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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19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8.22 23:55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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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보복과 고통

DUMMY

민수는 청소장과 복도를 걸어가는 중이었다.

처음엔 기시감을 느끼는 정도였지만, 교실을 하나하나 지나면서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에 민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와중, 민수는 3학년 4반 앞에서 멈췄다.


“뭐야?”


청소장은 갑자기 멈춘 민수를 이상하게 쳐다보다가 민수가 교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일단 따라 들어갔다.


“무슨 일인데?”

“여기가 제 반이었거든요.”

“그래?”


청소장은 딱히 답을 구하는 의미로 물은 것이 아니었고, 민수도 대답은 하지 않았다.

민수는 칠판을 쓱, 훑어 보고는 창문으로 향했다.

예전에 창틀을 닦으면서 장난치다가 걸레를 떨어뜨린 기억이 났다.


“좋은 기억인가 보네.”

“네. 이런 시시콜콜한 기억마저 너무 좋아요. 방금 전까진 제가 이 세상에 존재를 하긴 했는지 불안한 기분이었는데.. 친구들이랑 장난치다가 혼난 기억마저 소중해요.”


킥킥 거리며 웃는 민수는 슬쩍 청소장의 눈치를 살폈다.

청소장은 민수의 말에 관심을 갖지는 않는지 본인이 물어놓고 교실의 청소 도구함을 열어보고 있었다.

민수는 그런 청소장을 보면서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어째서 순순히 알려준 거지? 내 몸을 없앤 게 본인이면서. 다른 선생님이나 귀신보다야 올곧은 것 같긴 하지만 완전히 믿을 수는..’


청소장은 시선을 느낀 것인지 청소 도구함 쪽으로 굽혔떤 허리를 펴고 민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수는 잽싸게 모른 척을 하면서 보지도 않고 아무 책상이나 골라 서랍에 손을 쑥, 넣었다.

안에는 교과서 몇권과 필통이 들어있었다.

민수는 필통을 꺼내 이리저리 살폈다.


“그 애는 공부를 안 하는 앤가 보네. 책상에 필통을 넣어두고 다니다니.”


청소장의 관심이 필통으로 향한 것 같아 민수는 속으로 안도하고 말했다.


“그러게요. 교과서도 놓고 다니고.”


이어 꺼낸 교과서 옆면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청소장은 요즘 교과서는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 민수에게서 교과서를 받아들고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파라락..”

“흠. 여기 이과반인가 보네.”


청소장이 수학책을 빠르게 넘기면서 한 말에 민수가 물었다.


“그거 다 아시는 거예요?”

“당연하지 나 이래봬도..”


청소장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하다가 말을 줄였다.


“온다.”

“네?”


청소장은 더 이상의 말없이 교과서를 던지듯 책상에 올려두고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민수도 교과서와 꺼내 놓은 채인 필통을 급하게 서랍에 쑤셔넣고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청소장을 쫒았다.


“뭐가 온다는 거예요?”

“악령. 여길 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와줘서 고맙네.”


청소장이 바닥을 통과해 밑으로 내려가자 민수도 따라 가려다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이곳에 생전에 대해 알아 보려 온 것이었다.

물귀신이 이곳에 무엇을 하러 왔든 청소장이 혼자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


갈등하던 것도 잠시, 민수는 바닥을 통과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 상으로 3학년 교무실인 곳으로 향했다.



정수기를 통해 2학년 교무실에 도착한 사랑은 물을 뚝, 뚝 떨어뜨리면서 바닥에 내려섰다.

그리곤 정수기의 물 받침대를 떼어내 바닥에 물을 뿌렸다.

물길이 생기자 사랑은 물을 따라 한 책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사랑은 선반에 있던 서류철 중 하나를 잡아 종이를 넘겼다.

손에 닿았던 부분이 조금씩 젖긴 했지만 넘기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끽..”


그러던 와중 사랑은 삐걱 거리는 소리를 듣고 시선으로 죽일 것처럼 문 쪽을 째려보았따.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교무실 문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


사랑은 원해 교무실 문이 살짝 어긋나 평소에도 자주 삐걱거렸다는 걸 기억해내고는 다른 서류철을 잡았다.


민수는 문을 열자마자 있는 사랑을 보고 비명을 지를 뻔 한 걸 간신히 참고 고정되어 있는 다른 한 쪽 문 뒤에 숨어 있었다.

치렁치렁하고 물이 뚝, 뚝 떨어지는 것만 봐도 물귀신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왜 숨었는지는 스스로도 영문을 모를 지경이었다.


‘..아저씨는 그러고 보니까 물불 안 가리고 다 공격하려고 했었지..’


민수는 악령하면 떠오르는 경태의 무시무시했던 모습이 생각나 사랑을 피해 숨은 건 스스로의 생존본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조용한 것도 잠시, 민수는 무언가가 자신의 어깨에 닿자 있는 대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아.. 청소장님?”

“너 여기서 뭐하냐. 그렇게 쫄아가지고.”

