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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72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0.24 23:55
조회
34
추천
0
글자
7쪽

놓쳐버린 기회

DUMMY

“이게 누군데요?”


사진엔 꽤나 잘생긴 남자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양쪽에 여자를 끼고 손으로 브이자를 한 모습이 찍혀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바랜 것을 코팅시켜 놓은 상태였다.

꽤 중요한 것 같았지만 성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여자의 적 같은데.”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한테도 적입니다. 그냥 뒀다간 닥치는 대로 인간의 피를 빨 수도 있는 괴물이니까요.”

“..?”


성은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책으로만 접했던 흡혈귀랑은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이 흡혈귀라고요? 흡혈귀는 다 두껍고 커다란 망토 두르고 다니는 거 아니었어요?”

“모든 경우가 그런 건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피를 빠는 입장에서, 인간을 홀리려고 잘 꾸미고 다닌다는 것도 일종의 진화 같은 거겠죠.”

“그런 건 존엄성 면에서 보면 오히려 진화라기 보단 퇴화 같은..”


병호는 사진을 안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에 들어온 정보로는 이 흡혈귀가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요. 미리 얼굴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보여드렸습니다. 한량 같아 보여도 세계적인 수배범이라, 주의해서 나쁠 건 없죠.”

“세계적이라니, 어느 정도이길래 그런 건가요?”

“..대략.. 만 명이었나..?”

“네?”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진 탓에 호프집 안의 모든 시선이 성은에게 몰렸다.


“...”


성은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게 가능해요?”

“오래 살았으니까요. 기록으로 전해진 걸 더한 거라 확실히는 몰라요. 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희생자가 많이 나올 동안 그 쪽은 뭐하신 거예요?”


선호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병호의 눈썹이 움찔, 움직였다.

표정을 보니 자존심 문제라기 보단 죄책감도 느끼는 것 같았다.


“그 흡혈귀는 타인을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해는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언변이 뛰어난 게 사기꾼 기질도 다분하고요.”

“...”

“어쨌든 세계적으로 수배가 붙으면서 지금까지 잠적했다 싶었는데 이번에 정보가 들어왔어요. 이번에도 놓치면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니 지금 꼭 잡아야합니다.”


병호와 성은은 선호가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중얼거리면서도, 협력하겠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성은은 어쩌다가 자신이 제령사와 동행하게 됐나 싶었고, 이젠 슬슬 떨어져도 되겠다는 생각에 슬쩍 인사를 건넸다.

척 보기에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자신은 도움은 커녕 괜히 신변만 위험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저 남자분도 소개시켜 드렸고, 딱히 도움도 안되니..”

“아뇨, 충분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인 한 명 없는 곳에서 이렇게 편히 다닐 수 있었으니 그거로도..”

“저기요.”

“..?”


병호는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자 고개를 돌렸다.

뒤에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네, 무슨 일이세요?”

“전해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


남자는 다짜고짜 편지를 떠넘기다시피 주고 말했다.


“영광인줄 아세요.”

“네?”


남자의 행동을 보고 성은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남자는 골목으로 향했고, 바로 인파에 섞여 사라졌다.


“저기요!”


뒤쫓으려던 성은을 병호가 붙잡았다.


“잠시만요. 아마 쫓아가도 못 찾을 거예요.”

“무슨 소리에요.”


병호가 성은에게 편지를 들어보였다.

성은이 알리가 없지만, 편지에 찍힌 문양은 예전에 흡혈귀가 청소장에게 보낸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게 뭐요? 지금은 이런 거 잘 안 쓸텐데.”

“이번에 들어온 정보에 찍혀있던 도장이랑 같은 문양이에요.”


병호가 말하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한 번 찍고는 바로 봉투를 뜯었다.


“어, 그런 건데 그렇게 막 다뤄도 되는 거예요?”

“사진 찍었으니까 괜찮아요.”

“...”


딱 잘라 말하는 것을 보고 성은은 미심쩍긴 했지만 잠자코 병호가 편지를 뜯어 읽는 것을 보았다.


“...”

“무슨 내용인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함정인 게 분명해 보이는 거에 응할 리가 없다는 걸 알텐데.”


병호는 혼잣말만 하고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때문에 성은은 발뒤꿈치를 들고 병호의 어깨 너머로 편지를 읽었다.


[바로바로 움직여 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일이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일주일 후 편지를 받으신 그 자리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편지를 받은 세 분만 계신다면 제가 직접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세 명?”

“우리가 이 가게에서 얘기하는 걸 보고 오해한 것 같네요, 제령사가 셋이라고. ..아마 흡혈귀는 여기 직접 왔거나, 누군가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 받은 것 같네요. 적어도 편지를 주고 간 사람은 본인이 아닌 것 같지만. 아까 말하는 걸로 봐서는 흡혈귀의 추종자에 가까운 것 같네요. 어쨌든 이건 기회에요.”

“잡겠다는 거네요.”

“일단 얼굴을 봤다는 게 문제네요. 우리는 몰라도 그 선호라는 분은 관계가 없는 분인데.”

“아니, 저도 문제가 있는데요. 저는 전혀 힘이 없는데.”

“연락해야겠어요.”


병호는 당황해하는 성은의 말은 흘려듣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저 진짜 아무 힘도 없다니까요?”

“여보세요? 네, 아저씨, 여기 제 담당..”


병호는 성은이 자꾸 말하자 조용히 하라고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는 혼자 말하기 시작했다.

성은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멍하니 벌렸다.

아무래도 병호를 만났던 바로 그 때부터 일이 잘못될 조짐이라는 걸 알고 도망쳐야 했던 것 같았다.


‘나도 할머니한테 연락부터 해야..’


성은도 병호처럼 휴대전화를 들면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흡혈귀가 자신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주위에 있는 사람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머릿속으론 아까 봤던 사진을 떠올려 주위의 사람들과 대조해보고 있었다.

호프집 안을 보니 선호도 나가려는 건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성은은 그 모습을 보고 수신음을 듣다 말고 전화를 끊고 호프집으로 향했다.

적어도 저 사람은 상황을 알고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 흡혈귀는 귀신의 집에서 작은 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 잘 전해줬으면 됐어. 이만 나가봐.”

“...”


작은 쥐는 평소와 다르게 고개를 한 번 숙여 인사하고는 바로 흡혈귀의 방을 나섰다.

일단 시키는 대로 편지를 전해주긴 했지만 대체 왜 인간한테 편지를 주라고 한 건지, 무슨 내용을 적은 건지 궁금했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일이니 무언가 생각하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언가 불안했다.

작은 쥐는 고개를 돌려 닫힌 방문을 한 번 보고 물어볼까 갈등하다 복도로 나왔다.

몇 십 년도 본 선생님의 일이었다.

귀신의 집에 해가 될 일은 안 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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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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