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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5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9.30 16:04
조회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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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언니, 살인귀

DUMMY

47화/언니, 살인귀


흡혈귀가 수민을 노리기 얼마 전, 성은은 집을 떠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난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악령을 찾겠다고 집을 나온 거지..’


성은은 귀신을 볼 수 있긴 했지만, 그 외에 다른 귀신에 대한 것이나 특히 주술 같은 것은 잼병이었다.

때문에 구미호가 산에 삼중으로 쳐놓은 결계를 발견하지 못했고, 우연히 악령을 포함해, 귀신의 집을 찾기엔 무리가 있었다.

성은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거리에 들어섰다.

낮에도 지나갔던 길이었지만 대학가라 그런지 저녁이 지나도 사람이 많았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지나면서 성은은 내일 돌아가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교사가 셋이나 죽은 사건은 분명 악령의 짓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와중에 악령 하나를 찾겠다고 설치는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었다.


‘예전엔 그렇게 자주 보였던 귀신이 막상 찾으려고 하니까 안 보이네.’


성은은 실소를 뱉었다.

호프집에서 알바를 뛰고 있는 저 여학생이 있지도 않은 악령을 쫒는 자신보다 세상에 더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인정하긴 싫지만 유의스님 말대로.. 응?’


호프집에 있기엔 이상한 차림에 팔짱을 끼고 구석에 앉은 남자를 노려보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사람이네.’


성은은 그냥 해괴한 사람이다, 생각하고 지나치려다 멈칫했다.

어렸을 때 또래 아이들이 자신에게 한 말이 생각난 것이었다.


[쟤는 있지도 않을 걸 자꾸 봤다고 우겨! 이상한 애야.]


그런 말을 들은 이유는 자신이 귀신을 너무 뚜렷하게 보는 탓에 사람과 귀신을 구분 못하는 지경이기 때문에 들은 말이었다.


‘다른 귀신이랑 다르게 멀쩡하게 생겼지만, 사람이 꼭 피가 나면서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


성은은 패기 넘치게 호프집에 들어섰지만 이내 청소장에게 향하던 걸음을 90도 돌려 근처의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귀신이 아니면? 아니, 만약에 귀신이라고 쳐도 뭘 어쩌려고 들어온 거야.. 그 악령이랑 관계가 없을 게 뻔한데.’


한편 수민은 메뉴판을 성은에게 가져가면서 성은을 이상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들어오자마자 머리를 감싸 쥐는 거지? 아, 민증 검사.’


성은이 앳되어 보이는 탓에 수민은 메뉴판을 내려놓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신분증 볼 수 있을까요?”

“네? 아, 네.”


성은은 청소장을 흘깃 보았다.

다른 사람은 청소장을 마치 없는 것처럼 대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귀신인 것 같긴 했다.


“여기요.”


하지만 더 확실한 게 필요했다.


“저기요, 혹시 저 사람..”


성은은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작게 말하면서 청소장을 가리켰다.


“..어느 분이요?”


수민은 성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지만 성은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는 몰라 되물었다.


“새하얀 옷에 등에 대걸레 맨 분이요.”

“..? 네?”

“아니에요! 저.. 이거랑 생백주 주세요.”


수민이 모르는 눈치이자 성은은 말을 돌리기 위해 메뉴판의 아무 곳이나 가리키면서 말했다.


“혼자 오셨나요?”

“네.”

“어.. 혼자 드시기엔 양이 좀 많은 것 같아서요.”

“괜찮아요!”

“..네.”


수민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판단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르고 성은은 무턱대고 대답하면서 수민의 주의를 분산시켰다.


‘역시 귀신인가.’


청소장이 혹시 눈치 챘나 싶어 청소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성은의 시야를 메운 것은 살짝 미소 짓고 있는 선호였다.


“..!”


너무 놀라 소리도 못 지른 성은은 입을 벌리고 반사적으로 남동생과 거리를 두었다.


“뭘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러세요.”

“..누구세요?”

“아..”


선호는 청소장이 성은과 자신의 입을 볼 수 없도록 몸으로 가리고 작게 말했다.


“별건 아니고요, 혹시 저 여자가 보이는 거 맞죠?”

“...”


성은이 잔뜩 경계하면서 말을 하지 않자 선호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호프집에 청소부가 있는 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저렇게 우뚝 서서 팔짱끼고 있는 건 수상하죠?”

“보인다는 말이네요.”


선호는 속마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선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말했다.

일단은 성은의 경계심을 푸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저는 살면서 저 말고 귀신이 보이는 사람을 만나는 게 처음이라 반가워서 그런 거예요.”

“...”


성은은 어렸을 때 귀신이 보인다고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한 또래 아이들이 생각났다.

지금은 아는 제령사도 꽤 있어서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남동생도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니 일부러 자신에게 말을 붙인 이유도 납득이 됐다.

분명 외로웠을 터였다.


“제가 귀신을 본다는 건 어떻게 알고 말을 건 거예요?”

“제가..”

“맥주 나왔습니다.”


선호가 제대로 말하기도 전에 수민이 맥주를 들고 왔고, 선호는 입을 다물었다.

수민은 선호가 어째서 성은의 앞에 앉아있는지 몰라 의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말을 걸지는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오해사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제가 있는 쪽에선 그 쪽이 귀신을 자꾸 보는 게 보였거든요. 아마 저 귀신도 알아차렸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성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선호가 청소장을 언급할 때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아는 귀신인 것처럼 얘기하시네요.”

“...”


선호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결론을 내렸다.

귀신이 보인다곤 해도 성은이 누군지, 어떤 이유로 여기에 왔는지 모르는 이상 다 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 쪽이 저한테 얼마나 말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제가 저 귀신을 아는 정도도 달라지겠죠.”


성은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선호가 자신을 떠보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안 것이었다.


‘저 귀신에 대해선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고. 이 사람도 제령산가? ..아니, 귀신이 보이는 사람을 만난 게 내가 처음이라고 했으니 그건 아닐 것 같고, 뭘 숨기고 있는 거지?’


성은은 자신이 이 도시에 온 이유를 말하기로 했다.

적어도 악령을 잡으러 왔다는 일을 귀신한테 가서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제령사 귀에 들어가 봤자 손해 볼 것도 없고.’

“..저는 이 도시에 있을지도 모르는 악령을 찾으러 왔어요. 될 수 있으면 없애고 싶지만..”

“악령이요?”

“..? 악령, 모르세요?”


성은은 선호가 눈에 띄게 표정이 변하자 말을 멈추고 되물었다.


“어.. 네. 악령이.. 나쁜 귀신인 거죠?”

“네. 사실 나쁜 귀신이라는 건 좀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사람을 죽였거나 죽일 마음이 있는 귀신을 뜻하는 거지만요.”


선호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제령사 쪽은 아닌 것 같았다.

성은은 이젠 조금 인간적으로 보이는 선호를 보고 약간 마음을 놓았다.


‘사람을 죽이는 귀신..’


반면 선호는 성은의 말을 듣고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리곤 잠시 말이 없다가 바로 앞의 성은이 눈치 못 챌 정도로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사람을 죽인 귀신이 모두 악령이라면,”


성은의 말대로라면 귀신은 없어질 수 있는 존재였다.

선호는 청소장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저 귀신도 악령입니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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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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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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