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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6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9.22 23:55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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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DUMMY

“......”


선호는 앞에서 맥주를 홀짝 거리는 수민을 보고 있었다.

수민은 그런 선호의 시선을 눈치 채고 어색하게 미소 지으면서 친구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리곤 잡고 있던 맥주잔을 놓고 일어섰다.


“나 잠깐 화장실 좀.”


수민은 셋이서 어색하게 있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선호와 안면이 있는 친구에게 분위기를 좀 바꾸라는 의미로 자리를 비울 생각이었는데, 예상외로 선호도 따라 일어났다.


“저도 잠시만요.”

“어? ..어.. 그럼 먼저 갔다 와!”


수민은 갑자기 화장실을 가겠다는 선호를 먼저 보내기 위해 어색하게 목소리를 키우면서 자리에 앉았다.


“아니에요. 그럼 저도 나중에 가죠 뭐.”

“...”

‘얘 뭐지?’


특이한 사람 쳐다보는 것처럼 수민은 한순간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가 어색하게 살짝 웃었다.

그리곤 친구에게 살려달라는 의미로 고개를 돌렸지만 오히려 친구는 활짝 웃으면서 휴대전화와 지갑을 챙겼다.


“그럼 내가 갔다 올게. 둘이 얘기하고 있어. 나 전화 걸 데가 있었거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자리를 떠나는 친구를 향해 수민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

“...”


앞에서 선호가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으아.. 어색해!’

“혹시.. 저 기억 못하는 거예요?”

“..?”


수민은 친구가 떠나자마자 선호가 꺼낸 말에 다시 한쪽 눈썹을 치켜뜨고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애와 닮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보니 그런 느낌이 옅어져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막상 선호가 물어보니 수민은 다시 그 애의 모습을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10년도 더 전이긴 했지만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모습을 선호의 얼굴에 대입했더니 닮은 점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믿겨지지는 않았다.


“처음.. 아니야?”

‘이런 우연이 있을 리가..’


선호가 수민의 그런 모습에 씩, 웃었다.


“저는 한 번도 누나를 잊은 적이 없는데.”

“... 저기..”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친구가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선호가 활발하게 말하면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보았다.

수민은 이렇게까지 행동하는데다가 이름까지 같으니 잔뜩 의심스럽다는 어조로 천천히 말했다.


“곽..선호..?”

“어. 뭐야, 알고 있으면서 왜 모른 척 하고 그래?”

“...”


수민은 활짝 웃는 선호를 앞에 두고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10년 전 그 사건 이후로 선호와는 서로 다른 집에 입양되고 나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수민이 기억하는 선호는 지금 모습보다 훨씬 연약한 느낌이었던 데다가 말 수도 적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앞에서 생긋 웃으면서 말하는 선호가 더없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것이었다.


“하지만..”

“누나가 못 알아볼 정도로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


선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수민은 그 때 화장실로 가는 벽 뒤에서 자신과 선호를 보고 있는 친구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너!”

“그럼 둘이 얘기 잘 해!”


어쩐지 소지품을 다 챙겨서 간다 싶더니 친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떠났다.


“잠깐만! ..!”


수민은 따라 나가려다가 선호가 자신의 팔을 잡자 멈췄다.


“선배가 일부러 자리 비켜주신 거잖아요. 저랑 잠시만 얘기하고 가요. 누나한테 하고 싶은 말도 얼마나 많은데.”

“...”

“누나는 안 그래요?”


선호는 알아채지 못하도록 수민의 시선이 바깥으로 향한 틈을 타 수민의 뒤에 서 있던 청소장을 직시하며 말했다.


‘저 애..’


그 시선에 청소장은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소름이 끼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


선호는 귀신을 볼 수 있었다.



귀신의 집에서, 청소장은 자신의 방에서 바깥이 보이는 벽에 몸을 기대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자신을 볼 수 있는 인간이 적기는 해도,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인간들 중엔 귀신을 없애는 제령사가 있을 정도니 오히려 인간은 귀신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필 그 애가.. 그 일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청소장은 생전의 습관 때문에 손톱을 물면서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민을 두고 돌아왔지만, 내일은 하루 종일 수민의 곁에 있을 생각이었다.

선호가 10년이 되도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가 이제 와서 수민에게 찾아온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 시간 청소장이 어떤 상황에 빠졌는지는 전혀 예상도 못하고, 민수는 맥없는 걸음걸이로 귀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중에 길을 잃은 것처럼 연식 고개를 돌리면서 주위를 살피는 여자가 있었지만 그 사람에게 맘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


‘고등학교는 의정선고에서 졸업한 게 맞는데, 집은 진작에 이사 가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고.. 이제 어떡해야 되지?’


청소장에게 의견을 구하고 싶긴 한데, 사실 민수는 청소장도 이런 경우엔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 날, 청소장은 치킨과 맥주를 나르느라 바쁜 수민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라도 수민에게서 눈을 뗄 순 없었다.

그런 청소장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선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수민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청소장을 수민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심하면서 노려보고 있었다.

