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79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14 14:19
조회
38
추천
0
글자
8쪽

터지기 전

DUMMY

땅에 끌릴 정도로 긴 망토 때문에 주위를 지나는 사람의 시선이 전부 흡혈귀를 향했다.

민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갑자기 여기에 나타나다니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고, 그걸 알리도 없었다.


‘청소장님이 말한 위험이 이런 건가? 아니, 애초에 선생님인데 위험하다고 생각할 이유가..’


민수의 시선이 귀신을 보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저 사람들이 흡혈귀를 보고 바로 흡혈귀라고 알아볼 것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생판 처음 보는 저 사람들이 아닌, 그 사람들의 주문을 받고 있는 수민이었다.


‘청소장님이랑 뭔가 관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


생각만하면서 일이 터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때문에 민수는 예의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호프집 밖으로 나섰다.


“선생님!”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민수는 흡혈귀에 너무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 뒤의 낯선 사람의 존재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세요?”


무엇보다 작은 쥐는 민수가 단 한 번도 못 본 사람으로 변신해있었기 때문에 알 리가 만무했다.


“나..!”


작은 쥐가 본인임을 밝히기 전에 흡혈귀가 손을 들어 말을 막고 말했다.


“여기 왜 있는 거지?”


허공을 향해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흡혈귀에게 점점 더 시선이 몰리고 있었다.

민수는 불안하게 호프집을 한 번 확인했다.

다행히 아직 여길 본 것 같지는 않았다.

흡혈귀는 그런 수민을 살피는 듯 한 민수의 행동을 보고 수민이 청소장과 민수에게까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을 했다.

비록 청소장이 근처에 있진 않았지만, 흡혈귀가 보기엔 그랬던 것이다.

민수에겐 불행한 일이었다.

그 단 한 번의 행동이 어떤 생각을 심어줬는지는 생각도 못하고 민수가 입을 열었다.


“저 가게에 저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선생님에 대해서도 알 가능성이 있고요. 방금 흡혈귀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흡혈귀는 단박에 그 사람들이 제령사임을 알았다.

자신이 직접 정보를 흘렸으니 당연했다.

흡혈귀는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귀신을 볼 수 있는 인간도 있으니까 그렇게 큰일은 아니야. 하지만..”


흡혈귀는 걱정스럽다는 연기를 했다.


“내 얘기인진 모르겠지만 동족을 언급했다니 불안하긴 하군..”


제령사가 하필 이 호프집에 있다는 게 어쩌면 청소장에겐 좋은 일이었다.

수민에게 흡혈귀가 가까이 갈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흡혈귀는 대신 흘깃 수민을 보았다.

확실히 청소장과 이목구비가 비슷한 걸 알 수 있었다.


‘가족이군.’


이거면 충분했다.

흡혈귀는 더 이상 이목이 몰리기 전에 몸을 돌렸다.

자신이 제령사를 불러들인 거긴 하지만 아직 직접 만날 생각은 없었다.


“어, 가시게요? 저 여자..!..는..”


작은 쥐는 말을 하다 말고 얼어붙었다.

흡혈귀가 시뻘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았기 때문이었다.


‘여자? 수민이 말하는 건가?’


민수가 호프집으로 시선을 돌리자 흡혈귀는 급하게 말을 꺼냈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청소장이 알면 곤란했다.


“그럼 이만 가야겠네.”


민수는 애초에 흡혈귀가 여기까지 내려온 이유가 궁금해졌지만 그렇다고 불러 세우진 않았다.

지금은 저 사람들이 무해한 사람들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청소장은 지하에 위치한 구미호의 방에 들어가지 못해 고생하고 있었다.

귀신의 집에서 떨어진 구미호가 거주하는 곳과 다르게, 구미호의 자료실은 귀신의 집 내부에 있었다.


“아, 이 놈의 결계..!”


못 들어갈 것까진 아니었다.

문제는 억지로 뚫고 들어갔다간 구미호에게 들킬 게 분명한 거였다.


“..음...”


청소장은 끙끙대면서 머리를 굴렸다.

단박에 떠오른 건 요리장이었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그래도 요리장에게 부탁하는 건 위험부담이 커도 너무 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도깨비님한테..’

“아.”


청소장은 머릿속에 도깨비의 모습이 떠오름과 동시에 서성이던 발을 멈췄다.

도깨비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생각한 것을 당장 실천에 옮기기 위해 청소장은 도깨비의 방으로 날았다.

다른 귀신들과 다르게 도깨비의 방은 귀신의 집 옥상에 있었다.

청소장은 넓은 옥상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문을 향했다.

대궐 같은 기와집에나 있을 법한 문은 달랑 문만 놓여 있었고, 심지어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것도 문이랍시고 문 옆에 작게 달려있는 문패가 눈에 들어왔다.

청소장은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이런 장치를 해두었다는 도깨비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오히려 이렇게 큰 문만 덩그러니 놓여있으니 자신이 이런 주술도 부릴 수 있다는 자랑을 하는 것 같아서였다.

청소장은 문에 손을 올리고 살짝 힘을 주었다.


“끼이이..”


이음새가 낡은 탓에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 퍼지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문은 부드럽게 열려 청소장을 맞이했다.

눈에 비친 것은 옥상이 아니었지만, 청소장은 그닥 당황하지 않은 걸음과 함께 앞에 보이는 고래 등 같은 기와집으로 향했다.

뭔가 신비로운 효과를 주고 싶었는지 디딤돌 뒤쪽에서부터 수증기가 나오고 있었다.

청소장은 일단 이 넓은 곳에서 도깨비를 찾기 위해 별채부터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도깨비님, 계세요? 도깨비님!”


애초에 도깨비도 귀신의 집 근처를 제외하면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웬만하면 집에 있을 터였다.

하지만 청소장은 별채를 다 보고 본채도 다 돌 때까지 도깨비를 찾을 수 없었다.


‘어디 나가셨나? 그렇게 부르면서 찾았는데도..’

“무슨 일이야?”

“으아아!”


놀라는 법이 거의 없는 청소장이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뛰다시피 날았다.

도깨비가 디딤돌 사이로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거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궁금증과 핀잔이 반반씩 섞인 물음에 도깨비는 몸을 뒤집어 나오려고 하면서 대답했다.


“기계가 고장 난 것 같아서 좀 손보려고.. 어.”

“으직!”


힘을 너무 세게 준 탓인지 도깨비가 붙잡은 디딤돌이 불길한 소리를 냈다.

손을 떼니 금이 안쪽으로 가 있었다.


“그런 손으로 뭘 고친다고요?”

“그렇게 나무라지 마. 잘 고쳤으니까.”


도깨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금이 간 디딤돌을 들어 마당에 대충 올려두고 집 뒤로 향했다.

청소장은 말할 기회를 잡기 위해 도깨비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막상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


청소장이 고민하는 사이 도깨비가 다른 디딤돌을 구해와 올려두는 것으로 원상복구가 끝났다.

요술방망이 한 번 휘두르면 끝나는 일이긴 했지만 도깨비는 타인에게 자신의 ‘물건’을 보이는 것을 꺼려했다.

인간은 물론 귀신이 봐도 갖고 싶어질 거라는 게 이유였다.

일을 끝낸 도깨비는 마루에 앉아 청소장을 보았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양이 꼭 말해야 하지만, 반대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도깨비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무슨 일이야?”

“어..”


청소장이 안절부절 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 탓에 도깨비는 어지간한 일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들어와, 차라도 내줄 테니까.”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주부턴 원래대로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의 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6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3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 터지기 전 17.10.14 39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3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2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