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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2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2.06 01:18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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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집념

DUMMY

“털썩”


젊은 여자의 시신이 땅에 떨어졌다.

흡혈귀는 여자를 떨어뜨리자마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시신을 가릴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지금 흡혈귀의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수민의 피를 마시는 자신의 모습과, 그 모습을 보며 울부짖고 있는 청소장뿐이었다.




날이 바뀌었다.

새벽에 발견된 여러 구의 시신에 의해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5명이..”

“왜 그런..”

“꼭 뱀파이어..”


보이지 않는 청소장을 지나치며 행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목에 구멍이 뚫려 죽은 시신에 대한 얘기들이었다.

청소장은 대로변의 카페에 기대 그런 말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피해자가 죽은 방식 때문인지 사람들은 흡혈귀가 정말 있는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품고 있었다.


‘발견된 장소를 생각하면 어떤 의도인진 명백하지만.. 이런 소문이 퍼지면 본인한테도 위험부담이 있을 텐데 무슨 생각인거지? 아직 제령사도 많은데.’


편한 자세로 기대있긴 했지만 청소장은 손에서 대걸레를 놓지 않고 있었다.

민간인이 있는 곳에서 싸움을 일으킬 거란 가능성은 적었지만 만일에 대비해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시신을 유기한 장소가 들켰으니 같은 장소에 갈 생각은 이제 안 할 테고. 이제 여기를 뜨겠다는 건가? 그럼 처음부터 목적은 제령사들한테 귀신의 집의 위치를 알리려는 거..’


청소장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아직 해가 떠 있으니 흡혈귀가 맘 놓고 돌아다니긴 힘든 시간이었다.

이 틈에 흡혈귀의 생각을 읽어내고 선수를 쳐야했다.


‘제령사들과의 거래는 무산된 걸로 아는데 어째서 그런 불편한 행동을 하는 거지? 5명의 피를 다 마셨으면 진작에 힘은 회복됐을 텐데 왜 직접 공격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고.’

“..자기는 손을 안 대고 우리가 죽는 꼴을 봐야겠다는 심본가?”


몇 달 전 자신이 흡혈귀의 몸을 부러뜨린 기억이 났다.

만약 자신이 흡혈귀라면 몸에 그런 상처를 입힌 상대에게 근신하라는 걸로 끝낸 구미호에게도 화가 날 것 같았다.


“나 같으면 진작에 대판 싸웠지.”


청소장의 시선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휙 돌아갔다.

멀리서 일행으로 보이는 두 명이 잔뜩 긴장한 채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연신 주위를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청소장은 그런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기대있는 카페의 유리를 통과해 건물 반대편으로 빠져나갔다.



해가 떨어지자 청소장은 공중에서 찾기로 결심하고 날아올랐다.

제령사들에게 보일 위험은 컸지만 오늘이 아니면 흡혈귀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시신 유기장소를 산 밑으로 해버려서 제령사들이 꼬였어. 목적은 달성했으니 오늘 아니면 못 잡을 지도 몰라.’


아니나 다를까 청소장을 가리키는 사람이 대번에 나타났다.

청소장은 얼굴을 찡그리고 건물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연신 자신을 가리키는 제령사들을 따돌렸다.

몇 번을 그러는 동안 밤이 점점 깊어졌고, 청소장은 수민의 자취방 근처를 날아가다 멈칫했다.

젊은 남자가 자신과 눈을 마주쳤지만 다른 제령사들과는 다르게 그대로 시선을 돌려 수민의 자취방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


청소장은 본능적으로 든 위기감에 그 남자에게 빠르게 날아갔다.

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훅..”


자신의 뒤에 청소장이 내려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모퉁이 하나만 지나면 수민의 자취방이 보이는 골목이었다.

청소장은 서서히 자신 쪽으로 몸을 돌리는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걸어갔다.


“너..”

“알아본 게 용하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내가 너무 티나게 행동했으니 그런 말은 안 해야겠어.”

“무슨 꿍꿍이로 여길 온 거야.”

“이미 알면서 왜 묻는지 모르겠네.”


흡혈귀의 입가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꽈악,,”


청소장은 대걸레를 세게 쥐었다.

흡혈귀인 이상 죽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질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더 이상 죽을 수 없는 귀신이었으니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너랑 싸우려고 하겠어?”

“나도 그게 궁금한 참이야. 제령사도 아니면서 귀신을 어떻게 상대하겠다는..”

“너는 아무 생각이 없었나 보네. 귀신은 절대 상처를 입지 않는다고 생각해?”

“...”

“며칠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이길 수 있다고. 너는 골든타임을 놓쳤어.”

“골든타임이든 뭐든, 치사하게 뒷공작이나 하면서 숨어 다닌 놈이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슈욱!”

“콰직!”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흡혈귀가 달려들었다.

청소장의 말에 화가 나서가 아닌, 계속 틈을 살피고 있었다는 게 맞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청소장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청소장의 목엔 얇은 줄이 두 개가 생겼다.


“앗..!”


목에 생긴 상처에 신경 쓸 새도 없었다.

대걸레 자루로 무턱대고 막느라 자루는 두 동강이 나버렸고, 청소장은 그 사실을 알자마자 대걸레를 버리고 흡혈귀와의 간격을 벌렸다.


“...”


생전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는 덕에 청소장은 인간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목에 생긴 상처에 아픔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왼손으로 목을 감쌌다.

그 모습을 보고 흡혈귀가 킥킥거렸다.


“많이 놀랐지? 빌빌거렸던 그때랑은 다르다고.”

“..그런 것 같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어.’

“아직도 귀신은 상처를 입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청소장에게 흡혈귀가 한걸음씩 다가갔다.


“이 순간만 기다렸어. 다른 귀신은 몰라도 너는 고통을 느낄 수 있잖아.”


양 팔을 벌리고, 몽상하는 것처럼 흡혈귀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갈기갈기 찢어지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살려달라고 애원할까? 그럴 여력도 없으려나.”

“...”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눈을 한 알만 남기고 다 부숴버리는 거야. 차라리 죽고 싶을 고통 속에서, 네 눈알 바로 앞에서 그 애를 죽이는 거지.”


청소장은 반사적으로 머릿속으로 흡혈귀가 말하는 상황을 생각하게 됐다.


‘수민이가..’

“나도 가만히 있지는..!”

“슈악!”

“..?”


청소장은 순간 흡혈귀가 사라졌다 생각했지만 흡혈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청소장의 팔을 들고.

그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청소장이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아아아악!”


고통이 몰려왔다.

몰려온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팔이 떨어져나간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으아.. 읏..!”


너무 심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세상이 쾅쾅 울렸다.


“우욱..!”

“기다ㄹ.. ..ㅈ이고..”


흡혈귀가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청소장은 땅에 이마를 박고 크게 심호흡했다.

머리가 뱅뱅 돌았다.

기절할 것 같았다.

점점 까매지는 청소장의 정신을 붙들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때문이었다.


‘수민이, 수민이, 수민이, 수민이, 수민이, 수민..’


나서지 않으면 안됐다.

자신은 이미 죽어서라도 수민을 지키고 있었다.

팔 하나론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육체 따윈 이미 옛적에 버렸다.

아득하게 수민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흡혈귀의 뒷모습이 보였다.

청소장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수민아..”

“쿵!”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청소장은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쓰러졌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변명은 아니지만 날이 너무 추워서 체하는 바람에.. 다들 몸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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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2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5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1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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