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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그랜드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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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8.16 08:58
최근연재일 :
2008.08.16 08:58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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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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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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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26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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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랜드 블루(Grand blue) - 3화. 발단

DUMMY

아침이 밝고, 3황자의 군대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황제의 목을 칠 게 아니라면 수도에서 언제까지고 죽치고 앉아 있을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3황자의 군대는 곧바로 북상해 유레일로 향했다. 그 소식은 굳이 누가 전하지 않아도 곧 모두가 알게 되었다. 아무리 사설 군대로 그 수가 적다고 해도 지금까지 불법으로 수도권에 주둔하고 있었던 부대가 갑자기 이동하는 데 그것을 모를 수 있다는 게 더 기적 같은 일이니까.

그것에 대해 가장 먼저 걸고넘어진 건 당연히 4황자였다. 이유는 3황자가 불법으로 군대를 특정 지역에 배치하여 불안감을 조성했으며, 지금은 그 군대가 유레일 지역으로 이동까지 하고 있음에도 아르니안 황제의 제지가 없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것은 곧 4황자 역시 준비기간이 끝나 이제부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이러한 지적은 이내 그렇지 않아도 즉위 때부터 벌어진 살인사건과 전쟁으로 인해 여론이 좋지 않던 아르니안 황제에게 더 많은 악영향을 미치게 된 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아르니안 황제께선 이 일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오!”


곧바로 여론이 형성되었다. 평소 다른 황자들이나 황녀, 왕자와 공주들을 따르던 귀족들의 반발이 당연히 뒤따랐다. 그들의 하나하나를 두고 보면 별 것 아니었지만, 맛있는 먹잇감을 앞에 둔 개미떼들 같이 미친 듯이 덤벼드는 귀족들의 들끓는 여론은 쉽게 잠재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군대를 보내기에도 무리가 따랐다. 3황자가 먼저 무장해제를 하고 황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곁엔 퓨엔테가 함께하고 있었다. 곧바로 에브게니아 탈취에 대한 공개 심문이 열렸다. 퓨엔테를 데리고 황궁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도박이라 할 수 있었다. 아젤레나 황녀에 대한 사건을 덮기 위해 퓨엔테를 죽이려 했던 만큼 언제든 퓨엔테가 다시 노려질 수 있다는 무리수가 따르는 작전이지만, 반대로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아르니안 황제의 손발을 묶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용 가치에 따라 이용되는 것일 뿐이었다.


“퓨엔테 비오렌치아 후작! 에브게니아 탈취 사건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공개 심문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아르니안 황제를 떠받히는 귀족 세력 중 한 명의 여 공작이 퓨엔테의 공개 심문을 맡아 나왔다. 푸르스름하고 구불거리는 머리를 엉덩이까지 늘어뜨리고, 머리엔 보석 바웰로 장식된 머리띠를 한 3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귀품이 흐르는 여자였다. 그녀는 현재 단죄의 졸렌(귀족을 공개 심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황궁 안의 광장)에 모여 있는 귀족들 전부가 들을 수 있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심문을 시작했다.


“공개 심문… 이건 공개 처형이나 별 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요.”


황제의 측근으로써 황제 뒤에서 퓨엔테의 공개 심문을 지켜보던 호법자 엘리너의 말대로 공개 심문의 수준이 아닌 공개 처형 수준이었다. 크롤을 타루엘의 저택에 옮겨놓고 하루를 쉰 뒤, 다음날 다시 해저제국 라미에른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나라 안에 모일 수 있는 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퓨엔테 비오렌치아가 황궁에 침입해 에브게니아를 탈취한 사건에 대해 거의 일방적으로 퓨엔테를 몰아세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퓨엔테가 내세울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3황자의 이상한 명령.


“절대 비오렌치아 후작가와 필리스 상단이 기습받은 일은 공표해선 안 된다.”


라는 명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퓨엔테는 더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아르니안 황제나 호법자들은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 자리까지 온 그들의 행동이 이해될 리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글쎄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묵비권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는 것 같군요.”


이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홍화린은 이 상황을 즐기는 눈빛으로 아래 상황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3황자는 지금 퓨엔테를 이용해 아르니안 황제가 아닌 4황자를 끌어내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르니안 황제를 직접 노리는 건 3황자로써도 위험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아직 퓨엔테가 아르니안 황제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야 할 테고, 동시에 퓨엔테가 일방적으로 궁지에 몰림으로써 4황자가 아르니안 황제가 흘려놓은 오점들을 물고 나오도록 내버려 두는 게 주목적인 것이었다.

문제는 4황자가 그걸 물어 줄 것이냐는 것.


“어느 쪽이던 이번 심문이 끝나고 나면 모든 상황이 급변하겠군요.”


이제 지루했던 준비기간이 끝나가는 게 홍화린의 눈엔 보이고 있었다.


----------


“수고했다.”

“…아닙니다. 저하.”


퓨엔테는 공개 심문이 끝나고 본래대로라면 모든 심문이 끝나고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지하 감옥에 갇혀야겠지만, 황위 계승서열 3위에 해당하는 3황자의 입김에 퓨엔테는 3황자가 임시로 마련해 준 저택에 머물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제조건은 재판이 시작되고,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저택을 벗어나지 않는 것.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면 된다.”

“감사합니다. 저하.”


결국 자택 구금이라는 것이지만, 아무리 라미에른 제국의 전쟁 영웅이라 불리는 에브게니아의 조종사라 해도 황궁에 침입한 것만으로도 반역죄인 라는 죄명을 쓰고 있는 퓨엔테의 처분으로 따지자면 파격적인 대우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에브게니아의 조종사라는 것으로 재판 없이 처형될 것을 재판까지 받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퓨엔테가 받고 있는 대우가 어느 정도로 파격적인지는 알 수 있는 문제였다.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 아르니안 황제 폐하가 윤허한 덕분이지.”

