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53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27 23:55
조회
30
추천
0
글자
8쪽

찾아가는 귀신들

DUMMY

작은 쥐가 병호에게 편지를 넘겼을 때 쯤, 현석은 도깨비에게 자신의 가방을 받은 상태였다.

가방은 무슨 일인지 모서리가 살짝 그을린 것을 빼면 멀쩡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왼쪽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현석은 오른쪽 얼굴로 함박미소를 짓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아마.. 아니다.”


그런 현석을 보고 도깨비는 뭐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청소장이 어떤 입장에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이 일은 다른 귀신들은 물론이고 교사들한테도 절대 새나가면 안 돼. 그리고.. 내가 아니라 그 애한테 감사하고.”

“네.”


현석은 도깨비가 저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한 말은 머리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궁금해 마지않던 자신의 과거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도깨비는 현석의 목소리에서 마음은 이미 이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청소장도 어떤 대가를 바라고 자신에게 유품을 가져다 달라고 말한 것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갈 뿐이었다.


현석은 도깨비가 나가자 냉큼 서류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열었다.

언제 줬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날정도로 오래 전에 구미호에게 건넨 서류가방 속에는, 눈에 익은 지갑을 비롯해 종이다발과 오래된 구식 휴대전화 등이 들어있었다.

현석은 일단 지갑을 열어보고, 기억과 별다른 것이 없자 휴대전화를 꺼냈다.


“달칵”


십 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열린 휴대전화의 화면은 시커맸다.

현석은 중앙의 전원버튼을 계속 눌렀다.


“......”


휴대전화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현석은 살짝 인상을 구겼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서류뭉치를 꺼냈다.

부스럭거리며 여러 장을 넘길수록 현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런 정보로는 내가 회계 쪽에 근무했었다는 얘기만 알게 되는데, 이미 기억하고 있는 거라고. 이런 거 말고 좀 더..!’


현석은 답답함에 서류뭉치를 대충 바닥에 던지듯이 내려놓고 이마를 짚었다.

그런 현석의 시야에 휴대전화가 들어왔다.

새카만 화면의 휴대전화는 현석이 기억하기에 배터리가 분리가 됐었다.


“..아아아..!”

“쿵!”


갑자기 들려온 우렁찬 비명과 부딪히는 소리에 현석의 시선이 휴대전화에서 민수의 방 쪽으로 향했다.



“..아프진 않은 거 보니까 감각이 돌아오려면 더 기억해내야 되는 것 같네.”


날 수 있게 된 김에 연습을 겸해 귀신의 집까지 빠르게 날아온 건 좋았지만, 민수는 멈추는 법을 몰라 그대로 곤두박질친 참이었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창이 창가에 어질러져 있었다.

민수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툭툭 털고 일어났다.


“덜그럭”


뭐가 떨어지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더니 의자도 의자라고 볼 순 없는 형태를 하고 있었다.

창가에 놔두었던 게 화근이었다.

민수는 더 이상 의자다리라곤 할 수 없는 나무 조각을 집어 들었다.

나무엔 찌그러진 못이 처량하게 매달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


벽에서 들린 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현석의 얼굴이 벽에 붙어있었다.

민수는 잠시 데자뷰를 느끼다가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참, 아저씨, 저 기억이 떠올랐어요!”

“어?”

“죽었을 당시에 기억이 떠올라서 날 수 있게 되서 날아오다가 못 멈춰서 부딪혀가지고..!”

“좀 진정해, 그렇게 빨리 말하면 너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


그 말에 민수가 입을 다문 동안 현석은 방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유리조각이 반짝거리는 창가와 민수의 뒤로 나무 조각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는 게 눈에 밟혔다.


“날았다고? 방은 왜 이 모양인데?”

“어.. 날기는 했는데 멈추는 법을 몰라서 그대로 박았거든요.”

“...”


민수가 유리창 쪽을 가리켰다.

확실히 이젠 유리창이 아닌 그냥 구멍이 뚫려있다고 보는 편이 맞아 보이는 창가이긴 했다.


