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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8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10 23:55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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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아이와 괴물

DUMMY

“먼저 찾아오다니 별 일이네.”

“...”


청소장은 스스로 생각해도 별 일이라고 생각 할 만 했기 때문에 대꾸는 하지 않았다.

대신 안 보던 눈치를 살짝 보면서 구미호를 떠봤다.


“담당 귀신 일 때문에 왔는데요.”

“누구?”

“최현석이요.”

“..여기 사는 귀신이 몇 명인지 알고 있지? 이름만 말하면 몰라.”


모른다고 하는 구미호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청소장은 구미호인 만큼 거짓말에 능한 건가 생각이 들어 좀 더 자세히 말했다.


“대략 20년 전에 왔고, 왼쪽 상반신이랑 얼굴이 없는 귀신이요. 죽은 경위는 지진 때문인 걸로 알고 있어요.”

“지진.. 음.. 그 앤가?”


겉보기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현석을 그 ‘애’라고 부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귀신의 집은 이런 곳이었다.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나이를 추정해선 안 되는 장소였다.


“지진으로 죽은 귀신이 몇 명 있어서 잘 모르겠네.”

“잘 기억이 안 나도 괜찮아요. 그 아저씨에 대해 알아볼 게 있어서 자료실을 좀 봐도 될까 허락 받으러 온 거라서요.”

“...”


구미호가 말을 멈추고 청소장을 지긋이 보았다.

청소장은 살짝 긴장한 채 구미호의 답을 기다렸다.


“공공 자료실엔 없으니까 나한테 온 거겠지?”

“네.”

“..내 개인 자료실이 말 그대로 ‘개인’ 자료실이란 걸 모르진 않을 테고. 정확히 뭘 찾으려고 하는 건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자신의 머릿속이 읽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청소장은 굴하지 않았다.

구미호가 인간을 홀릴 수 있다곤 하지만 그건 인간에 한해서의 이야기였다.

귀신에게 구미호의 유혹은 통하지 않았다.


“죽었을 당시에 갖고 있던 소지품 ‘전부’를 보려고 해요. 아무래도 지금 갖고 있는 기억이랑 맞지 않는 게 있어서 단서를 찾으려고요.”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청소장은 강수를 두었다.

귀신의 집은 귀신의 ‘성불’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청소장이 하려는 행동에 잘못된 것은 없었다.


“...”


다만 최근의 귀신의 집의 방향성을 알고 있는 청소장에게 있어서는 이것이 구미호에게 있어서 도발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청소장이 생각하기에 기억을 바꾸는 데 일조하는 존재의 맨 꼭대기에는 구미호가 앉아있었다.


“기억의 오류가 어떤 건지 알고 싶은데..”

“...”

“알려줄 생각은 없는 것 같네.”

“말하지 않으면 자료실을 볼 수 없나요?”

“그건 아니지.”


넓은 방에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구미호가 싱긋 웃는 것을 보니 더더욱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청소장은 더 정곡을 찔러야하나 갈등에 빠졌다.

그런 청소장의 생각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구미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물품을 개인 자료실에 보관하는 이유는 알고 있지?”

“..공공으로 보면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 직책은 그 귀신의 담당 교사입니다. 저는 제 학생의 기억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 거지 혼란을 만들 생각은 일절 없어요.”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물은 게 아니야.”

“...”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물어본 거지.”


구미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걸 보여 달라고 하는 데 내가 뭐라고 해야 할까.”

“그건 이 집의 규칙에..”


구미호의 눈동자가 여우처럼 가늘게 변했다.

화가 난 징조였다.


“귀신의 집이기 전에 ‘내’ 집이야. 갈 곳 없는 녀석들을 한두 명 받다보니 이렇게 돼버렸지만, 원래 전부 내 집이었다고. 대가없이 상주하게 해주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좀 하면 안 된다는 거야?”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마냥 막무가내의 말이었지만, 동시에 이 곳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의 말이었다.

청소장은 완강히 부딪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수민이 떠올랐다.

혼자의 힘으로 수민을 지켜낼 수 있을까.



민수는 툴툴거리면서 수민이 다니는 학교로 향했다.

수민은 모르겠지만 하교 때부터 알바가 끝날 때까지 수민의 옆에 있을 생각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나한테 그런 말까지.. 어?’


