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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68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11.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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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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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아무도 모르는 미래

DUMMY

마침 연락을 받고 귀신의 집으로 향하던 구미호는 갑자기 흡혈귀가 찾아와서 한 말에 동작을 멈췄다.


“..뭐라고요?”

“제령사들이니 아마 제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는 녀석들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은 잠자코 있었지만 이런 위기 때 저 하나 나서는 걸로 끝난다면 싼 값이죠.”

“지금 스스로가 희생해서 그 많은 제령사들을 막겠다는 얘긴가요?”


20대 여자로 변해있는 구미호는 예쁘지만 마음속까지 읽는 것 같은 시선으로 흡혈귀를 응시했다.

흡혈귀는 약간의 불편함은 느꼈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이 시간 부로 사직하겠습니다. 더 이상 저를 막을 수 있는 건 없어요.”

“...”


구미호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흡혈귀를 보았다.

방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직하는 건 마음대로지만 제령사들을 찾아간다는 건 그만두세요.”

“아뇨, 저만 희생한다면 제령사들도 납득하고..”

“그런 건 희생이 아니라 개죽음이라고 하는 거예요.”


구미호는 방금 뱉은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산뜻한 미소로 싱긋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흡혈귀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랫동안 일한 선생님이 희생한다고 하는데 이런 반응이라 미안하지만, 저는 제령사놈들한테 귀신의 집의 단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가 가겠다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네요.”

“...”

“물론 사직한 이상 제가 당신한테 뭘 시킬 수 있는 입장은 안 되지만, 적어도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것인가는 스스로가 잘 알거라 믿어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학생들한텐 잘 말해 둘게요.”


뭐라 말해도 흡혈귀는 제령사들에게 갈 작정이 분명해 보였다.

구미호는 등 돌린 흡혈귀에겐 보이지 않는 조롱 섞인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고귀한 ‘개죽음’이었다고.”



병호와 성은, 선호는 호프집 앞에서 조금 떨어진 일주일 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전과는 달리 점점 유동인구가 많아지는데다가, 계속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어서 주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세 사람의 태도는 판이했다.

병호는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고, 성은은 후회와 걱정, 근심이 표정에 가득해 10년은 늙어보였다.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메세지를 주고받는 선호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혼자 다른 일을 맡은 것 같은 것 같았다.

성은은 그런 선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대체 어떤 기분이길래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푸하하! 어? 뭐라고?”


뭐가 재밌는지 혼자 웃던 선호는 심지어 성은의 말을 잘 듣지도 못했다.


“..아니야, 하던 거 해. 이해하는 걸 관두련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성은의 태도가 과도하게 변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뭘 두려워해야 되는 거지?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최고의 제령사가 주위에 가득 모여 있는데. 유의스님도 있잖아!”

“...”


어떻게 보면 광기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성은을 선호가 연민이 담긴 표정으로 보았다.


“오늘만 참으면 내일 저녁쯤엔 할머니랑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겠지.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오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만 견디면..!”



흡혈귀를 만나기 직전, 성은은 다시 잔뜩 우울해져 있었다.


“대체 내가 그때 왜 그런 걸까.. 무슨 마가 낀 게 분명해. ...”


성은이 갑자기 선호에게 버럭 고함을 쳤다.


“이게 다 니 때문 아니야! 왜 아무렇지도 않게 하겠다고 한 거냐고.. 일반인 맞아? 흡혈귀라는 건 말이야, 피가 다 없어져서 사람이 쪽 마를 때까지 피를 빠는 괴물이라고. 안 무서워?”


거의 멱살을 잡고 퍼부을 거 같은 성은의 기세에 선호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무섭고 자시고, 나도 얻는 게 있으니까 한 거 아니야.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

“그런 침착한 태도가 이상한 거라고! 대체 뭘 얻길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데도 그럴 수가 있어?”

“..알 거 없잖아.”


선호는 뭔가 말할 것처럼 입술을 달싹였다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하지만 이미 성은의 귀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죽을지도 몰라..”

“안 죽을 지도 모르죠.”