“그리고 무슨 기억이 떠올랐다고?”

“죽었을 때의 기억이요. 무슨 엄청 큰 이빨이 있었는데..”

“이빨? 이빨이 커봤자..”


심드렁한 현석의 표정에도 민수의 흥분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정말 엄청 컸어요. 거의 제 얼굴만 했던 거 같은데.”

“그런 이빨이 어디 있어?”

“정말이에요! 그리고 심장이 엄청 아파서..”


쉴 틈도 없이 말하던 민수가 돌연 말을 멈췄다.

약병이 떠오른 것이었다.

자신은 죽기 직전까지도 그 하얀 약병을 손에 쥐고 있었다.


[소지품 중에 작은 약통이 있었거든?]


청소장이 말한 약통이 그 하얀 약병인 게 분명했다.

자신은 필사적으로 그 약을 먹으려 했었다.


“그거..”

“뭐가?”

“약통이요! 청소장님 지금 어디 계세요?”

“..모르지. 본인 방에 있지 않을까?”

“슈욱!”

“야, 왜 갑자기..!”

“...”


민수는 이미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위층으로 날아간 뒤였다.

현석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민수도 본인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구나 싶어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도 어째서 가족들이 자신을 기피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쿵! 쿵!”

“청소장님, 계세요?”

“...”

‘안 계시나..’


막상 청소장이 방에 없자 생각이 차분해졌다.

분명히 청소장 본인도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모른다고 했고, 이제 와서 이 산 전체를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인 것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내가 죽은 장소를 안 알려주려는 것도 마찬가지이려나.’


민수는 방문을 멍하니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뭐하는 거야?”

“네? 아.. 물어볼 게 있어서요.”


청소장이 방문에서 머리만 내밀곤 무표정으로 민수를 지긋이 보았다.


“...”


민수는 청소장이 평소와 다르게 호통도 안 치고 보고만 있자 오히려 말을 잊어먹고 잔뜩 움츠렸다.


“..물어볼 게 뭔데.”


결국 청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

“어..”

“...”


이상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보다 지금이 더 무서웠다.

민수는 청소장이 계속 말없이 보고만 있자 큰 맘 먹고 본심을 말했다.


“제가 죽은 장소가 어딘지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


청소장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현석이 갑자기 유품을 가져다 달라는 걸 들어주는 것도 솔직히 곤란했는데, 민수마저 규칙을 어겨달라고 부탁하니 난감해진 것이었다.


“..안 되나요?”


청소장이 아까부터 한마디 말이 없는 것에 민수는 오히려 이것이 청소장이 정말로 화났을 때 나오는 모습인가 싶어 속으로는 당장에 몸을 투명하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


청소장이 한숨을 쉬면서 문을 열었다.

일단 얘기라도 들어볼 생각에서였다.


“들어와. 복도에서 할 얘기는 아니네.”

“감사합니다.”



전에 왔을 때와 방안의 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민수는 마치 전혀 모르는 사람과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당황한 표정과 뻘쭘한 자세로 벽에 바짝 붙어섰다.


“한동안 그런 얘기 안하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기억이 나서요. 약병을 꽉 쥐고 죽은 기억이라 아무래도 자살이 아닌 것 같아서 제대로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민수의 말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생각해보니 약병을 찾는 것보다 그 이빨의 주인을 찾는 일이 더 시급할 것 같아서였다.


“자살이 아니라고?”


오히려 청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에 시체를 직접 본 게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청소장의 뇌리에 그 상황은 사진처럼 남아있었다.

그 때는 민수가 자살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었다.


“네. 무슨 큰 이빨을 보고 심장이 아파서..”

“..잠시만.”

“..?”


민수가 말을 멈췄다.

청소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나가 봐. 생각해보고 알려줄게.”

“엇, 진짜요?”


얼굴이 환해지는 민수와 다르게 청소장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민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급하게 만나야할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의 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집념 17.12.06 70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1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1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99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2 0 8쪽
»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5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8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4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1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3 0 8쪽
38 들러리 17.08.29 38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