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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59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03 23:55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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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거짓말과 결론

DUMMY

“야, 저기 온다.”

“쉿.”

“...”

“사아악..”


입을 다물고 조용해진 귀신들에게 점점 청소장이 다가왔다.

청소장이 지나간 자리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귀신들은 요 근래 청소장의 심기가 나쁘다는 것을 소문으로 듣거나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복도를 얼리며 지나가는 청소장을 슬금슬금 피했다.

청소장은 자신을 기피하는 귀신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대로 아무런 낌새 없이 모퉁이를 돌아 2층으로 올라갔다.

귀신들은 청소장이 완전히 2층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하면서도 혹시 들릴까 싶어 서로 귓속말을 하며 계단에서 멀어졌다.


한편 자신의 방에 들어선 청소장은 몇 가닥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인상을 구겼다.


‘어떡하면 그 녀석을 수민이한테서 떨어뜨릴 수 있지..’


청소장은 자신도 모르게 민수의 방 쪽을 보았다.

하지만 이내 한 숨을 쉬면서 마음을 접었다.

자신을 경계한다고 민수를 시킬 순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프랑켄슈타인한테 불려 가느라 바쁜 것 같은 건 그렇다 쳐도 그 녀석이 우리를 볼 수 있는 것 같으니까.’


능력도 제대로 못 쓰는 민수를 보냈다간 무슨 사단이 날 지 모르는 일이었다.


‘아예 투명화를 해도 보이나?’


선호를 어떻게 하는 건 둘째 치고, 자신이 보인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 청소장은 일단 선호에게 들키지 않게 수민을 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현석은 그렇게 혼자 고민에 빠진 청소장의 방 앞에서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청소장이 방에 있다는 것은 주위 귀신들에게 물어 확인을 끝낸 뒤였다.

남은 건 결의를 다지는 것뿐이었다.


‘내 기억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아내야 돼.’

“똑, 똑, 똑”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

“..네, 들어오세요.”


청소장은 얼굴을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그대로 까칠한 목소리와 함께 현석을 반겼다.


“압수한 책은 못 돌려드린다니까요.”


현석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거 때문에 온 거 아니야!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


더 이상 찌푸려지지 않을 것 같았던 청소장의 미간이 더 깊게 접혔다.


“몰라서 물어요?”

“..암튼, 그것 때문이 아니라.”


찔리는 게 있는지 현석이 잠시 멈칫했다가 말을 이었다.


“너, 담당 반 귀신들의 과거는 다 알고 있다고 했지?”

“‘거의’요.”


갑자기 찾아온 현석이 귀신들의 과거를 언급하자 짜증으로 가득했던 청소장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매일 빨간 책 얘기만 하던 현석이 웬일로 과거에 대해 관심을 갖자 호기심이 동한 것이었다.


“‘거의’든 ‘다’ 든, 내 생전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어서.”


현석이 청소장의 표정을 살피느라 잠시의 시간이 지났고, 현석이 말을 이었다.


“나 지진으로 죽은 거 맞아?”

“...”

“아니, 최소한 내가 바람피다 죽었다는 거, 그것만이라도 알려 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청소장이 이상하다는 어투로 되묻자 현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르는 척 하지 마! 내가 내연녀랑 바람나서 두 집살이 하다가 지진이 났을 때 집이 무너져서 죽었다며?”

“그렇다고 했잖아요.”


화가 났는지 현석이 청소장에게 씩씩거리며 다가갔다.

평소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고?”

“갑자기 와서 무슨 말 하나 했더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야말로 지금 아저씨가 거짓말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거든요?”


현석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제 밖에 나갔다가 내 사진을 봤어.”

“..아저씨 얼굴은 어떻게 알았는데요.”


귀신이라서 거울은 물론 유리창이나 물에도 비치지 않는 얼굴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현석이 주민등록증을 내민 것이었다.


“구미호가 조사한답시고 다 가져간 것 중에 이것만 몰래 갖고 있었거든. 그래서 내 얼굴은 알고 있었지.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미 청소장의 얼굴은 짜증이 다 사라진 상태였다.

현석이 자신의 생전에 대해 크게 단서를 잡은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현석은 불신이 가득 담긴 눈으로 청소장을 직시하며 말했다.


“내 얼굴이 있는 가족사진을 봤어.”

“..그게 어쨌다는 거예요? 불륜이긴 했어도 가족이 있었을 순 있죠.”

“아니, 그 때 니가 나랑 내연녀 전부 죽었다며? 자식들도 없다고 했었고.”

“...네.”


