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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44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8.18 23:55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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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끌림

DUMMY

민수는 의정선고 1층 홀에서 역대 사진들 중 하나에 들어갈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대고 보고 있었다.

학교의 이력이 궁금해서, 같은 이유가 아니었다.


“......”


사진 속에서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는 역대 졸업사진 속에, 민수와 똑 닮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민수는 자신의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건 모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눈이 사진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뭐 중요한 거라도 찾았나 보네.”

“..!”


민수는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화들짝 놀라 미어캣처럼 순간적으로 고개를 빳빳이 들면서 문 쪽을 보았다.


“청소장님!”

“...”


청소장은 민수가 보고 있던 사진에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민수는 그동안 청소장이 어째서 여기 있는지 몰라 의아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똑같이 생겼네.”


청소장은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수와 사진 속의 민수를 번갈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민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크게 놀라자 청소장은 씩, 웃었다.


“너랑 똑 닮았다는 얘기야.”

“..잠깐.. 제가 이렇게 생겼어요?”

“...”


청소장은 웃으면서 말하려다가 어차피 민수가 원하는 정보를 필요이상 얻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안 그래도 똑같은데 교복까지 입고 있어서 동일인물 같네.”


“하지만..”


민수는 그동안의 규칙은 어쩌고 청소장이 순순히 자신과 사진 속의 인물을 같다고 하자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민수가 잔뜩 인상을 쓰고 자신을 살피자 청소장도 짜증이 나 어조가 날카로워졌다.


“왜 알려줬는데도 그런 표정이야?”


청소장은 사진을 다시 보고 민수에게 쏘아 붙였다.


“못생기게 나온 것도 아니고, 너가 이렇게 생겼다는 게 불만이야?”

“..지금까지 규칙 때문이라면서 저에 대해서 순순히 알려주신 적이 없었잖아요.”

“아, 그것 때문이야?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이 사람이랑 니가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것뿐인데. 나는 아무 규칙도 안 어겼어!”

“저랑 이 사람이 동일인물이라고 하셨잖아요.”

“누가 너랑 이 사람이 같은 사람이래? 그냥 똑같이 생겼다고! 니 아버님이라던가.. 아, 귀찮아졌어. 알아서 해!”


청소장은 급하게 손을 휘휘 저으면서 사진 앞을 벗어나 오른쪽의 복도로 몸을 돌렸다.

민수는 청소장은 거짓말을 할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믿기가 힘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청소장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청소장이 자신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청소장은 귀신의 집에서 나올 수 없는 입장이었다.


“..여긴 뭐하러 오신 거예요? 나오셔도 괜찮은 거예요?”

“...”


청소장은 움직이던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서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려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어투로 말한 상대한테 다 말해주는 것도 배알이 꼴렸기 때문이었다.


“..악령 잡으러. 허락은 받았어.”


결국 청소장은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대답했다.


“악령이요? 그 물귀신 말이에요?”


민수가 어떻게 알았는지 정답을 말하자 청소장은 몸을 돌려 민수를 보았다.

단순히 물귀신이 악령이라는 사실 이외에도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리는 민수가 수상했다.


“잡기 엄청 힘들 것 같아서 일단 그 악령이 다녔던 학교를 와볼까 해서 왔는데.. 뭐 걸리는 거 있어?”

“......”


민수가 말을 머뭇거리자 청소장은 멀찍이서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악령을 잡고 수민을 보고 싶은 기분이었기 때문에 규칙을 크게 어기는 것만 아니라면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거.”


청소장은 사진을 가리켰다.


“아마 너가 맞을 거야.”

“..네?”

“중요한 정보 알려줬으니까 너도 빨리 불어.”


그 말만 하고 청소장은 팔짱을 끼고 민수의 말을 기다렸다.


“방금 전까진 그냥 똑같이 생겼다면서요? 아빠일거라고..”


하지만 민수에겐 스스로의 문제가 더 급했다.


“아, 정말..”


청소장은 이마를 짚으면서 짜증을 삭혔다.

하지만 수민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직 참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헷갈리게 말한 것은 자신이기도 했다.


