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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1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9.01 23:55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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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망상

DUMMY

성윤은 교복을 입고 학교 정문 앞에 서있었다.

휴교한 학교에 교복까지 입고 온 까닭은 달리 없었다.

사랑과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온다고 해서 뭔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정문은 밑의 레일을 따라 잠기는 두꺼운 쇠문으로 막혀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넘는 건 크게 문제가 없었다.


“읏차..!”


쇠문을 넘어 성윤은 일단 본관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본관과 별관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운동장을 지나가다 방향을 바꿔 걸었다.

운동장을 둘러싼 스탠드에 도착한 성윤은 바지에 모래가 묻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털썩, 앉았다.


“......”


아무도 없는 운동장이 휑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체육 했었는데..’


체육시간을 떠올리자 준비운동으로 한 줄넘기도 생각났다.



“줄넘기는 다 가져왔지? 없으면 운동장 두 바퀴 돌고! 줄..”


체육 선생님의 말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윤은 평소처럼 잽싸게 줄에 안 맞기 위해 적당히 거리를 두는 척하면서 사랑의 사각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성윤의 머릿속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손잡이를 세게 잡고 사랑이 줄을 돌리기 시작했다.


“헉.. 헉..”


줄을 계속해서 돌릴수록 사랑이 숨차하는 소리가 귀를 메웠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눈에 비치는 것도 오직 줄을 열심히 돌리고 있는 사랑뿐이었다.


“헉.. 헉..”


사랑의 숨과 자신의 숨을 쉬는 속도를 맞추면서 성윤은 점점 사랑에게 빠져들었다.

사랑의 가슴이 바쁘게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철썩!”


성윤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사랑에게 가까이 다가가다가 근처에 있던 다른 친구의 줄에 맞고 정신을 차렸다.


“미안! 괜찮아?”

“아.. 어..”


줄로 성윤을 때린 동급생은 성윤이 반 박자 늦게 반응하자 위화감을 느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다시 줄을 돌렸다.

동급생의 정신이 줄넘기에 쏠리자 성윤은 다시 사랑을 보았지만 사랑은 준비운동을 끝냈는지 약간 발개진 얼굴로 줄을 접고 있었다.

그런 사랑의 모습을 성윤은 뇌리에 새겼다.

성윤의 마음속에 악마가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체육시간이 끝나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생들은 본인 자리에 앉은 상태였다.

수업 시작종이 치고 선생님이 오기 전, 몇 초 동안의 막간 자유 시간을 이용해 다들 소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운 좋게도 성윤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사랑의 뒷자리로 자리가 바뀐 상태였다.

그마저도 맨 뒷자리였기 때문에 칠판을 보는 척하면서 사랑을 보기에도 적절한 자리였다.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성윤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사랑의 등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한 낮의 더위 때문에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모든 학생이 교복 안에 옷을 가볍게 입고 있었고, 그건 사랑도 예외가 아니었다.

때문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사랑의 등에 속옷 모양이 살짝 보이는 상태였다.

성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사랑의 속옷에 집중했다.

줄넘기 때도 그렇고 이건 사랑이 자신을 유혹하는 게 분명했다.

사랑도 자신을 원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라면 가슴이 흔들리는 걸 보여주거나, 이렇게 가까이에 사랑이 앉아 자신에게 속옷을 보여줄 리가 만무했다.

이미 성윤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소문대로야. 얘는 아무한테나 몸을..!’

“왜 아직도 이렇게 시끄러워?”


교실 문이 열리고 수학선생님이 들어오자 교실 안이 조용해졌고, 성윤은 자신도 모르게 사랑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다 정신을 차렸다.

사랑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선생님의 말과 교과서에 집중하는 모습이 괘씸했다.

자신을 먼저 유혹해놓고.

자신을 먼저 흥분시켜놓고.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없다.

고개를 푹 숙여 성윤은 자신의 얼굴이 안 보이게 했다.

성윤의 마음속의 악마가 웃고 있었다.



방과 후, 사랑이 하교하기 전, 성윤은 사랑에게 말했다.


“잠깐 시간 괜찮아?”

“어? 어..”


평소 말 그닥 말을 안 하던 상대가 말을 걸어 딱 봐도 의아하단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랑이었지만, 이미 사랑을 덮치겠다고 마음먹은 성윤의 눈에는 그런 사랑의 표정은 왜곡되어 보였다.


‘얘도 못 참고 있다는 거네.’


