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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5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1.21 23:55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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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DUMMY

지나지 않았으면 하는 10분이 빠르게 흘렀다.

성은은 흡혈귀가 모습을 감춘 골목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10분이 지나자마자 흡혈귀가 나타났다.

서서히 다가오는 흡혈귀를 보면서 제령사들이 모두 긴장했다.

포위를 위해,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제령사가 건물에서 나와 있었다.

다만 행인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조금씩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흡혈귀는 아까보다 급격히 늘어난 제령사를 보고 놀란 건지 아주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계속 다가왔다.

얼굴이 보일정도로 흡혈귀가 가까이 왔다.

성은이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 직후였다.

10분전까지만 해도 긴장했다거나 초조한 기색은 느낄 수 없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흡혈귀의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아까는 내가 너무 긴장해서 몰랐나? 그렇다 쳐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이윽고 흡혈귀가 아까와 비슷한 거리가 되자 멈췄다.

유의가 화를 억누르기 위해 숨을 고르고 제령사 대표로 입을 열었다.

복수심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순 없다는 생각만이 지금 유의의 이성을 붙들고 있었다.


“전적을 생각하면 네가 내건 조건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아니면 네 말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나?”

“...”


흡혈귀의 침묵에 유의가 흡혈귀에게 보이지 않도록 등에 손을 붙였다.

다섯 손가락이 전부 펴져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네 말을 증명할 수 있다면, 우리도 너의 거래를 생각해볼 여지는 두고 있다.”

“...”


유의는 엄지를 굽혔다.

손가락은 네 개가 펴져 있었다.


“듣고 있나? 증명할 수 있냐고 물었다.”


흡혈귀는 계속 말이 없었다.

유의는 그런 반응에 검지를 굽히기 시작했다.


“..뭘.. 증명하라는 거지?”

“뭐?”


유의가 손가락을 굽히다 말고 멈칫했다.

설마 흡혈귀가 자신의 질문을 이해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다.

때문에 머릿속은 흡혈귀가 자신을 얕잡아 보고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무엇보다 애초에 기분이 좋은 상태도 아니었다.


“지금 장난하는..!”

“당신 누구야?”


갑자기 들린 소리에 대부분의 제령사가 불편하다는 시선으로 성은을 보았다.

유의의 말을 끊은 것을 곱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은은 그런 시선을 무릅쓰고도 남을 확신이 들었다.

지금 눈앞의 흡혈귀는 10분전의 흡혈귀와 다른 존재였다.


“누구냐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주제도 모르고..”

“쟤 왜 저래?”


오히려 제령사들은 성은의 질문이 아닌 태도를 갖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성은은 뒤에서 소근 거리는 사람들의 말에 의기소침해졌다.

자신 말고는 아무도 흡혈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아 자신감도 줄어든 것이었다.

그런 성은을 보고 있는 사람이 둘 있었다.

병호는 성은이 말을 끊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까지 대해야 할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유의는 입을 다문 채 성은의 목소리가 작아지긴 했지만 연신 ‘바뀌었다’는 말을 하는 것에 주목했다.


“...”


한편 흡혈귀로 변한 작은 쥐는 상황을 파악하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성은이 자신에게 누구냐고 물었을 땐 최대한 오랫동안 정체를 들키지 말라고 한 흡혈귀의 말이 떠올라 당황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론 오히려 계속 흡혈귀인 척을 해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 쳐도, 문제는 유의가 말한 증명하라는 것이었다.


‘거래에 응할 여지가 있다고? 선생님이 뭘 거래했다는 거지?’

‘설마..’


유의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흡혈귀 모습의 작은 쥐를 보고 성은과 같은 의문을 가졌다.

흡혈귀가 얘기한 프랑켄슈타인이나 도깨비 같은 존재를 생각했을 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괴물도 있을 법하다고 여긴 것이었다.


“넌 누구지?”

“...! 어?”


결국 작은 쥐가 화들짝 놀라 한 물음에 유의가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10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잡아서 이것저것 해보면 알 수 있겠지.”

“그게.. 저기..”



한편 옥상 위, 흡혈귀가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래에선 한창 제령사들이 작은 쥐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역시 안 되는 건가.”


흡혈귀의 듣기 싫을 만큼 갈라졌던 목소리는 40대 정도의 중후한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잔뜩 주름져있던 피부도 많이 젊어진 상태였다.


“숨어 지내는 게 안 된다면 더 이상 거리낄 것도 없지.”


흡혈귀는 화가 났는지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건물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툭.”


발에 무언가 채이자 흡혈귀가 발밑을 보았다.

비쩍 말라 죽은 사람이 엎드려 있었다.

그 옆엔 피다 만 담배꽁초가 떨어져있었다.


‘건강한 인간을 찾아야 돼.’

“후욱!”


흡혈귀는 제령사가 없는 쪽의 옥상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어차피 작은 쥐는 쓰고 버릴 말이었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구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쿵!”

“으악!”


작은 쥐는 갑자기 땅에 내려쳐지면서 머리가 뎅뎅, 울리는 기분을 느꼈다.

속이 메스꺼웠다.


‘쥐로 돌아가야 되나? 선생님은 왜 안 도와주시는 거지? 설마..’

“훅!”


누군가가 엎드려 있던 자신을 휙, 돌리자 세상도 같이 돌았다.

정말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작은 쥐는 공기로 토를 밀어 넣으려는 건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허억..”

“말해.”

“하아..”


작은 쥐의 눈꺼풀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떠졌다.

흐렸던 초점이 맞춰지면서 눈앞에 스님이 보였다.

그 뒤로 켜져 있는 간판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애써 메스꺼운 기분을 가라앉히면서 작은 쥐가 더듬더듬 말했다.


“뭘.. 말하라는..”

“위치말이야! 흡혈귀는 어디 있어!”

“...”

‘선생님.. 말하는 거겠지?’

“몰라..”


정말 몰랐다.

흡혈귀는 따로 생각해둔 작전이 있으니 작은 쥐에게 자신의 모습으로 변해 시선을 끌어달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작은 쥐는 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흡혈귀에의 배신감을 억눌렀다.

유일한 자신의 편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 대신해서 나온 거 아냐!”

“나는.. 욱..! 우웩..”


작은 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옆으로 몸을 돌려 토했다.

먹은 게 없는 탓에 위액만 나왔다.


“헉..!”

“말하라고!”


복수할 대상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에 유의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작은 쥐의 머리 위로 발을 들어올렸다.


‘읏..!’


성은은 이미 얼굴이 피범벅이 된 작은 쥐를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꽉 감고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령사는 큰 표정변화 없이 유의가 작은 쥐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끔찍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쿵!”


이윽고 무언가가 땅에 박히는 것 마냥 큰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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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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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99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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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2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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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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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3 0 8쪽
38 들러리 17.08.29 38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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