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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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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연재수 :
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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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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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글자수 :
546,278

작성
09.01.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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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여신 가이아 - 걸어 가는 길

DUMMY

세상을 원하는 데로 살아가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준성은 마음이 원하는 데로, 생각이 이끄는 데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 지 새삼 깨닫게 되는 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7번째 벨로드 에르테르프인 이온 퓨릭스와 그의 동료들과의 만남 이후, 사건이 터진 건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이들을 구하고 싶다면 이 지도에 그려진 대로 찾아와라.


출항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넬과 테오도르는 준성이 출항준비를 하는 동안 방안에서 마지막 짐정리를 끝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들이 묵고 있던 여관방의 문이 부셔지며 괴한들이 침입했다. 그 소식은 곧바로 준성에게 알려졌으며, 치안대에도 사건 발생이 발 빠르게 알려졌다. 여관에서 알린 것이었다.


“어떤 개자식들이야!”


준성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했다. 유일한 안식처였다. 이 아이들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란 기대는 없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이 아이들을 믿고 있었다. 혈육이 아니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자신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위험한 일이 생겼다.

그것이 모두 자책이 되었다. 분노가 되었다. 곁에서 치안대 대원이 하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방 안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물건들을 내려다보다 방을 빠르게 빠져나갈 뿐이었다. 부모님이 자신 때문에 돌아가셨다. 그 죄책감을 단 하루도 떠올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랬기에 더욱 스페리 남매에게 잘 대해주었다. 조금이라도 그 죄를 씻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마저도 자신의 꿈 때문에 망쳐버린 것 같아 항상 미안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자신 때문에 그 아이들이 상처를 입게 되었다.

누구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더 이상은 아니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이대로 또 다시 빼앗길 순 없었다. 자신의 것을 빼앗으려 한다면 더 이상의 용서를 할 생각은… 없었다.


----------


준성은 근처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어느 방을 향했다. 그리고 문 앞에 서서 주먹을 쥐고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하는 소리가 울리고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눈앞에는 견인족의 남자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준성을 쳐다보고 있었고, 방 안에 있던 두 명의 남녀는 적잖게 당황한 눈빛으로 준성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온! 내 아이들. 내 아이들 어디 뒀어!”


이온은 문 앞에서 살짝 물러서며 준성을 방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러자 이온을 밀치듯 빠르게 밀고 들어오는 준성.


“나도 방금 방송을 보고 알았네. 어떻게 된 건가?”

“몰라서 물어!” 준성은 이온의 멱살을 잡았다. “널 만나고 나서야. 널 만나고 나서 그 아이들이 납치됐다고!”

“이봐요, 그게 왜 우리…”

“피리야.”


이온은 다가오는 피리야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렸다. 그리고 흑천호에게도 눈짓을 하여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이미 준성의 눈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 보이는 게 없을 것이었다. 자신도 피리야가 납치되었을 때도 거의 미쳐버릴 것 같았지 않은가. 지금은 준성에게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거란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경험에서 알 수 있었다.


“그래, 어쩌면 자네 말대로일 수도 있겠지. 그럼 이건 어떻겠는가? 내가 그 아이들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어주겠네. 어떤가?”

“…….”


준성은 말없이 이온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갈색 빛이 감도는 검은색 눈동자. 흔들림이 없는 눈동자가 준성의 시선을 마주보고 있었다.


“…크흑, 넬… 테오도르…”


그렇게 침묵 끝에 준성은 이온의 가슴에 자신의 머리를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


지도에 표시된 지역은 그리 멀지 않았다. 게다가 준성과 함께 지도를 봤던 치안대가 출동하는 지역으로 따라가니 찾아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 건물이 맞소?”

“아마 그럴 것이오.”


이온은 준성의 대답을 들으며 운전석의 창문을 내리고 5층짜리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직사각형의 건축물이었다. 본래 1층은 가계였던 지 유리창에 어지럽게 붙어있는 종이쪼가리가 많았지만, 오래전에 폐업한 듯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건물 안은 폐허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 듯했다.


“설정 하나는 끝내 주는 군.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 라는 건가.”


그 건물을 중심으로 마치 고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보이지 않았다. 고요하다고 해야 할까. 너무 심한 정적감이 맴돈다고 해야 할까. 이온은 차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손에는 셔프트 렘(마법 탄환을 쏠 수 있는 샷건의 일종)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고, 가슴팍엔 오밀 렘(마법 탄환을 쏠 수 있는 자동 권총의 일종)이 달려있었다.


“아니면 이런 곳이 취미일지도 모르겠지.”


이온은 셔프트 렘을 쥐고 장전을 당겼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준성도 차에서 내렸다. 복면을 쓰고 있을 수 없어 가면을 썼다. 시야가 많이 가리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복면보다는 가면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준성의 손에는 오밀 렘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그런데, 총은 쏠 줄 아나?”

“소총이라면…”


그래봤자 군대에서 사격 훈련만 받아봤을 뿐, 실제로 총싸움을 해본 적은 없었다. 굳이 억지를 부린다면 게임을 통해서일 뿐, 실제 전투라고는 할 수 없었다.


“…뭐, 권총도 쓸 만 할 걸세.”