가증스러운 저 여자를 볼 때마다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았던 그 때의 공포가 다시 떠올랐다.

잊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절대 잊을 수는 없었다.

선호가 귀신의 존재를 처음 인정하게 된 날의 일이었다.


“헉..!”

“선호야!”


선호는 피가 새어 나오는 부모의 시신 옆에서 자신의 앞을 가리는 수민을 보고 있었다.

자신을 끌어안고 뒤를 돌아 뭐라 말하는 수민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모든 것이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했지만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엄마.. 아빠..’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된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가 피 웅덩이 속에서 입을 벌리고 죽어있었다.

몸 전체가 갈갈이 찢긴 것처럼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시신은 마치 잔인하게 죽이고 다시 옷을 입힌 것처럼 옷은 전혀 찢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인간이 저질렀다기엔 너무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존재는 이젠 다음 목표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언니, 그만 둬!”


수민은 선호를 꽉 끌어안고 마음속부터 외쳤다.

치렁거리는 머리카락이 흔들리면서 청소장의 얼굴이 드러났다.

죽은 눈동자 속에 남은 감정이라곤 오직 복수심밖에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 아직 어린 애라고!”


그랬다.

자신은 그 때 불과 11살이었다.


선호는 수민이 열심히 치킨을 나르고 있는 호프집에서 아픈 머리를 식히기 위해 테이블에 이마를 쿵, 올렸다.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자세히 떠올리자니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헉.. 헉..”

“선호야, 괜찮아?”


귀 옆에서 수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때 자신을 지켜준 그 목소리였다.


“......”


불규칙했던 선호의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선호는 찌르는 듯 한 두통이 조금 가시고 나서야 수민에게 웃어 보일 수 있었다.


“..응, 괜찮아. 빈혈이라 그래.”

“그게 뭐가 괜찮아. 조금만 기다려. 사장님한테 말해서 오늘 일찍 끝내달라고 할 테니까. 데려다 줄게.”

“아니야, 진짜 괜찮아. 가끔 이래. 정 안 좋으면 택시 부르면 되고. 알바 갑자기 빼면 안 되잖아.”

“...”


수민은 얼굴이 새하얗게 뜬 선호가 걱정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선호의 말대로 갑자기 알바를 뺄 수도 없어 갈등했다.

그런 수민의 마음을 알아채고 선호는 계산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수민에게 도움 받는 것은 싫었다.


“진짜 괜찮아. 들어가서 좀 자면 돼.”

“그래도.. 너 그러는 거..!”

“괜찮다니까. 나 그때처럼 안 어려. 이젠 누나도 내가 지킬 수 있다고.”


선호는 수민의 말을 중간에 끊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수민의 뒤에서 자신과 수민을 보고 있는 청소장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마치 마음만 먹는다면 청소장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눈빛이었다.



알바가 끝나고, 수민이 안전하게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청소장은 수민에게서 눈을 떼고 선호를 찾았다.

하지만 수민의 집까지 따라올 생각은 없었는지 도중부터 선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청소장은 그래도 혹시 몰라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야 조금 마음을 놓고 귀신의 집으로 향했다.



며칠 후, 복도에서 청소장은 짜증을 참지 못해 머리를 감싸 쥐며 발로 바닥을 굴렀다.


‘그 녀석..! 분명히 나랑 수민이 떼어 놓으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나랑 생각하는 게 이렇게까지 똑같으니까,’

“열받아..”


서늘한 기운을 풀풀 풍기면서 청소장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겁먹은 귀신들은 최대한 청소장과 거리를 두려했고,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의 기적처럼 복도를 반으로 갈랐다.

최근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요즘 저기압이라는 청소장에 대한 정보는 금방 흡혈귀에게도 닿을 수 있었다.


“요샌 수업 때도 예전이랑 다르게 일방적으로 본인 할 말만 하고 끝낸다니까요.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알아보려고 뒤를 좀 쫓아다녀 봤는데요, 요즘은 어떤 음식점에서 한 인간 남자를 죽어라고 노려본다니까요?”

“..그래?”


흡혈귀는 달빛 하나만 들어오는 방에서 익숙하게 냉장고로 향했다.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청소장을 그렇게 짜증나게 하는 인간이 있다니 호기심이 일었다.


“뭐, 하는 행동 봐서는 스토커 같지만요. 거기 알바생을 매일 보러 가는 거 보면 어지간히 좋아하나 봐요.”

“알바생?”


흡혈귀는 마치 사약을 든 것처럼 혈액 팩을 손에 들고 절대 마시기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들킬까봐 멀리서 본 것뿐이지만 예쁘게 생긴 건 알겠더라고요. 약간 청소장 녀석이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작은 쥐의 말에 흡혈귀는 씩, 웃으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참고 억지로 혈액 팩을 한 번에 마셨다.


“...”


더럽게 맛없긴 해도 인간들 속에서 흡혈욕구를 참으려면 이 방법뿐이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청소장의 과거에 대해 자세히 써 볼 생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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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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