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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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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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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작성
09.01.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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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여신 가이아 - 걸어 가는 길

DUMMY

준성과 이온의 눈에 비춰진 방안의 풍경은… 너무나 깨끗했다. 그저 방이라는 것 뿐, 방이라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새하얀 벽지가 발려져 있는 방안이었다. 그 방 안 한가운데 놓인 붉은 색의 편지. 마치 새하얀 눈밭에 떨어져 있는 붉은 피 같은 모습이었다.


“당신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잘 알겠으니…”


이온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 붉은색 편지를 들어 올려 편지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이 이곳에 와서 이 편지를 읽는다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지 증명이 되겠지. 그럼, 당신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이온을 죽여라. 가이아 여신의 신전은 발견되어선 안 되는 것. 그것을 발굴하려는 자는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위험한자다. 이온을 죽이고 그 증거로 그의 시체를 이 방에 놓아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네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온은 편지를 다 읽고 나자 귓가에 들리는 총의 장전소리가 들려왔다. 준성이었다.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들을 공격했었다는 이유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모든 것이 이미 계획된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인가. 누구의 계획인가. 준성 역시 이 계획의 일부였던 것인가.


“…대체 뭐야? 당신들 대체 뭐냐고!”


준성 역시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었다. 순례자와 인연을 끊으며 벨로드의 이름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과 똑같은 벨로드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이온의 등장. 그리고 그가 찾는다는 가이아 여신의 신전.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기습과 그들에 의한 스페리 남매의 납치. 그리고 스페리 남매를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이온을 죽이라는 제안. 혹은 명령.

지금 자신이 한 행동을 모두 주시하고 있었다는 듯, 아니면 애초에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써놓은 편지.


“지금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아. 설명해 봐. 이게 대체 뭐냐고!”


준성은 총을 쥐지 않은 다른 손을 휘두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까지 집어던져버렸다. 분노로 인해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 드러났다. 이온은 그런 준성을 쳐다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바랐던 것일까. 어쩌면 그래서 시가전을 벌인 것일까. 어쩌면 그래서 그곳에서 벨로드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된 것일까. 어쩌면 그래서… 준성이 스페리 남매가 납치되자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이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셔프트 렘(마법 탄환을 쏠 수 있는 샷건의 총칭)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하얀색 바닥에 검은색 줄이 생겼다.


“미안하네.”

“미안? 미안하다고? 뭐가? 뭐가!” 준성은 소리를 질렀다. “뭐야 이게? 뭐냐고!”


이온은 방문에서부터 이곳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흰 바닥에 찍혀있는 두 개의 발자국… 최근에 누가 다녀갔다면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이거나 어떠한 함정이 있거나… 함정… 고민할 것도 없었다. 신발 자국이 남지 않도록 바닥에 나무판 같은 거라도 붙이면 장판을 바를 때 편하기도 하고, 동시에 자국이 남지 않을 거란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짓을… 이라는 것만 남았다.


“어딜 보는 거야!”

“…자네는 피의 군주와 가이아 여신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나?”


이온은 준성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돌렸다. 총구가 머리를 겨누고 있고, 언제 방아쇠를 당길지 모를 정도로 격렬하게 떨리고 있는 준성의 손끝에도 이온은 비교적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어떠한 계략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신세 한탄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어쩌면 준성도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왔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

“피의 군주는 가이아 여신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버렸지.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그 뒤로 피의 군주 벨로드 에르테르프의 이름을 이어받게 된 자들은 그 이전부터…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오로지 자신의 목적만을 위한 삶을 살아야 했다네.”

“뭐야? 뭔 개소리야!”

“…우선은 듣게.”

“닥쳐! 쏴버릴 거야. 난 당신 죽일 거야!”


준성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스스로도 놀랐다. 지금 자신이 왜 이온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그 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온에게라도 화를 풀고 싶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리고 싶었다. 넬과 테오도르를 지키기 못했다. 구해주지 못했다. 지금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 상황에서 알 수 없는 말을 시작한 이온에게 그저 화가 날 뿐이었다.


“…우리들 피의 군주들은, 모두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야 했지. 자네에게 소중한 것이… 그 아이들인가?”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파공성이 이온의 귓가를 울리고 지나갔다. 준성의 대답은 이온을 향해 있던 총구를 오른쪽 끝까지 보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었다. 이온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왼쪽을 돌아보았다. 하얀 벽지에 작은 구멍이 나있는 게 보였다. 이온은 다시 준성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 말하면 그땐 정말로 총을 쏘겠다는 협박이었던지 총구가 다시 이온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지금은 정신을 차리는 게 우선이겠군.”


암중무도.


이온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


준성이 깨어난 건, 그 뒤로 만 하루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러나 깨어난 뒤, 당연히 기대한 소란은 없었다. 오히려 방안에 틀어박혀 침울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덕분에 이온과 피리야, 흑천호의 분위기까지 동시에 바닥까지 내려앉아버렸다. 모두 말수도 줄어들어버렸고, 왠지 모르게 행동까지 조심스러워져 버렸다.


