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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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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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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수 :
40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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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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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선의 정체

DUMMY

영민은 집으로 가는 동안 청소장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대체 왜 안 도와주신 거예요?”


청소장은 과도하게 모르는 척을 했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잘 끝났으니까 잘 된 거지.”

“저 죽을 뻔했거든요? 대체 뭐가 잘 된 건데요?”

“결과적으로 넌 안 죽었고 그 애도 저승사자님 따라서 성불했으니까 잘 된 거지. 저승으로 가는 귀신이 길을 까먹으면 저승에 못가고 소멸하는 경우도 있다고.”

“아!”


영민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더니 청소장에게 물었다.


“선배는 괜찮은 거죠? 저승에도 법 같은 게 있어요?”

“그건 거기서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나도 저승 안 가봐서 몰라. 거길 가봤으면 여기 없겠지.”

“...”


묘하게 청소장의 말이 납득이 되긴 했다.


“그래도 뭐 들은 거라도 없어요?”


영민이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도 청소장은 저승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인간에게 저승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귀신의 집 규칙에 비할 수조차 없는 금기사항이었다.


“내 입장 되 봐. 알려줄 수 있겠어?”


영민은 기밀이라면서 자신과 청소장을 쫒아낸 저승사자를 떠올렸다.

결국 끝까지 저승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것도 전부 자신이 저승에 관련되어선 안 된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었다.


“그런가..”

“...”


영민이 풀이 죽자 청소장이 말했다.


“그래도 계속 물귀신으로 지내는 것보다는 저승이 낫지.”

“그렇겠죠. 얼마나 힘들었을지.. 너무 죄송해요.”

“좀 의외인 건, 나 같으면 성불을 못할 줄 알았거든? 근데 걔는 하더라고. 아직 가해자가 다 안 잡혔는데.”

“이제 잡힐 거라고 확신했으니까요.”


영민이 뿌듯하게 말하자 청소장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초반 수사가 제대로 안 되서 자살로 결론지은 경찰을 뭘 믿고 가해자들을 다 잡아 넣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데?”

“제가 말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민은 스스로 말하기 부끄러운지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그 때처럼 허무하게 끝낼 생각은 없으니까요. 선배한테도 제가 확실하게 다 벌을 받게 할 거라고 했거든요. 아까 집에 가기 전에도 경찰서 들렀다가 온 거였고..”

“아, 둘이서 그 얘기 하고 있었던 거야?”


청소장은 손을 잡고 사랑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소근 거렸던 영민을 떠올리면서 실망한 어투로 말했다.


“난 니가 고백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고백..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런 죄를 지었는데.”


의외로 영민은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말했다.

오히려 잔뜩 죄스러운 목소리였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영민이 한 말에 청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삑, 삑, 삑”

“...”


잔뜩 어두운 표정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영민을 보면서 청소장은 뒤로 거리를 두면서 말했다.

이젠 영민에겐 자신이 필요하지 않아야했다.


“그럼 벌 받게 해.”

“네?”


좀 멀리서 들린 소리에 영민은 문을 열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벌서 청소장은 벽을 통과하기 위해 몸을 반쯤 투명하게 만든 상태였다.


“그 애가 성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니가 가해자들을 꼭 잡아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겠지.”

“어디가세요?”


청소장은 영민의 말을 무시하고 벽을 통과하면서 말을 남겼다.


“그 애의 마지막 부탁이니까 확실히 들어주면 니 죄책감도 좀 줄어들지 않겠어?”

“잠깐만요!”

“훅..”


청소장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영민은 청소장이 사라진 벽에 급하게 다가갔다.


‘고맙다는 말도 못 했는데.’



청소장은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당황하고 있는 영민을 잠시 지켜보다가 하늘로 날았다.

적어도 사랑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도 수민이가 없었으면 그 애보다 더한 악령이 됐을지도 모르지.’


누구도 볼 수 없지만 청소장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수민의 학교 근처로 향했다.

민수가 쓴 보고서 대로면 수민이 근처에서 알바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만 2천원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수민은 결제를 끝내고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손님에게 익숙하게 영수증과 카드를 내밀었다.

손님은 카드만 받고는 아무 말 없이 나갔다.

방학 때부터 알바 했으니 이 호프집에서 일한지도 벌써 세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때문에 말 한마디 없이 나가는 손님이 기분 나쁠 법 한데도 불구하고, 별 다른 생각도 들지 않는 상태였다.

이 정도면 양반인 수준의 손님이었기 때문이었다.


“띵-동!”

“네!”


수민은 반사적으로 대답하면서 어디서 울렸는지 번호를 확인함과 동시에 순간 얼굴이 굳었다.


‘저긴 싫은데..’


대학가라고 해서 손님이 다 젊은 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지금 수민을 부른 테이블은 잔뜩 취한 중년의 남자가 혼자 앉아 수민을 부르고 있었다.