준성은 이온의 실없는 말에도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고 근처를 돌아보더니 재건축을 시도했었던 듯, 부셔져 있는 건물 잔해에서 쇠붙이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연금술을 통해 제련하기 시작했다. 제련 중간 중간에 불레를 좀 과하게 불어넣어 강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또한 금속 자체에서 물의 기운을 띄도록 했다.


“솜씨 좋군.”

“가죠.”


준성은 이온의 칭찬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칼을 쥐고 일어나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미 건물 바로 앞에 차를 세운 순간부터 자신들이 왔다는 걸 알린 이상, 더 이상 지체할 생각은 없었다. 더 이상 안 좋은 기억이 새겨지기 전에 그 아이들을 구해내는 게 우선이었다.

3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싸움이 벌어졌다. 끝까지 올라오는 동안 완전히 힘을 빼버릴 생각인 건지, 중간 중간 설치된 사정거리 안에서 마법을 쓸 경우 자동으로 터지게 되어있는 부적(符籍)처럼 생긴 마법 지뢰 같은 함정이 있었고, 좀 심하다 싶은 곳은 기계로 만들어진 자동 공격 무기들이 널려있었다.


“후, 후, 후… 괜찮은가?”

“예, 에… 괜찮소.”


겨우 4층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둘 다 말이 좋아 괜찮다는 것이지 서로 딱, 죽지 않을 만큼 몸 상태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마법사용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마법을 감지한 부적(符籍)처럼 생긴 마법 지뢰들이 사방에서 폭발하면 그걸 막다보면 또 다시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만큼 쏟아진 공격들을 모두 저지하며 싸워 올라온 탓이었다.


“그럼, 여기가 마지막이군.”


이온은 준성에게 눈짓을 하고 물러서게 한 뒤 문손잡이를 향해 오밀 렘을 겨눴다. 이 정도의 소란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납치범들… 지금쯤이면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고, 스페리 남매가 무사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냥 열고 들어가기엔 또 다시 무슨 장치를 해놓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손잡이를 부셔버리기로 한 것이었다.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문손잡이가 부셔졌다. 그러자 이온은 재빨리 몸을 돌려 벽 뒤로 숨었다. 방안에 있던 납치범들이 총을 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우였던 듯 아무런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그 순간, 준성은 불안해졌다. 영화 같은 곳에서 보면 방 안에는 인질만 놓여있고, 그 인질 뒤에는 자동 소총이 달려 있는데, 경찰들이 진압하기 위해 문을 부수고 진입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고, 방아쇠가 당겨져 총알이 날아들었던 장면들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온이 몸을 돌려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려는 순간, 준성이 이온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준성을 쳐다보는 이온을 준성을 무시하고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끝에 검푸른 물의 기운이 뭉쳐지기 시작했고, 이내 부셔진 문 틈 사이로 물길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내 눈이 되어라. 벽안(碧眼)”


준성은 눈을 감았지만, 그의 시선은 분명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온은 그의 행동을 바라보며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썼어야 하는 거 아냐.” 라며 투덜거렸다. 준성이 바라본 방 안…


“빌어먹을!”


준성은 눈을 뜨고 불레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준성의 태도에 당황한 이온은 준성을 따라 다급히 방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준성과 마찬가지로 굳어버렸다.


“뭐야 이게…”


준성과 이온의 눈에 비춰진 방안의 풍경은… 너무나 깨끗했다. 그저 방이라는 것 뿐, 방이라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새하얀 벽지가 발려져 있는 방안이었다. 심지어 창문도 없었다. 그 방 안 한가운데 놓인 붉은 색의 편지. 마치 새하얀 눈밭에 떨어져 있는 붉은 피 같은 모습이었다.


“당신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잘 알겠으니…”


이온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 붉은색 편지를 들어 올려 편지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이 이곳에 와서 이 편지를 읽는다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지 증명이 되겠지. 그럼, 당신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이온을 죽여라. 가이아 여신의 신전은 발견되어선 안 되는 것. 그것을 발굴하려는 자는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위험한자다. 이온을 죽이고 그 증거로 그의 시체를 이 방에 놓아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네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온은 편지를 다 읽고 나자 귓가에 오밀 렘(마법을 쓸 수 있는 자동 권총)의 장전소리가 들려왔다. 준성이었다. 가이아 여신의 신전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들을 공격했었다는 이유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모든 것이 이미 계획된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인가. 누구의 계획인가. 준성 역시 이 계획의 일부였던 것인가.


“…대체 뭐야? 당신들 대체 뭐냐고!”


준성 역시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었다. 순례자와 인연을 끊으며 벨로드의 이름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과 똑같은 벨로드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이온의 등장. 그리고 그가 찾는다는 가이아 여신의 신전.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기습과 그들에 의한 스페리 남매의 납치. 그리고 스페리 남매를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이온을 죽이라는 제안. 혹은 명령.

지금 자신이 한 행동을 모두 주시하고 있었다는 듯, 아니면 애초에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써놓은 편지.


“지금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아. 설명해 봐. 이게 대체 뭐냐고!”


준성은 울부짖고 있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쓰고 보니... 갑자기 엽기 스릴러로 빠지는 듯한 게... 본래 설정대로 가고는 있는 탓에... 점점 이상해지는 걸 막을 길이 없네요;;; 여하튼, 두 벨로드의 만남 이후 급격한 대립 구조입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죄송합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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