“뭐 좀 먹겠나?”

“…….”


준성은 고개를 저었다. 식욕조차 없는 것이었다. 이온은 그런 준성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저으며 방을 나갔다. 밖에서 들려오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을 준성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들으며 베개로 머리를 감쌌다. 이대로 이별… 어차피 혈연관계도 아니었고, 더 이상 어쩌면 짐일지도 모를 그 아이들을 이대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온을 죽이면…”


힘들겠지만, 밖의 세 명을 모두 죽이면 그 아이들이 돌아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살인…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범죄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자신만의 철칙. 그것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것이 두려움. 혹은 공포일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던 지금은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저 알 수가 없을 뿐이었다.


“…아이들이…”


준성은 밖에서 들려오는 듣기 싫은 목소리들을 듣지 않기 위해 더욱 인상을 쓰며 몸을 말았다.


----------


준성은 아침이 되자 옷을 입었다. 근 이틀을 굶은 탓에 배도 고프고 머리도 어지러웠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것에 대한 확인만 끝난다면, 어쩌면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 좀 들게.”


방문을 열고 나오자 방 밖에는 이온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의자에 앉아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엔 준성의 몫으로 만들어 놓은 음식이 놓여있었다. 그저 빵 네 조각에 알맞게 구워진 얇은 고기, 그리고 계란이 전부인 조촐한 아침식사이지만, 이틀을 굶은 준성에겐 군침이 도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준성은 망설였다. 넬과 테오도르의 얼굴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싸우려면 뭐든 먹어두는 게 좋아. 굶었다는 이유로 꼴사나운 모습 보여주는 것도 웃기지 않는가?”

“…….”


준성이 망설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온이 자리에서 일어나 준성의 등을 밀어 식탁 앞에 앉혔다. 준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아 음식들을 내려다보더니 손을 들어올렸다. 무의식적인 행동일지, 아니면 어떠한 다짐이라도 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준성은 빵부터 들어올렸다.


“그래, 생각해 놓은 건 있나?”

“…우선, 그 건물로 돌아가 볼 생각입니다.”


한참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단서가 될 만한 걸 떠올린 겐가?”

“…이제부터 가서 찾아볼 생각입니다.”


마치 수능 끝난 아들에게 진로를 정했냐는 식의 대화처럼 그저 일상적인 분위기의 대화가 오고갔다. 배가 고팠는지 준성은 그 음식들을 이 짧은 대화가 오고가는 이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준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아, 같이 가게. 운전도 할 줄 모르잖은가?”


이온은 자신이 왜 외출복을 입고 있는 지 잘 생각해보라는 듯 준성을 향해 웃어 보이며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 건물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준성은 그저 처음 이 건물에 들렸을 때 만들었던 칼을 꺼내들고 그 칼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봐도 대단한 정성이군.”


이온은 5층 방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이온이 준성을 기절시킨 뒤, 도착했던 경찰들이 그때 당시 입구부터 수사 중이라 쓰인 노란 줄이 쳐놓았던 걸 지금까지 걷어놓지 않고 있었고, 이 건물을 지키는 경찰들이 동서남북 네 개 방향에 각각 2명씩 여덞 명이 지키고 있었다. 새삼 이번 사건에서 이 건물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새삼 알 수 있게 하였다. 건물을 지키고 있는 여덟 명의 경찰관들을 기절시킨 준성과 이온은 곧장 5층으로 향했다. 그냥 봐선 이틀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거라면 방 입구부터 바닥 전부에 투명한 강화유리를 깔아놓았다는 것뿐이었다.


“…역시 이상해.”

“뭐가 말인가?”

“…창문이 어디에 있습니까?”


준성은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면 방이라고 부르기엔 작은 창문조차 없었다. 방이지만 방이라 부르기엔 무언가 많이 부족한 실내.


“창문?”

“등은 또 어디에 있죠?”


이온은 준성의 말에 등을 찾으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도 등도 없었다. 완전한 밀실. 모든 게 다 벽으로 둘러싸여진 실내였다.


“…설마?”


이온은 그제야 준성이 느끼고 있는 이상함을 같이 느꼈다. 한 가지가 말이 되지 않고 있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가 흰색이라는 걸 감지할 수 있을까? 이온은 재빨리 몸에 검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준성 역시 뒤질세라 검푸른 기운을 끌어올렸다.


“나와!”


이온은 실내가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이온과 준성의 전투신을 넣었겠지만, 아쉬운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진도상 이온과 준성이 싸우게 되면 그 나름대로 또 다시 늘어지게 될 것이니 최대한 질러가는 길로 가기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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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8 442 2 16쪽
87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7 306 2 11쪽
86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4 08.12.26 531 2 12쪽
85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24 32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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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벨로드 에르테르프 - 길에 서다 +6 08.12.16 68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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