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56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07 12:12
조회
38
추천
0
글자
8쪽

도박

DUMMY

성은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네? 왜 없어요?”


덕분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성은을 돌아보았다.

성은은 급하게 시선을 내리면서 목소리를 줄이고 자리를 옮겼다.

역 안은 사람이 많아 일단 밖으로 나와 제일 먼저 눈에 띈 의자에 앉았다.

그 주위도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 안보다는 적었다.


“전에는 조사도 안 한다고 했잖아요!”


성은은 속닥거리면서도 목소리를 세게 냈다.

그러면서 주위 눈치를 보니 다행히 성은에게의 관심은 거의 없어진 것 같았다.


“왜 일주일도 안 되서 정예가 여기로 오는 건데요?”


휴대전화 너머로 할머니의 목소리가 골골하게 들려왔다.


[그 악령 때문이 아니라 흡혈귀 때문이라던데, 혹시 아는 거 있니?]

“..흡혈귀요?”


갑자기 무슨 얘긴가 싶어 성은의 목소리에서 힘이 사라졌다.

인상을 구기고 있는 성은에게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어쩌다 엿들은 거라 흡혈귀가 관계됐다는 거 밖에 몰라. 근데 내가 알기로 흡혈귀는 50년 전에 잡았던 녀석이 마지막이고, 더 이상 이 나라엔 없는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말이 나왔으니 이상한 거지.]

“...”


성은은 생각에 잠겼다.


‘그 악령이랑 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없겠지. 혹시 도와주러 오는 건가 떠보려고 했는데..’


그렇다면 더 이상 반귀신연대에 볼 일은 없었다.

청소장을 제령하러 오는 것이 아니었고, 성은도 흡혈귀를 잡는 데 일조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뭣보다 흡혈귀 같은 걸 상대할 힘도 같은 것도 없어. 그러니까 악령이 있어도 그냥 이렇게 올라가려고..’


약한 자신을 되새기면서 성은은 할머니가 알아채지 못하게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올라가기 전에 안부 차 전화한 건데 이런 소식을 들었네요.”

[어쨌든 말려들지 않게 조심해서 빨리 올라와.]

“네, 할머니. 안 그래도 오늘 가려고 했어요.”


말없이 집을 나온 자신을 걱정해준 할머니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 성은은 살짝 미소 지었다.


“저녁 전에 도착할 것 같으니까 있다 봬요.”

[그래.]


전화가 끊어졌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 성은에게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날 새벽, 흡혈귀는 귀신의 집에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 녀석이 매일 그 술을 파는 집에 간다는 얘긴데..’


직접 다시 가서 확인하기 전, 무언가 보험을 들어두고 싶었다.


“똑, 똑”


흡혈귀의 시선이 방문을 향했다.

어차피 작은 쥐일 거라는 생각에 흡혈귀는 예의 갈라져서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

“끽..”


문이 조금 열렸고, 먼저 쥐의 코가 슬쩍 방에 들어왔다.

이윽고 작은 쥐가 방에 들어와서 문을 닫자 흡혈귀가 말했다.


“청소장은”

“평소랑 같아요. 그리고 어제 근처까지 갔던 것도 모르는 눈치예요.”


청소장의 관심이 전부 인간에게 쏠려, 자신에 대한 건 안중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흡혈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바로 옆의 위험을 감지 못하는 상황이니 더 멀리서 다가오는 건 모를 게 분명했다.


‘도박하는 건 오랜만이네.’


성은은 점심까지 쫄쫄 굶은 상태라 짜증이 치미는 상태였다.

그 넘치는 짜증은 고스란히 자신을 붙잡은 남자에게 향해있었다.


‘다짜고짜 불러 세워놓고 한다는 소리가 ’정보‘를 달라는 거라니, 예의는 어디다 박아둔 거야.’


표정을 보고 전부 전해지고 있었는지 젊은 남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성은은 그나마도 남자가 입을 다물어 버리자 팔짱을 끼고 신발을 바닥에 빠르게 부딪히는 것으로 화가 났다는 티를 감추지 않았다.


“톡, 톡, 톡, 톡, ...”

“저기요, 사실 제가 그 쪽한테 맞춰줄 이유는 전혀 없거든요?”

‘있다고 쳐도 도와주긴 싫지만.’


성은은 뒷말을 삼켰다.