“아가씨, 한가하면 와서 말 상대나 좀 해줘~”

“...”


순간 진지하게 나가라고 말해도 되나 고민하는 수민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사장이 테이블을 치우다 말고 먼저 남자에게 다가갔다.


“손님, 저희는 그런 가게가 아닙니다.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이만 가 주세요.”

“에이, 기분 좋았는데. ..그럼 아가씨!”


사장의 말을 듣고 갈 생각이 들긴 했는지 남자는 움직이다 말고 수민을 불렀다.


“연락처 줘! 나중에 연락할 테니까.”

“아저..! 손님,”


수민은 치민 화를 간신히 억누르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표정관리까지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종이에 빠르게 112라고 휘갈겨 쓰고 접어서 남자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꼭 연락하세요.”

“아가씨가 말이 통하네. 그럼 내일 또 올게~ 남는 건 아가씨 가져!”


남자는 딴에는 통 크게 보이고 싶다는 건지 5만원을 테이블에 쾅! 올려놓고는 가게를 나섰다.


“...”


남자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사장은 잔뜩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수민아! 너 진짜 번호 준 거니?”

“아뇨, 112 적었어요. 후.. 죄송합니다.”


수민은 혹시나 나중에 가게에 화가 미칠까봐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 다른 손님처럼 가게에서 깽판을 칠까 봐 걱정 된 탓이었다.


“왜 미안해 해? 잘했어. 어차피 신고할까 생각 중이었고. 주변에 다른 사장님들도 그냥 신고하는 게 맞다고 하니까. 다른 가게에서도 자주 저랬대.”


민수는 바로 옆에서 그 손님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수민과 사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쁘장한 알바 덕에 손님이 늘어, 사장은 수민이 가게를 관두는 걸 막기 위해 수민을 달래고 있었다.


“뭐야, 무슨 상황이야?”

“청소장님!”


갑자기 천장에서 나타난 청소장을 보고 민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뭘 그렇게 놀래.”

“그 애는 어쩌고 여기 계세요? 근신은요?”

“다 해결됐으니까 왔지. 어쨌든 저 남자는 수민이랑 무슨 관계 길래 저런 얘기를 하고 있어?”


물어보고 싶은 건 꽤 있었지만 민수는 청소장의 궁금증부터 해결해주었다.


“사장님이요. 방금까지 이상한 손님이 있어서 그 얘기..”

“어디 있는데.”

“...”


비록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민수는 청소장이 눈으로 그 손님을 욕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 손님을 잡지 못하면 목표가 자신으로 별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민수는 냉큼 유리를 통과하면서 말했다.


“아마 멀리 있지는 않을 거예요.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서 걸음도 느렸으니까..”

“어디로 갔는데.”


질문이 아니었다.

명령이었다.

그래서 민수는 말없이 남자가 걸어간 방향으로 뛰다시피 걸었다.



남자는 한적한 골목에서 방금 수민에게 받은 종이를 펼쳐보고 있었다.


“..그 아가씨가 밀당을 좀 아네.”

“그게 밀당으로 보여요? 진짜 밀당을 보르나 보네.”


남자는 바로 목 뒤에서 들린 말에 거의 앞으로 점프 하다시피 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주변에 음식점도 없는데 웬 흰색 앞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서 있자 남자는 씩, 웃었다.

잔뜩 취한 탓에 청소장이 풍기는 인간같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아가씨가 하는 밀당이면 어울려 줘야지. 그래도 이왕이면 당기는 것부터 해줬음 좋겠는데.”


남자가 더러운 미소를 짓자 청소장은 마주 미소를 지으면서 메고 있던 대걸레를 앞으로 빠르게 찔렀다.


“쉬익! 툭”

“..!”


남자는 자신의 명치 바로 앞에서 우뚝, 멈춘 대걸레 자루를 보고 움찔했다.

취한 탓도 있겠지만, 청소장이 너무 빠르게 휘두른 덕에 남자의 눈엔 대걸레가 갑자기 생겨난 걸로 보일 정도였다.


“내가 말하는 밀당은,”


청소장은 대걸레 자루로 남자의 명치를 꾹, 밀면서 섬뜩하게 말했다.


“이걸 밀어서 몸에 박아 넣은 다음에,”

“뭐, 뭐하는 거야!”


청소장은 슬쩍 자루 부분을 투명하게 만들어 마치 대걸레가 남자의 몸을 뚫은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점점 깊숙이 대걸레를 꽂았다.


“다시 당겨서 바람구멍을 뚫겠다는 소리야!”


그 뒤 청소장은 대걸레를 확 당겨서 마치 남자의 몸에서 자루가 뽑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으아악! 헉.. 헉..”


남자는 정말로 몸에 구멍이 뚫렸는지 확인하면서 몸을 더듬거렸다.

당연히 구멍은 나지 않은 상태였다.


“어떻게..”