“…예, 저하.”


아르니안 황제. 그의 허락으로 인해 감옥이 아닌 저택에 머물 수 있게 된 것. 이것에 대한 이유라고 한다면 3황자의 입김도 있지만, 반대로 아르니안 황제의 허가도 있어야 했다는 소리가 된다. 결국 아르니안 황제 역시 퓨엔테를 자택 구금함으로써 노리는 것이 있다는 소리였다.


“뭐, 형님이 순수한 목적으로 널 감옥에 가두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예, 3황자 저하.”


그 정도는 굳이 상기시키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아르니안 황제가 노리는 건 아마 두 가지. 한 가지는 퓨엔테가 공개 심문과 공개 재판에 겁을 먹고 도주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3황자가 노리고 있는 걸 반대로 노린다는 것이었다. 4황자가 반란을 일으키도록 종용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던 아르니안 황제에겐 일시적인 위험과 함께 명분이 생겨버린다. 이것만 노린다 해도 웃기지도 않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예상 가능한 범위가 이 정도라는 것. 예상하지 못할 범위까지 아르니안 황제가 노리는 게 있다면 그걸 하루라도 빨리 예상해야 할 문제였다.


“우선은 쉬어라.”

“예, 3황자 저하.”


3황자는 퓨엔테 비오렌치아를 내버려 두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복도 끝에 서 있는 두 명의 여자를 보고는 모든 행동을 멈춘 뒤, 그녀들을 향해 퓨엔테가 있는 방의 문을 열어젖히며 그 자리에서 두 여성을 향해 짧게 인사하고 그대로 그 자릴 떴다. 누구에게 인사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던 퓨엔테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코델리아 필리스와 그녀의 시녀인 플로스였다.


----------


미치겠네.


제 2차 공개 심문을 받던 퓨엔테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5일 뒤, 아침에 다시 이어진 제 2차 공개 심문은 그 5일 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아르니안 황제의 명령을 받고 이번 심문을 관장하는 여 공작의 심문이 한층 집요해지고, 한층 더 살벌해졌다는 것이었다. 법정 드라마에서나 보던 살벌한 분위기까진 아니지만, 중죄인인 퓨엔테인 만큼 그의 죄목 하나하나를 짚어 나가는 여자 공작의 태도는 이미 그의 죄를 확정짓고 있었다.


작전의 하나라지만, 이거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도 힘드네.


퓨엔테는 이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군인이었다. 군인에게 있어 때론 승리를 위한 패배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퇴로가 있는 길. 그때와는 다르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죄를 뒤집어씌우는 데는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이라도 입을 열고 내가 에브게니아를 탈취한 게 아니다!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억누를수록 그런 생각은 더욱 커져갔다.


“슬슬 한계점이겠군요.”


홍화린은 퓨엔테 비오렌치아 후작의 상태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것에 대한 근거는 점점 눈에 빛을 잃어가는 퓨엔테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자리는 퓨엔테에게 있어 익숙하지 않은 장소. 그 이상의 두려운 곳이었다. 딱히 죄를 짓고 짓지 않고의 문제를 떠나 익숙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은 공개 심문을 진행하고 있는 여 공작 역시 알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몰아붙인다면 알고 있는 걸 불 것만 같았다. 여 공작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졌다.


“언제까지고 묵비권을 행사할 텐가! …이제 그만 밝혀도 좋아. 그대는 죄가 없잖은가.”


달콤한 유혹…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말해버리면 편해질 것 같았다. 모든 상황이 종료될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러하긴 했다. 유혹의 말들이 피어낸 갈등이 목구멍을 간지럽게 했다. 그 순간…


“…….”


퓨엔테는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한 사람의 얼굴에 비로소 다시 조금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도 아주 약하지만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떠올린 건 코델리아 필리스. 바로 아젤레나 황녀였다.


이것은 내 주인님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퓨엔테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자 여 공작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몰아붙인다면 퓨엔테의 입을 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자 당황한 것이었다. 덕분에…


“2차 심문도 무사히 넘겼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4황녀가 해초로 만들어진 이불을 끌어 당겨 몸을 가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4황자에게 다가와 그의 책상위에 걸터앉았다.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 그녀의 그 행동 자체는 방금 같은 침대에 있었던 4황자를 다시 도발하는 행위와도 같았다. 그러나 4황자는 그런 그녀가 어떤 자세를 취하던 그다지 상관없다는 듯, 책상 위의 물건들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황제나 3황자나 내가 나서길 바라고 있을 거야. 그러니 섣불리 나섰다간 에브게니아의 탈취에 숨은 공범이 내가 되어버리겠지.”

“다시 지켜보는 거야?”

“…왜? 지켜보기만 하는 게 지겨워? …걱정 마. 이번만큼은 나도 넋 놓고 앉아있지 않을 테니까.”


4황자는 자신 있게 말했다. 방법은 있었다. 조금 상당히 위험할 테지만 이번만큼은 4황자가 미끼를 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끼를 물지 않으면 황제가 될 길이 멀어지게 될 거라는 것 정도는 이미 4황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방법이 없었다.


“우선 공작들을 만나러 가봐야겠어. 같이 갈래?”

“응.”


4황녀는 4황자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책상에서 내려왔다. 자연스럽게 허공에 뜬 몸은 이내 두 팔이 이끄는 대로 4황자의 목에 매달렸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개인적으로 4황자 4황녀 커플이 황제가 되는 걸 응원합니다. /ㅁ/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겁니다. ㅡ_-)a 미리니름이 아님다~


잡설 3.

후아... 갱신 주기는 생명선입니다. ㅡ_-)b 하아... 졸업 시험!!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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