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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1.01 00:01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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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DUMMY

흡혈귀가 귀신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지하로 날아가는 청소장이었다.

일단 들키지 않도록 흡혈귀는 몸을 감추었다.

한순간 제령사와의 거래가 들켰나 싶어 노심초사했지만, 지하로 향했다는 걸 떠올리고 그럴 염려는 줄어들었다.



한편 청소장은 프랑켄슈타인의 방 앞에 도달해 문 앞에서 속도를 줄여 내려섰다.

문 밑으로 새어나오는 연기가 무슨 일을 벌인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똑, 똑, 똑”

“...”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청소장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작년에 프랑켄슈타인의 실험 때문에 지하가 무너질 뻔 한 사건이 생각난 것이었다.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청소장은 이번에도 반응이 없다면 그냥 들어갈 생각으로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

‘화내진 않겠지.’


청소장이 문고리를 잡은 순간 안에서 프랑켄슈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끽..”

“어.”


문을 열긴 했지만 청소장은 바로 들어가려다 멈칫했다.

눈앞에 자욱한 연기를 보고 발이 멈춘 것이었다.

연기 너머로 뭔가 희무끄레하게 책 더미로 추측되는 것이 아른거렸지만 그 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


상대방이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는 것을 알기라도 한 건지 연기에 그림자가 지더니 프랑켄슈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히 흰색 실험복인데도 무언가 더 하얀 것이 말라붙어 더러워보였다.


“아, 너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프랑켄슈타인은 반가운 기색이라곤 전혀 없는 목소리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청소장은 살짝 기분이 상하려다가 볼 일이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말했다.


“전에 맡긴 이후로 한 번도 확인을 안해서요. 실례인건 아는데 볼 수 있을까요?”

“..뭘 맡겼었어?”


프랑켄슈타인이 전혀 모르겠다는 소리로 말하자 청소장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아는 프랑켄슈타인은 뭘 까먹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


프랑켄슈타인이 손바닥을 마주치고 중얼거렸다.

항상 냉철했던 것과 다르게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창 실험중이라 다른 생각했더니 바로 안 떠올랐어. 따라 와.”


프랑켄슈타인이 연기 속으로 들어가자 청소장이 바로 따라붙었다.

잠시라도 시야에서 놓치면 영영 잃어버릴 것 같이 연기가 방 안에 가득했다.


“대체 무슨 실험이길래 까먹은 거예요? 이 연기도 의문이고..”

“보통 연기는 아니야. 기본은 밀가루거든.”

“네?”


뭔가 대단한 거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밀가루라는 말에, 의도치 않게 목소리가 높아진 청소장이었다.

대체 밀가루로 뭔 짓을 했길래 방이 이 지경이 됐나 의아했다.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청소장과는 대조적으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에 밀가루를 섞으면 액체라고 하기엔 점성이 짙은 게 나오잖아? 그걸 불에 직접적으로 갖다 대면 어떻게 될지 해보려다가 남아있는 밀가루를 바닥에 흘려서 그걸 치우다가 책 더미에 불이 옮겨 붙었거든. 근데 당장 눈에 띈 게 밀가루라 그걸로 불 끄려다가 안 꺼져서 소화기로 껐더니 이렇게 됐지.”


결국은 소화기 분말과 밀가루가 이 연기의 근본이라는 뜻이었다.

청소장은 지하가 무너질 뻔했던 그 때의 폭발까지는 아니어도, 귀신의 집이 없어질 뻔 한 사고가 방금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대체..! 하..”

“그래도 이 방은 문을 닫아둬서 연기가 없어.”

“...”


뭔가 큰일이라고 해낸 것처럼 말하는 프랑켄슈타인에게 뭐라고 퍼부으려다가 청소장은 잠자코 프랑켄슈타인을 따라 건넛방에 들어갔다.



새벽, 병호는 잠도 자지 않고 여관 벽에 기대 손톱을 뜯고 있었다.

불안하면 나오는 습관이었다.


“뚝, 뚝 ......”

“...”


어두운 방에서 손톱을 깨무는 소리만 들리다가 잠잠해지자 방이 침묵에 휩싸였다.

병호는 방금 전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정말 응하다니, 이해가 안 돼. 흡혈귀는 무조건 수배를 풀어달라는 조건을 걸 턴데. 아니, 아니면 뭔가 다른 걸 요구하고 싶은 건가? 어쨌든 위에서도 일단은 단서를 잡겠다는 생각인 거 같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병호는 지금 고민해봤자 해결될 게 없다는 생각에 창문을 열었다.


“훅..”


새벽엔 제법 쌀쌀한 탓에 차가운 공기가 병호의 머리를 식혔다.

날짜가 넘어간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어도, 대학가라 그런지 아직 돌아다니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서 병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흡혈귀가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병호의 눈동자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폈다.

한 번 의심을 하기 시작하니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탁!”


괜히 마음만 뒤숭숭해져 병호는 창문을 닫았다.



일주일 후, 민수는 그동안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청소장이 어떤 결심을 했는지, 자신을 찾은 장소에 가 봐도 약병은 없었고, 그동안 그렇게 큰 이빨은 뭐였을까도 생각해봤지만 당장 떠오르는 건 구순이 뿐이었다.

그나마도 구순이는 잔뜩 먹고 동면에 들어갈 샘인지, 요샌 귀신의 집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 귀신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구순이가 평소에 사람을 잡아먹거나, 잡아먹을 생각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째 제대로 풀리는 게 없지..”“민수야.”

“아저씨.”


현석이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가는 민수를 불러 세웠다.


“당분간 못 볼 것 같아서 인사하러 왔어.”

“못 본다니요?”

“기사 여러 개를 뒤져봐야 될 것 같은데 여기선 알기가 힘들어서.”


현석은 마을에 내려가 간신히 전원이 들어오게 만든 휴대전화의 주소록에 나온 이름을 전부 조사할 생각이었다.

청소장이 얼마 전 수업 때 말했던 대로, 요즘은 컴퓨터로 옛날 기사를 다 찾아볼 수 있다고 한 것에서 떠올린 방법이었다.


“그리고 잘 되면 아마 여기 안 올지도 모르고.”

“아..”


현석이 말한 것이 성불에 대한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민수는 초조한 기색이 묻어나는 현석을 보고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당황했다.

분명히 기쁜 일은 맞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허전한 마음이 들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축하드려요.”

“에이, 그런 말 들을 일까진 아니야. 기사에 안 실렸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닥치는 대로 검색하고 돌아다녀 봐야지.”

“그래도.. 가망성은 있잖아요.”

“..?”


현석은 민수의 말투가 갑자기 달라진 것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죽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요즘은 매일 제가 죽기 직전의 때만 떠올리고 있어요. 그 이빨이 얼마나 무시무시해도.. 뭐 하나라도 놓친 게 있을까봐 싶어서. 근데 그런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서 무서워요.”

“...”

“이러다가 아예 잊어버리면 어떡하죠? 영영 기억은 못 찾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돌아다니다가 그냥 그렇게 사라져버리면..”

“야.”


현석은 점점 중얼중얼 거리면서 암울한 표정을 짓는 민수를 보고 말했다.


“잘하고 있어. 죽기 직전의 기억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데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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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1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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