈 수 있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라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요즘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자꾸만 생각난다.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까지 함께 떠올릴 뿐이었다.


----------


이온과 피리야, 그리고 흑천호는 홍화린의 배웅을 위해 기차역에 나가있었다. 본래는 국제공항으로 향해야 하겠지만, 오전 내에 만나야 할 사람도 있으니 시간상으로 무리였다. 어제 갑자기 내려온 타루엘의 명령은 홍화린은 해저 제국 라미에른으로 서둘러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잘 다녀와요. 언니.”


이젠 피리야가 홍화린을 부르는 호칭도 달라져있었다. 불과 몇 개월의 나이 차이이지만, 태백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며 자연스럽게 익힌 태백국의 언어 습관 중 하나였다. 처음엔 그저 ‘태백국의 사람들은…’ 에서 시작된 우스갯소리일 뿐이었지만…


“피리야도 몸 건강하고… 그럼, 흑천호씨, 이온씨.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흑천호와 이온까지 홍화린과 작별의 인사를 주고 받고나자 홍화린은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세 명의 각기 다른 종족, 혹은 국적의 남녀는 몸을 돌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대합실을 빠져나왔다. 약속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 가야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1년 넘게 함께 지내온 탓일까. 아니면 같은 호법자라는 것이 소속감 같은 걸 만들어 가족 같다는, 가족일 거라는 착각까지 들게 한 것일까.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겼다.


----------


오시(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가 되자마자 행수 집사가 느리지만, 분명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준성의 방 앞에 멈춰 섰다.


“행수 어르신. 손님이 오셨습니다.”

“들라 하게.”


한국 해운의 약 10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


이야기는 제법 길게 진행되었다. 요구 조건은 간단했지만, 그에 따른 가격 산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옮겨갈 짐은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요구 조건이라는 게 5일 안에 옮겨달라는 것이었다. 떠오르는 생각은 말이 쉽지. 라는 정도. 5일 안에 출발하는 상단의 배에 실어 옮겨다 주면 되긴 하겠지만, 준성의 해운에서 직접 옮기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보험료까지 합산되어 예상 가격이 상당히 올라간 탓에 가격 협상과 원하는 운송 완료 시간대가 크나큰 걸림돌이 된 것이었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적웅 상단 소속의 해운이라 해서 기대했건만 이래선 거래를 할 수 없지 않겠소?”


태백국인으로 보이는 견인족의 남자가 기분 나쁜 말투로 발 너머의 준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애초에 이 발 너머에 숨어서 떠드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구려.”

“그 점은 처음에 양해 드린 걸로 기억합니다만… 제 얼굴에 흉측한 상처가 있어 부득불 얼굴을 가릴 수밖엔 없다고요.”


준성의 말에 흑천호는 입을 삐쭉거렸다. 흔하게 보기 힘든 얼굴에 이온과 홍화린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흑천호의 얼굴 변화를 주시했다. 둘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흑천호는 눈동자만 살짝 굴려 이온과 홍화린을 쳐다본 뒤, 다시 발 너머의 행수를 쳐다보았다.


“그럼, 정말 이 가격으론 해줄 수 없다는 겁니까?”

“해 드릴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적웅 상단과 직접 거래를 하시던가, 아니면 백마 상단과 직접 거래를 하시는 게 좋을 거라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그게 지금 이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동시에 운송할 물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어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 충고해드리는 겁니다.”


시간상으로 조금만 여유가 있다면, 그리고 지금 준성이 자기 소유의 커다란 무역선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운송할 물건이 많이 있다면 모를까. 대형 철제 상자 한 개 분량의 짐을 준성이 직접 옮겨다 주기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되어버릴 것이고, 적웅 상단에 옮겨 선적을 기다리는 것도 사실상 준성은 얼굴마담일 뿐, 적웅 상단에서 크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언제 선적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시간 약속과 그리고 물건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운송을 할 수밖엔 없기 때문에 준성은 망설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해도 그저 하지 못하겠다는 말로만 들리는 준성의 말투 때문에 이온과 피리야, 그리고 흑천호의 얼굴은 굳어질 수밖엔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하기 싫다는 말이 아니오?”

“그게…”


준성은 밖으로 들리지 않게 가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왜 이렇게 저의 해운과 거래를 하고자 하시는 건지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그게 이 거래에 있어 중요한 일이오?”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이 정도라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을 텐데, 끝까지 거래를 요구하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중요한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해버렸다. 이미 지금의 논쟁으로 인해 회사의 심상(心象 : 이미지)은 많이 망가져버렸을 테지만, 더 이상 엉망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3일 뒤, 진 제국의 홍적(鴻績)항에 우선 기항할 것입니다. 그리고 5일 뒤엔 원하시는 곳에서 물건을 받아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렇게 두 벨로드의 첫 만남과 거래는 시작되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행수 집사라는 건 다음(Daum)에서 사전 검색을 했더니 아래에 연관 검색어로 떠오른 것을 옮겨다 쓴 것입니다. 준성은 아마 행수가 맞을 겁니다. 대행수 아래가 행수니... 상단장을 대행수라 보면 그 아래 상회의 회장이라 할 수 있는 행수가 맞을 거란 생각에 써봤습니다. 틀리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3.

영어 안 쓰고 넘어가려 하니... 단어 하나하나 검색하게 되는 군요. 이미지를 뭐라 바꿀까. 하고 검색했더니 심상이 나왔습니다. 어쩔까. 하다가 그냥 써봅니다.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영어를 쓰지 않으면 중간 중간 말이 막혀버리는 건, 불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잡설 4.

외전의 마지막 화입니다.

여신 가이아... 약 두권 분량을 뽑고 나서야 네 번째 부제가 나왔네요. 무계획의 결론입니다. 본래 꽤 많은 분량이었던 글을 압축하고 나서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잡설 5.

잡설 4번과 같은 핑계입니다만...

갑자기 뚝 끊고 진행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너무 길더라고요. 상회 연다고 나라에 기업체 신청인가? 그거 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정신없길레 면도(?) 하고 넘겨버렸습니다.

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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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여신 가이아 - 걸어 가는 길 +4 09.01.17 393 2 11쪽
98 여신 가이아 - 걸어가는 길 +4 09.01.16 465 2 12쪽
» 여신 가이아 - 마지막과 시작 +4 09.01.14 584 4 12쪽
96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완) +4 09.01.12 519 2 12쪽
95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2 09.01.09 757 2 14쪽
94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2 09.01.06 287 2 12쪽
93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9.01.05 478 2 12쪽
92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9.01.04 300 2 11쪽
91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9.01.03 469 2 14쪽
90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9.01.02 444 2 11쪽
89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31 486 2 13쪽
88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8 442 2 16쪽
87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7 305 2 11쪽
86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6 531 2 12쪽
85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24 320 3 10쪽
84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3 3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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