“앞으로 또 여자한테 집적거리면 정말 구멍 뚫릴 줄 알아, 이 쓰레기야”


그 말만을 남기고 청소장은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남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남자를 뒤로 하고 청소장과 민수는 수민이 일하는 곳으로 향했다.

청소장은 표정이 잔뜩 구겨진 상태였다.


‘왜 이런 놈들이 있는 건지..’

“언제부터 이랬던 거야?”

“뭐가요?”

“저 남자 말이야! 니가 쓴 보고서엔 없었다고!”

“..저번 주요. 아직 보고서 완성을 못해서..”


사실 민수는 알릴 생각도 없었다.

청소장이 알았다간 바로 귀신의 집을 뛰쳐나올 게 뻔하기도 했고, 만약에 수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이 해결할 생각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바로 말 안 한 거야?”

‘이럴 줄 알았으니까 그렇죠.’


민수는 속마음을 삼키고 청소장을 진정시키려 했다.


“죄송해요. 만약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제가 해결하려고 생각해서 그랬어요. 청소장님은 근신이었잖아요.”

“뭘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일단 몸을 투명하게 하면 수민이한테 닿을 수도 없으니까 그렇게..”

“...”


청소장은 점점 말이 작아지는 민수를 잠시 노려보다가 별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민수한테 어거지로 수민을 보라고 한 입장이라 이 이상 뭐라고 하는 것도 미안한 기분이 들긴 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수민이 일하는 가게가 눈에 보였다.

청소장은 안에서 수민이 열심히 치킨을 나르는 것을 보고 안심한 뒤 민수를 보았다.


“이제 수민이는 내가 볼게. 그만 가도 괜찮아. 아까 생활기록부 찾아본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랬었지.’

“네.”

“그리고 앞으로는 안 와도 돼.”

“...”


예상은 했지만 막상 청소장이 수민을 보러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자 민수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몇 달 동안 지켜보면서 꽤 정이 들어 이젠 거의 자신의 동생이라는 기분으로 수민을 보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색하게 대답이 나왔다.


“어.. 네.”


하지만 청소장이 수민을 본다는 데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몸을 돌려 학교를 향해 걸었다.


“..보러오고 싶으면 와도 돼. 뭘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못 볼 사람 대하는 것처럼.”

“...”


청소장은 평소처럼 귀신같이 민수의 마음을 읽어냈다.

민수는 덕분에 살짝 웃으면서 대답할 수 있었다.


“네.”

“그래, 있다 봐.”

“그래도 청소장님처럼 과보호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기문이 좋아진 민수는 결국 청소장에게 한마디 했고, 언제나 처럼 청소장이 낼 화를 기다렸다.


“나도 알아, 과보호인 거. 그래도 동생이잖아. 걱정되는 걸 어쩌겠어.”

“...”


의외로 청소장은 씩, 웃으며 말했고, 민수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역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있다가 귀신의 집에서 봬요.”


청소장은 말없이 손을 흔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민수는 학교로 향했다.



그런 둘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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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념 17.12.06 71 0 8쪽
65 자만인가, 고통인가 17.12.01 72 0 7쪽
64 구렁텅이 17.11.29 81 0 9쪽
63 모든 것은 자만심에서 시작된다. 17.11.24 78 0 14쪽
62 버리고 싶지 않은 기대 17.11.21 92 0 7쪽
61 내 미련은 그것뿐이야. 17.11.17 100 0 14쪽
60 의미 없는 거래 17.11.14 85 0 10쪽
59 아무도 모르는 미래 17.11.10 71 0 8쪽
58 벗겨지는 가면 17.11.07 72 0 9쪽
57 후회 할 결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 17.11.03 38 0 8쪽
56 단서와 기억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 17.11.01 43 0 8쪽
55 찾아가는 귀신들 17.10.27 31 0 8쪽
54 놓쳐버린 기회 17.10.24 35 0 7쪽
53 발전과 보상 17.10.21 32 0 7쪽
52 기억의 단편 17.10.17 36 0 7쪽
51 터지기 전 17.10.14 38 0 8쪽
50 아이와 괴물 17.10.10 31 0 9쪽
49 도박 17.10.07 39 0 8쪽
48 거짓말과 결론 17.10.03 35 0 9쪽
47 언니, 살인귀 17.09.30 62 0 8쪽
46 기회 17.09.26 35 0 12쪽
45 과거의 살인과 되새기는 기억 17.09.22 33 0 11쪽
44 궤변과 반발 17.09.19 40 0 10쪽
» 시선의 정체 17.09.15 33 0 12쪽
42 해주지 못한 말 17.09.12 30 0 14쪽
41 대화 17.09.08 37 0 7쪽
40 발악 17.09.05 31 0 9쪽
39 망상 17.09.01 34 0 8쪽
38 들러리 17.08.29 39 0 9쪽
37 이념 17.08.25 4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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