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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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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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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9.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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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회

DUMMY

46화/기회


프랑켄슈타인은 길게 난 흠집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어를 잔뜩 써 내려 가고 있었다.

하지만 칠판을 가득 채운 글씨가 무색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귀신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마치 낡은 교탁과 책상들에게 수업을 하는 꼴이었다.

그렇게 교실은 슥, 슥 분필 써 내려 가는 소리만 들리고 적막이 흐를 뿐이었다.

때문에 그런 교실에 민수와 현석이 들어선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드륵! 쿵!”

“할 얘기가 대체 뭔데요! 어차피 또 그런 책 때문에..”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엇. 아, 죄송합니다..”


현석은 민수를 끌고 들어오다 말고 프랑켄슈타인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하게 사과를 구하고 다시 민수를 끌고 나가려고 했다.

뒷문은 아직 열려있는 상태였다.


“잠깐.”


프랑켄슈타인은 가루가 소매에 묻지 않도록 분필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교복 입은 쪽.”

“..네?”


민수는 자신을 부른 건지 말을 하려는 건지 헷갈려 잠시 고민하다 어색하게 대답했다.

프랑켄슈타인은 여기에 처음 온 날 1층 홀에서 봤을 때를 빼곤 지금이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때문에 민수는 그 때는 혼란스러워 제대로 보지 못했던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을 지금에서야 보는 것이었다.

얼굴부터 손등이나, 얼핏 보이는 팔에도 기운 자국이 가득했고, 관자놀이 위쪽에 박힌 나사가 칠판 앞에 서 있는 자는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의구심이 들었다.

피부색이 초록색이 아닌 건 그렇다 쳐도, 민수가 아는 프랑켄슈타인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깔끔한데? 실험복인가? 안경도 쓰고 있고.’

“이름 민수 맞지?”


안경 너머로 눈을 찡그리며 자신을 살피는 것으로 봐서 도수가 맞는 안경은 아닌 것 같았다.


“네.”

“잠깐 기다려.”

“...”


민수가 현석을 보자 흐랑켄슈타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 쪽은 가 봐도 돼.”


현석은 프랑켄슈타인의 거만한 태도에 기분이 나빠졌는지 얼굴을 찡그리긴 했지만 민수에게 눈짓을 한 번 주고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프랑켄슈타인은 교탁에서 본인이 챙겨온 수업자료를 챙기고, 민수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교실을 향해 기계적으로 말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그럼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내일은 간단한 쪽지시험을 보도록 할 테니 복습 빼먹지 말고요. 내일 봅시다.”

“...”

‘뭐하는 거지? 정신 나갔.. 아니야, 다들 투명해져 있는 건가?’


민수는 설마 싶어 뜨악한 표정을 짓고 교실을 빠르게 훑었다.


“...”


잠시 정적이 흘렀고, 프랑켄슈타인은 잔뜩 긴장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는 민수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았다.


“뭐하는 거지?”

“네? 아.. 학생들이 투명해져있는 건가 해서..”

“아니, 없어.”

“...”

‘응? 학생이 없어? 그럼 방금 인사는 뭐고..’


당황해서 이상한 표정을 짓는 민수를 내버려두고 프랑켄슈타인은 교실 앞문을 열었다.


“따라와.”

“..저기..! 그럼 방금 인사는 대체 왜 하신 거예요?”


프랑켄슈타인은 민수가 급하게 자신을 따라오며 한 질문에 잠시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원래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은 어떤 내용인지 말하거나, 아니면 학생들이 가져야할 자세를 말하는 거잖아.”


그것도 모르냐는 거만한 표정을 보고 민수는 이 선생이 절대 정상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야 그렇긴 한데 방금은 듣는 귀신이 아무도 없었잖아요?”

“나는 여기서 선생으로 일한다는 조건으로 온 거니까. 이상한 건 알아도 내 나름대로 선생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는 거지. 나중에 꼬투리 잡히고 싶진 않으니까.”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민수는 그냥 프랑켄슈타인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몇 마디만 대화를 나눠도 알 수 있었다.

이 프랑켄슈타인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쪽이 손해일거라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내려졌다.


알맹이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민수는 프랑켄슈타인이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자 멈칫했다.