“청소장님이야말로 왜 여기로 오신 거예요? 아까 밑으로 가지 않으셨어요?”


청소장은 대답을 하는 대신 문 너머에 있는 사랑을 가리켰다.


“따라가는데 어쩌다 보니까.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는 거야?”


민수는 청소장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일단 사랑의 눈치부터 살폈다.

사랑은 살펴보던 서류는 일단 내려놓고 민수와 청소장을 경계하고 있었다.

축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무시무시했다.


“도망가거나 바로 공격하진 않는 거 보니까 이성은 있나보네.”

“당신들은 누구야?”

“...”

“너처럼 귀신이지. 대화할 정신이 있어서 다행이네.”


민수는 의외로 사랑이 아직 어린 티가 나는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하자 말은 하지 않고 사랑을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한 명 뿐이었지만 자신이 알던 악령과 다르게 행동하자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귀신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나한테 볼 일 있어?”


청소장이 자신이 상상하던 귀신치곤 깔끔하게 생긴 탓에 사랑은 일단 청소장이 원하는 대로 대화에 응했다.


“..네 사정은 어쩌다 알게 됐는데, 딱하다곤 생각하지만 더 이상 인간들을 죽이는 건 그만 두면 안 될까?”


사랑은 귀신이 되어 처음으로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자신의 삶의 목적을 그만두라 하자 헛웃음이 났다.

이런 말 몇 마디로 끝날 일이었으면 애초에 자신이 귀신이 될 리도 없었다.


“뭘 안다고 죽이지 말라는 거야? 내가 어째서 귀신이 됐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짐작은 가지. 널 성폭행한 가해자를 다 죽이려는 거 아니야?”

“너 같으면..”


사랑은 당시를 생각하려니 심장이 도려내지는 것 같은 고통에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입 꼬리를 끝까지 올려 소름끼치게 웃었다.


“너 같으면 안 죽이고 배기겠어? 나는 못 참아. 응징할거야. 그 자식들 죽여 버릴 거라고. 내가 지옥에 끌려간다 해도 죽일 거야. 아니, 어차피 쓰레기들 청소하는 건데 지옥에 갈 리가 없잖아? 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도중부터 사랑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사랑을 보고 청소장은 표정을 구겼다.

같은 여자로서, 성폭행 당한 여자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됐다.

인간을 심판하는 게 귀신이어선 안됐다.


“나 같아도 죽이고 싶을 거야. 그래도 니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잖아! 자신을 성폭행한 놈을 보는 것만도 힘들 텐데.”


청소장이 사랑을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하는 사이 민수가 먼저 말했다. 틀에 박힌 말처럼 느껴질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민수의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그 놈들은 아무 죄도 짓지 않은 것처럼 학교에 계속 출근했을 거고,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등교할 거야. 그 꼴은 죽어도 못 봐. 그래서 귀신이 됐어. 아무도..”


사랑은 자신이 선생님들에 의해 세면대에 얼굴을 박기 직전 눈이 마주친 영민이 떠올랐다.


“아무도 안 도와줬어..”


교무실 바닥에 물이 뚝, 뚝 떨어졌다.

사랑은 머리카락을 타고 흐른 물이 얼굴을 타고 떨어진 것을 알았다.

자신이 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돼. 내가 얼마나 가슴이 아파도, 얼마나 무서워도.”


민수는 사랑이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끼는 것처럼 들썩이자 한기가 들었다.

청소장을 보니 자신이 느낀 게 착각이 아님을 알았다.

청소장은 사랑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점점 인격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다 죽이고 어떡할 건데?”

“청소장님?”


청소장은 민수가 자신을 불러도 무시하고 재차 물었다.


“다 죽이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한기가 점점 강해지자 민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장님, 긁어 부스럼이라고요!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조용히 해. 이 정도 말에 무너질 인격이면 어차피 오래 못 가. 저 귀신은 지금 오기로 정신을 붙들고 있는 거라고.”

“무슨 이유가 있든 제가 보기엔 상처를 후벼 파는 걸로 밖에 안 보여요! 그만 두세요!”

“..방금 우리가 얘기하던 중간에도 저 애는 계속 서류를 보고 있었어. 아마 다른 가해자들이 어디 사는 지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겠지.”

“그게 뭐 어때서요! 저는 이해해요! 왜 죽이고 싶은지, 왜 죽여야만 하는지.”


청소장은 민수를 쳐다보았다.

민수가 입을 꽉 다물고 자신을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자 청소장이 말했다.


“이대로 저 애가 계속 인간을 죽였다간 내 손에서 일을 끝낼 수가 없게 될 수도 있어.”


작가의말

저는 귀신이 실재한다면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당연 귀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절대 편안히 못 잠들 것 같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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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3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9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3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1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6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2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3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7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40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2 0 9쪽
49 도박 17.10.07 40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6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3 0 8쪽
46 기회 17.09.26 36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4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2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4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8 0 7쪽
40 발악 17.09.05 33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40 0 9쪽
37 이념 17.08.25 4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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