악령이 없다고 단정 짓고 조사할 뜻을 내비치지 않은 다른 제령사들에게 꽁해있는 것을 들키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음.. 같은 제령사로서 도와줄 의향도 전혀 없으신 건가요?”


말하는 투를 보니 협상에 재능이 없는 남자였다.

성은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면서도 잔뜩 긴장해있는 남자를 보고 오히려 맥이 풀렸다.

저자세로 나오는 상대한테까지 화를 낼 마음은 없었다.

무엇보다 정예라면서 온 사람이 이런 태도를 취하니 뭔가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하.. 사실 도움이 될 정보랄 것도 없어요.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흡.. 그거 때문이 아니라 악령 조사 때문에 온 거거든요.”


성은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도 여기서 지내시면서 뭔가 위화감이 드는 일이라던가..”

‘위화감..’


성은은 요 며칠간의 일을 떠올렸지만 딱히 마음에 걸리는 일은 없었다.


“..진짜 없는데.. 악령으로 추정되는 귀신은 찾았지만 흡혈귀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어요. 누군가한테 물렸다는 사람은 물론이고 수혈 팩 도난 사건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요. 흡혈귀한테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니잖아요?”


성은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남자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의아한 모양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성은이 되물었다.


“..뭐 이상해요?”

“이런 말하면 실례인건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이 알고 계셔서요.”

“흡.. 그거에 대해서요?”

“네.”


솔직한 사람이었다.

성은은 기분이 나빠야 되나 좋아야 되나 긴가민가했다.


“다 주워들은 거예요.”

‘집에 이런저런 책이 많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단 알고 있는 게 좋죠.”


보아하니 남자의 성은에 대한 평가가 올라간 것 같았다.


‘믿음직스럽진 않아도 정예한테 좋은 인상을 줘서 나쁠 건 없겠지.’


성은은 그나마 도움이 될 법한 정보를 남자에게 말하기로 했다.



같은 시간, 귀신의 집에선 청소장이 민수를 붙잡아 두고 있었다.


“이젠 수민이 안 봐도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뭐 어때서 그래. 급할 땐 서로 돕는 거지.”

“...”


민수는 며칠 전 의정선 고등학교에서 청소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청소장이 어떤 상황이던 수민을 먼저 생각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수민에 대한 일이라면 스스로도 흔쾌히 도와줄 의향이 있었지만 적어도 그건 ‘서로’ 돕는 건 아니었다.

말없이 살짝 인상을 구기는 민수를 보고 청소장도 멋쩍긴 했는지 오히려 짜증을 섞어 말했다.


“나도 니가 한창 조사하러 다닐 때라는 건 알고 있어.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수민이 좀 지켜.. 아니, 봐달라는 부탁은 안 할 거라고.”

‘부탁은 아닌 건 같지만.. 지키는 건 또 뭐지. 전처럼 알바하는데 누가 집적거리는 건가?’


민수는 웬만하면 청소장이 직접 수민을 보길 원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무슨 급한 일이 있나 싶어 일단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생활기록부에 남아있는 자신의 기록은 이미 확인이 끝난 차였다.


‘이미 이사 가서 뭐 건진 것도 없고.. 당장은 오히려 밖에 나가서 뭐라도 알아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으니까 겸사겸사..’

“일단 가긴 할 거지만요, 제가 딱히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죠?”

“어. 급할 땐 들켜도 된다는 생각으로 수민이를 투명하게 해서라도 피신시켜 줘.”

“..?”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가 싶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고 수민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는 말이었어. 별 일은 아니고.”


민수는 청소장이 이상하게 친절한 기색을 내자 잔뜩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알겠다고 하고 방을 나섰다.

청소장은 민수가 방을 나가자 생각에 빠졌다.

일단은 민수에게 수민을 맡겨두고 구미호를 떠봐야 했다.

현석이 귀신의 집에 온 것은 청소장이 들어오기 10년 전의 일로, 청소장이 현석의 생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구미호에게 들은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주민등록증을 제외한 모든 자신과 관련된 물품을 구미호에게 넘겼다고 했으니 기억이 변했을 가능성도 염두해야 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 거지.’


작가의말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금요일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꾸 늦어지네요.

21일까지도 이럴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의 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집념 17.12.06 70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1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99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2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5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4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1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3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