“그래, 똑같이 생겼고, 그러니까 너 일지도 모른다는 말 아냐.”

“잠깐만요! 저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지금은 또 맞다고 하면 당연히 납득 못하죠! 뭣보다 지금 모습이랑 죽었을 때의 모습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90년대라니요? 이 나이대면 차라리 아빠라는게..!”


민수와 똑같은 얼굴을 갖고 활짝 웃고 있는 소년의 단체사진 밑엔 ‘1997년 5월’이라고 적혀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규칙 때문에 원래 내가 네 죽음에 대해 설령 ‘알고 있다고 해도’ 알려주면 안 된다고. 알아들었으면 빨리 불어. 나 인내심 적은 거 알잖아.”

“......”


정말 대걸레로 후드려 때릴 기세였기 때문에 민수는 일단 궁금증을 삼켰다.

97년도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뒤져본다면 이 궁금증도 해소될 터였다.

때문에 민수는 청소장에게 귀신의 집에서 이 학교에 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은 마음을 굳게 먹고 들어온 영민의 집에 아무도 없다 다시 수도관을 타고 학교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영민이 없다고 해서 죽일 사람이 없어진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의 생활기록부를 뒤질 요량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귀신이 됐을 땐 이 생각을 하지 못해 아무 수도꼭지나 닥치는 대로 다니면서 가해자를 찾았었다.

사랑은 그러던 와중 얼굴이 없었던 달걀귀신을 떠올리고 우뚝, 멈췄다.

실제로 자신도 귀신이 되었으니 다른 귀신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걀귀신과 정면에서 마주쳐도 괜찮은 내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때는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다.


“후..”


사랑은 그 달걀귀신이 있던 장소가 궁금해져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식간이긴 했지만 수도꼭지를 타고 나간 곳은 주방 같았다.

달걀귀신이 우연찮게 주방에 있다니,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하긴 했다.


“......”


한동안 그 쪽을 보고 있다가 사랑은 궁금증을 접고 학교로 향했다.

일단 장소부터 특정 짓고, 밤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남으니 그 때 그 주방으로 가 봐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여기에 있을 가능성은 낮으려나.. 실제로 가해자들이 죽은 건 다 본인들 집 세면대였고.’

“...”


자신이 이야기를 다 했는데도 생각에 빠져 별다른 반응이 없는 청소장을 보면서 민수는 뻘쭘하게 서 있었다.

빨리 자료를 보고 싶은데 이대로 인사만 툭, 하고 가기엔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말한들 청소장이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저기..”

“......”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


들릴 듯 말듯 고개를 속이며 말한 민수는 슬쩍 자리를 뜨려했다.


“이제 ‘정보’ 찾아보려는 거지?”

“..아뇨!”


민수는 청소장이 씩, 웃으며 한 말에 일이 귀찮아질 것이라는 직감을 느끼고 일단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렇게 티 나게 부인하지 말라고. 97년도 졸업생 정보라도 찾아볼 생각 아니야?”

“..아닌.. 네, 맞아요.”


하지만 민수는 이대로 거짓말해도 결과적으론 자신에게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사실대로 말했다.

결국 청소장은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처럼 짜증을 냈다.


“맞으면서 왜 아니라고 한 거야?”

“죄송합니다!”


대걸레를 들고 무시무시하게 날아오는 청소장에게서 달아나기 위해 민수는 어느 쪽인지도 모르고 일단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예전에 어떤 드라마인가 책에 나온 대사였는데, ‘대체 어떤 미련이 남아 죽어서도 이승에 남아 떠도는 것이냐.’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귀신을 인간과 완전히 다른 존재라기보단,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귀신을 너무 무섭게 보지 마시고, 어째서 귀신이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주시면 내용 이해가 더 잘 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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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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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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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1 0 14쪽
41 대화 17.09.08 38 0 7쪽
40 발악 17.09.05 33 0 9쪽
39 망상 17.09.01 35 0 8쪽
38 들러리 17.08.29 40 0 9쪽
37 이념 17.08.25 4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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