지하에는 수현이 잠시 참가했었던 그 모임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와.”

‘설마 거기로 가는 건 아니겠지?’


정확히 어딘지 모르면서도 민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문제의 그 방을 지나쳤지만 민수는 알아채지 못하고 프랑켄슈타인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끼익..”


프랑켄슈타인은 지하에 내려와서도 꽤 걷고 나서야 어느 문 앞에 멈췄다.

다른 교실들과 다르게 청소장이나 자신의 방처럼 여닫이 문인 것을 보고 민수는 프랑켄슈타인의 방임을 짐작했다.


‘근데 왜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지?’

“들어가.”

‘오는 내내 명령밖에 안 하고..’


민수는 키가 큰 프랑켄슈타인을 잠시 올려다보고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방에 들어섰다.

여차하면 투명화해서 도망가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


민수는 프랑켄슈타인이 전등을 키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방 안은 침대나 의자 등 가구가 있긴 했지만, 그런 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는 플라스크나 발을 디디기 힘들 정도로 쌓여있는 약품 용기들은 전부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원래 플라스크가 저렇게 큰가? 뭐라고 적혀있는 진 모르겠지만 화학약품인 것.. 같네.’


하다못해 영어면 모르겠지만, 용기에 적힌 건 알파벳일 뿐 영어가 아닌 경우가 더 많았다.

심지어 약어로만 적혀있어 뭔지 짐작도 안 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앉아.”

“아, 예..”


민수는 어정쩡하게 대답하면서 빠르게 방을 훑었다.

하지만 발 디딜 틈도 없는데 앉을 만한 곳은 더욱 없었다.


‘어디 앉으라는 거지. 아, 저긴가.’


민수는 기적적으로 비어있는 의자를 발견하고 앉으려 했다.


“거긴 안 돼. 책 올려두는 데라서. ..그냥 서 있어.”


평소에는 어떻게 쓰는지 몰라도 지금은 비어있는데, 앉지 말라는 건 또 무슨 소린가 싶어 민수는 뭐라고 따지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몸이었다.

때문에 얼마나 오래 서 있든 힘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프랑켄슈타인도 서 있었다.


“...”

“...”

“다음에는 앉을 자리를 준비해 놔야겠네.”


기껏 침묵 후 나온 프랑켄슈타인의 혼잣말에 민수는 ‘다음’도 있냐고 물으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일단은 면식도 없는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을 부른 이유가 궁금했다.


“저기, 왜 부르신 건가요?”

“궁금한 게 있어서. 일단은 내 연구 주제부터 말해야 되나. 나는 요즘 귀신이 어떻게 생겨나는 지를 연구하고 있어.”


혼잣말을 섞어 말하는 통에 이상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갔지만 민수는 일단 계속 듣기로 했다.


“그래서, 아, 이건 말하지 말랬지. 너한테 흥미가 있어.”

“..네?”


뭔가 눈 깜박할 사이에 문장 몇 개가 훌쩍 넘어간 느낌이었다.

그런 민수의 표정을 보고 프랑켄슈타인은 다시 입을 다물고 고민하다가 말했다.


“..네가 생전의 기억이 없는 거나 귀신이 된 직후의 기억이 없는 건 알고 있어. 여기 오게 된 것도 구순이가 데려다 줬다고 들었고. 내가 궁금한 건 그렇게까지 기억이 없는데도 인간이 귀신이 될 수 있는가를 우선 알고 싶은 거야.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샘플이 있을 때 조사해두는 게 좋으니까.”

‘내가 샘플이란 소리..지? 그리고 누구한테 들었다는 거야? 스토커?’


기분이 나빠야 할 소리인데도 프랑켄슈타인이 너무 당연하게 얘기한 통에 생각하다 시간이 지나가 프랑켄슈타인이 말을 이었다.


“귀신이 되고 가장 먼저 본 광경이 뭐지?”

“그게.. 어..”

“모르면 됐고. 그럼 기억에 대해 물어봐야겠어. 생전에 대해 알게 된 건? 몸에 변화는 있어?”

‘광경이랑 뭐?’


민수는 프랑켄슈타인이 너무 빠르게 질문하자 어버버 거리다 크게 말했다.