병호는 이젠 긴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목소리가 침착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아세요?”

“어디서 들었는데.. 몰라요.”


약속 시간 10분 전인데도 불구하고 병호는 말할 기운이 있는지 술술 입을 열었다.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랑 독약을 같이 넣고 상자를 닫았을 때, 상자를 열기 전까진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 모른다는 얘기예요.”

“당연히 죽는 거 아니에요?”

“그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상자를 열기 전까진 고양이가 죽었다고 확정을 내릴 수 없다는 거죠.”

“..죽었을 거 같은데..”

“저는 그걸 만에 하나 죽었다고 가정하더라도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일거라고 생각해요. 고양이가 매우 똑똑해서 숨을 참고 있었다거나..”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리고 그런 건 고양이 같은 예시를 안 들어도 알 수 있는 거 아니야? 공중화장실의 변기뚜껑이라던가.”

“..뭐?”

“왜, 공중화장실 변기 뚜껑이 닫혀있으면 왠지 누가 똥 싸놓고 물 안 내렸을 것 같다는 생각 하게 되지 않아? 그 뚜껑을 열 때까진 안에 똥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거지.”


그 때 건물 위에서 무언가가 반짝, 했다.

가장 바깥에서 동태를 살피고 있던 제령사의 신호였다.

성은은 다시 잔뜩 긴장해 두 손을 꽉 쥐었다.


“으아.. 난 죽을 거야.. 아니, 안 죽을 거야.”

“변기뚜껑을 기억해.”

“안에 똥이 있건 없건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야!”

“일이 다 끝나기 전까진 적어도 똥이 없다고 생각하라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얘기가 이런 얘기라니, 진짜 죽고 싶어졌어.”

“흡혈귀 쪽에선 제안이 있다고 했으니까 바로 무언가 태도를 취하진 않을 거예요. 일단 말을 최대한 끄는 게..”


멀리서 누군가가 망토를 질질 끌고 나타났다.

성은은 대충 봐도 흡혈귀라는 것에 얼마 없긴 하지만 자신의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으아..”

“그만 좀 징징거려.”

“저런 차림인 걸 보니 예의 수배 흡혈귀는 아닐 수도 있겠는데요? 그럼 아까 얘기한 작전은 두 번째 걸로..”

“진짜요?”


그 연쇄살인 흡혈귀가 아니라니, 성은은 조금이라도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듣기 싫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흡혈귀가 말을 시작했다.


“정말로 응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병호는 흡혈귀가 흘깃 제령사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저희도 보험은 들어야죠.”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조건.”

“...”

“그런데도 올 생각을 했네요?”


존댓말이긴 하지만 상대방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말투였다.

흡혈귀는 그런 선호를 보고 가소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친절하게 응답했다.


“여러분들로서도 밑지는 거래를 하러 온 게 아니니까요. 분명히 절 그냥 보내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 왔습니다.”

“그건 들어봐야 아는 거죠.”

“...”


성은은 이러다가 선호가 목이 뜯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신 흡혈귀와 선호의 눈치만 살폈다.

뜯어말릴 용기 따윈 없었다.

연신 말싸움을 하는 흡혈귀와 선호를 보다가 성은은 이상한 것을 눈치 챘다.

잔뜩 주름이 진 탓에 알아보긴 힘들었지만, 흡혈귀의 얼굴을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누구였지..? 꽤 최근에.. 아아!’


성은은 다급하게 병호에게 그 때 그 수배된 흡혈귀의 사진을 달라고 속삭였다.

왜 달라는 건지 물어보려는 순간 흡혈귀가 병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쪽 분은 꽤 차분하시군요. 혹시 이런 경험이 있는 건가요?”


병호는 결국 성은에게 물어보지는 못하고 안주머니에서 사진을 써내 성은에게 건넸다.


“있을 리가 없죠. 그저 당황하면 될 일도 안 될 거라는 생각에..”


더 이상 성은의 귀엔 둘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흡혈귀는 살인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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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0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1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7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4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43 시선의 정체 17.09.15 32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29 0 14쪽
41 대화 17.09.08 36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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