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3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17 23:55
조회
35
추천
0
글자
7쪽

기억의 단편

DUMMY

‘결국 알바 끝날 때까지 별다른 얘기는 없었고..’


민수는 수민이 집에 잘 들어가는 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귀신의 집에 돌아가자마자 청소장에게 오늘 본 수상한 손님에 대해 알릴 생각이었다.


“여기구나.”

“..선생님! 아직 안 돌아가셨어요?”


민수는 갑자기 골목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어. 아직 볼 일이 남아서.”


가로등 불빛 밑으로 무언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흡혈귀가 나타났다.

그 창백한 얼굴을 보고 민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무슨 볼 일이요?”

“어차피 알게 될 텐데.”

“...”


말을 하면서도 흡혈귀가 가까이 다가오자 민수는 직감적으로 흡혈귀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것이라 생각하고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흡혈귀가 쫒아오기 힘들도록 건물을 통과해 도망칠 생각이었다.


“도망 못 칠 걸. 여자애는 어쩌려고.”

“..!”


민수는 반쯤 통과한 몸을 다시 드러냈다.

대화라곤 별로 안 했지만 적어도 흡혈귀가 빈말로 협박을 하는 인물은 아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그런 말을 하신 거예요?”

“니가 좀 조용히 해줬으면 해서 그래.”


거슬리는 목소리가 민수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렇게 뭉뚱그려서 말하면 뭘 말하지 말라는 건지 아무도 모를걸요.”

“전부.”

“네?”


민수가 되물었고, 흡혈귀가 씩 웃자 큼직한 송곳니가 드러났다.

충혈 된 눈에 보이는 핏줄이 보일만큼 거리가 좁혀지자 흡혈귀가 민수를 세게 붙잡았다.

도망칠 수 없도록.

민수는 이젠 수민 때문이 아닌 공포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의 입 안에 들어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크기의 송곳니가 시야를 가득 매웠다.


[쿵!]

[헉.. 헉..]


가슴이 답답했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반사적으로 내민 손에 나뭇가지가 긁혔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허억..]


심장이 아파왔다.

피가 점점이 나오는 손으로 급하게 웃옷을 뒤졌다.

약을 먹어야 하는데.


[스윽.. 따닥!]


구렁이가 움직이자 주변의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갔다.

성인 남자의 몸 정도는 한 번에 삼켜 버릴 것 같은 거대한 구렁이가 입을 크게 벌렸다.

독사처럼 무시무시한 송곳니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작은 이빨은 분명 아니었다.

물렸다간 뼈도 못 추릴 건 분명했다.

약을 뒤지면서 구렁이한테서 도망간다는 생각마저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꾸욱..]


간신히 찾은 약통을 열려고 하는 순간, 몸이 기울었다.


[쿵!]


시야가 까매지면서 점점 좁아졌다.

그 탓인지 구렁이가 입을 다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지경까지 오니 이게 죽는 거구나 싶었다.



머릿속엔 도망쳐야 한다는 일념만이 남았고, 민수는 겁을 잔뜩 집어먹어 눈을 꾹 감았다.

다시 뜨면 흡혈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이건 전부 환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메웠다.


“..어!”


게슴츠레 눈을 뜨니 정말로 흡혈귀가 사라져있었다.


“우아아!”


민수는 주위를 둘러보려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았다.


“잠깐, 이거 어떻게..!”


흡혈귀는 민수의 발보다 한참 아래에 있었다.

민수는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난다는 개념은 상상만 했었지 실제로 일어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공중에서 몸이 뱅글뱅글 돌았다.

시야가 몇 번씩이나 바뀌면서 민수는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으아아아!”

“..쿵!”


그런 민수를 잡은 건 흡혈귀였다.

흡혈귀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로 웃는 건지 화내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겁 줬다고 혼자 난리는 다 치네.”

“으아..”


멀미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민수는 ‘다시’ 죽는 기분을 느꼈었고, 그 때문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저기.. 이게..”

“혼자 무슨 상상을 했길래 이렇게 까지 행동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 너는 귀신이라고. 내가 상처를 입힐 수단이..”

“없어요?”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니가 상상한 것처럼 피를 빨지는 못하지. 애초에 없으니까.”

“...”


생각해보니 그랬다.

민수는 흡혈귀가 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그냥 겁만 좀 줘서 입 다물게 하시려고 했던 거죠?”

“그렇지.”

‘지금 정면으로 싸웠다간 가망이 없으니까.’

“...”


흡혈귀는 전에 청소장에게 대걸레로 맞고 날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처럼 맞고 끝나지 않으려면 살아있는 인간에게서 직접 피를 마셔야했다.


“그런 방법까지 안 쓰셔도, 오히려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은 청소장님한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면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러려면 일단 일을 벌려야지.’


흡혈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고 민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오늘 일이 그렇게까지 밝히기 싫은 일인가 싶었다.


“그럼 부탁하지. 오늘 있었던 일은 ‘전부’ 청소장한테 말 안했으면 좋겠어.”

“전부요?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건 알려야..”

“그것도 포함해서. 안 그래도 인간을 무서워하는데 괜한 소문이 퍼지는 건 사양이야.”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민수는 오히려 흡혈귀의 말에 흡혈귀가 귀신들을 걱정하는 좋은 선생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했다.

민수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흡혈귀는 냉큼 몸을 틀었다.

더 이상 자리를 비웠다간 청소장에게 들킬 가능성도 있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의 안채에, 청소장은 도깨비를 앞에 두고 애써 의연한척 앉아있었다.

한밤 중, 복장이 이상하긴 해도 예쁘장한 여자가 찻잔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모습은 그림이 되었다.

하지만 잠시 후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떨어지면서 그림이 움찔 움직였다.


“뭘 해달라고?”

“..최현석의 유품을 보고 싶습니다.”

“일부러 찾아왔다는 건 그 애의 자료실에 있다는 소리겠지.”

“네.”

“거긴 개인 자료실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테고.”


어째 흐름이 반복적인 것 같다는 걸 생각하면서 청소장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그럼 내가 보여줄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 텐데. 설마 몰래 빼내오라는 얘기는 아니겠지.”

“아뇨, 제가 직접..”

“그건 더 안 될 소리지. 그 애랑 나 빼곤 달걀귀신 녀석이나 들어가는 데에 다른 녀석이 들어갔다간 더 큰 일이 벌어질 테니까.”

“...”

“결국은 나한테 그 최현석이라는 애의 유품을 꺼내달라는 얘기가 되겠네.”


이도저도 안된다면 그 수밖에 없긴 했다.


“..그래주시면 감사합니다.”

“맨 입으론 안 되지.”


청소장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되나요?”

“간단해.”


도깨비가 본인 딴에는 명안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흡혈귀는 물론이고 그 애랑도 친하게 지내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의 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0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2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1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2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