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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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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1.2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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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구렁텅이

DUMMY

자신만만하게 흡혈귀를 죽이겠다고 선언한 마음과는 달리, 청소장은 흡혈귀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이틀이나 날려버린 참이었다.


‘아니, 아저씨는 그렇다 쳐. 흡혈귀가 인간들 피를 마셨으면 분명히 소문이라도 나야 될 텐데. 흡혈귀도 나름 제령사들을 조심하는 건가?’


일이 끝나고 귀가하는 수민의 뒤를 쫒아가며 청소장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청소장은 사실 수민에게 어떤 위해가 닥칠지 몰라 지난 이틀간 수민의 주위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것 때문에 정보가 부족해서 흡혈귀를 찾지 못하는 거란 생각이 머릿속 한 구석에 스멀스멀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수민을 혼자 둘 수도 없었다.

애초에 청소장이 귀신의 집에 발이 묶인 이유도 수민 때문이었다.

모든 게 자신의 동생인 수민을 위해서 한 것이었고, 참은 것이었다.

이기적이라는 건 알지만, 인간이나 다른 귀신들이 수민보다 우선순위에 있을 순 없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흡혈귀를 잡는 게 내가 이렇게 계속 붙어있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도 사실이지.’


청소장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문제 탓에 이마를 짚었다.


‘내가 수민이랑 계속 같이 있으면 제령사가 붙을 수도 있으니까 나도 오래는.. 그렇다고 잠시라도 자리를 비웠다가 흡혈귀가 수민이를.. 아니야,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어쨌든 잠시라도 수민이를 지킬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바로 잡으러 갈 텐데.’

“삑삑삑삑”


청소장은 맞은편 빌라에서 수민이 상가주택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수민이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계단에 불이 들어왔다.

2층과 3층 사이의 계단에 불이 들어왔고, 청소장은 계단의 불이 다 꺼지도록 미동도 없이 보고만 있었다.

매일 이렇게 안전하게 들어간다는 보장만 있다면 좋을텐데.


“스토커냐?”

“..!”


누군가 어두침침한 골목에서 말을 걸자 청소장은 깜짝 놀라 급하게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실루엣이 점점 다가왔다.

실루엣의 얼굴을 확인하고 청소장은 인상을 구겼다.


‘드디어 말 걸 생각이 든 건가.’


요 이틀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스토커냐니, 청소장은 그러는 본인은 왜 여기 있냐고 몰아붙이려다 참고 다른 질문을 했다.


“왜 갑자기 말 거는 거야.”

“..내가 너를 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나 보네.”

“매번 그런 썩은.. 아니, 나만 보면 인상을 찡그리는데 모를 수가 없지.”

“그럼 남의 부모를 죽여 놓고 그 집 아들이 웃어주길 바래?”


말이 끝나자마자 청소장의 주위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차가워진 탓에 주위와 온도차가 생겨 바람까지 일 정도였다.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살짝 움직일 뿐, 미동도 없이 주위를 얼려가는 청소장의 모습은 근래에 들어 가장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선호는 이런 상황에서도 청소장의 화를 돋구는걸 멈추지 않았다.


“지금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건 아니지? 피해자는 누가 봐도 나 아니야? 너는 내 부모님을 죽인 살인범이라고.”

“뚫린 입이라고..”


굳게 다물어져 있던 입이 움직였다.

청소장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분노가 새어나왔다.


“모든 게 말일 순 없구나.”

“후욱! 쿵!”


청소장이 얼어붙은 대걸래를 땅에 꽂았다.

선호는 땅이 울리는 느낌을 받고도 아무 표정변화 없이 청소장을 직시했다.

청소장의 눈이 그 때처럼 시뻘게지고 있었다.


“당장 사라져!”

“그래도 친동생이 근처에 있다고 아직 견디나 보네.”

“...”


청소장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꾹 다문 입은 더 이상의 인내심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수민누나가 너한테 있어서 대체 어떤 사람인 건데.”

“...”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인 거야? 나한테 있어서 내 부모가 그럴 거란 생각은 못 했어?”


결국 청소장이 한기가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놈들은 사람도 아니야. 스스로가 더 잘 알면서, 어째서 묻는 거야.”


방금까지 화가 난 것처럼 추궁하던 선호의 입가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그래, 나도 우리 부모님이 좋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해. 자식을 원해서 입양해놓고, 내가 생기니까 다시 갖다버릴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도 너한텐 잘 대해줬다 이거야?”