민수는 한 남자를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선호였다.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부리부리 쳐다보는 게 절대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민수를 보고 선호는 눈빛으로 죽이려는 것처럼 수민과 민수의 거리가 꽤 벌어질 때까지 절대 민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보이는 거야?’


선호는 거리가 꽤 벌어지자 마지막으로 민수에게 시선을 주고는 마찬가지로 조금 거리를 두고 수민을 쫓아갔다.

마치 따라오지 말라는 것 같았다.


“...”


시선이 무섭다고 안 쫓아갈 수는 없고, 민수는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아예 먼저 수민이 알바하는 곳에 가 있기로 했다.

선호가 거기까지 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왜 여기까지 오는 거야?’


인간이 무섭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선호는 달랐다.

눈빛으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인간이 있다면 선호가 그런 부류인 것 같았다.

민수는 가게의 구석에 박혀 어떻게든 선호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으면서 인상을 구겼다.


‘이쯤 되면 보이는 게 확실한 것 같은데. 하기야,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귀신이 보이는 인간이 있을 수도 있지.’


어떻게든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민수의 노력이 허망하게, 성은이 가게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낮에 만난 제령사도 함께였다.


‘뭐야, 요즘 사람들은 다 귀신 볼 수 있는 거야?’


두 사람은 악령을 확인 차 온 것이었지만 그런 내막을 알리가 만무했고, 민수가 보기엔 갑자기 귀신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잔뜩 당황한 귀신 한 명이 무색하게 성은과 제령사는 선호에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문병호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선호는 안면이 있는 성은에게 잠시 눈길을 보냈고, 성은이 작게 말했다.


“이 분 제령사예요. 당연히 우리처럼 귀신도 보이고요.”


성은이 흘깃 민수를 보고 말했다.


“근데 오늘은 다른 귀신이 있네요. 혹시 왜 그런지는..”

“저도 몰라요. 근데 제령사면 귀신퇴치.. 같은 일 하시는 건가요?”

“네, 그렇긴 합니다만 이번엔..”

“일단 앉으세요.”


병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선호가 선뜻 웃으며 앞자리를 가리켰다.

수민을 제외하곤 쉽게 볼 수 없는 미소였다.

귀신 퇴치라는 말에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선호를 보고 병호는 단박에 선호가 무언가 생각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병호는 웃으면서 말하는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 순 없다는 생각에 일단 앉긴 했다.

하지만 앉자마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원하시는 진 알겠지만 이번엔 그런 일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죄송해요, 그런 생각으로 물어본 게 아니었어요.”


명백히 그런 생각으로 물어본 것이었지만 병호는 제령사일뿐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재주는 없기 때문에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물어보신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크게 도와드릴 순 없을 것 같은데요.”

“아뇨, 성은씨가 당신이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온 거라서요. 성은씨도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 여기 사는 분의 정보가 필요했거든요.”

“..혹시 이 근방에서 수혈 팩이 도난당했다거나 피가 빨린 야생동물 얘기는 듣지 못하셨나요?”


선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 흡혈귀라도 찾는 건가요? 그리고 그런 일이 있으면 근방 문제가 아니라 당장에 뉴스에 나올 것..”

“있는 건가요?”


병호가 흥분해서 목소리를 키우자 선호가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만약에 있으면 큰 기삿거리라는 얘기죠. 그리고 흡혈귀가 실존하는 거였어요?”

“아..”


선호의 반응을 보고 병호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오히려 크게 반응을 보인 것은 민수였다.

초반의 대화는 듣지 못했지만 병호가 소리를 키우면서 선호의 목소리도 높아졌기 때문에 뒷말을 주워들은 것이었다.


‘흡혈귀면..!’

“주문하시겠어요?”


수민이 딱 좋게 대화를 끊으면서 메뉴판을 내밀었고, 민수는 애써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있으려 했다.


‘대체 무슨 사람들이길래 귀신을 보고 흡혈귀 얘기를 하는 거지?’


불안한 나머지 민수는 귀신의 집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막 시야에 들어올 만큼 가까이 온 흡혈귀와 눈이 마주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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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9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6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3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9 0 8쪽
» 아이와 괴물 17.10.10 32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6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1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3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2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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