청소장의 대답이 점점 느려지는 것을 보고 현석이 더 세게 몰아붙였다.


“근데 그 집엔 어떤 중년 여자랑 다 큰 아들 둘이 있더라. 아들이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것 같았어. 그리고 바로 그 가족사진에 내가 ‘아버지’인 것처럼 나와 있었고.”

“두 집 살림 하셨으니까 다른 쪽 집인가 보죠. 그리고 저 그런 짓 정말 납득 못하니까 오히려 아저씨가 얘기하는 거 더 듣기 싫어지고 있어요.”


더 이상 그만 말하라는 청소장의 압박에도 현석은 굴하지 않았다.


“단순히 그런 얘기였으면 내가 일부러 말하러 오지도 않았지. 뭔가 이상한 거 모르겠어? 왜 내연녀랑 같이 죽은 남편이 웃으면서 나온 가족사진을 집안에 걸어놨는지 이해가 안 가. 당사자인 나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잘못된 짓인 줄 알면서 뭘 말하려고 저한테 온 거예요? 용서를 구할 거면 그 가족한테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청소장이 싸늘하게 말했다.

현석은 청소장이 그닥 흔들리지 않자 자신이 조금 줄어든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냥, 내가 정말로 바람을 피다 죽었는지 의문이 들어서 그런 거야. 귀신이 되고 지금까지는 주민등록증에 나온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어서 지진 때문에 철거한 줄 알았거든. 근데 어쩌다가 들어간 집에..”

“빨간 책 찾으러 들어간 집이겠죠.”

“...”


현석은 멈칫했다가 순순히 인정했다.


“그래, 그 목적인 건 맞는데,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이 걸려 있어서 엄청 놀랐다고! 그리고 바로 의문이 생겼어. 어째서 바람 핀 남편, 아버지의 사진을 내리지 않았나 고민했다고”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아저씨가 바람 피다 죽은 걸 몰랐다거나, 그게 유일한 가족사진이라거나.”

“여자랑 같이 죽었는데 그런 의심도 안 할리는 없잖아. 바로 알아보고 금방 눈치 챘을 거야.”

“어쨌든 제가 그것까지 알리가 없잖아요. 아저씨가 직접 알아보세요. 안 그래도 고민이 많은데.. 그런 말 할 거면 나가세요.”


툴툴 거리면서 자신을 밖으로 밀어내는 청소장을 보고 현석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잠시 고민했다.

잘못 받아들이면 귀신의 집을 등지는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얘는 구미호가 아니니까.’

“나는.. 니가 거짓말을 한 거라는 가설을 세웠어.”


현석이 뜬금없이 한 말에 청소장의 행동이 멈췄다.


“...”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건 그 집에 내 흔적이 많아서 그런 거야. 두 집 살림 하는 사람한테 그렇게까지 하는 가족은 상상도 못 하겠거든. 나 같으면..”

“아저씨.”

“...”


자신을 밀어내는 힘이 사라짐과 동시에 청소장이 말을 끊자 현석은 슬쩍 청소장의 눈치를 살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청소장은 딱히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제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한 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알고 있는 거죠?”

“..귀신의 집은 귀신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어진 곳이니까. 선생이 생전을 거짓말로 꾸며 알려줬다는 건 그 의미에 완전히 반(反)하는 거지.”

“알면서도 그렇게 얘기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


현석은 청소장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청소장은 숨기려는 건지, 무언가 알려주려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제가 그것까지 알 리가 없잖아요. 뒤는 아저씨가 알아서 생전에 대해 알아보세요. 저는 그것까지 막지는 않아요. 빨간 책도 아니고.”


마지막엔 농담까지 섞어서 말하는 청소장을 보고 현석은 청소장의 진심을 알 수가 없었다.


“구미호님한테 말..”

“안 해요. 그런 사소한 일까지 올리진 않으니까요. 알아서 하시고 이만 나가 주세요. 저 안 그래도 다른 일로 바쁘다니까요.”

“...”


끝내는 손짓으로 밖으로 나가라며 툴툴대는 청소장이었다.

현석은 그 모습에 잠시 말이 없다가 방을 나섰다.


“끽.. 쿵!”

“..하....”


현석이 나가자 청소장은 깊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아저씨는 왜 하필.. 평소 같았으면 구미호한테 안 들키게 도와줄 텐데 지금은..’


수민이 눈에 밟혔다.

그 녀석이 자신만큼이나 수민에게서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데 자리를 비울 순 없었다.


“...”


청소장의 시선이 민수의 방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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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0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1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2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5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 거짓말과 결론 17.10.03 34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1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3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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