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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76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9.05 23:55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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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발악

DUMMY

“제 죄책감이 뭔지는 알고 하는 말이에요?”

“여기 다 나와 있으니까.”


청소장은 영민이 보고 있는데도 태연하게 일기장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청소장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졌다.

하지만 일기장에 자신의 속마음을 적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에 영민은 청소장의 말을 믿기는 했다.


‘정말 덜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영민이 청소장에게 사실대로 말한 것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때문이 컸다.


“저도 다 아는 건 아니에요. 확실한 건 처음 선배가 그 짓을 당했을 때 남자가 5명 있었다는 거랑 그 중에 한명이 선배랑 같은 반 선배라는 것뿐이에요.”

‘20%면 절망적인 확률은 아닌가..’

“한 명이라도 괜찮아. 0보단 낫지.”


청소장이 대놓고 실망하는 표정을 지은 건 아니었지만 영민은 적어도 청소장이 기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나는 건 성윤에 대한 정보뿐이었다.

그나마도 성윤이 자신과 같은 단지 내에 살기 때문에 우연히 안 것이었다.



한편 사랑은 가장 증오스러운 성윤을 먼저 죽이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하수도에 들어오기 전, 어둑한 하늘을 보고 지금쯤이면 그 자식이 집에 와 있을 것 같았다.


‘그 애는..’


사랑은 그 와중에 영민의 집으로 향하는 수도관을 보고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을 직접적으로 폭행하진 않았지만, 그런 일을 당하는 데 보고 도망쳤다는 것 자체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이유 만으로 죽이기엔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그러다가 사랑은 하수구 속에서 머리를 휘휘, 젓고는 눈을 번뜩였다.


‘다 죽일 거야. 한 명도 남김없이.’



“야, 너 안에서 뭐한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저기, 미안한데 나 혼자 있고 싶어서.”

“...”


영민의 친구는 피곤한 표정으로 문틀에 기대있는 영민을 보았다.

안에서 혼잣말을 마구 하던 영민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건 확실했지만, 영민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방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영민이 많이 피곤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너..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잔뜩 이상하단 표정을 짓고 있긴 해도, 친구가 가줄 것 같자 영민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려다 꾹 참았다.

그러면서 눈을 아래로 깔면서 필요 이상으로 느릿하게 대답했다.

속으로는 그저 친구가 자신의 말을 믿고 빨리 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어.. 약간 피곤하네. 좀 자려고.”

“너 아까는.. 아니다.”


집에 오기 싫어했던 것 치고는 태도가 확실히 변한 점이 이상하긴 했지만 친구는 자겠다는 데 집에 눌러있기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슨 일 있으면 연락 해. 혼자 무리하지 말고.”

“어, 고마워.”


친구가 문을 닫고 가는 걸 확인할 때까지 영민은 문틀에 기대고 있었다.


“...”

“갔네.”


청소장은 집에 영민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영민은 서서히 나타나는 청소장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신이 정상인 건가 고민했다.

정상이 아니라면 당장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안내 부탁해.”


영민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싫은지 표정을 굳히면서도 집을 나섰다.


“근데 제가 왜 같이 가야 돼요?”

“그건..”


청소장은 잠시 말을 골랐다.


“말만 하는 건 누구든 할 수 있는 거니까. 아마 네가 느끼는 죄책감도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뭘 많이 아는 것처럼 말하시네요.”

“보이는 것보다 오래 살았거든.”

“그건 그렇지.”


저승사자가 툭, 던진 말에 청소장은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영민은 청소장이 보는 쪽을 보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자 형언할 수 없는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소리라도 안 들리면 모르겠지만, 저승사자 딴에는 배려한답시고 말을 들리게 해놓은 턱에 더 기괴한 분위기만 연출되고 있었다.


“이 녀석 스무 살에 죽고서 10년을 귀신으로 보냈다고 들었어. 귀신 수명치곤 긴 건 아니지만 인간이 서른 살일 때의 얼굴은 아니니까 보이는 것보단 오래..”

“그만하시죠.”


싸늘한 청소장의 한마디에 성윤의 집에 가기도 전에 한바탕 싸움이 일어날 분위기가 되었다.

영민은 싸우는 건 둘째쳐도, 말로만 들었던 저승사자가 궁금해 물었다.


“근데 저승사자..님은 어떤 모습이에요? 제가 알고 있는 것처럼 검은 두루마기에 갓 쓰고 푸르딩딩한 얼굴색이라던가..”

“...”


말을 고르는 저승사자 대신 청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원래는 그렇지.”

“그럼 지금은 어떤데요?”