“잠깐만요! 시간을 줘야 대답을 하죠!”

“...”


프랑켄슈타인은 언제 꺼낸 건지 서류에 뭘 잔뜩 써내려가다 민수가 한 말에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흠.. 기억은 없지만 감정은 있고.”

‘얼마나 본인 생각만 하는 거야?’


이 와중에 적는 걸 멈추지 않는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민수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다시 질문해 주세요. 대답할 시간도 좀 주시고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하시면 오히려 정보를 얻기 불편하지 않으세요?”

“아.. 그런가.”


프랑켄슈타인은 민수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마 쪽의 기운 흉터를 따라 손을 더듬었다.

생각이 막히거나 당황하면 나오는 습관이었다.


“그렇지. 실험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급해하지 않아야 오차가 적게 나오니까.”


시간이 조금 지나 프랑켄슈타인이 들을 준비가 된 것 같자 민수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질문이 뭐였죠? 귀신이 되고 가장 먼저 본 거요?”

“광경.”

“..아, 네.. 그러니까.. 눈을 떴을 땐 나뭇잎 위에 누워있었고요,”


민수는 혼잣말을 덧붙였다.


“나뭇잎이 통과해 있었는데 그 땐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런 건 몰랐지만요. 어쨌든, 기억은 전부 날아간 데다 눈을 떴더니 산 속에 혼자 있어서 엄청 당황했었어요. 그리고 주위에 나무밖에 없어서 일단 산을 내려가야겠다 싶어서 움직였는데 가다가 구순이를 만났고..”

“그래, 별 내용은 없다는 거네.”

“...”


민수는 기껏 얘기해줬더니 나오는 말이 심경을 거스르자 한 마디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자신이 뭐라고 하던 프랑켄슈타인이 반응을 보일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수는 툴툴거리면서 재촉하는 게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화였다.


“두 번째는 뭐였죠?”

“생전에 대해 알게 된 건?”

“음.. 딱히 선생님이 원하는 특별한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일단 말해봐.”

“그냥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축구하거나 청소했던 거, 얘기했던 거 정도밖에는..”

“그럼 그에 따른 몸의 변화는?”

“없는데요.”

“힘이 더 늘어나지도 않았고?”

“네. 전이랑 똑같이 투명화만 가능해요. 그나마도 애초에 몸이 반투명한 상태에서 이름을 알고 나서 몸이 뚜렷해진 거니까 투명화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럼 다음.”


그 뒤로도 프랑켄슈타인은 한동안 민수를 붙잡고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흡혈귀는 멀찍이서 수민이 일하는 모습을 한 번 보고 인적이 드문 공원 의자에 앉아있었다.

작은 쥐의 안내를 받아 여기까지 온 것은 좋았지만 예상보다 거리가 있던 탓에 혈액 팩으로 보충한 허기가 벌써 인내심을 잡아먹어버릴 것 같았다.

때문에 가게에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사람이 없는 공원에 앉아 갈등 중이었다.

이대로 돌아가자니 청소장의 약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분했고, 돌아가지 않자니 자신의 바닥난 인내심이 버틸 것 같지가 않았다.


‘빨면 난리가 날 텐데..’

“흡혈귀님, 그렇게 힘드시면 제 피는 어떠세요? 인간으로 변하면 되는데.”

“..쥐 피는 안 돼. 인간으로 변해도 그 맛은 안 변해서 못 마셔.”


갈라지는 목소리로 거절당한 것이 기분 좋을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쥐는 아무렇지 않았다.

작은 쥐의 머릿속은 어떻게든 흡혈귀의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럼 그냥 인간 피를 마시는 건 안돼요?”

“...”

‘될 리가 없지. 내가 어떤 입장인지도 모르고..!’


흡혈귀는 식욕으로 인한 짜증에 작은 쥐에게 버럭 화를 내려다 지저분한 손톱을 감췄다.

어떻게 얻은 쉴 곳 인데 한 순간의 감정에 모든 걸 뒤엎을 순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다시 돌아갔다가 팩을 넉넉히 가지고 와야겠어.’


흡혈귀는 수민이 일하는 가게 쪽을 노려보았다.


‘얼마 안 남았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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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9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6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3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9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 기회 17.09.26 36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3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2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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