“아니, 나는 부모님이 죽은 건 별 생각 없어. 자식이 봐도 쓰레기라고 생각하거든. 솔직히 말해서 니가 죽은 이유가 전적으로 부모님 탓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


골목을 감싸던 한기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선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청소장이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편으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듣기 좋은 말만 하려는 속셈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뭘 말하려는 거야.”

“나는 전적으로 수민누나 편이라고.”

“...”

“그래서 복수심으로 사람을 둘이나 죽이는 귀신이 누나 옆에 붙어있는 걸 어떻게든 막을 생각이야.”

“솔직하네.”


이윽고 겉이 조금 젖었을 뿐, 골목에 있던 서리가 모두 사라졌다.

청소장이 땅에 박았던 대걸레의 걸레 부분이 녹아 쓰러지기 전에 잡아 평소처럼 등에 멨다.


“내 의견도 너랑 비슷해.”


하지만 평정심을 찾았을 뿐, 청소장의 분노는 그대로였다.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죽였다.

죽여야만 했다.

다음은 수민이었을 테니까.



“이게 전부야?”

“네. 도저히 이틀에 50만원은.. 악!”

“뭐 때문에 귀찮게 미성년 동의까지 해준 거라고 생각한 거야? 두 탕으로 못 벌겠으면 세 탕, 네 탕을 뛰라고!”

“우웁!”


남자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소녀의 양 볼을 한 손으로 세게 쥐어 잡고 말했다.


“힘들게 버는 게 싫으면 몸이라도 대주면 되잖아!”

“쿵!”

“으..”


우악스럽게 내동댕이쳐진 바람에 소녀는 바닥에 세게 부딪쳤지만 비명은 끝끝내 지르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비명소리를 듣는 걸 즐겼기 때문이었다.

지고 싶지 않았다.

비명을 지르지 않는 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반항 중 하나였다.


“여자는 참 편하겠네. 얼굴이 되면 남자들이 알아서 돈 내고 하려고 하잖아? 안 그래? 수은아.”

“...”

“대답하라고, 어? 사실 반반한 여자로 태어나서 편하지? 그렇지? 그렇다고 하란 말이야!”

“퍼억!”

“윽!”

“퍽!”

“...”


수은은 입을 악 물었다.

고통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 밟히고 있는 몸이 아픈 것도 그렇지만 마음도 너무 아팠다.

자신이 어렸을 때 자상하게 대해주던 양아빠의 모습이 떠올라 더 서러웠다.


“말 하라고!”

“뻑!”

“...”


수은은 절대, 소리 지르지 않을 생각이었다.

쓰레기가 원하는 행동은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


욱신욱신 거리는 몸을 끌고 수은은 바깥의 밭 옆에 있는 수민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벌써 한밤중이었다.

수민이 자고 있을 시간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적어도 수민에겐 자신이 겪는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수은아.”

“..네.”


방문을 열려는데, 누군가 수은을 불렀다.

양엄마였다.


“미안하다, 못 도와줘서.”

“..아니에요.”


수은은 자신의 어깨를 붙들고 얘기하는 양엄마의 시선을 피했다.


“근데, 진짜 애 아빠한테 준 게 다야?”


구역질이 나왔다.

자신은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게 전부에요.”

“그래? 그럼 수고했어. 들어가 좀 자. 참.”

“...”


수은은 잡았던 문고리에서 서서히 손을 떼었다.


“도망치거나 신고하면 알지? 니가 안 되면 수민이를 시킬 수밖에 없어. 근데 수민이는 일하기엔 너무 어리잖아.”

“네.”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좀 참고. 알겠지? 그리고, 니 방에서 이걸 찾았어.”

“..돌려주세요!”


양엄마의 손에 있는 것은 수은이 일하는 음식점 근처의 중고서점에서 버리려고 내다놓은 교과서들이었다.

수은은 요 근래 들어 가장 목소리가 커졌다.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가는 것이 꿈이었다.

어떤 부모라도 반길 꿈이, 이 집에선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거 볼 시간에 잠 좀 자둬. 요즘 피곤해 보이더라.”

“제발요! 저 정말 공부하고..!”

“찌익, 찍!”


양엄마는 수은의 눈앞에서 교과서를 잘게 찢기 시작했다.

수은은 움직일 수 없었다.

반항할 수 없었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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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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