“..저승사자는 죽었을 때 빼곤 안 보는 게 좋아.”

“...”


의외로 저승사자가 미소기를 싹 빼고 한 말에 영민과 청소장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승사자의 의미를 알면서 보고 싶어 하는 건 아니겠지.”

“지금 옷을 제대로 안 입고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갓은 어디 두고 온 거예요?”


하지만 저승사자가 애써 심각하게 만든 분위기는 청소장이 핀잔을 주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아니야!”

“뭐가 아니에요, 안 보인다고 거짓말하면 저승 가서 벌 받아요.”

“나 저승사자거든? 벌 받을 걱정은 너나 하고 빨리 성불 해!”

“저승사자답게 해야 저승사자님이라고 부를 텐데. 그리고 아직 미련이 안 풀려서 못 가요.”


보이진 않았지만 대화가 격해지자 영민은 불편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앞을 가리켰다.


“저 아파트 402호예요.”



사랑은 성윤의 집 화장실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부모는 아직 오지 않았는지 집엔 성윤 뿐이었다.

어째서인지 교복을 입고 있는 성윤은 이제 막 집에 들어온 상태였다.


‘만약..’


사랑은 모습을 보이지 않은 상태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복수심 때문이 아니었다.

성윤의 교복차림을 보니 남자화장실에서의 그 때가 떠올라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반성하고 있다면..’


장기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떨림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사랑은 들키지 않도록 살짝 물을 화장실 밖으로 흘리고 집안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화장실에서 나섰다.


“미쳤냐? 내가 왜 자백을 해? 나는 잘못한 거 없다고. 그 년이 먼저 유혹한 거란 말이야!”

[너..]

“그리고 그 말을 니가 하면 이상하지!”


전화 상대는 그 때 사랑을 성폭행했던 다섯 명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성윤은 사랑이 서 있는 줄은 몰랐지만 서늘한 느낌을 받았는지 전화 받고 있는 팔을 다른 손으로 문지르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되는 거 아니야? 어차피 나 아니었어도 다른 놈한테 대줬을 텐데 내가 상냥하게 해줬잖아. 그 년은 나한테 감사해야 돼.”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걸 다시 인식한 순간 사랑은 성윤의 뒤로 걸어갔다.

마음이 차갑게 식었고, 얼굴에는 조소를 띄웠다.

손은 언제 떨었냐는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니 목숨을 줘도..’


사랑은 세면대에 선 성윤의 뒤에 서서 모습을 드러냈다.

성윤은 거울에 비친 사랑을 보고 몸을 비틀어 거리를 두려고 하면서 입을 벌렸다.


“너..!”

“내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뭐야! 환영인가?’


성윤은 사랑에게서 뒷걸음질 치면서 목에 무언가가 차갑게 휘감기는 감촉을 느끼고 손을 목에 가져갔다.


“착!”


목에 감겨 있는 것은 물이었다.

자국이 남지 않게 목 전체를 넓게 감긴 상태에서, 성윤은 물이 점점 올라와 턱까지 감싸자, 이상한 이물감에 물을 닦아내려고 했지만 당연히 손은 물을 통과할 뿐이었다.


“어떤 기분이야?”

“뭐? 무슨 소리야? 꺼져!”


성윤의 몸이 점점 세면대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연히 성윤은 사랑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버둥거리다가 손으로 뒤에 있는 욕조를 잡고 버티려고 했다.


“나는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알 게 뭐야! 당장 꺼지라고!”


틀지도 않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세면대를 넘치고 있었다.

성윤은 손가락이 아프도록 버텼지만 결국 힘이 빠져 욕조를 놔버렸다.

그대로 성윤의 얼굴은 물에 코가 닿을 정도로 세면대에 가까이 붙었다.

사랑이 다시 물었다.


“나는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뭐하는 거야!”

“너는 지금 죽을지도 모른다는 고통만 느끼고 있지만, 나는 아니었어.”

“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급한 마음에 성윤은 일단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그걸 어떻게 알아! 미안하다고 했잖아! 당장 놓..!”

“첨벙!”


사랑은 성윤의 말을 다 들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의 고통의 일부라도 느끼게 하려 했다.


“첨벙, 첨벙”


성윤은 옷이 젖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발버둥 쳤지만 전부 허사였다.

사랑은 굳은 표정으로 성윤의 소리 없는 저항을 지켜보고 있었다.


“띵-동! 계세요?”

“..!”


사랑은 화들짝 놀라 인터폰 쪽을 보았다.


‘쟤는..’


화면에는 영민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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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3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 발악 17.09.05 32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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