망상은 이미 겉잡을 수없이 커져 성윤이 생각하는 사랑은 자신을 유혹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물론 사랑은 평소 형식적인 인사말 밖에 나누지 않던 성윤이 자신을 불러 세우자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2학기 들어서 돌기 시작한 소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성윤 앞에 서 있는 사랑을 보면서 남학생들은 얼굴을 찌푸리거나 심지어 살짝 웃는 경우도 있었고, 여학생들은 잘 들리지 않게 수근 거리며 지나갔다.


“몸.. 더러워..”

“진짜.. 수치..”


사랑은 점점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점점 고개가 수그려졌다.

소문은 정말 얼토당토 않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친구들은 사랑을 믿어주지 않고 점점 멀어져 갔고, 지금에 와선 사랑은 완전히 혼자였다.


‘아닌데..’


가장 수치스러운 것도 자신이었고, 가장 고통스러운 것도 자신이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혼자라는 것이었다.

어디서부터, 왜 퍼진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은 택도 없는 루머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가리지 않고 남자와 잠을 잔다는 소문은 이젠 사랑의 정신을 좀먹는 수준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을 실제로 믿는 학생과 선생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사랑은 개학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여학생들에게 은따를 당하는 상태였다.

성윤은 그런 고통스러운 사랑의 마음을 알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오히려 사랑을 내내 눈으로 좇는 것은 물론, 사랑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망상마저 하고 있었다.

때문에 결국 잘 쓰지 않는 별관에 사랑을 데려가는 수준까지 간 것이었다.



사랑은 부탁이 있다면서 성윤이 자신을 별관으로 데려가자 오싹한 기분이 들어 별관 복도에서 걸음을 멈췄다.

별관에 오면서 까지는 설마 싶었던 생각이 점점 현실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았다.

걸음을 멈춘 사랑을 보고 성윤은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래? 부탁하면 다 대주는 거 아니었어?”

“뭐?”

“계속 보고 있었다고. 일부러 가슴도 막 흔들고 속옷도 보여줬잖아.”

“......”


사랑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성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야? 그런 적 없어!”

“체육 시간에 기억 안 나? 그때 나한테 가슴 흔드는 거 보여줬잖아.”


빠르게 말하는 성윤의 눈이 마치 악마 같다고 생각하면서 사랑은 덜덜 떨리는 다리로 슬슬 뒷걸음치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체육 때 너는 보이지도 않았..!”

“그 다음 수학 시간 때는 속옷도 보여줬잖아.”


사랑의 말을 끊고 성윤은 본인 할 말만 했다.


“나한테 그 속옷 벗겨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그래서 데리고 왔잖아.”

“너 미쳤어? 그런 적 없어!”

“니가 혹시나 그럴까봐 증인도 데려왔어. 같이 가보면 너도 인정 할 거야.”


성윤이 가리킨 남자화장실에서 남학생 세 명이 나왔다.


“...!”


사랑은 성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몸을 돌리고 다리를 재게 놀렸다.

이제껏 다리를 이렇게 움직여본 적이 없었다.

별관을 벗어나기도 전에 숨이 차서 폐가 아파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이대로 있으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덥석!”


하지만 이내 악마처럼 눈을 번뜩이며 성윤이 사랑의 팔을 잡았고, 사랑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놔!”


성윤에게 질질 끌려가면서 사랑은 성윤의 팔을 때리거나 이로 세게 무는 등 별짓을 다 했지만, 곧이어 달려온 남학생들이 사랑이 움직일 수 없도록 잡았다.

소리도 낼 수 없도록 입을 막히고 결국 사랑은 남자화장실로 질질 끌려갔다.


‘살려줘!’


작가의말

이번 화는 2학기가 시작되고 며칠 후, 아직 사랑이 죽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이런 설정이긴 하지만, 사실 이번 화 내용은 안 적을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적으면서 기분이 이렇게 안 좋은 화도 처음이었고요.

하지만 성폭행이나 성희롱의 기준을 나타내보고 싶었습니다.

작중 성윤의 행동이 비단 마지막에 실제 성폭행을 가했다는 것은 물론, 체육 때나 수학 때, 망상을 하는 시선으로 본 것도 사실 크게 보면 성폭행이라는 것을 보이고 싶은 게 목적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랑의 내용을 적으면서 가해자를 잡는 데에만 급급하고, 피해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는 못하는 것 같아 더 분발해야겠다고 가장 크게 느끼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긴 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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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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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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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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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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